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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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뇌와 관련된 연구 성과나 과학적 사실, 철학적 성취 등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서는 뇌에서 시작된 우리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구성돼있다. 철학적 질문과 과학적 사실이 적절히 조합되어 흥미를 유발하면서 나름의 주제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쓰였다.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이고, 뇌속에는 10의 11승 만큼의 신경세포가 10의 15승 가량의 네트워크 망이 구축되어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명백한 과학적 사실에 비하면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놀랄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것도, 수많은 위협 속에서 여태까지 생존하게 한 것도, 단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그 1.4킬로그램의 덩어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뇌에 대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있어왔는데, 그것이 확연하게 갈린 것은 아리스토텔리스 학파와 플라톤 학파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는 생각이 심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고, 플라톤 학파는 머리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이후 갈렌은 뇌의 빈 공간(뇌실)에 들어찬 공기들이 생각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생각이 이뤄지는 부분은 뇌실이 아닌 피질이었다. 데카르트는 육체는 4차원의 공간에 살지만, 정신은 1차원의 세계에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뇌가 단순한 관찰이나 철학을 넘어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골지 컬러링을 통해 뇌의 신경세포가 처음 눈으로 관찰되었고, 카할은 신경세포는 거미줄 모양이 아닌 나뭇잎 모양의 단일세포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과학은 불행히도 역사적으로 처참한 시기에 발달했다. 수술을 잘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연구할 수 있을 때는 오직 전쟁때 뿐이었기 때문이다. 1870년, 1914년, 1939년 등 큰 전쟁이 일어났을 때 뇌과학은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뇌과학의 역사를 접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레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고 해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특히 딥러닝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지능이 급가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인간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에서 인도철학, 마야콥스키 시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렸던 자화상까지를 등장시키며 '나'라는 존재에 천착하는 인간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는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정말 '나'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카프카의 '변신' 우디엘런의 '젤리그' 등으로 계속된다. 특히 나치의 박해 속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자 했던 유대인의 이야기, 그 중에서 유대인임을 부정하고 그들의 반대편에 섰지만 결국 죽음을 면하지 못했던 프리츠 하버의 이야기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과학적으로는 우리 몸의 세포는 시간당 3~4만 개가 죽어나가 내가 나라는 정체성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나의 존재를 계속 확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뇌세포 때문이다. 뇌세포는 거의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어릴 때의 신경세포가 늙어서까지 유지된다. 이와 함께 '이성'은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데, 우리가 매번 이성적일 수 없기 때문에 순간 순간에 과거 DNA의 선택지를 참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이성적이기보다 동물적인 답을 내놓는다. 이후 저자는 내가 의미있는 존재인지, 나는 영원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과학자다운 사례와 생각들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 장에서 몇 가지 물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글을 맺는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 분야의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주제가 잘 조합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이유는 이야기가 더 진행될듯 하다 끝난듯한 느낌 때문이다. 김대식 교수님의 글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글이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생각한 배려 같은데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갔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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