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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 미래의 뇌
김대식 지음 / 해나무 / 2019년 7월
평점 :
1997년에 체스에서 AI가 인간을 이긴 이후 19년 뒤에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사실 인공 지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알파고를 언급해야 하나 싶지만 이만큼 상징적인 사건은 찾아보기 힘드므로) 바둑에서만큼은 그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AI에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매우 달랐다. 규칙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났다. 인공지능 학문 분야에는 '모라벡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는 지극히 쉬운 것(계단 오르기, 사물 인식 등)이 인공지능에게는 너무 어렵고, 기계에게 너무 쉬운 일(계산, 데이터 분석 등)이 인간에게는 어렵다는 모순을 말한다.
'뇌'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말 반복해서 들어도 흥미로운 일들 투성이다. 특히 뇌에 대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우리가 그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특히 팔을 다치거나 외상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것으로 여기지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너무 유명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에서처럼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도 말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좌우를 구분할 수 없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잘' 설명하면 그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보는 한에서 친구에게 오른쪽 왼쪽 설명을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뇌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뇌 관련 서적이 부족했던 때에 그런 것을 우리가 알았을 리 없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가장 재미있는 장은 뇌과학의 미래를 다룬 3장이다.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우리는 뇌신경의 활동만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 fMRI기술을 이용하는데, 어떤 물체를 보고 느끼는 패턴을 기록한 후 반대로 패턴을 보고 무엇을 보고 있는 유추해 나가는 방식으로 연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면 궁극적으로는 뇌 패턴만 보고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묵찌빠의 경우 내려고 하는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손을 내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아직까지 그 세밀도가 떨어져서 대체로의 형태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뇌에서 스파이크 신호를 읽는 방식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의수나 의족을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좀 더 복잡한 내용인데 바로 '뇌에 특정 명령을 직접 입력할 수 있는가'이다. 가장 간단한 방식은 TMS라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전두엽에서 패턴이 생성되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데, 이때 자극을 주어서 패턴이 쏠리게 하는 방식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TMS로 자극을 주어 기분이 금세 좋아지게 하는 방식이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답을 주는 방식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한 행동이 제재되거나 강요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은 아니다. 이 방식은 사실 좀 투박한 형태의 라이팅이고 실제 광유전자법을 쓰게 되면 좀 더 세밀하게 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쥐에게 특정한 뇌신경에 자극을 주면 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자극 때마다 물을 먹게 되기도 하고, 실제 공간의 환경과 다르게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는 뇌 과학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이를 통해 상대의 생각을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인공지능의 이야기,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딥러닝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은 과거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의 경우도 특정한 비법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보를 죄다 공부하게 해서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에 인간 이상의 실력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인간을 능가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AI는 시간을 두고 우리가 발전시키는 것이 정말 맞을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김대식 교수의 기존의 강의 내용을 한 권으로 정리한 느낌이다.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고 여기저기서 들었던 내용이 많고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다면 보기에 적절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