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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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헤테로-섹수얼이다. 즉 이성애자라는 말이다. 보통은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호모라고 부르거나 레즈비언이라고 부르면서 쉽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에이즈 같은 병 때문에 더 자주 이 말을 듣고 또 농담처럼 쉽게도 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가족 중에, 정말 절친한 친구 중에 호모나 레즈비언이 있다면 어떨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아마 밋지의 생각을 우리도 하지 않을까.  

‘(그 단어를 내 입으로 말할 순 없어.)
(맙소사, 그건 ‘암’이라는 말보다 더 나빠.)
(내 동생은 <스캔들 노트>라는 영화에서 주디 덴치가 분한 매사에 불만이 많고 집착이 강한 그 비정상적인 여자처럼 되고 말 거야.)
(그 영화를 볼 때는 주디 덴치가 그런 역을 썩 잘 소화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내 동생이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진실한 사랑이 결여된 끔찍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기 전의 일이야.)
(내 동생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이 이야기는 참 애매모호하게 시작해서 마치 새벽 안개가 사라지듯이, 점점 베일이 벗겨지듯이 그렇게 다가왔다. 짧은 책이었음에도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내내 헤매다가 이야기가 선명해지고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자 끝났다. 참 특이한 책이다. 소년이 소녀처럼이고 소녀가 소년처럼이다. 그러니 헷갈리지. 결국 어떤 성이든 무슨 상관인가. 어떤 성이 어떤 성을 만나든 그게 사랑이고 가족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게 ‘우리’가 되고 ‘그들’이 되고 ‘모두 함께’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  

신화가 있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버리고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기를 것이다. 그런데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엄마는 이를 숨기고 아이를 남자아이로 키운다. 그 아이가 다른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게 이피스와 이안테이다. 아이들은 함께 자라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모든 일을 처음부터 허락했던 이시스 여신은 아이를 변하게 해 아무 문제 없이 결혼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 일이 다 끝났다고, 옛날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도, 여자아이들은 숱하게 버려지고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당하는 실정이다. 여기 등장하는 여자들은 이를 알리고 막으려 한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그 정체성으로 인해 왜 버림을 받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성의 정체성이 성립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이를 지켜보는 과정…  

따져보면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엔 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어려움이나 이를 지켜보는 안타까움 만큼이나 따라가기에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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