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터 하필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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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두 가지 면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우선 청소년 소설로서의 의미이다. 작가는, 아직은 부모나 학교 또는 사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학생인데,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주인공을 통해 청소년이 안고 있는 문제,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것들, 학교라는 제도가 갖는 해악 등등을 청소년의 입장에서 잘 다루었다는 점이 있다.

공부 잘 하고 집안 좋은 아이들은 물속에서 늘 치리 같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주인공처럼 열악하고 특수한 환경에 있는 아이는 늘 모래 속에 몸을 숨기는 모래무지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몸을 묻을 모래도 없는 곳에서.  

‘초등학교 때의 나는 물고기로 말하자면 모래무지였다. 모래무지는 순식간에 모래를 파고 숨어버리는데 등 색깔이 모래와 똑같아 금방 숨는 걸 보고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육 년 동안 나는 모래무지로서 사는 데 대체로 성공한 셈이었다. (...) 그런데 T중학교의 신입생 예비소집에 가보니 물이 안 좋아도 보통 안 좋은 게 아니었다. (...) 게다가 바닥에는 모래가 하나도 없었다. 나 같은 모래무지로서는 참으로 암담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또 하나는 작가가 자라던 시절의 시대상에 대한 의미가 있겠다. 철길에 대못을 놓아 뾰족하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아이들 놀이라든가, 계파동이라든가, 담임이 직접 아이들을 과외하던 시절, 정국이 어수선해 늘 데모를 했던 그 시절, 가난이 어디서나 설치던 그 인정머리 없던 시절에 대한 묘사는 정말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요즘 아이들에게 시절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것이고 부모들은 추억을 곱씹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의 행위를 나타내는 연극조의 설명은 좀 거북했다. 신선함을 주고자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설명이었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터 하필은, 가족이 있었지만 결국 아무도 없던 주인공에게 나타난 구세주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알고 보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지만 그 당시 주인공에겐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던 자신의 얘기, 속마음을 터놓고 거리낌 없이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도와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그 암담한 시절의 모래무지에서 어느 정도는 미스터 하필의 도움으로 세상을 되찾는다. 커서 뭐할 거냐고 묻는 동생에게 이렇게 대답하면서.    

“마음의 연금술사.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슬픔이나 외로움이나 분노나 욕심이나 두려움이나 그런 것들을 아주 아름답게 빛나는 다른 뭔가로 바꾸는 거야. ……나 사실은 많이 힘들었거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너도 많이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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