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전쟁 낮은산 키큰나무 1
루이 페르고 지음, 클로드 라푸앵트 그림, 정혜용 옮김 / 낮은산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첫눈에 반하듯이 팍 필이 꽂혔다.

단추전쟁이란다. 한국전쟁, 2차 세계대전, 이라크 전쟁 등등 전쟁은 많이 들어봤는데, 단추전쟁이라니... 이 나라는 단추가 돈인가, 권력인가... 하지만 아이들이 표지에 잔뜩 이런 저런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아이들 전쟁인가 보다. 삽화도 꽤 들어있는데, 어떤 건 섬세하고 어떤 건 대충 선만 그은 것 같고, 크고 작은 삽화가 좋다. 하지만 욕설이 나오는 이야기를 싫어하거나, 모든 면에서 살아있는 단어들에 앨러지가 있는 분들은 읽고 나서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내용만 간단히 보자. 자세한 건 책을 읽으시면 되겠다.

전쟁의 주역이 아이들이라는 것만 빼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는 이야기이다.

1부 전쟁에서는 왜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이유가 나온다. 일단 전쟁이란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두 주역은 벨랑 마을과 롱쥬베른느 마을의 아이들이다. 벨랑 아이들이 먼저 롱쥬베른느 아이들에게 "물렁좆"이라고 욕을 하는 바람에 롱쥬베른느 아이들이 반격을 가한다.

"벨랑 놈드른 모두 거시기 터리나 글쩌기고 인는 놈드리다!"

굉장한 반격이다. 벨랑 마을에 몰래 들어가 써 놓고 나온 문구이다. (제대로 써졌나 확인까지 했건만!) 이로 인해 두 마을 사이에선 외교적 긴장감이 흐르고, 두 마을을 사이에 둔 숲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어허! 이 녀서들, 싸움하는 방식 좀 보라지. 먼저 언어 공격이다. 양쪽의 약점을 최대한 끄집어내 공격을 한다. 뒤 이은 총 공격. 그리고 잡은 포로. 포로는 그 벌로 옷에 달린 단추란 단추는 다 뜯기고 신발 끈, 양말 대님 등등 모두 잘린다. 하지만 승리가 있으면 패배도 있는 법. 매복해 있던 적군에게 대장이 잡혔다. 있는대로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역시 단추는 다 빼앗기고 쫓겨간다. 패배를 당한 대장은 다시 전투계획을 짜고 새로운 전투를 준비한다. 대단한 그 계획을 보시라! 단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모두 벌거벗고 전투를 한다.

2부는 돈! 돈!이다. 전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군량미, 군자금 아닌가. 혹시 잡혀서 단추를 다 떼일 경우를 대비해 미리 단추를 준비해 두는 것이다. 회계장부도 만들고 회계사도 뽑는다. 앞서 봤지만 철자도 엉망이고 공부에는 별 신통치 않은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전쟁을 겪는 모습에서 삶의 모습이 보인다. 연이은 전투에서 적장을 잡아 처형대를 세우고 복수를 한다. 실컷 보복을 당하고 풀려난 적장이 돌아가며 엉덩이를 보이고, 욕을 해대고, 도망을 치는데, 미리 그 모습을 예상한 군대는 매복했다가 적장을 다시 잡아온다. 하지만 이런 전쟁이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다.

3부는 요새다. 전쟁을 계속하다보니, 온 마을 아이들의 움직임이 남의 눈에 띄일 염려도 되고 빼앗은 단추를 숨길 장소도 필요하니, 요새를 꾸민다. 롱쥬베른느 아이들은 연이은 전투의 승리와 요새까지 꾸며놓고 잔치를 벌인다. 작은 게릴라 전이 여기저기 벌어지긴 하지만 그대로 역시 전쟁의 승리자가 아닌가. 전투에서 향연이 빠지면 어찌 전투력이 유지되리. 그러나 어찌 전쟁에 좋은 일만 있으리요. 군대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요새는 적군의 비밀 결사대에 의해 약탈당한다. 당연히 배신자가 있게 마련이다. 배신자는 적발되어 처벌되고 어른들에게 들키면서 상황이 악화된다. 아이들 모두 엉덩이를 실컷 두들겨맞고 혼줄이 난다. 그러면서 한 아이가 흘리는 말로 이야기는 종결이다.

"우리도 어른이 되면, 부모들처럼 그렇게 멍청해질까?"

사람은 어른이 되면서 아이였을 때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고 판단한다. 그 판단을 강요하고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아이도 나름의 자아와 인격 그리고 나름의 세계가 있는 법인데 말이다.

이 책은 꼭 동화는 아니다. 흔히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우리는 쉽게 동화라고 분류를 하지만, 이 신나고 기가 막힌 책은 오히려 어른이 읽어야 할 책이다. "물렁좆"이라는 말을 듣고도 분분히 일어나지 못하는 고개숙인 어른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물렁좆"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온 마을의 명예를 위해 단추전쟁에 나섰던 것이다.

"발사!"

[인상깊은구절]
<<전쟁...... 그것은 얼마나 허황된 이유로 시작되고, 얼마나 하찮은 이유로 끝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