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따러 가자 - 윤석중 동시집
윤석중 지음, 민정영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엔 꽤 시를 좋아했고 꽤 많은 시를 외우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내 머리와 가슴에선 시가 조금씩 그 자리를 잃어갔고 더구나 동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윤석중님의 시는 곱고 맑은 시냇물처럼 언제든지 내가 자랐던 시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다시 첨벙대고 놀 수 있는 추억의 시냇물이었다. 얼마 전에 본 동화책 <넉 점 반>이란 시는 내게 다시 윤석중님의 시를 그리워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접하게 된 <달 따러 가자>는 시 하나를 그림책으로 엮었던 <넉 점 반>이 남겨준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모두 56편의 시로 엮인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동요가 된 동시가 많이 들어있다. 시를 읽으며 함께 흥얼거렸다. 언니가 애기한테 불러주던 동요도 꽤 있었다. 이젠 내가 우리 조카한테 빨랑 빨랑 읽어줘야겠다.

그림도 무척 좋다. 연필 선이 그대로 살아있고, 일부러 서투른 듯 색칠한 그림들이 순수하고 맑아 윤석중님의 시와 잘 어울린다. 표지에 동생 업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는 엄마에게는 아릿한 추억을 일으킬 것이고, 동생이나 언니가 없는 아이들에겐 그 모습이 신기할 것이다. 단순화시킨 아이들 모습도, 표정도 좋지만, 나비, 잠자리, 물방울, 밤톨, 이슬 등에 그려진 표정도 압권이다. 이파리에 맺힌 이슬방울의 잠자는 표정들은 최고다. 동시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동시집이 되었다.

달 따러 가자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갈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 켜서
밤이면은 바느질도 못 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 다가 달아 드리자

얼마나 고운 마음인가. 기가 막힌 마음이다. 장대로 달을 다서 망태에 담아 순이네 가서 달아드리자니...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고운 마음을 새겼으면 좋겠다. 고마운 동시...

사과 두 개
 
두 개 두 개 사과 두 개
언니 한 개 나 한 개

받아 들면 작아 보여
자꾸자꾸 바꿉니다

두 개 두 개 사과 두 개
언니 한 개 나 한 개

어찌 이렇게 내 맘을 잘 표현하셨는지... 아이의 욕심이 맑고 곱다. 그러면서 조금씩 커가는 것이겠지...

삽살개

삽살개야 삽살개야 너는 너는
털외투를 입어서
겨울에도 춥지 않겠구나
그 대신 도련님
여름이면 더워서 못 견디겠어요

우리 눈은 남의 좋은 것만 볼 줄 알고 불편한 걸 볼 줄은 모른다.
그래서 마냥 남을 부러워하기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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