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품절


"인생도 은행일 같았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은행일이 쉽고 간단하다는 말은 아냐. 어떤 일은 굉장히 복잡하지. 그러나 열심히 하면 결국 이해할 수 있어. 아니면 어딘가에 그걸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지. 설사 일이 다 끝난 뒤, 이미 때가 늦은 뒤라도 말이야. 인생을 사는 데 문제는, 이미 때가 늦은 뒤라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는 거야."-55쪽

나도 항상 아이들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이해한 적은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 그렇게 법석을 떨고, 훨씬 중요한 일은 무시하는 걸까? 아이들은 텔레비전 모서리로 달려가서 부딪치고, 머리가 깨졌구나 싶으면 멀쩡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기저귀 열댓 장은 댄 것 같은 엉덩이로 가만히 주저앉아 그제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어찌된 일인가? 왜 아이들에겐 균형 감각이 없을까? -77쪽

<사랑, 그리고>. 이 주장은 단순하다. 세상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인생의 목적, 기능, 기초, 그리고 주된 선율은 바로 사랑이며, 그리고 다른 모든 것-다른 모든 것-은 그저 <그리고>, 즉 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첫 번째 범주다. 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 불행한 대다수 사람들은 사랑보다도 주로 인생의 <그리고>를 믿는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그것이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일지라도 일시적인 젊음의 광풍일 뿐이며,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의무로 향해 가는 시끄러운 서곡일 뿐이다. 그들은 실내 장식품보다 더 확실하고 불변하며 견고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나누는 유일한 방법이다. -177쪽

올리버의 이야기를 듣고는, 흡혈귀 이빨에 수갑 한 쌍을 가진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 보니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아주 멋진 노인으로만 보였다. 올리버는 분명히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거기엔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강낭콩을 칼로 찍어 먹는다든지 비제가 '카르멘'을 작곡한 것을 모른다든지. 올리버는, 아마 당신도 눈치 챘을 테지만, 속물이다. -216쪽

내가 얻은 결론은 이겁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은 서서히 상실하는 반면, 상대방에게 상처 입힐 능력은 줄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상대방에게 상처 입힐 능력이 줄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은 서서히 늘겠지요. -278쪽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평생의 진리가 되는 것이 간혹 있답니다. 그런 진리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당신을 짓누르지도 않아요. 그리고 한 번쯤 과연 그럴까, 하고 의심해 볼 여지도 있고요. 하지만 만약 그런 진리를 두 번 경험한다면, 그 진리는 날 짓눌러 숨 막히게 할 겁니다. 난 <이게 진리다> 따위의 경험을 두 번씩이나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내가 그런 진리, 바로 결혼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계란은 하나면 족해요. 당신 또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죠? 계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그래요, 하지만 나는 오믈렛을 안 먹어요. -279쪽

물론 올리버는, 대개의 남자들처럼, 본질적으로 게을러. 남자들은 한 가지 큰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다음 몇 년간은 작은 산봉우리의 사자처럼 일광욕을 즐기며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까.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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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10-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책 아주아주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이 책 읽고 줄리안 반즈 책 두 권 더 주문했지요.ㅎㅎ

2005-10-2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28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10-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보고 고쳤어요..^^;;;
곰왔습니다~~
님도 보시면 재밌을 거에요.^^

superfrog 2005-10-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13 속닥님, 근데요, 진짜 계란은 하나로 족할까요..?^^ 아님 하나도 필요없을까요..? 인생이 은행일이 아니니 알 수가 없겠지요..ㅎㅎㅎ

플레져 2005-10-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설가, 같은 줄리안 반즈.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 도 재밌습니다. 유사품 주의!

Laika 2005-10-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좋아하실줄 알았어요...^^ 저도 어서 속도를 내서 읽어야하는데...(시작도 안했어요..) 나머지 책은 금붕어님보다 더 늦게 읽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superfrog 2005-10-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설가! 아마 작가는 올리버에 더 투영돼 있을 듯.
어라..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은 주문 안 했는데..
<태양을 바라보며>랑 <플로베르의 앵무새> 했거든요.^^
다 읽고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도 읽겠습니다!! 플레져님이 추천하셨는데 덥석 집어들어얍죠.ㅎㅎ

superfrog 2005-10-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제 이 조석으로 변덕을 부리는 취향을 알아보셨군요, 감사!^^
책이야 맘내킬 때 읽으면 되지요..ㅎㅎ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비로그인 2005-10-2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공감!! 속이 다 시원하뉑..흐흐..

Volkswagen 2005-10-29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흐흐 ^^ 읽다 보면 그 남자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큭큭!

panda78 2005-10-2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양을 바라보며]가 궁금하더라구요. 리뷰 기다립니다. ^^

superfrog 2005-10-2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어느부분에서 공감이요??? 궁금해요..!
폭스님, 아.. 이거 참,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을 꼭 읽어야겠네요..^^
판다님, 흐흐.. 저 유연한 움직임! 태양을 바라보며, 리뷰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5-10-29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29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29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10-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15 속닥님, 정말이요?? 아.. 이거 참, 받아도 되나요?^^(사실은 입이 귀에 걸렸음^^;;;) '고맙습니다!!'할게요. 아.. 졸지에 줄리안반즈 전집을 구비하게 되는군요.^^ 감사드려요..! p님..ㅋㅋ
13:30 속닥님, 리뷰는.. 음..^^ 기회와 능력이 닿음 노력하겠습니다요. 지난번 님 글 너무 좋아서 콩닥거리며 읽었는데 쉽사리 댓글을 달 수가 없었어요. 그런 글들이 있어요.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그냥 조용히 뒤돌아 나오게 되요. 그런 분들이 있어서 이 방을 못 버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