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은행일 같았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은행일이 쉽고 간단하다는 말은 아냐. 어떤 일은 굉장히 복잡하지. 그러나 열심히 하면 결국 이해할 수 있어. 아니면 어딘가에 그걸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지. 설사 일이 다 끝난 뒤, 이미 때가 늦은 뒤라도 말이야. 인생을 사는 데 문제는, 이미 때가 늦은 뒤라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는 거야."-55쪽
나도 항상 아이들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이해한 적은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 그렇게 법석을 떨고, 훨씬 중요한 일은 무시하는 걸까? 아이들은 텔레비전 모서리로 달려가서 부딪치고, 머리가 깨졌구나 싶으면 멀쩡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기저귀 열댓 장은 댄 것 같은 엉덩이로 가만히 주저앉아 그제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어찌된 일인가? 왜 아이들에겐 균형 감각이 없을까? -77쪽
<사랑, 그리고>. 이 주장은 단순하다. 세상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인생의 목적, 기능, 기초, 그리고 주된 선율은 바로 사랑이며, 그리고 다른 모든 것-다른 모든 것-은 그저 <그리고>, 즉 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첫 번째 범주다. 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 불행한 대다수 사람들은 사랑보다도 주로 인생의 <그리고>를 믿는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그것이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일지라도 일시적인 젊음의 광풍일 뿐이며,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의무로 향해 가는 시끄러운 서곡일 뿐이다. 그들은 실내 장식품보다 더 확실하고 불변하며 견고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나누는 유일한 방법이다. -177쪽
올리버의 이야기를 듣고는, 흡혈귀 이빨에 수갑 한 쌍을 가진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만나 보니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아주 멋진 노인으로만 보였다. 올리버는 분명히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거기엔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강낭콩을 칼로 찍어 먹는다든지 비제가 '카르멘'을 작곡한 것을 모른다든지. 올리버는, 아마 당신도 눈치 챘을 테지만, 속물이다. -216쪽
내가 얻은 결론은 이겁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은 서서히 상실하는 반면, 상대방에게 상처 입힐 능력은 줄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상대방에게 상처 입힐 능력이 줄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은 서서히 늘겠지요. -278쪽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평생의 진리가 되는 것이 간혹 있답니다. 그런 진리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당신을 짓누르지도 않아요. 그리고 한 번쯤 과연 그럴까, 하고 의심해 볼 여지도 있고요. 하지만 만약 그런 진리를 두 번 경험한다면, 그 진리는 날 짓눌러 숨 막히게 할 겁니다. 난 <이게 진리다> 따위의 경험을 두 번씩이나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내가 그런 진리, 바로 결혼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계란은 하나면 족해요. 당신 또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죠? 계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그래요, 하지만 나는 오믈렛을 안 먹어요. -279쪽
물론 올리버는, 대개의 남자들처럼, 본질적으로 게을러. 남자들은 한 가지 큰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다음 몇 년간은 작은 산봉우리의 사자처럼 일광욕을 즐기며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까.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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