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일지매 전8권 세트 (MBC ‘돌아온 일지매’ 드라마 원작)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 일지매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청국의 무술과 왜국의 비술을 터득한 몸, 일지매가 악을 응징하는 내용이다. 이런 설정이 말해주듯 화려한 중국 무술과 담백한 일본 무술의 중간에 서있는 일지매는 걸걸한 막걸리처럼 한국적이고 통쾌하다. 고우영 작가 특유의 화풍과 입담이 자반고등어에 배인 소금처럼 맛깔스럽게 절여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주인공 중심적이고 우연적인 사건 전개는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며, 일지매의 정의에 대한 논리와 사고방식은 상당히 모순적이고 독선적이다. 출생과 신분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일지매는 사회 문제의 본질을 깨뚫지 못하고, 모든 탓을 도적과 탄관오리들에게 돌리며, 임금은 공격하지 않는다. 일지매가 만들어진 시대(1975)가 시대인 만큼 이러한 민감한 부분에서 조심하는 것이 쉽게 발견된다. 그래서 일지매의 비판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재미가 있다.

한국형무협액션만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요즘 난무하는 일본풍, 서양풍 만화는 본받아야 할 것이다. 요즘 한국적 정서를 가진 만화가 거의 사라진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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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 무에타이의 후예 [dts]
프라차 핀케우 감독, 토니 쟈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장르 영화는 장르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액션영화에는 '액션'이 공포영화에는 '공포'가 코미디영화에는 '코미디'가 중요하다. 장르는 취향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취향의 차이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에 달한다. 장르가 분명한 영화일수록 더욱 그러한데, 옹박은 '액션영화'라는 뚜렸한 장르를 가진 영화이다. 만약 액션 이상의 다른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옹박의 스토리는 한줄로 요약할 수 있을만큼 단순명료하다(어설프게 꼬아놓는 것보다 낫다). 주인공(토니쟈)이 마을의 수호신 옹박(불상)을 훔쳐간 악당들을 해치우고 되찾는다는 내용이다(한줄 요약). 보는 기준에 따라 취약점일 수 있지만 '보여주기'를 위한 관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불상을 훔친자 불상에 깔려 멸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통해 단순한 희열을 맛 볼 수 있으며, 이야기가 단순해질수록 액션은 커지기 때문이다.

장르가 모호한 어떤 영화에서는 '싸움신'이 이야기 전개에 불가피하게 필요한 '필요요소' 라면, 옹박에서는 영화의 생명과도 같은 '필수요소'이다. 이렇듯 옹박은 스토리와 액션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다. 액션이 영화의 '본 내용'이고 스토리는 액션의 전개에 필요한 '기본적인 형식'인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영화의 내용(액션)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알차다.   

토니쟈의 탄력있는 몸에서 용수철처럼 뿜어져나오는 빠르고 박력있는 몸짓들, 무릎과 팔꿈치를 찍을 때 나는 골 깨지는 소리들은 '탄탄한 스토리의 영화' 못지 않은 일종의 해방감과 감동을 맛보게 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보기 전과는 다른 자기 '몸의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극장을 들어서기 전 짐을 진듯 무거웠던 내 몸이 나올 때는 새털처럼 가벼워서 날아다닐 수 있을 듯 했다(이런 기분을 들게 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용기로 충만해진 나는 실제로 뜀질과 무릎찍기를 시험해 보았다. 하지만 착각은 여운과 달리 길지 못해서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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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티네 - [초특가판]
기타노 다케시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1 악장 - 폭력

그들(영화 속 야쿠자)의 폭력과 피는 잔인하지만 순수하다. 죽음에 대한 어떠한 망설임도, 삶에 대한 애착도 없이 담담히 죽고 죽이는 비정하고 공허한 세계이다. 그들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인 것이다.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말한다. "죽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면, 오히려 죽고싶어 지거든."



2 악장 - 순수

그들은 조직의 내분으로 바다에 은신하게 되는데, 바다에서 아이처럼 노는 천진난만함은 폭력과 대조되면서도 함께 간다. 바다는 지독한 세상에 찌들린 그들에게 정화와 포용의 의미인지 모른다.



3 악장 - 죽음

무라카와는 한데 모인 야쿠자 보스들을 무심하게 죽인다. 바다와 교차되면서 그가 심어놓은 불꽃이 공허하게 울려퍼진다. 그리고 바다로 가는 도중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다. 단순하고 아름답다.

그들이 다녀간 바다에는 아무도 없다.

*악장을 나눈 것은 순수, 폭력, 죽음, 이렇게 3악장으로 나눈 소나티네 소개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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