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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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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 눈물을 흘리며 그대를 기리리. 맘브리노의 투구를 쓰고 창을 드높이 세운 슬픈 얼굴의 기사여!
그대는 나에게 참된 이상과 용기를 가르쳐주었으니
나, 그대에게 이렇게 경의를 표하오.
그대처럼 모험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려만
나, 그대와 같은 용기와 담력이, 로시난테와 같은 명마가, 충직한 산초 판사같은 종자가 없다오.

오! 삐쩍마른 애마, 주인과 종자가 자기마냥 그렇게 야위어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속 깊은 로시난테! 두번 말해 뭘하나. 이미 세상에 말은 차에게 자리를 내줬다네.
자유로운 말이여! 그대들의 종보다 많아진 차들은 그대들처럼 벌판을 달리지 못 한다네. 주어진 고속도로만을 달릴 수 있는 고철덩이에 지나지 않음을 위안삼게. 

오! 산초 판사는 어떤가! 그대의 진정어린 유머와 재치, 능글맞음.
그대와 같이 재밌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동시에 그대와 같은 순진한 사람은 없다네. 여우와 같은 처세술에 능한자들이라네. 하지만 그대는 곰처럼 우둔하면서도 재치있다니!

내게 만약 돈키호테와 같은 용기와 로시난테 같은 명마와 산초 판사 같은 종자가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모험을 떠났을 것이다!
모험이라.......비자 없이는, 주민등록증 없이는 못하는 모험이라기보다 여행이 돼버린 슬픈 현실. 하지만 신경쓸 거 없다네. 내게 돈키호테와 같은 저돌성이 있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풍차에 돌진하듯 그저 비행기 위에 뜨~악 올라타겠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여! 유일무이하게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준 위대한 기사여! 그대는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풍차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네.
그대의 창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도다! 그대의 팔은 무쇠팔이라오!
오! 카사블랑카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오! 택시 드라이버는 그대의 위험한 후예인가!
백 투 더 퓨쳐와 같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대는 퇴폐와 환락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와서 경건한 기사도를 보여주시오. 그대가 한탄하듯 많은 전쟁의 무훈은 진정한 기사가 아닌, 미사일과 탱크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오!

이 슬픈 현실 속에 위안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당신이여!
당신이 사모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중에 꽃, 둘시네아 델 토보소(그대는 토보소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항상 '토보소'를 붙였지)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열정과 패기를 가진이여!
당신의 충직한 애마 로시난테여! 종자 산초 상카스여!
아름다운 이름들이여!
오!

만약 어느 누가 돈키호테를 미치광이로만 부른다면
나, 맹세코 그 어느 누구일지라도 결투를 신청할 것이오. 예언컨데 팔다리가 무사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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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떼떼)의 눈으로 본 달과 꼭지에 대한 유쾌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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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물고기 [dts] - 재발매
타무라 시게루 감독 / 뉴타입DVD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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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벅 철벅 노를 젓는 소리 뿐인 고요한 강에서 소박해 보이는 소년과 할아버지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은하 관측소로 뱃길을 돌린다. 명쾌한 색감과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서정성을 자아내며 작품은 시작된다.

소년이 잡은 물고기를 할아버지가 요리하고 소년은 요리 재료를 가지러 온실로 간다. 열대 같은 온실의 배경과 신비한 생명체들은 어느 여름 밤의 나무 무성한 숲 속의 반딧불떼들처럼 아름답다. 한 없이 맑고 파란 이미지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작품 속 은하 관측소는 누구나 상상 속에서 그려 봤을, 가장 낭만적이고 달콤한 관측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관측소 자체가 마치 신비로운 행성처럼 아름답다. 이 환상적인 곳에서 소년이 관측하는 작은곰자리는 어린 시절 옥상에서 친척들과 별을 찾아보던 아름답던 밤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작품 속의 관측소는 추억의 달콤한 느낌과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심으로 돌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된듯 은하를 여행할 수 있다. 

소년과 할아버지는 은하를 저어간다. 은하는 파란 강물처럼 맑디 맑다. 거기에는 보름달 속의 절구 찧는 토끼들처럼 신비한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나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잣대 때문에 생소한 은하의 모습에 의아해 했다. 내 머리 속에 박혀있는 은하는 과학 잡지나 우주 다큐맨터리를 통해 본 현실의 은하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런 매체들로부터 실제 은하를 본적 없는 어린아이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말이다.

사진으로 찍은 실제 은하의 모습은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버렸기에, 작품 속 은하는 현실과 과학에 찌든 우리에게 가장 환상적이고 달콤한 은하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은하 속을 달콤하게 헤엄쳐갔다.

어느 더운 여름 밤 외가집 옥상에서 아재, 외사촌 형님, 아빠, 이모부 등이랑 앉아 북두칠성을 찾던 나를
또 다른 여름 밤 시골에서 오줌을 싸다가 본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견후 직녀 이야기를

철벅 철벅 헤엄쳐갔다.

*쓰고 보니 '달콤한'을 너무 많이 넣었다. 하지만 '달콤한' 이상의 달콤한 표현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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