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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 아웃케이스 없음
브래드 버드 감독, 홀리 헌터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그동안 픽사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기술력을 바탕에 두고 스토리의 재미와 캐릭터의 아기자기함을 얹어 높은 수준의 작품(토이스토리 1,2,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을 만들어왔다.
픽사의 작품들은 여러 캐릭터들을 총망라해(토이 스토리는 장남감들을, 벅스 라이프는 벌레들을, 몬스터 주식회사는 몬스터들을, 니모를 찾아서는 해양생물들을) 스토리 속에 적절하게 녹여 만든 움직이는 캐릭터 전시회라 할만하다. 인크레더블 역시 그러한 픽사의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고 '슈퍼히어로즈'라는 소재를 집대성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생물과 물체들 중심에서 인간으로 넘어 왔다는 것인데, 슈퍼히어로즈 역시 인간이라기보다 장남감, 벌레, 몬스터, 해양생물들처럼 한 데 모아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컬렉션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처럼 픽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컬렉션의 욕구를 잘 알고 잘 만든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슈퍼맨 같은 특유의 마초 히어로를 닮았고, 몸이 자유자제로 늘어나는 그의 부인 엘라스티 걸은 원피스의 고무인간 루피나 스트리트파이터의 달심 등의 캐릭터를 적절히 이용한 듯하다. 이밖에도 투명과 방어망의 능력을 가진 바이올렛, 초인적인 스피드를 가진 대쉬, 얼음을 이용하는 프로존 등등 역시 여타 슈퍼히어로즈물에서 한번쯤 봐 온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인크레더블은 이러한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짝 더 나아가 그것을 기발하게 재구성한다.
기존 슈퍼히어로즈물들에선 남과 다른 특수한 능력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면 인크레더블은 그와 반대로 그러한 능력을 숨기는데 오는 고통에서 비롯된다. 초반에는 사회의 억압적인 제도로 인해 자기들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인크레더블 가족들의 축처진 모습 위주로 전개되는데, 이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으며 영화도 스펙터클 해진다. 진부하기만 하던 디즈니 가족주의와 슈퍼히어로즈 영웅주의가 만나 신선하고 기발한 영화를 생성한 것이다. 이것이 픽사의 능력이다.
혼자의 능력으로 실력을 행사하던 슈퍼히어로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서로 협력하여 악당을 해치운다.
악당의 모습은 뻔하지만 사연은 독특하고 재미있다. 무조건적인 '세계정복'의 야심을 품은 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최고의 영웅이 되고자하는 뒤틀린 허영심과 복수 때문에 악당이 된 것이다(어찌보면 가여운 인물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선과 악을 뚜렷히 나누고, 가차없이 전형적인 악당(생김새만 봐도 슈퍼히어로물 최고 악당 분위기를 톡톡히 풍기는)으로 그려낼 뿐이다. 슈퍼히어로물을 그대로 답습한 이런 부분들은 뜯어보면 디즈니의 위선과 교묘함이 들어난다.
'국가'의 물리적인 '통제'에 의해 능력을 '억압'받던 주인공들이 그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기회'를 얻으면서 '영웅'이 되는데, 그에 반해 능력이 없는 이는 '미치광이', '악당'으로 내몰아 버린다. 이런 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성과 닮아 있고, 영화는 그것을 보호하는 인상을 준다. 아쉬운 부분이다.
정리하면, 인크레더블은 슈퍼히어로물을 집대성하여 아기자기하게 재창조한 슈퍼히어로즈 결정판 격으로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슈퍼히어로즈 SF액션 가족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인크레더블의 기술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인데, 어떤 SF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도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을 보여준다.
또 관심깊게 보아야할 것은 '슈퍼히어로가 망또를 입으면 안되는 이유'와 막내 짹짹이의 능력이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막내 짹짹이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기대되는 픽사의 다음 행보, 과연 또 어떤 컬렉션으로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