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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문화 예찬
타일러 코웬 지음, 임재서.이은주 옮김 / 나누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시장 문화는 과연 예술 창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경제학자이자 예술 애호가인 타일러 코웬의 대답은 단호하게 긍정적이다. 언제나 시장이 예술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왔으며, 자본주의는 다양한 예술이 융성할 수 있는 최적의 체제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그의 일차적인 도전 대상은 예술과 같은 창조적인 분야가 시장과 같은 세속적인 영역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보다 근본적인 표적은 문화 비관주의자들이다. 자본주의가 문화의 질을 퇴보시키는 주범이며 언제나 옛날이 지금보다 나았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말이다.
돈과 창조성이 상호 배타적이라는 속설과 달리 상업적으로 융성한 시대와 예술이 활력에 넘쳤던 시기가 어떻게 일치하는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예술의 획일화를 조장했다는 비판과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다양한 예술이 화려한 꽃을 피웠는지를 그는 서양의 문학, 미술, 음악의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펼쳐 보인다. 물론 상황은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렇게만 보이는 법이라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친지들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며 자신의 비타협적 세계를 고집한 것은 사실 자본주의의 장점이 아니라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의 후원을 받거나 교수직을 겸하면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들 또한 순전히 자신의 예술만으로는 시장에서 홀로 설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게다가 빈한한 경제력과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탁월한 예술적 창조력을 보여주었던 19세기 말의 제정 러시아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노력과 성취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이제까지 예술 논의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시장과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그런 가운데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상대적으로 규정되고 서로 교환 가능한 개념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여러 견해들과 반응들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다. 고전 음악가들의 거짓 신화를 폭로하는 장면이나, 작곡가 중심의 음악과 연주자 중심의 음악의 관점으로 20세기 음악의 역사를 서술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특히 20세기에 들어 소수를 만족시키는 회화의 사례와 완연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든 음악의 사례가 어떻게 갈라서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현대 문화에 대한 저자의 끝없는 자부심과 낙관적인 비전이다. 비판적으로 읽는다면 예술에 대한 획일화된 시각을 교정시켜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