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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도 '퓨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동물학자(마크 카워다인)와 베스트셀러 SF 작가(더글러스 애덤스)가 함께 한 <마지막 기회>는 멸종 위기 생물에 관한 보고를 여행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독특한 매력의 조합이다. 멸종을 주제로 한 책이 대개 인간에 경종을 울리는 엄숙하고 교훈적인 필치라면, 더글러스 애덤스의 문체는 이보다 더 다를 수 없이 가볍고 냉소적이고 풍자적이다.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득력에는 모자람이 없다. 아니 그 이상인데, 그것은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동물이 아닌 인간인 까닭이다.
외견상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 세계 각지로 떠나는 구성이지만, 실은 그 동물들에 대한 정보보다 동물들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이 더 상세히 나온다. 어떻게 보면 시시콜콜하고 산만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대표적으로 양쯔강돌고래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는 장을 보자. 처음 도착했을 때 도무지 낯설고 혼란스럽게만 보였던 중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차츰 이해해가고 그들과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는 장이다. 여기서 돌고래는 오히려 조연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아마 저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상이한 관습과 문화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같은 인간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동물을 보호하려 한단 말인가.
그런 점에서 저자가 남긴 마지막 한 줄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생태계 보존이라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도 아니고 지구상의 최고의 종으로서 베풀어야 하는 의무감 때문도 아니다. "그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좀더 비참해지고 암울해지고 쓸쓸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