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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킹 음악하기 - 지금 음악회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크리스토퍼 스몰 지음, 조선우.최유준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실제로 소리를 만들어내지도 않는 지휘자가 어떻게 해서 현대 클래식 음악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었을까? 왜 연주회장에 오르는 레퍼토리는 모두 과거 작곡가들의 작품일까? 크리스토퍼 스몰의 <뮤지킹 음악하기>는 이렇듯 자명하게 보이지만 실은 기묘하기 그지없는 사항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던져준다. 그에 따르면 교향악 연주회 전통은 현대인을 위한 일종의 제의, 이벤트, 나아가 신화로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교향악 제의에 대한 문화 인류학적 고찰이다.
먼저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교향악 연주회의 전통에 적절한 역사적 자리를 매겨준다. 그러는 과정에서 좁게는 작곡가의 존재의 부상과 음악 작품(텍스트)의 절대화, 전문 연주회장의 건립이, 넓게는 과학적 세계관과 산업화가 가져온 시민 사회의 등장과 중산 계층의 부상이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결국 돈을 지불한 청중이 특정한 장소에 모여 침묵과 수동성으로 음악을 듣는 문화는 기껏 19세기 중반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으며, 오늘날과 같은 형식으로 확립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모든 영역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오케스트라로 대표되는 현대 음악 문화에서 군사 조직의 권위주의와 수직적 계급 관계, 기업 조직의 기능주의 관계를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향악 연주회 전통은 보편적인 현상이기는커녕 세계의 음악 역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역학 관계를 반영한 사회적 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스몰의 기획은 서구의 교향악 문화의 보편성과 절대성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본연의 기능을 돌려주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음악은 곧 연주'라는 신념으로 요약된다. 영구불변의 작품이 존재하고 여기에 연주가 부수적 활동으로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위해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의미는 작곡가에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음악이 일종의 제스처 언어로서 인간의 사회화 과정의 도구라는 그의 믿음, 음악의 참된 의미는 삶의 관계들 속에서 찾아진다는 그의 믿음과 일치한다. 이 지점이 바로 종족음악학자로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따라서 스몰은 현대의 교향악 문화가 일상과 단절된 세계, 일방향적이고 익명인 세계에 갇혀있지 말고 청중과 보다 능동적인 교류를 나누기를 희망한다.
<뮤지킹 음악하기>는 음악에 대한 기존의 이해와 당연하게 여겨진 그 가치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의 의미를 악보에서 해방시켜 삶 속으로 가져오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대체 왜 우리가 음들의 집합을 듣고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하는 근본적인 미학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배우게 된다. 그런 점에서 피터 키비의 <순수음악의 미학>을 이 책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키비는 스몰과 달리 음악 작품에 일차적 강조를 두며 구조와 형식의 음미를 통해 음악의 의미에 접근해 가는 전통적인 관점을 대표하는 학자로, 이 두 학자는 아마 오늘날 음악의 의미와 관련한 여러 입장들 가운데 양극단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일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다양한 관점을 접함으로써 대상을 보다 폭넓고 정당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