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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가 결혼했다>가 내게 가르쳐준 베스트셀러의 비결. 흥미로운 소재를 적극 활용하라.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되 절대 통념을 넘지 말라. 논점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말고 보편적인 지점에서 멈춰라.
스포츠 속에 인생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축구와 삶을 비교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다른 남자와 같이 아내의 사랑을 공유하게 된 기막힌 사내의 이야기를 축구 이야기와 병행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일단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아무리 발상이 신선하고 문장의 가독성이 뛰어나더라도 장편의 호흡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법. 시종일관 같은 템포, 같은 수법을 고수하는 이 소설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슬슬 지겨워진다.
일단 축구와 주인공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 점점 기계적인 일대일 대응이 되면서 억지스럽기도 하고 타성적인 느낌도 든다. 주인공의 인식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처다부라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끝까지 고집한다. 특히 주인공은 속물적인 아저씨처럼 투덜거림만 쏟아낼 뿐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를 보이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마무리가 당혹스럽다. 새로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가의 태도와 입장이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결정적인 흠이다. 이에 비하면, 작가가 조사한 여러 자료들이 소설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한 점은 사소한 흠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