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그래도 우선은 믿을만한 (학교)선생님들에게 의지합시다. 상담도 받고, 공부 시간에 날카로운 질문으로 성문영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선생님들 자극을 주어, 다 같이 발전하자구요. 그렇지 않은 분이 물론 많겠지만, 영어 선생님들 또한 스스로 잘못된 영어교육의 피해자이면서, 자칫 쉽게 생각하면 이번에는 가해자가 되고 만다는 점을 깨달아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아니 이미 흘렀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저는 각종 인터넷 영어 게시판이나 지식 검색 사이트에서 질의 응답에 참여하였다가 "아! 요즘 학생들은 거의 사전(특히 책으로 된)을 보지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도 대강 짐작이 가구요. 학원에서 교재로 쓰이는 것들이 다 옆에 한 단어 당 뜻 한 개씩 설명이 다 붙어 있더라구요(이건 제 아들놈 책을 보고 안 것이지만요). 옛날 장군들이 기본 무장 없이 전장으로 나가는 어린 병사들을 보는 기분이 이랬을까요?
사전, 특히 책으로 된 걸로, 영어 기초와 우리말 기초가 잡힌 사람 (너무 어려서 영영사전만 보면 우리말에 문제가 생기니까요)은 영영사전*으로 구해서, 옆에 모셔놓고 틈틈이, 반드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 전설처럼 다 외운 사전의 페이지 씹어먹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단어장 반드시 만드시구요. "귀찮게 그런 걸 왜 봐?"하는 말은 "귀찮게 영어공부는 왜 해? 귀찮게 영어실력은 왜 올려?"하고 같은 말이란 걸 명심하십시오. 요즘 편리하다고 전자사전이나 인터넷 사전 이용하시는 분들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편의입니다. 즉, 여행 중이라든지, 현재 PC로 다른 작업을 하던 중이라든지, 갑자기 PC방에서 사전 필요할 때라든지. 계속 옆에 두고 보면서 공부해야 될 것은 어디까지나 책으로 된 사전입니다. 전자서전 하나 가격이면 아래 영영사전 두 권에다, 좋은 영한사전, 한영사전, 국어사전, 옥편까지 몽땅 살 수 있습니다. 또 전자사전에 나오는 시원찮은 발음보다도 요즘 영영사전 CD-ROM에 들어있는 발음이 미국식, 영국식 해서 훨씬 낫습니다. 사전은 권당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서 덜컥 사지 마시고, 인터넷 서점이 훨씬 싸다니까, 오프라인 서점에 직접 가서 내용 확인해 본 후,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가격 비교해 보고 사면 유리합니다.
* 추천하는 영영사전(학생용 사전입니다. 본격적인 reference나 영어학자용 큰 사전이 아닙니다)
①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혼비 영어사전)
- 본문 설명용 어휘 3,000 단어. 수록 어휘(표제어+파생어+복합어) 80,000 단어.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A. S. Hornby선생이 (특히) 외국인 영어교습자들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지금도 마땅히 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 사전을 약어로 OALD라 하며, 진짜 (큰) 옥스포드 사전은 OED(Oxford English Dictionary)로서 Webster 대사전 이상 가는 "값비싼 넘"이라 "그림의 떡(pie in the sky)"입니다(1989년 나온 제2판은 무려 46만 단어가 수록되어 있는 전체 22,000페이지, 20권짜리 대작 사전이며, 어원(語源) 설명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1년 이용료만 해도 300불 가까이 됩니다.). 이 혼비사전은 동사의 문형 공부에 특히 좋습니다, 아니 필수적입니다(verb patterns; 동사의 주어, 목적어, 보어, 부사구로 무엇이 올 수 있느냐? 우리가 보통 ‘문장의 5형식’으로 알고 있는 것을, 여기서는 22개 형식으로 나누어 풍부한 예문과 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②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of American English
- 본문 설명용 어휘 2,500 단어. 수록 어휘 100,000 단어. 영국의 여러 유명사전 편찬자(lexicographer)들이 모여서 만든 최신 사전(2002년 초판)으로, 체제 면에서 위의 Oxford를 본으로 삼은 듯 합니다. 영국영어판과 미국영어판이 있는데, 요즘 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은 미국영어판(제목 마지막에 of American English가 붙어 있음)이나, 여기 CD에도 미국식 영어 및 영국식 영어 양쪽의 발음이 들어 있어 유용합니다만, 프로그램 설치 후에도 불법복제 막는답시고 30일마다 한번씩 원본 CD를 넣으라는 통에 약간 귀찮을 겁니다. (빨간 색과의) 2색 인쇄는 좋아할 사람도 있겠고, 싫어할 사람도 있겠으며(보기는 낫습니다), 중국에서 인쇄된 판본(위의 Oxford Hornby 포함해서)이라 지질, 인쇄상태는 좋지 못합니다. 특히 지질은 다른 사전들보다 못하네요. 핵심 어휘 7,500에 대해 난이도 표시가 있는 것이, 아무런 구분 없는 Hornby와 다른 점입니다. Oxford에서는 Study pages(총 16페이지)(+ Appendix 3 총 6페이지 = 총 22페이지)라고 하는, 사전 중간 별지로 된 영어 및 문법에 대한 실용 지식란을, 여기서는 Language Awareness(총 24페이지)라고 하는데, Oxford와 마찬가지로 아주 내용이 좋습니다. (다만, 초판이다 보니 실수가 있을 우려가 있습니다. 위의 Language Awareness 24개 페이지에서만 3개의 실수를 발견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① 6페이지 오른쪽 칼럼 밑에서 15째 줄, " ~ check though your essays ~ "는 " ~ check through your essays ~ "가 맞습니다. ② 15페이지 왼쪽 칼럼 밑에서 12째 줄 " ~ people try hard not show ~ "는 분명히 " ~ people try hard not to show ~ "의 잘못입니다. ③ 24페이지 오른쪽 칼럼 밑에서 2째 줄 AIDS를 Auto-Immune Deficiency Syndrome으로 풀이한 것은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대개 알고 계시겠지만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후천성 면역결핍증)이 맞는 말이지요. 이런 약자들을 모를 때는 www.acronymfinder.com이란 사이트에서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전'도, 그것도 영어에 대해서 '영영사전'도 틀릴 수 있는 겁니다. 하물며 '영한사전'은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사전은 여러 종류가 필요하고, 의심나면 서로 대조해 봐야 합니다.)
③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 본문 설명용 어휘 약 2,000. 수록 어휘106,000. Oxford와 쌍벽을 이루는 Longman( = Pearson Education)의 여러 종류의 사전 중에서 교육용으로 대표적인 것입니다. 빨강, 파랑, 검정의 3색도로 되어있어 보기에 좋으나, 역시 국내에 주로 보급되는 것은 중국에서 인쇄된 것이라서 지질 및 인쇄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막강한 기능을 가진 CD가 같이 포함된 판을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CD에는 영국식 및 미국식 발음이 따로 들어 있고, 책 값이 이 사전과 비슷한 유명한 Longman Language Activator(reference라기보다는 어휘 연구용 vocabulary builder 또는 연어 collocations 사전이라고 할까요?)가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영국식 시험대비용) 문제집까지 들어 있습니다. 단지 CD의 반응 속도(작동 속도)가 다른 것보다 느리고 역시 자주 원본 CD를 삽입해야만 하는 귀찮은 점이 있지요.
④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 제11판
- 이 사전은 미국의 대학생용 reference 사전으로 위의 것들보다는 한 등급 높은 수준으로 봐야 합니다. 수준이 높은 만큼 명사의 가산성(Countable, Uncountable) 같은 기본적인 항목, 동사의 문형에 따른 예문 소개 같은 영어 배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부분은 아예 없습니다. 또 225,000 단어를 1600여 페이지에 수록한 결과, 활자가 작고 빽빽합니만, 위의 교육용 사전과 달리 어휘가 풍부하고, 미국에서 출판된 것이니만큼, 단어의 해설, 정의가 GMAT, GRE 등 미국의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분에게는 유용한 장점이 있습니다. 1828년 미국의 노아 웹스터(Noah Webster)에 의해 “American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가 출판된 이래, 웹스터라는 이름은 참 굴곡이 많았는데, 현재 이 이름은 독점적인 지위조차 잃어버려, 여러 군데서 이 이름을 쓴 사전이 나옵니다만, 아직은 앞에 Merriam이 붙은 웹스터 사전, 즉 Merriam-Webster가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타 Collins-Cobuild, Cambridge 등도 좋은 사전이며 나름대로 장점은 있으나, 솔직히 "영어 전반에 대한 교육용"으로는 위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자기가 쓰는 사전만이 낫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다 써보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역시 아직 교육용 영어 사전은 영국이네요.물론 Merriam-Webster의 웹스터 대사전같은 reference용 큰 사전도 있고 , NTC에서는 미국 영어 회화에 관한 좋은 사전이 나오지만, 외국의 영어 교습자에게 유용한 영어 교육용으로 나온 사전으로는 아직 영국 쪽이 낫다는 말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데는 다 개인별로 목적이 다른 만큼 목표 단계도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간단한 생활영어입니까? 수능영어입니까? 토익 토플입니까? 외국유학입니까? 영어선생님입니까?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비지니스맨입니까? 진짜 고급영어를 배워 선진 정보에 자유롭게 접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세계적인 언어학자, 영어학자, 영문학자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만 어떤 목적, 어떤 단계라도 위의 공부방법은 공통됩니다. 언어, 그 중에서도 영어는 특히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세월에 걸쳐 발달시켜온 것입니다. "자만"하는 순간,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가 거기서 멈춰버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There is no royal road in 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