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나라 대학의 영어관련 교수들의 책임이 큽니다. 이 어지러운 영어교육 세태에 대해 진지하게 근심하고 대책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과연 몇 명이며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교과 과정 개편될 때마다 경제적 이득은 챙겼지만, 수십 년간 계속된 성문영어 해악론에 대해 정확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사람 있습니까? 영어영문학과, 영어교육과 출신들(바로 우리나라의 중고교 영어선생님들)에게 제대로 된 영어 교육 했습니까? 기본적으로 영어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조차, "18세기 영미문학"이며 "세익스피어 문학을 고어(archaic) 그대로 읽기", "촘스키", "소쉬르" 교육이 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에 대충대충 두루두루 영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구요. (정부나 기업들도 똑 같은 만큼의 책임이 있습니다만 길어지니 여기선 생략하지요. 위의 책들 참고하십시오)

하지만 가장 큰 비난은 역시 영어의 소비자인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아무리 한국사회라고 해도, 무지막지한 평등주의(즉, 너만 잘났냐? 모두 똑 같아야지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기회의 평등' 아닌 '결과의 평등'주의)가 통하지 않는 마지막 한 군데가 있다면, 그 곳이 바로 '학문' 바로 '진리'의 곳이기 때문입니다. 개그맨 한상규가 '폭소클럽'에서 "따지고 분석하는 친구가 가장 나쁜 친구"라 했을 때 객석에서 터지는 웃음 소리가 바로 이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따지고 분석해서 배워도 모자랄 영어를, '돈 만으로', '강사의 허상으로', '내 아들, 딸 잘났다는 오기로', ‘남들이 토익 토플하니까 따라 해서는’, 아무리 봐도 향락(享樂)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웃기는 해외 연수', '철저한 사전준비 없는 조기유학'으로는 죽어도 배울 수 없는 것이지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우리 옛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공부 안하고 못하는 아이를 외국에 보낸다고 해결이 됩니까?'여기 국내에도 '조기 영어교육' 열풍, '국적도 학력도 경력도 불분명한 원어민 교사들(과연 몇 명이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칠 만한 실력과 자격이 있을까요?)', '영어 유치원', '주니어 토익', 수능시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최고 수준의 영어시험이라 할 TOEFL,GMAT까지 포함해서, '과탐', '사탐'을 지나 드디어 영어교육에까지 진출한 '쪽집게 강사 및 학원', 엉터리 '엽기강사들', 이 허깨비들을 좇아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학생들과 그 뒤에 있는 학부모... 소비자가 대저 이럴진대 그 생산자인 영어교수, 영어선생, 학원강사인들 별수가 있겠습니까?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야 생산자가 도태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철칙이며, 이쯤 되면 스스로 소비자의 기호에 영합하는 쭉정이들이 날뛰기 마련입니다. '짝퉁' 피해는 사치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치품 '짝퉁'이야 버리든지 한번 창피당하면 그만이지만, '짝퉁' 영어, '짝퉁' 공부는 평생을 간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다른 사람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기업이, 대학이, 학교가, 학원이 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소비자가 깨어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추천하는 책들, 영어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라 영어책이 어렵다면, 최소한 위의 영어교육 현실에 대한 책이라도 한번 읽어 보셔야 합니다. 그렇게 소비자가 깨어났을 때 이번에는 생산자가 변하는 법입니다. 그 많은 사회 운동, 소비자 운동이 영어교습의 세계에는 왜 눈을 돌리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이 '거대한 사기극'에 말입니다.

"웃기지 마라. 지금 영어가 그래도 십년 이십년 전보다 얼마나 발전했는데? 예전에는 '10년 영어공부에 꿀먹은 벙어리' 였잖아? 지금은 그래도 외국인과 대화도 잘 하고, 외국 학교로 진학만 잘 한다!"하시는 분이 있다면, 진정 입때껏 우리나라에서 살아오신 분 맞는가? 반문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우리가 영어공부에 쏟아 붓는 돈과 시간과 열정을 십년 이십년 전과 비교해 보십시오. 비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우리가 이 막대한 자원과 노력을 '제대로 된 영어공부'에 투자했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하는 것과 해야지요. 또 그 중 일부를 소중한 기초과학에 투자했더라면? 이런 것과 비교해야지요. 경제학에서는 이를 간단하게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합니다. 자연 현상과 달리 실험해볼 수 없는 사회적 현상, 즉 우리 삶의 일부로서의 언어, 또 수학과는 달리 푸는 과정이 잘 안 보이는 '언어'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 영어학원, 영어교재 출판사, 심지어 영어 교사들까지 별 걱정 없이 먹고 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요새 영어깨나 한다는 젊은이들 붙잡고 (어떤 영어의 사용법이나 영어문제의 정답이)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주문해 보십시오. 제대로 대답할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모국어도 아니고, 제2국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니고 체계 없이 어중간하게들 교육받은 결과이지요. 사람잡기 쉬운 '선무당'들이 되어간다고 해야 할까요?

또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이 그런데 어떡하나? 남들 하는 대로 하는 수 밖에...". 과연 그럴까요?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차분히 기초부터 해서 하나씩 실력을 올려간 사람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계획도 없이 유학이다, 과외다, 학원이다, 원어민이다 정신없이 쫓다가 제가 말씀드린 '선무당' 되어버린 사람 중에서 누가 과연 영어실력이 나을까요? 기초 실력 쌓을 새도 없이 토익 토플 학원에서 문제만 풀다가 "출제경향 바뀌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새 책'에 '새 선생'에 찾아 나선다고 해결이 될까요?

과외가, 학원이, 유학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런 전체 영어공부의 길에서 힘들 때 의지하는 원군(援軍), 다음 단계를 위한 도약대로 생각해야지요. 전체로서의 영어공부 계획이 있고, 그 속에서 언제까지 기간을 정해서 어디까지 도움을 받겠다는 목적과 준비가 없이 거기다 목숨 걸어버리면, 자기 실력을 쌓을 겨를도 없고 의타심만 생기는 중독성이 문제지요. 마약도 중증환자의 고통 제거 등 나름대로 쓸모가 있기도 하지만 중독되고 나면 심각해지지요. 미리미리 조심하시는 것이 상책(上策)입니다. 또 아무리 선생이 좋아도 학생이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그만이지요. 20-80의 법칙이 여기서도 적용됩니다(선생 몫이 20%, 학생 몫이 80%라는 말입니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요즘 학원 교재 보면 한숨이 나옵디다. 사전 찾기 귀찮아 하는 학생들에게 영합하기 위해 단어니 숙어니 미리 다 찾아놓은 *친절함(?), 그럼 아예 공부도 시험도, 학원이  교재가 대신 해주지 그래요?
(* 그런데 이런 현상이 대학교 영어과 학부 상급생 내지 대학원생용 교재로 보이는 책에까지 퍼진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인식, English Special Constructions(영어 특수구문), 시스템영어사, 개정판, 2002"이란 책이 글쎄 그렇더라구요. 이런 고급영어 배우는 학생들에게까지 단어, 숙어 찾아 바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넌센스 코미디라 할 수 밖에요! 그 정도 어휘능력도 없는 학생들에게 무슨 특수구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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