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에 올리신 igw226님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어째 점점 깊이 들어가네요. 단지 중고급의 문법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면, 역시 자주 영어를 듣고 읽음으로써 체득해 나가는 것이 영어를 사용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 설명은 글 맨 아래에 적어 둔 몇 권의 책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몇 년 전에 정리해 두었던 수동태 관련 파일 중에서 질문과 관련 있는 부분만 발췌 요약했기 때문에, 금방 답으로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1. 자동사는 수동태로 쓸 수 없는가? 

이는전치사적 수동태(prepositional passive)’ 또는 ‘특별 수동태(peculiar passive)’라고 하는 것으로, 문장의 (간접 또는 직접) 목적어가 아닌, 전치사의 목적어가 수동문의 주어가 되는 경우이다.

(1) 주어가 동사구의 행위로 어떤 영향을 받는 경우

Some people must have played on this field last week.

- This field must have been played on last week. (O)

Primitive men once lived in these caves.

- These caves were once lived in by primitive men. (O)

I lived in this cave for a week last summer.
≠ This cave was lived in by me for a week last summer. (X) (동굴이 내가 일주일 산 걸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

(2) 수동문의 주어가 그 동사 행위와 전형적으로 연결되는 동사이며, 동사 행위가 수동 주어의 존재 목적을 나타내는 경우

We have not eaten with this spoon for a long time.

- This spoon has not been eaten with for a long time. (O)

This cane has never been walked with. (O)

The stairs have been run up so much that the carpet is threadbare. (O) (계단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라고 있다.)

The stairs have been run up by John everyday. (X) (어디 계단이 John 혼자서 오르내리라고 존재하겠는가?) 

2. 타동사는 항상 수동태로 쓸 수 있는가?

어떤상태 타동사(stative/static transitive verbs)’들은 수동태로 쓰일 수 없다(이런 것들을 ‘middle verbs’라 한다.). 

They have a house. (O)  A house is had by them. (X)

(예) fit, have, hold, lack, possess, resemble, suit, etc. 

3. 수동문의 조건

수동문의 주어는 어떤 형태로든 어느 정도로든 동사구의 행위를 받거나 그 행위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야 한다. 이를 수동문이 되기 위한 능동문의 조건이라고 하며 다음의 셋을 들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수동문이 되지 못하는 ‘상태 타동사(stative or middle verbs)’은 이를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자동사 + 전치사구’가 ‘특수 수동태(peculiar passives)’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이 조건을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1) Affection(영향) 조건 - 능동문의 주어는 목적어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쳐야 한다.

(2) Agent subject(행위자 주어) 조건 - 능동문의 주어는 행위자여야 하는데, ‘선동 또는 교사를 하는 것(instigator)’이라야 한다.

(3) Patient object(수동자 목적어) 조건 - 능동문의 목적어는 ‘수동자(受動者: patient)’라야 한다. 

George turned the pages. The pages were turned by George. (O) (페이지는 존이 넘기면 영향을 받는다.)

I turned the street corner.  The street corner was turned by me. (X) (내가 돌아간대서 길모퉁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A stranger approached me. I was approached by a stranger. (O) (수상한 사람이 나한테 오는 건 목적이 있어서다.)  

A train approached me. I was approached by a train. (X) (기차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다가올 리 없기 때문)

When was the mountain first climbed/ascended? (O)

When was the mountain first descended? (X) (산을 처음 오르는 것과 달리 처음 내려오는 것은 무의미하다)

The army/unit was deserted by Private Ryan. (X) (이등병이 탈영한들.)
The army/unit was deserted by the commander and senior officers. (O) (지휘관쯤 되면 사정이 다르다.)

He inherited a big fortune. A big fortune was inherited by him. (X) (’유산 상속’이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 질문의 문장

He never speaks unless (he is) spoken to. (O) (그는 남이 말을 걸면 영향을 받아, 자기도 말을 한다.) 

그러나, speak to의 의미상 자주 쓰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수동태가 되지 않을 예를 만들어 보면
I spoke to the deaf ears all day. (하루 종일 반응도 없는 사람들에게 말/연설을 했다. 능동문은 되지만)
The deaf ears were spoken to by me all day (X) (의미상 이상하다. 반응 없는 사람들이 과연 영향을 받았을까?) 
 

- Rodney Huddleston & Geoffrey K. Pullum, The Cambridg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 Michael Swan, Practical English Usage, Oxford University Press, 2nd ed., 2003 
- 조용남, 실용 영문법 100문 100답, 전 2권, 삼영서관, 2001. 2
- 양인석(In-Seok Yang), Grammatical Rules of English, Hankook Publishing Co.(한국문화사), 2001
- Sidney Greenbaum & Randolph Quirk, A Students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Pearson Education Limited., 19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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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 분의 현재 수준과 공부하는 목적을 모르니, 답변 수위를 조절하기가 힘이 듭니다. 앞으로 처음 질문하는 분께서는 이 힌트를 주시면 답변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방명록 igw226님의 아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The city of Kathmandu, which looks out on the sparkling Himalayas, enjoys a warm climate year-round that makes [living / to live] here pleasant. 
위의 글은 2005년도 수능시험 문제인데요. 5형식 문장의 목적어로 동명사는 되나 명사적 용법으로서의 to부정사는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던데, 
Learning English is hard.   
To learn English is hard. 
바로 위 두 문장이 다 가능(?)하듯 위의 문제에서도 두 가지 다 쓸 순 없나요?

 
(다른 형식이 아닌 바로) 5형식이라고 했지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5형식(SVOC)에서 목적어 자리에는 명사를 사용하는 일반 명사구나 동명사는 올 수 있어도, 부정사구나 명사절은 바로 쓸 수 없으며, 이때는 가목적어 'it'을 쓰고 그 자리에 있던 부정사구나 명사절은 목적보어 뒤 문장 맨 끝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는 강제적인 규정이며, '외치(extraposition)' 현상의 일종입니다.

I found to solve this problem difficult. (X) (5형식 부정사 목적어)
I found it difficult to solve this problem. (O) (5형식 부정사 목적어 외치)
I found solving this problem difficult. (O) (5형식 동명사 목적어. more natural)
I found it difficult solving this problem. (O) (5형식 동명사 목적어 외치, informal, less natural)
I take that you study English very hard for granted. (X) (5형식 명사절 목적어)
I take it for granted that you study English very hard. (O) (5형식 명사절 목적어 외치)
(수험생이라면 여기까지는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이든지 대학생 이상이면 아래 내용도 알아야지요.) 

목적어뿐만 아니라 주어도 외치됩니다. 목적어일 때와 다른 점은 강제적이지는 않다는 점이지요. 그렇지만 부정사구이든 절이든 주어로 쓰는 것은 formal이며, 현대영어에서 보통 쓰이는 informal한 용법에서는 주로 외치하는 형식으로 씁니다. 

To study English is fun. (formal)
It is fun to study English. (외치. informal. more natural)
That we have to study English hard is beyond question. (formal)
It is beyond question that we have to study English very hard. (외치, informal. more natural)

한편 동명사일 때는 외치하는 편보다는 그냥 그대로 주어로 쓰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Studying English is fun. (more natural)
It is fun studying English. (외치. informal이긴 하지만 덜 쓰인다.) 

예외적으로 no good, no use, worth 뒤에는 ing를 쓰게 되지요. 

It is no good talking to him.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만, 동명사구는 주로 명사처럼 사건(noun-like event)을 묘사하며, 부정사구는 동사처럼 행동(verb-like action)을 묘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또 외치를 하는 목적이, 영어에서의 문장 전달구조(information packaging)상, 새롭고 중요한(또는 긴) 정보를 문장 끝(오른쪽)에 놓이도록 하는 것이라는 데서 거꾸로 유추해 보면, 동명사구는 긴 정보를 뒤에 달면 부담스럽고(즉 간단해야 하고), 정보 내용상 어쩔 수 없이 길어질 경우는 부정사구나 절을 사용하여 외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Studying English is fun. (짧은 동명사구 주어)
To study English is fun. (formal이지만 이렇게 짧을 때는 부정사구라도 부담이 적습니다.)
Seeing others enjoy themselves at the party she threw was fun for her. (긴 동명사 주어. 부담스럽습니다. 꼭 동명사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주어가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To see others enjoy themselves at the party she threw was fun for her. (긴 부정사구 주어. only formal)
It was fun for her to see others enjoy themselves at the party she threw. (부정사구 주어의 외치. more natural)

또 동명사구는 전치사 뒤에 쓸 수 있어도 부정사구는 안 되지요? 결론은 동명사구와 부정사구는 마구 바꿔 쓸 수 있는 똑 같은 것이 아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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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에 쓰신 하얀양말님의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The new unification minister, Hyun In-taek, a professor of politics,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위의 'offered'의 시제가 좀 의문스럽습니다.  would offer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 문장은 Economist에서 발췌한 거라서 틀릴 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해석하면,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포기하는 조건하에) 북한에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겠다는 정책 이렇게 되니, offered는 어떻게 봐도 들어가면 안될 거 같은데요. 궁금합니다.  

 

필자는 언어학(linguistics)을 잘 모르며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개론 정도만 알고 있지만 이 설명에는 언어학적 개념이 조금 필요합니다.

I hereby 뒤에 넣어 보아서 성립하는 동사를 화행동사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어떤 사실의 진술(say something)이 아니라 말로 어떤 행위(do something by saying)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I hereby declare that we are an independent nation. (나는 이에 우리가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
라는 문장은 가능해도
(X) I hereby persuade you that we are independent nation. (나는 이에 우리가 독립국임을 너에게 설득하노라.)
같은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데, 화행에는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과 권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declare는 상대방의 동의 없어도 가능한 반면, persuade 같은 것은 상대방과 관련이 없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약속(promise), 명령(order), 제안(suggest), 요청(ask), 명명(name), 장담(assert), 선언(declare) 등이 화행의 일반적인 내용이며, 화행문의 또 다른 특징은 진리치를 말할 수 없다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을 따질 수 있을 뿐입니다. 한편 화행문의 통사적 특징은 동사 형태는 현재형(말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동)이며, 주어는 일인칭으로 쓴다는 것이지요.

I hereby dub you Sir Kim. (이 문장은 화행입니다. 따라서 I가 과연 작위를 줄 권한이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지만, 이 문장 자체의 진리값 즉,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순 없습니다.)
The King dubbed him Sir Kim. (이 문장은 화행이 아닙니다. 왕이 김 공에게 작위를 주었다는 과거 사실의 기술이므로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수 있습니다.)
(X) The King dubs him Sir Kim. (이 문장은 현재시제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습관도, 일반적인 진리도 아니니 단순현재시제를 쓸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게 dub이 화행동사라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제 질문하신 문장을 봅시다.

"The new unification minister, Hyun In-taek, a professor of politics,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offer는 제안을 나타내는 화행동사입니다만, 우선 위의 문장을 약간 변형해 봅시다.
Mr. Hyun (or Mr. Lee) said I offer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ives up its nuclear weapons. (인용 부분은 화행문입니다.)
이를 간접화법으로 바꾸어 봅시다.
Mr. Hyun (or Mr. Lee) offered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화행이 아니라 과거 사실의 진술입니다.)

위 양쪽 문장에서 보듯이 뒤의 on condition (that)은 if와 같지만 가정법이 아니고 직설법 조건절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쓰이는 개방 조건절(open conditional), 즉 직설법으로 써야 제대로 쓴 겁니다. 이런 제안을 할 때 아래와 같이 가정법(실현 불가능한 공상에 쓰임)을 쓴다는 것은 제안을 하지 않음만 못합니다. 

Mr. Hyun (or Mr. Lee) said I would offer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죽었다 깨다 핵무기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공상으로나마 혹시 포기한다면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겠노라. - 이런 식으로 제안을 하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입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이야깁니까, 말라는 이야깁니까?)

다시 원 문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Mr. Hyun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이 문장이 가능한 이유는 현 교수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만들었는데, 그 정책을 이미 상대방에게 제안을 한 적이 있다(이는 과거로 씁니다)는 함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즉 그 정책을 만드는 시점 기준으로 장래에 그런 제안을 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책을 만든 것도 과거이고, 이미 그 정책이 상대방인 북측에 제안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과거로 쓴 것입니다. 과거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있나 없나 하는 문제는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수 있기 때문에 화행이 아닌 진술이며, 따라서 3인칭 주어(policy)에 과거시제로도 쓸 수 있습니다.

만약 would offer를 쓰게 되면 which 이하가 가정법 과거인 걸로 착각하게 만들 우려도 있어, 굳이 쓰려면 아래와 같이 써야 직설법이 됩니다. offergive up은 가정법을 제외한 위의 모든 문례에서 보듯이 같은 시제라야 하니까요. 이런 wouldfuture in the past라고 하지만, 이걸 쓰게 되면 과거(was의 시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이 기사 내용이 과거 회상이 아닐 때에는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Mr. Hyun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would offer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would give up its nuclear weapons.

요약하면, 원래 문장에서 was와 실제 그 대북정책은 이미 북측에 제안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시제를 사용했고, 이야기는 현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뒤는 가정법이 아닌 직설법 조건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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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험을 직접 출제, 관리하는 기관에서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공부할 자료를 제시하거나 연습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어떻게 어떤 수준과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 가이드라인(guideline)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들로서는 당연히 이런 자료로 먼저 공부해야 하지만, 도저히 바로 공부하기에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각급 수준에서의 참고도서류가 필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TOEFL 출제하는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는 Official Guide to the New TOEFL® iBT With CD-ROM, 2nd Edition』라는 책을 내고 있으며, SAT 출제하는 미국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에서는 The Official SAT Study Guide For the New SAT』라는 책을 내고 있다. 더불어 College Board에서는 매일매일 문제씩을 있는 The Official SAT Question of the Day(오늘의 SAT 문제)” (http://apps.collegeboard.com/qotd/question.do) 라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이는 회원 등록을 하고 요청하면 매일 e-mail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영어시험인 텝스(TEPS) 출제, 관리하는 텝스관리위원회에서도 그간 나온 각종 공식 참고서류에 이어, 매주 학습자료를 게시하는 Weekly TEPS Warming Up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서비스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3개월치 12회분의 문제를 제공한다. 매주 월요일 Listening Comprehension, Grammar, Vocabulary, Reading Comprehension 합쳐 10개 내외의 문제를 풀어 있게 하고, 정답 해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사이트에 가면 지난 3개월분의 문제를 있으니(3개월이 지난 문제는 삭제된다), 텝스 수험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것이다
http://www.teps.or.kr/html/teps/teps_view_09.htm

TEPS 공부 방법 소개에 이어 가외로 오늘은 지난 1 28 게시된 어휘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관련된 영어공부와 번역의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http://www.teps.or.kr/html/teps/teps_view_09.htm?search=2009-01-28
 

C. Vocabulary - 1
다음 글의 빈칸에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고르시오.
Beautiful, awe-inspiring slick-rock scenery surrounds the park, ____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
(a) abolishing
(b) teasing
(c) spurning
(d) enticing 
 

해설: 빈칸 다음 부분은 부대상황 또는 결과를 나타내는 분사구문이다. 따라서 빈칸에는 분사가 들어가야 한다. 빈칸 앞에 나온 내용이 사람들을 불러모을만한 매력적인 것이고 빈칸 다음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나오므로유혹한다 뜻의 (d) 정답이다.
번역: 아름답고 장엄한 슬릭록의 풍경이 페이지 둘러싸고 있어서, 보트 타는 사람들, 하이킹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진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주석: awe-inspiring: 외경심을 일으키는, 장엄한
slick-rock: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트랜실베니아(Transylvania) 카운티의 피스가 국립산림지(Pisgah National Forest) 있는 슬릭록 폭포(Slick Rock Falls) 가리킴. 폭포의 정상과 바닥에 있는 바위가 미끄러워 ‘slick ro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tease: 집적거리다, 애타게 하다, 괴롭히다, 희롱하다
spurn: (사람, 제의, 충고 등을) 퇴짜 놓다, 경멸하다
entice: 꾀다, 유혹하다
정답: (d)

 

필자의문은 다음의 3가지이다.
 1. slick-rock이란 무엇인가?
2. 위 문제에서 slick-rock이란 단어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와 관련이 있는가?
3. 위에 제시한 해당 원문에서는 '그 공원(the park)'이었는데, 번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페이지 단순 오타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가 있는 말인가?
 

1. slick-rock이란 무엇인가?

slick이란 형용사 여기에서의 뜻은 매끄러운, 반질반질한이다. 중간에 하이픈이 들어간 주의하자. 그러면 slick rock’ slickrock 중간 단계라는 뜻이다. 즉 'slick rock'은 매끄러운 바위라는 형용사가 붙은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으며, 자주 사용되다 보니 하이픈이 붙었고, 복합명사인 slickrock’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 실제 워드 프로그램의 맞춤법 검사기능에서는 마지막 복합명사에 붉은 밑줄로 인상을 쓰며 틀렸다고 한다.

미국의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11th edition)에는 단어가 독립 항목(independent item)으로 나와 있고 뜻은 smooth wind-polished rock(바람에 의해 풍화되어 매끈매끈한 바위)’이며, 1925년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Random House Unabridged Dictionary(1997 or 2006)에 의하면 rock or a rock formation that is smooth and slippery(반질반질하고 미끄러운 암석 또는 암석층)’이라고 한다. 군데 외에는, 심지어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이르기까지, 다른 영어사전에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어가 나오는 사전 모두 미국 사전이므로 단어는 Americanism 산물이라고 하겠다. 주로 사암(砂岩: sandstone) 바람에 풍화가 되므로, 미국 내에서 사암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 중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는 미끄럽고 반질반질한 바위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것을 slick rock’이라 했다가 점점 복합화의 과정을 거쳐 slick-rock’, ‘slickrock’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slickrock 대표적으로 많이 있는 곳은 서남부(Southwest) 지방으로 유타, 콜로라도, 아리조나, 뉴멕시코 4 주가 만나는 Four Corners 근방의 국립공원 밀집 지역에서 많이 있다(미국 내의 50 가운데, 4 주가 군데서 만나는 곳은 Four Corners’ 유일한 것이 신기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비(Edward Abbey) 1971 사진첩 제목이 Slickrock; The Canyon Country of Southeastern Utah』일 정도로 이 지역을 묘사하는 책들에서 이 ‘slickrock’이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Exploring Canyonland Arches National Parks (by Bill Schneider, The Globe Pequot Press, 1996)』 또는 『Glen Canyon Lake Powell (by Ronald Everhart, The KC Publications, 1994, 4th Printing)』같은 관광소개서를 보면 아예 ‘slick rock’이라든지, ‘slick-rock’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 전부 ‘slickrock’이라고 되어 있을 정도이다.

2. 위 문제에서 slick-rock이란 단어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와 관련이 있는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가 slick-rock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맞지만, 거꾸로 이 폭포 때문에 그런 단어가 나왔을 리는 없다. 즉 위의 문장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라서 주석의 slick-rock 해설은 전혀 엉뚱한 것이다.

3. 위에 제시한 해당 원문에서는 공원(the park)’이었는데, 번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페이지 단순 오타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가 있는 말인가?

필자가 보기에 원래 원문은 Beautiful, awe-inspiring slick-rock scenery surrounds Page, enticing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 비슷한 것이었다. 여기서 페이지는 아리조나주의 마을 이름이다. 1957년 글렌 캐년 댐(Glen Canyon Dam) 건설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해 만들어진 조그마한 도시로, 파월 호수(Lake Powell)무지개 다리(Rainbow Bridge) 또는 그랜드 캐년 북쪽(the North Rim of Grand Canyon) 관광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이 근처가 slickrock의 본고장으로 바로 애비의 나라(Abbeys country)이기도 한 것.    

참고를 위해 맨 아래에 애비의 책을 일부 인용해 두었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필자의 마이리뷰 에드워드 애비: 신화와 탈신화화 (http://blog.aladin.co.kr/bryantkwon/1042260)를 참고하시라.     

 

 

(페이지 근처의 슬릭록)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물론 필자의 한 가지 추리에 지나지 않는다. 추리 과정을 통해 영어공부와 번역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망외(望外)의 소득이다.

slick-rock이라는 단어는 앞서 말했지만 보통 사전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아무래도 온라인 무료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찾은 것 같다. 여기에서 slick-rock을 찾으면 딱 맞는 것은 없지만 비슷한 것 중에 Slick Rock Falls가 있고 이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 이 백과사전에 대해서는 필자의 마이페이퍼 위키백과(Wikipedia)와 구텐베르그 프로젝트: Two Copylefted Movements (http://blog.aladin.co.kr/bryantkwon/1618960)을 참조하라.

Slick Rock Falls is a waterfall in Western North Carolina, located near Brevard. The falls is named for the slick rocks at the top and bottom of the falls.
Location: Pisgah National Forest, Transylvania County, North Carolina

위의 주석 내용이 여기 몽땅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백과사전이나 사이트를 찾아봤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기라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위 문제의 출제자/해설자/편집자가 보니 페이지와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페이지는 분명히 아리조나주에 있는데 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폭포가 나온단 말인가? 그냥 '페이지' 마을이 아니고, 페이지 카운티(Page County)’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지명이기도 한데, 하필이면 위의 노스캐롤라이나주 바로 위쪽에 붙어 있어서, 혹시 여기와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 관광을 조금 아는 사람이면 위 문장의 묘사가 아리조나의 페이지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동부이고 아리조나는 서부에 있으니 그 간격은 엄청나다.

그래서 누군가가 아마도 원문에서 (surrounds) Page’[또는 (surrounds) the park(s) near the Page] 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surrounds) the park라고 고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에서 슬릭록의 풍경이 페이지 둘러싸고 있어서부분은 미처 고친 같다. 이런 아귀가 맞지 않는 편집의 흔적은 번역의 "보트 타는 사람들, 하이킹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진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로 줄어든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 아리조나 항공사진: 사진 앞쪽의 계곡이 콜로라도 강으로 왼쪽으로 가면 댐이 나온다.)

 

그 결과 이런 엉뚱한 번역과 주석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그런데 어떻게 필자는 이런 이상한 것을 잡아 낼 수 있는가? 이것이 영어공부와 번역에 있어서 생각해 점이다.

세상사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공부에 있어서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필자가 slickrock을 몰랐거나, 페이지(Page)를 몰랐던들 이런 의문은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예외적이라면, 번역, 주석과 원문이 틀리는 데 대해 의아심을 품고 추적하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부류륻 들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필자는 예전에 이 slickrock이라는 단어를 공부한 적이 있고(물론 위에 나온 각종 책들을 볼 때 공부한 것이다), 또 페이지는 책에서 본 것 외에도 실제 가 본 적이 있다. 파월 호수를 통한 레인보우 브리지(아래 사진 참조: 높이 87미터, 길이 82미터 정도 되며, 물과 바람에 의해 깎인 자연 브리지로, 인근에 사는 인디안 나바호족의 성소이다) 투어를 위해 페이지에서 일박(一泊)한 적이 있는 것이다.      

(Rainbow Bridge National Monument)

 

- 배경 지식 또는 정보(back ground knowledge or information)가 많을수록, 지적 호기심이 왕성할수록 영어공부에 도움이 된다.   

-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의심 나면 계속 뒤지는 발품, 손품 팔기가 필수적이다. (이는 바쁜 중고등학생들보고 하라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누가 이걸 해야 되는지는 자명할 것이다. Yahoo나 Google에서 Image 검색으로 'Page'나 ''slickrock' 검색을 해 보든지, 영어사전을 모아 놓은 사이트인 OneLook Dictionary(www.onelook.com) 에서 'slickrock'을 찾아보든지 하면 금방 위의 내용을 알 수 있다.)   

 

*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는 1956년부터 2년간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에서 공원관리인(park ranger)로 일했다. 이때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 1968년 출판된 Desert Solitaire』로 애비의 책 중에서는 가장 널리 읽히는 것이다. 그는 이때 친구와 함께 노 젓는 고무보트로 콜로라도강을 2주일에 걸쳐 탐사한 적이 있으며, 이 기록을 책의 한 장으로 삽입했다. 아래 인용은 그 책의 국내 번역본인 『태양이 머무는 곳, 아치스: 한 반문명주의자의 자연예찬(황의방 옮김, 두레, 2003)』247~313페이지 사이에서 발췌한 것이다. 필자는 부끄럽지만, 애비가 예언한 대로 유람선에 타고 레인보우 브리지 턱밑까지 왕복하는 방법으로, 5시간 만에 이 자연다리(natural bridge)를 구경하고 온 적이 있다.


인간 비버들은 콜로라도강에 또 다른 댐을 만들어야 했다. 후버댐으로 생긴 미드호(湖)라는 거대한 진흙 바닥과 증발 탱크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들은 글렌캐년에 한층 더 크고 한층 더 파괴적인 다른 댐을 만들었다……. 댐으로 갇힌 물은 파월이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게 된다. 파월이라는 호수 이름은 콜로라도강과 주변을 체계적으로 탐험한 최초의 미국인인 웨슬리 파월 소령의 정신과 비전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 강은 사라지고 말았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나는 물에 잠기기 전의 글렌캐년을 운좋은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다……. 다음 글은 글렌캐년을 마지막으로 여행한 기록이다. 그때 우리는 이미 이곳이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6월 하순의 어느 날, 랠프 뉴컴과 나는 콜로라도 강가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건설중에 있던 댐으로부터 240km 상류에 자리잡고 있었다……. 무지개 다리로 가는 길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글렌캐년 댐 공사장까지 모터보트로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또 그 자연의 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오솔길을 걸어 협곡을 10km쯤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음 굽이를 돌자 예기치 않게 돌다리가 나타났다……. 무지개 다리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동쪽 암벽 밑까지 올라가서 방문자 명부에 랠프와 나의 이름을 썼다. 그는 1만 4,467번째였고 내가 그 다음이었다. 백인이 무지개 다리를 처음 찾은 것은 1909년이었으니까, 그로부터 반 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무지개 다리가 그리 널리 선전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물론 새로 건설되는 댐이 모든 것을 개선해줄 것이다. 댐에 물이 채워지면 다리가 보이는 곳까지 물이 찰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모험이었던 이곳 탐방이 평범한 모터보트 놀이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강의 굽이를 도니 앞쪽 멀리 왼편 강가에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딱딱한 직사각형의 무엇인가가 보였다. 보트가 서서히 다가서자 글렌캐년에 첫 번째로 세워진 입간판이 똑똑히 보였다. 물가 바위에 박힌 그 간판은 바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주의: 당신은 글렌캐년 댐 공사장에 접근하고 있다. 모든 보트는 전방 1마일 오른편에 있는 케인 크리크 선착장에 상륙해야 함. 공사장 부근에서 보트를 타는 것을 엄금함. 위반자는 처벌함. 

미국개간청" 

 

(에드워드 애비가 생전에 그토록 폭파하고 싶었던 글렌 캐년 댐.  

그의 대표작 소설 "Monkey Wrench Gang"에서는 준공식 날 부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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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며칠 전에 치뤄진 2009 대입 수능 외국어(영어) 영역 홀수형 46-48번 문제의 지문으로 순서를 바로잡은 후의 것이다.

(A) One Saturday during the summer, I asked my father if he would go down to the schoolyard and play basketball with me. I had just finished the fifth grade, and wanted desperately to make the middle school team the coming fall. (a) I couldn’t believe my ears when he called for my mother and sister to come along, for, in the traditional fashion, my mother was the house accountant, the launderer, and, of course, the cook.

(D) When we arrived, my sister immediately ran off to the swings, and (d) I recall being annoyed that my mother wasn’t following her. I dribbled awkwardly around the free-throw line, almost losing control of the ball, and made a flat shot that bounced wildly off the basket. The ball fell to my father, who took a few not so graceful dribbles and missed an easy layup. (e) He rebounded his shot and passed the ball to my mother, who had been watching us from the foul line.

(B) She turned from the basket and began heading the other way. (b) “Um-mah,” I cried at her, my irritation already bubbling over, “the basket’s over here!” After a few steps she turned around, and from where the professional three-point line must be now, she effortlessly flipped the ball up in the air, its flight truer and higher than I’d witnessed from any boy or man. The ball curved cleanly into the basket, stiffly popping the chain-link net. All afternoon, she rained in shot after shot, as my father and I ran after her.

(C) When we got home from the playground, my mother showed me the photograph album of her high school days. I was shocked to learn that she had been the top player for the national high school team that once won the all-Asia championships. (c) For years I kept it in my room, on the same shelf that housed the scrapbooks I made of basketball stars, with magazine clippings of great players such as Bubbles Hawkins, Pistol Pete, and George Gervin.


원저의 상황이나 자구의 뜻을 그대로 옮기는 번역(translation)과는 달리, 번안(adaptation)에서는 자구의 의미는 그대로 옮기더라도 원저의 상황 또는 무대를 역자가 원하는 시대와 장소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 양자는 구분된다. 즉 예를 들어 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21세기 한국으로 번안하는 경우, 지명, 인명, 시대 등 주위 상황이 다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번안을 일단 시작하면 철저해야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은 미국 이야기, 뒤는 한국 이야기가 섞이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예를 들어 ‘아일랜드(Ireland) 더블린(Dublin)’ 거리의 악사가 ‘하프(Harp)’가 아닌 ‘거문고’를 타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위의 지문 역시 철저하지 못하여 우스꽝스러운 번안의 한 예를 보여준다.

이 6학년짜리가 숭배하는 농구스타들의 이름을 보라. Bubbles Hawkins, Piston Pete, George Gervin? 혹시 아는 이름이라도 있는지? 필자로서도 ‘George “Ice(man)” Gervin’ 외에는 알지 못하겠다. 이 사람은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중반에 활약한 왕년의 NBA 스타이다. 나머지 둘을 알아보니 이렇다.
Robert (Bubbles) Hawkins: 역시 NBA에서 70년대 후반 4년 정도밖에 활약하지 않은 선수
(Piston) Pete Maravich: 역시 NBA에서 70년대에 유명했던 선수로 꽤 이름이 있었다. ‘피스톤 피트’는 몰라도 ‘피트 마라비치’ 하면 필자도 아는 이름이다.

Can this situation be in Korea? 이것이 필자의 의문이다. 중간 (B)의 (b)에 보면 ‘Mom’ 또는 ‘Mommy’가 아니라 ‘Um-mah(엄마)’가 갑자기 나오는데, ‘엄마’가 적당하자면 뒤에서 이 아이가 좋아하는 농구선수 이름이 ‘Bubbles Hawkins, Pistol Pete, and George Gervin’이 아니라, ‘신동파, 유희형, 박한, 김동광’ 또는 ‘신선우, 이충희’라든지 하다못해 ‘우지원, 이상민’, 요즘 같으면 ‘김승현, 김주성’ 같은 이름이라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조금 양보하여 한국 어린이라도 NBA 스타를 좋아할 수는 있으니까 '마이클 조단,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C)에 의하면 이 ‘엄마’는 ‘아시아 여고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왕년의 고교 국가대표 출신 농구스타였다는 점은 위 지문을 손본 사람이 ‘한국’이란 상황을 설정하고 있단 증거이지만, 또 (A)에 보면 얼마 전에 5학년이 끝났다는데 여름이라는 것, 또는 5학년이 끝났는데 다가오는 가을에 중학생(middle school: 미국에서는 보통 6~8학년이다)이 된다는 것, 이런 상황은 배경이 미국이라는 방증이 될 것이다.

유일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궁리는 “이 왕년 농구스타 출신의 한국인 부부는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또는 그녀를 미국에 있는 신랑감(이 사람은 어떤 나라 사람인지 모른다. 위에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이 초청해서 결혼했다. 그리고 위의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라는 것이지만, 이는 너무 궁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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