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명록에 쓰신 하얀양말님의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The new unification minister, Hyun In-taek, a professor of politics,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위의 'offered'의 시제가 좀 의문스럽습니다.  would offer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 문장은 Economist에서 발췌한 거라서 틀릴 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해석하면,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포기하는 조건하에) 북한에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겠다는 정책 이렇게 되니, offered는 어떻게 봐도 들어가면 안될 거 같은데요. 궁금합니다.  

 

필자는 언어학(linguistics)을 잘 모르며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개론 정도만 알고 있지만 이 설명에는 언어학적 개념이 조금 필요합니다.

I hereby 뒤에 넣어 보아서 성립하는 동사를 화행동사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어떤 사실의 진술(say something)이 아니라 말로 어떤 행위(do something by saying)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I hereby declare that we are an independent nation. (나는 이에 우리가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
라는 문장은 가능해도
(X) I hereby persuade you that we are independent nation. (나는 이에 우리가 독립국임을 너에게 설득하노라.)
같은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데, 화행에는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과 권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declare는 상대방의 동의 없어도 가능한 반면, persuade 같은 것은 상대방과 관련이 없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약속(promise), 명령(order), 제안(suggest), 요청(ask), 명명(name), 장담(assert), 선언(declare) 등이 화행의 일반적인 내용이며, 화행문의 또 다른 특징은 진리치를 말할 수 없다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을 따질 수 있을 뿐입니다. 한편 화행문의 통사적 특징은 동사 형태는 현재형(말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동)이며, 주어는 일인칭으로 쓴다는 것이지요.

I hereby dub you Sir Kim. (이 문장은 화행입니다. 따라서 I가 과연 작위를 줄 권한이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지만, 이 문장 자체의 진리값 즉,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순 없습니다.)
The King dubbed him Sir Kim. (이 문장은 화행이 아닙니다. 왕이 김 공에게 작위를 주었다는 과거 사실의 기술이므로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수 있습니다.)
(X) The King dubs him Sir Kim. (이 문장은 현재시제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습관도, 일반적인 진리도 아니니 단순현재시제를 쓸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게 dub이 화행동사라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제 질문하신 문장을 봅시다.

"The new unification minister, Hyun In-taek, a professor of politics,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offer는 제안을 나타내는 화행동사입니다만, 우선 위의 문장을 약간 변형해 봅시다.
Mr. Hyun (or Mr. Lee) said I offer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ives up its nuclear weapons. (인용 부분은 화행문입니다.)
이를 간접화법으로 바꾸어 봅시다.
Mr. Hyun (or Mr. Lee) offered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화행이 아니라 과거 사실의 진술입니다.)

위 양쪽 문장에서 보듯이 뒤의 on condition (that)은 if와 같지만 가정법이 아니고 직설법 조건절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쓰이는 개방 조건절(open conditional), 즉 직설법으로 써야 제대로 쓴 겁니다. 이런 제안을 할 때 아래와 같이 가정법(실현 불가능한 공상에 쓰임)을 쓴다는 것은 제안을 하지 않음만 못합니다. 

Mr. Hyun (or Mr. Lee) said I would offer the hungry nation aid and investment if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죽었다 깨다 핵무기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공상으로나마 혹시 포기한다면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겠노라. - 이런 식으로 제안을 하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입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이야깁니까, 말라는 이야깁니까?)

다시 원 문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Mr. Hyun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offered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gave up its nuclear weapons.

이 문장이 가능한 이유는 현 교수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만들었는데, 그 정책을 이미 상대방에게 제안을 한 적이 있다(이는 과거로 씁니다)는 함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즉 그 정책을 만드는 시점 기준으로 장래에 그런 제안을 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책을 만든 것도 과거이고, 이미 그 정책이 상대방인 북측에 제안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과거로 쓴 것입니다. 과거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있나 없나 하는 문제는 참이냐 거짓이냐를 따질 수 있기 때문에 화행이 아닌 진술이며, 따라서 3인칭 주어(policy)에 과거시제로도 쓸 수 있습니다.

만약 would offer를 쓰게 되면 which 이하가 가정법 과거인 걸로 착각하게 만들 우려도 있어, 굳이 쓰려면 아래와 같이 써야 직설법이 됩니다. offergive up은 가정법을 제외한 위의 모든 문례에서 보듯이 같은 시제라야 하니까요. 이런 wouldfuture in the past라고 하지만, 이걸 쓰게 되면 과거(was의 시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이 기사 내용이 과거 회상이 아닐 때에는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Mr. Hyun was the architect of Mr. Lees North Korea policy, which would offer the hungry, bankrupt nation aid and investment on condition it would give up its nuclear weapons.

요약하면, 원래 문장에서 was와 실제 그 대북정책은 이미 북측에 제안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시제를 사용했고, 이야기는 현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뒤는 가정법이 아닌 직설법 조건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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