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째날은 전날 밤 늦게까지 싸돌아다닌 피로가 쌓여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어쨋든 일어났다. 체크아웃 시간 전에 룽산쓰를 다녀오기 위해서. 어제처럼 1층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라진 아침부페 메뉴. 언제 다시 먹을지 모르는 이름모를 열대과일들을 열심히 먹워줬다. 그리고 대강 짐을 챙겨두고 룽산쓰로 출발. 이제는 익숙해진 길-호텔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쭉 중산북로의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 맥케이 기념병원에서 다시 우회전하고 자그만 상점가를 지나 MRT역으로.
룽산쓰(용산사)는 꽤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가보니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에 위치한 작은 절이었다. 땅 좁은 타이완에서는 이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지 모르지만, 내가 보아온 우리나라, 일본, 중국대륙의 사원들에 비교하면 초미니 사이즈의 절. 도착 첫날 본 시먼딩의 작은 절보다 크긴 했으니, 큰건가?? 어쨋든 상상 이하. 그런데 그 작은 절이 아침부터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또 절로 향하는 길에는 꽃과 염주 등을 파는 노점상 즐비. 우선 정문 옆 인공폭포에 손오공와 원숭이 모양을 한 장식등이 있길래 거길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혼자 왔냐고, 여기는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니 조심하라고 얘기해 준다. 음음, 그렇군. 조심, 조심. 절 안에는 제법 많은 건물들이 있었고, 또 일반 신도와 승려 외에 검은 가운을 걸쳐 입은 사람들(우리나라로 치면 보살인가??)도 꽤 많았다. 그런데 그 검은 가운 밑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있어서 좀 아연. 한바퀴 둘러보고 사진 몇장 찍으니 끝.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체크아웃을 했다. 비행기 시간까지 좀더 중산북로 주위를 돌아다닐 생각으로 호텔 벨보이에게 가방을 맡겼다. 아저씨가 비행기 출발 시간을 묻더니, 호텔 앞에서 타는 공항버스는 시내를 돌아서 공항에 가니까 길 건너 앰배서더 호텔로 가서 공항버스를 타라고 해주셨다. 고마운 아저씨. 큰일날 뻔 했다. Fortuna Hotel. 욕실 물빠짐이 시원찮은 것만 빼면 인상이 좋고 가격대비 만족도가 큰 호텔이다.
고급 호텔들과 사무실과 상점가가 줄비한 중산북로를 따라 쭉 걸었다. 그러다 Mos Burger발견. 일본에선 비싸서 몇번 가보지도 못한 Mos Burger. 그리운 생각에 들어갔다. 해물볶음이 든 버거와 치킨, 콜라 세트에 샐러드까지 시켰다. 역시 돈을 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자, 근처 사무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는지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들어와 줄을 선다. 모스 버거를 맛있게 먹고, 앰배서더 호텔의 위치를 확인한 후, 편의점에 들렀다. 남은 타이완 화폐를 쓰기 위해 뭘할까 하다가, 푸딩과 립튼 우롱차 티백을 샀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가방을 찾고 앰매서더 호텔로 가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나중에 알고보니, Fortuna호텔에서 왼쪽으로 나가면 있는 길 한복판의 버스 정류장에서도 공항버스가 서는 거였다. 거기가 더 가까울 걸 그랬네. 공항버스는 일본인 아저씨 관광객들이 몇명 타고 있을 뿐이었다. 반쯤 감겨오는 눈을 하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니ㅡ, 겨우 3일 있었던 이 나라의 풍경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게 비춰진다. 타이페이에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한자 간판이 가득한 거리를 보고 싶다였고, 그동안 중국어권 영화들과 음악에 익숙해져서 그럴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연락이 끊긴 나의 타이완 동창들. 지도교수님이 돌아가신 후, 대학원 동창들과의 연결고리가 많이 끊어졌지만, 타이완에서 온 동창들은 내게 참 잘해주었었다. 메이셩은 엄마가 되었을까. 첸니는 결혼했을까. 정 선배네 막둥이는 학교에 들어갔을까. 청 선배는 이혼 후에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겠자. 첸은 박사학위 받고 귀국했을까...갑자기 타이페이행을 결정하는 바람에 미리 연락도 못하고 간지라, 그 중 한명과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주소록을 찾아서 다시 연락을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