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서울예술단의 '일어버린 얼굴 1895'를 보았다.
동생과 가족동반할인티켓을 구매해서.
동생은 '서울예술단'이라고 해서 무용공연인 줄 알았단다.
하긴 나도 서울예술단보다는 주연 '차지연' 배우를 믿고 고른 공연.
2년전 초연도 볼 기회가 있었지만, 9월은 고3담임에게는 지옥의 시작이라 포기했었는데 나중에 후기를 읽고 얼마나 후회했던지!
그런데, 이거 차지연 배우도 좋지만, 모든 배우와 음악, 무대 자체가 다 좋은거다.
처음에는 대사들이 왜 이리 많고 빠르나, 지금 나온 사람은 누구? 무대 가득한 액자틀에 가려 안보이는 뒤쪽 등장인물들에 조바심이 났는데,
2번째 장면인 명성황후의 국상 장면부터는 문화충격.
하얗게 하늘거리는 무용수들의 의상 위로 깔리는 조명.
장엄한 무용수들의 군무와 피아노와 현악기의 서정적 선율.
그리고 사물놀이와 굿을 조화롭게 사용한 음악과 춤.
아...토월극장 무대가 이렇게 크고 깊었던가?
전봉준을 춤춘 저 무용수는 누구라지?
바로 옆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명성황후와 여러모로 비교되었다.
1막 마지막에서 갑신정변으로 동생같이 아끼는 친정조카 민영익이 개화당의 칼에 다친 후, 쓰러진 민영익 옆에서 절규하는 차 배우의 노래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난 나의 것'이 떠오르는 구성이었다. 차 배우의 할아버지께서 판소리 인간문화재라고 들은 거 같은데, 역시...
2막은 더욱 빠르게 지나갔다. 많은 사건들을 표현하다보니 너무나 빠르게 진행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사건...궁녀가 대신 죽고 명성황후는 살아남은 건가 했는데...극은 을미사변으로부터 3년후인 국상과 그 후 다시 12년 지난 경술국치일로 흘러간다. 나름 여운을 남기게하는 연출인가 싶었다. (멋대로 갖다붙이는 해석ㅋ)
마침내 2시간반의 공연이 끝나고 명성황후의 사진이 불타오르며 커튼콜.
1층 객석은 거의 다 기립.
공연을 자주 보지 않는 동생은 이런 분위기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1열에서는 무대를 촬영하는 카메라 셔터소리 요란하고.
아름다운 배우들과 아름다운 의상과 아름다운 무대, 아름다운 사진이 나올 거 같다.
10월 한글날에는 서울예술단의 또다른 창작가무극 뿌리깊은 나무 공연이 시작된단다. 보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