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가의 역사적인 만남!하고 광고되었던,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와 정경화의 협연을 보러 갔었다. 티켓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꿩먹고 알먹고의 심정으로 예약.

지휘와 연주는 '유려'했다. 캐스터네츠와 탬버린, 트라이앵글까지 제몫을 다하는 선곡도 좋았고. 그리고 최근 몇년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세련된 차림으로 혼자 오는 여성관객을 보면서 내가 사는 곳과 여기는 별세계야~하는 생각도 또한번 해주고. 애들 윗몸일으키기 횟수를 기록하며 한나절을 보내고 온 나는 면바지에 면셔츠, 가디건 걸치고 맨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까지 뻗고 아주 편안하게 연주를 즐겼다. 오페라 글라스도 챙겨가서 지금 어느 파트가 메인인가도 열심히 눈으로 확인하면서. 두어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즐겁게 흘러갔다.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 순서 변경의 안내방송이 있었다. 그런데 2부 들어 예고도 없이 협연곡 건너 뛰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으로 시작하여, 다시 바그너의 로엥그린과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한 대목을 연주. 이거 앵콜곡도 아니고 뭣이냐? 그러는데 지휘자가 협연자와 함께 등장. 어라라..연주의상도 아니고 바이얼린도 들고 있지 않다? 오전 리허설 도중에 손가락 통증을 느껴 진통제를 맞고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면서 연주 순서도 뒤로 미루었지만, 오늘은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 연주를 취소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유료 관객에 한해 28일 재관람의 기회를 준다고.

28일? 28일이면 수요일?  월, 금은 야간자율학습 감독에, 화, 목은 야간대학원 수업인데, 수요일날 서울행을 감행하고, 게다가 서울역에서 떠나는 막차를 탈 수 있을까하고 맘조리면서 세종문화회관에 가야하나? 고민된다... 내가  볼쇼이 발레를 눈물머금고 포기한 이유가 뭔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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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다더군요...

LAYLA 2005-09-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도 예술을 아시는 분이군요..^^ 알라딘엔 예술을 즐기는 분들이 많더군요..로렌초의 시종님하고 같은 공연 보신거 같네요.
근데 정말 바쁘게 사시네요@_@ 야자 감독에다가 대학원 수업까지!

BRINY 2005-09-2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알다니요, LAYLA님~ 그냥 취미수준으로 감상을 즐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