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오전에 방문했던 벙 미얼리어입니다.

원래 계획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또 택시를 대절해 이동시간을 절약했기 때문에 마지막날 오전이 통째로 비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다음날 귀국 후 바로 출근해야한다고 쉬고 싶어해서 어떨까했는데, 혼자 호텔에서 쉴 테니 혼자 가고 싶은데 다녀와도 좋다고 순순히 말해주더라구요. 고마워~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벙 미얼리어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시엠 리업 시내에서 차로 1시간반쯤 걸렸습니다. 앙코르와트를 지을 때 석재를 날라온 프놈 꿀렌산 근처까지 갑니다. 그래도 포장된 도로 위를 달립니다. 반띠아이 쓰레이로 가는 길도 포장은 되어 있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워낙에 열대림 가운데 있는 도로다보니 도로상태가 시원찮았고, 제가 갔을 때도 부분적으로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벙 미얼리어 가는 길은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오히려 도로상태는 좋았습니다. 여기는 워낙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앙코르와트 통합 입장권이 적용되는 지역도 아니고, 도로 포장이 된 지도 얼마 안되서 잘 알려져있지 않나봅니다. 제가 방문한 1시간반동안 미니버스를 탄 타이완 단체 관광객 한팀 외에는 타이완, 일본, 서양인 개별여행자들 약간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유일한 한국인! 택시로 50불 주고 다녀왔습니다. 50불 안에는 통행료 5불도 포함. 여기도 뚝뚝을 타고 가는 사람들을 몇 지나쳤는데, 뚝뚝으로 다녀오기엔 좀 먼거 같습니다.

12세기 중반에 세워진 힌두사원이라는데, 구조는 앙코르왓과 비슷한데 단층구조로 되어 있고, 벽은 3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적지 입구 허름한 가게들 앞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을 따라 갔더니, 저렇게 다 허물어진 사원 입구가 나타납니다. 사원 입구에는 표를 확인하는 사람과 함께, 유니폼을 입은 공식 가이드들이 앉아있습니다. 가이드를 부탁할까 말까. 그러나 강요하는 기색도 없고,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길래 그냥 들어가봅니다.

사원 입구까지 보통 뱀 모양 난간을 지닌 다리가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입구가 저러니 입구로 입장이 안됩니다. 일단 무너진 회랑을 따라 동쪽으로 가봅니다.


중앙 출입구로 향하는 다리의 흔적입니다. 이 밑으로 예전에는 해자와 연못이 있었겠지요. 지금은 물의 흔적도 없네요.


사원의 동쪽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이곳도 십자형으로 생긴 사원이었지요.


폐허가 된 사원 옆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소의 무리.


동편 바깥벽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부조가 새겨진 건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게 도서관 건물 앞쪽이었던가? 여기도 폐허는  초록색 나무들로 뒤덮혀 있습니다.


압사라인가, 여신인가. 저에게는 여신처럼 보입니다.


계단 모퉁이 난간장식인 나가는 남아있습니다.

동편 벽이 무너진 사이로 나무로 짠 계단이 놓여 있어서 올라가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감사~


계단을 오르니, 나무로 된 복도같은 발판이 유적 내부까지 쭈욱 이어집니다. 우선 발판에 서서 왼편을 바라봅니다.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보입니다. 어떻게 저런 틈에서 큰 나무가 뿌리를 박고 자라난 걸까요.


건물 꼭대기에 저런 장식은 꽤 선명하네요.


중간 중간 이렇게 비교적 잘 남아있는 방도 있습니다.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창문 장식은 전형적인 크메르 양식이네요.
 

사원 들어서자마자 양쪽으로 있는 도서관 건물은 그래도 비교적 온전합니다. 그러나 여기도 접근은 쉽지 않음. 나무 발판에 서서 바라볼 뿐입니다.


제법 큰 나무들이 사원의 폐허를 뚫고 자랐네요.


점점 더 사원 안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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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러져가는 모습으로 지탱하고 있는 사원과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면서도 버티고 있는 고목들, 인상적이에요.^^

물만두 2007-03-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이 풍경이 사라질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BRINY 2007-03-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코르와트 유적군의 사원들처럼 각국의 지원을 받은 복구의 손길을 닿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듣고 간 얘기에 비해서는 관리의 손길이 미치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지 않았을 시각, 초록 나뭇잎이 가득했던 사원의 모습과 서늘한 공기가 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