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황금정원
장석주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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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그를 처음 알게된 건 몇년전 '낭독의 발견'에서 였다.  다양한 독서편력에서 나오듯이 그는 시인이라기보다는 문학평론가가 더 어울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멋진 사람이었다. 자작시 '소금'을 낭독할때의 진지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그는 '실패'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공부도 할만큼 하고, 가정환경도 좋은 여유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검정고시 준비를 했다는 것, 시립도서관에서 몇년간 백수생활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다는 것,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극과 극을 치닫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웬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산문집일지라도 어쩜 그렇게 치부일수도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벌거벗은 몸처럼 내 보일수 있는 것일까?  

집을 지으면서  '수졸재'라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 낮음을 지키며 산다'는 겸양의 뜻을 품었다는 그의 집이름 답게 그의 삶도 어느덧 수졸재와 닮아 있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이제 일어설 일만 남았다는 뜻. 따라서 그의 삶에는 여유와 편안함,  고요함, 한발자욱 비껴선 삶의 관조가 느껴진다.

언뜻 언뜻 보여지는 사진도 그의 산문과 어우러져 한편 한편이 훌륭한 작품이 된다. 수졸재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  원고 쓰고, 산책하고... 삶의 단편들이다.

'선물이란 인생의 음습한 기질을 공략해 보리는 그 무엇, 마음을 부풀게 만드는 기쁨의 효모같은것. 인생의 즐거운 이면, 날아다니는 성냥'이라고 표현한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노란집'과 '해바라기'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자화상' '절규'로 알려진 뭉크에 대해서, '헤르만헤세'와 '임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끔씩 언급한 작가가 좋아하는 에바는 '데미안'에 나오는 데미안 어머니 '에바부인'을 이야기함도 알았다.

책을 읽으면서 평온과 잔잔한 행복이 밀려옴을 감지하였다. 그의 해박한 지식에 같이 동화되고,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깊어가는 가을 이 책 한권은 나에게 따뜻함을 선사해주는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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