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회사에 한 부장님의 집들이다. 솔직히 말하면 뭐라 해야하나? 애들이 둘다 유학을 가 있는 관계로 집을 줄여서 이사를 하는데, 이사하기전에 회사사람들을 한번 초대하는거니까 집들이는 아니고,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내일 그 집에를 가기로 했는데, 술때문에 신경전이 대단하다. 남자직원들은 가는데, 어찌 빈손으로 가겠느냐고 술을 사가지고 가자고 하고, 여직원들은 우린 술 못먹는다고 그냥 다른 걸 사가지고 가자는 의견이다.
나도 왠만하면 술먹지 말자고 하는 성격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한잔 마시는것도 좋으니까.. 대학교때 처음으로 소주를 먹어보고 1,2학년때는 정말 무던히 많이 마셨다. 술을 많이 먹어도 그리 잘 취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항상 사람들 취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재미있기도 하고, 술먹으면서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하는 분위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회사에 들어오구 나서 술먹는게 고역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회사생활한지 거의 3년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임원분이 지금이 세번째다. 임원에 따라서 회식 분위기가 틀려지기에 그동안은 회식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으나, 그렇다고 피하고 싶은 그런 장소는 아니였다. 첫번째분은 딱한번 첫번째에 한번씩 파도를 탄 후에는 술을 권하지 않았었고, 두번째분은 술을 그리 즐기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회식을 할 수 있었으니, 그 또한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지금의 새로운 임원분은 정말 어찌 할수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계셨으니, 술을 돌리는것은 기본이고 술을 한번 받으면 술잔에 입도 안대고 목을 통해 원샷을 하는 분이시다. 그런 분위기에서 처음 회식을 했을때, 우리는 양주, 소주, 맥주의 골고루된 술을 맛보았고, 다음날 멀쩡한건 그 임원분 한분이었다. 남자직원들은 외근을 핑계로 모두 사우나에 가거나 밖에서 휴식을 취했었고, 그렇게 하지 못하던 여직원들은 정말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고생을 했었다. 나또한 위액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것을 처음 깨달을 정도로 심하게 다음날 고생을 했더랬다.
그 이후로, 우리는 다짐을 했었다. 다시는 저녁 회식 말도 안꺼낼 것이며, 야유회는 생각도 안할 것이라고.. 그러던중, 부장 한분이 집들이를 한다는 거였다. 그냥 집으로 초대하는건데, 꼭 그렇게 술까지 챙겨가서 먹어야 하는건지 이해를 할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 집에 갈때 술을 가져가는것은 예의다' 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그 굉장했던 회식 다음날 혼자 사우나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바람에 나 혼자 전화받고 그업무 다하고, 위에 사람한테 변명을 하는 기회를 주었던 아저씨다.
모 즐기는것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다음날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을 하면서 또 굳이 다른집에 초대 받아가는데, 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수가 없다. 그냥 집 잘 구경하고, 밥먹으면서 이야기만 하면 안되는건가? 회사사람들이 친구처럼 편하고 서로 마음 편하게 즐길수 있는 분위기면야 아무런 걱정이없겠지만, 술이 있으면 강압적으로 마셔야 하고, 그 술병이 비어야 회식이나 모임이 끝나는 그런 분위기를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 집이 우리집에서 가는것도 불편해서 어찌 집에 가야 할지도 막막한 이 시점에서 술때문에 또 골머리를 썩어야 하다니.. 그냥 이런 모임에서는 단란하게 밥만 먹고, 다음 집에서 좋은일만 일어나기를 같이 빌어주자고요~ 괜히, 다른 집가서 술먹고 떠들어서 이웃에게 피해나 주고, 다음날 고생하지 말고... 4월쯤에 가자는 야유회도 너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