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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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언제 누가 자살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여기에선 제발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을 보는 것만 같아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진단 말이다.

그러나, 아, 또 자살이다.
이번엔 주인공의 남동생 나오지.
누나가 재채기가 날 만큼 행복감의 포화점에 있을 때, 별안간 등장하는 문장 하나.

"동생 나오지는 그날 아침, 자살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므로 죽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유서와 함께.
그리고 유서에서 밝혀지듯, 그 아이는 사랑해선 안 될 연상의 여인을 흠모하고 있었구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아직도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유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거기서 말하는 자살과 다자이 오사무가 말하고 행하는 자살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다자이 오사무 쪽이 좀 더 쓸쓸한 느낌이랄까.
허무하고 쓸쓸해서 벼랑에서 뛰어내리지 않을 수 없는.

나오지는 누나가 자신의 죽은 모습을 제일 처음 발견하지 못하도록
누나가 도쿄에 나간 사이 목을 매단다.
발견자는, 여행가자며 졸라서 따라온 죄없는 댄서 아이.
모두가 외롭다.

전철 안에서 읽었기에 망정이지, 집에서 혼자 읽었더라면 외로움이 전염됐을지 모른다.

그나저나, 1호선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 보는 게 나름 쏠쏠한 재미였는데 많이 줄어든 것 같다.
3개에 만원인 기모 레깅스는 전철 안에서 사기엔 좀 비싼 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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