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구판절판


"손으로 뭘 만들 줄 아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댔잖아요."
"내가 언제 그랬냐."
"엄만, 엄마가 얘기해놓구도 다 잊어먹었는가베. 왜, 어렸을 적에요. 우리 집에 어떤 거렁뱅이 아저씨 몇 밤 자고 간 적 있었잖어. 짚을 엮어가지고 재소쿠리 짜주고 간 사람! 그적에 그 사람 무섭다고 가라고 하라니깐 엄마가 그랬잖어. 손으로 뭘 맨들 줄 아는 사람은 믿어도 된다고."-160쪽

어느날 그분이 그저 소주 한잔을 받아놓고 앉아만 있는 나에게 배호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물었다. 그 사람 노래가 왜 아직까지 많은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 아느냐고. 노래를 잘 하잖아요. 내 싱거운 대답에 그는 아니야, 그 목소리엔 죽음이 배어 있기 때문이야, 라고 말했다. 신장염을 앓느라고 병상에 누워서 죽을둥 살둥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렀던 노래라서 그런 거야. 걷지도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토해낸 노래라서 그런 거야. 그놈이..... 낮술이 얼큰하게 오른 그는 이제 뱋를 그놈이라고 칭했다. 스물아홉에 죽으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팬 여러분 고맙습니다. 하지만 난 틀렸나봐요...... 그랬지. 미친 놈,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저를 죽인 게 그놈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선.-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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