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로리 파슨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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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결과로 보는 분석들은 다양하다.

사고팔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사고 판다는 관점에서

쓰레기도 사고팔고, 탄소_배출량도 외주 주며 비용을 절감하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의 ㅅㅏ업을 비판한다.

편하게 잘 읽히는 편은 아닌데

글로벌_경제와 환경이라는 주제에 대한 의견은 중요한 지점.


이전 제국주의, 식민주의 시대에

식민지에서의 자원 착취(이 책에서는 '추출')-->지배국으로 이동-->이윤창출이라는

산업 구조가 여전히 같은_모습으로 되풀이된다고 주장하여

책의 원제목도 'Carbon Colonalism), 탄소_식민주의'.


기후 문제를 해결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선진국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을 저개발국가로 이전하고

저개발국가는 산업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탄소배출량 높은 산업을 유치, 양성하는데

저개발국의 환경규제라는 건 매우 미약한데다 기준을 높일 수도 없어서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고

덕분에 선진국의 탄소배출량은 줄었지만 지구적 탄소배출량은 증가하기만 한다고

캄보디아의 벽돌 공장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 벽돌에 친환경을 붙이는 그린 워싱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그래서 해법은 개인의 착한 소비 활동보다 구조적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

각각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탄소배출량이 아니라

벽돌 한 장, 옷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탄소배출량을,

어디서 만들어지든, 어떤 유통단계를 거치든 모두 계산해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태풍이 불어도 싱가포르에 사는 주민은 그냥 며칠 집에 있어야 하는 큰 비,

동티모르 주민들에겐 생명의 위협이라는,

같은 자연현상에 다른 결과를 기억하자고.

재해 위험의 지리학에서는 돈이 빠질 수 없다. 아이티,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은 산사태, 홍수, 폭염에 직면해 있고 이런_위험들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_것이다. 수백만 명의 민중에게 이것은 농사의 중단과 식량의 부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반드시 이런_결과에서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의 원인은 부의 창출에 관련된 환경 비용을 부를 축적하는 곳과 동떨어진 타지에서 지불하는 체계에 있다. 그 체계를 이 책에서는 탄소식민주의라고 부른다. 탄소식민주의는 천연자원을 계속해서 추출하고 수출한 뒤, 해당 자원의 소유자들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유구한 체계(식민주의)의 가장 최근 버전이다. - P21

기업의 입장 내지는 사실상 정치적인 입장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이아니라 오직 지속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만 하는_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수십 년간 이뤄져온 기업의 ‘그린워싱‘에서 충분히 입증된 현상이다. - P36

파내거나, 베어내거나, 한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재료가 없으면 성장의 수레바퀴는 완전히 멈출_것이다. 모든 글로벌_인프라와 모든 사회는 글로벌 동력 기관에 공급할 연로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중심으로 구조화된다. ……환경저하는 이런 체계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원료를 분리하고 빨아들인 뒤 폐기물을 수출하고 반환하는 기계의 동력기관이다. - P76

주요 국가들의 탄소_배출량은 감소하거나 안정세에 접어드는 반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탄소_배출량의 끊임없는 증가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간단히 말해, 더 부유한 국가들이 글로벌 산업에서 자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는 가운데, (경제적) 이익은 더 적고 ㅎ환경에는 더 많은 피해를 입히는 공정을 글로벌 남반구로 ‘외주화‘하면서, 이런 공정에 관련된_배출량, 즉 최소한 언론의 표제를 장식하는 수치가 함께 이전되는_것이다. - P127

최근 몇 년 동안 탄소_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요구가 제기되어왔다. 이것은 곧 국경 안에서 발생한 배출량만을 계산하는 생산 기반의 측정에서 수입된 재화에 관련된 배출량까지 포함해 산정하는 소비 기반의 측정으로 이행하자는 요구이다. 이 이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전환이 ‘탄소 정책의 허점‘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탄소_정책은 부유한 국가들이 자신과 관련된 총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배출량 감축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용인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 P145

예이 맘에게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걸인이 되는 것 이외의 모든 선택지를 앗아가버린 농촌의 변화는 기후_변화로 인해 느닷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후_변화가 촉매로 작용해 심화된_것이다. 환경적 압력은 기계화를 앞당겼고, 의류 부분과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을 재촉했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계 수단을 계속해서 압박하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후변화가 갖는 의미이다.
……
기후 변화는 점점 더 커지는 압력, 점점 더 강해지는 압박 요인, 협상력 감소, 노동조건 악화로 경험된다.……가뭄, 홍수는 농업의 자기적인 전환에 기여했고, 고군분투하는 소규모 자영 농민들을 빈곤, 부채, 그리고 마침내 착취적인 노동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P175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자연재해를 유바ㄹ하는 요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재해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해는 폭풍, 홍수 또는 가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_아니다. 재해는 이런_위험 요소가 취약성 및 경제적 불평등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주민들과 동티모르의 주민들에게 허리케인은 전혀 다른_의미를 가질 것이다.
……
그러므로 자연재해는 경제적 재해, 즉 수 세기에 걸쳐 이뤄진 불평등한 무역과 오늘날의 상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의 구체적인 결과이다. 분명한 사실은, 심지어 변화하는 기후라는 불확실성을 겪으면서도 재해의 발생을 용인하는 선택이 지금껏 우리 사회가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선택이라는 것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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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평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3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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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으로

프롤로그로 결과를 알려주고 1~11장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에필로그는 후일담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바스쿨에 영국 영사로 있던 콘웨이가

토착민의 폭동으로 백인들을 피신시키는 임무를 맡아 수행했고,

자신과 세 명의 ㅅㅏ람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어 사라졌다가

혼자만 기억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전부 알 수 있다.


2.

콘웨이는 학창 시절 '글로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난 남자인데

자기 말로는 열심히 안 한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능력자다.

조종사를 기절시키고, 콘웨이를 포함한 네 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를 도둑질해서

높고 높은 산을 넘어 날아간 이는

그들을 '샹그리라'로 인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비밀 임무에 목숨을 걸었다...)

'푸른 달'이라는 뜻의 카라칼에 둘러싸인 '샹그리라'에 갑자기 머물게 된 백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날 일을 계획하지만

콘웨이만은 그곳에서 평화를 찾고, 인정받아(뭘 했다고?)

'샹그리라'의 다음 대 '승정', 그러니까 사제왕의 자리를 얻는다.

그와 반대되는 입장에는 20대의 열혈청년 맬린슨이 있다.

맬린슨은 37살의 콘웨이를 존경하지만, 그가 샹그리라에 매료되는 이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할 젊음으로 오래오래 산다지만 증명된 바 없고

"반쯤 죽어가는 상태까지 산다"는 건 소름 끼치니

"기왕에 산다면 짧고 즐거운 인생을 살겠다고 하는 인물이다.

그걸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꽃피운 로맨스로 증명한다.


3.

평화와 조화, 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샹그리라는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콘웨이가 그렇고 맬린슨을 제외한 나머지 백인 두 명도 머물기로 결정.

그 둘은 '황금'이나 '종교'라는 다른 이유 때문이지 샹그리라의 비밀 때문은 아니지만.

물론 나간다고 하면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데,

험준한 산맥을 넘어 곱게 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함정.

계획적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나가면 죽는 땅에 나가도록 내버려두며

자기들은 미래의 전쟁과 멸망을 예지하고 인류 문화를 지킨다는,

비약과 비술로 몇 백 년씩 살아가는, 그곳은 진짜 이상향인가 생각하게 한다.

콘웨이라는 인물에 대해 차곡차곡 쌓인 공감으로 그에게 설득되려다가

맬린슨의 시각에 동의하게 되다가 콘웨이처럼 나도 역시 오락가락한다.


4.

책이 출판된 1933년, 이야기 속 시간은 1931년~1932년.

유럽인들이 끝없는 발전에 대해 으ㅣ문을 가지고 전쟁의 두려움을 실감하게 되었던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의 시기다.

우월하다 여겼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대체를 찾으려는 '콘웨이 입장'과

여전히 유럽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던 '맬린슨 입장'이 부딪히며

콘웨이의 결단이 이루어진다.


5.

'샹그리라'는 전쟁을 피해 도망갔다는 무릉도원과 비슷하고

작품 해설에서 말하는 '한국판 정감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은 멸망하도록 두고

평화롭고 선택된 땅에서, 선택받은 사람, 선택된 문화만 보존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떠오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애니말고 만화, 5권짜리) 후반부에 가면

언젠가 꽃피워야 할, 인간의 모든 문화유산을 모아놓은 곳이 나오는데

샹그리라는 무릉도원보다는 나우시카쪽의 저장고가 더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우시카도 거기 머물지 않고 떠난다)


6.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지평선'은 '미래와 가능성', '두 세계의 경계', '고립과 한계 너머',

'내면과 외면의 연결', 그리고 '자연의 ㅇㅏ름다움과 조화'를 상징한다는데

이 책의 '지평선'은 무슨 의미였을까?

최소한

현재의 한계 너머 다른 세계로의 (물리적, 또는 인식의) 확장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의미를 가져다 붙이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완벽히 잃어버린 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기억을 찾은 콘웨이는 다시 '샹그릴라'를 찾아 떠났다.

그는_그곳에 다시 도달했을까?


7.

두 세계의 경계에서 유랑하는 콘웨이도 결국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간이다.

돌아오지 못했다면 '영웅'이 될 수 없는.

모든 영웅의 모험은 떠남으로 시작되고 돌아감으로 완성된다.

'푸른 달'은 두 번 뜨지 않고, 영웅은 같은 모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



TMI :

1. 액자식 구상임에도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해문출판사에서 출판된 적 있음.

2. 샹그리라의 뜻이 책에 안 나와서 찾아보니 티베트 말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이것은 티베트어 단어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게 아니라고 ChatGPT가 알려줌.

사실 확인을 위해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했더니 는 '마을에서'라는 뜻이다.

그러니 '샹그리라'는 그냥 이상향, 조화롭고 평화로운 어딘가 있을 도피처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 (그래도 '마음속의 해와 달'은 맘에 드는데...)

3. 콘웨이가 '샹그리아'를 떠난 이유에 대해 역자는 작품 해설에서 '책임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콘웨이의 자기변명 아니었을까?

일순간 그의 폐 속에 남아 있던 숨을 깡그리 앗아가버렸다. 먼 아득한 곳, 시계의 끄트머리에 빙하로 장식이 된, 눈 덮인 산맥들이 연면히 가로놓여 있었으며, 광대한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것과도 같았다.
……
콘웨이는 그렇게 쉽게 감동을 받는 사나이가 아니었으며,…… 그러나 지금 창 너머로 보이는 그 놀라운 광경은 전혀 성질이 달랐다. 찬사를 받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은 추호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기이한 빙벽들에는 어딘가 원시적인 괴이한 느낌이_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불손한 행위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 P53

그는_최고를 이상으로 하는 서구의 ㅅㅏ고방식에 자주 비속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또한 "최고의 것에 최고의 지위를"이라는 것을 "높은 것에 많은 것을"이라는 것보다 합리적이 아니며, 더욱더 진부한 명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상 그는 과도한 노력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위업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 P59

샹그리라, 그는_그렇게 부르고 있었어. 라라는 말은 티베트 말로 고개라는 뜻이지. - P73

‘우리는 여기 있기 때문에 여기 있다.‘ 만일 이유를 찾는다면 그런 걸세. - P87

우리에게는 하나의 꿈, 하나의 환상이_있소. 그것은 페로 노인이 1789년 이방에서 맞은 임종 때 처음 본 환상이오. 그때 그는_좀점에 내가 말했든 자신의 긴 생애를 돌이켜보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것은 모두가 덧없이 멸망하기 쉬운 것으로 생각되어, 또 전쟁이나 욕망과 잔학 행위가 언젠가는 그것을 분쇄하여 끝에 가서는 아름다운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소.
……
우리는 이곳에서 독서와 음악과 명상과 더불어 지내며 멸망해가는 시대의 덧없이 우아한 것을 보존하고 그 저속한 정열이 타버린 뒤 인류가 필요해 마지않는 예지를 찾아 구할 것이오. 우리는 소중히 보존하고 후세에 양도해야 될 유산이 있소. 그때가 다가올 때까지 허용되는 데까지 즐거움을 누려보ㅈㅣ 않겠소? - P196

그에게는 앞으로 자기가 감당해야 될 이중생활에 잘 적응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차분한 기분이 필요했다. 앞으로는 추방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인부의 도착과 인도로의 귀환에 관심있는 세계에 살고, 다른 시간은 지평선의 커튼처럼 열려진 세계, 시간이 확장되고 공간이 응축되며, "푸른 달"이란 이름이 "미래에는 푸른 달이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아요."하고 다정하게 타이르는 것 같은, 그와 같은 상징적인 뜻을 가져오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간혼 그는_과연 어느 쪽 생이 더 진실할까 하고 으ㅣ심도 하였으나 그것은 긴박한 문제는 아니었다. - P204

날이 갈수록 그는_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아픈 것 같은 충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페로나 헨셀이나 그 밖으ㅣ 사람들처럼 그 역시 마력에 끌려 들어갔다. "푸른 달"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산들은 접근하기 힘든 청순함으로 만들어진 장벽 너머에서 빛나고, 그는 눈이 부셔 눈길을 계속의 짙은 녹색 위로 옮겼다.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연못을 스쳐 흘러나오는 하프시코드의 은방울_같은 단조로운 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풍경과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_그 사랑스러운 만주 아가씨를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_있었다. - P219

훌륭한 말씀이군요. 즉 도저히 출 못할 것_같은 사람에게만 그 기회를 준다는 말씀이군요. - P228

그로부터의 앞날에 관해서는 나의 시계가 흐려 있지만 아득히 먼 저편 폐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잃어버린 전설의 보물을 찾아서 보기 흉하지만 희망에 불타 꿈틀거리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볼 수가 있소. 그리고_내 아들이여, 그 보물들은 모두 이곳에 있소. 산맥 깊숙이 마치 기적에 의해 보호되는 것같이 이 ‘푸른 달‘의 계속에 있어요.…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하여……. - P244

그는_두 개의 세계를 방황하는 방랑객이었고, 영원히 유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세상의 수백만 사람들과 같이 그도 또한 예지에서 벗어나 영웅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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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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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은 제목도 표지 그림도 강렬한 그림책 <미움>입니다.


뜬금없이, 어느 날, 다짜고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유가 있어도 미움받는 건 괴로운데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으니 얼마나 힘들까요.

주인공 아이는 결심합니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고 신나게 놀면서도 미워하고 잠자면서도 꿈을 꾸면서도,

매 순간 미워합니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미움, 두통 같은 미움, 두드러기 같은_미움은

점점 더 자라서 더 커지고 힘도 세져서

아이를 칭칭 옭아매고 잡아먹지.

그러다가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이상해.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리면서 괴로워해.



미움은 족쇄가 되어 아이를 힘들게 합니다.


너는 지금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아이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전히 미움에 온 마음을 내주었을까요? 아니면 미움에서 자유로워졌을까요?


'나를 미워하는 이를 미워하는 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되는 미움과 마음이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출판사 소개처럼 "'미움'을 통해 '마음'을 탐구한 조원희 작가의 이 그림책은

유아 이상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합니다.

물론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청소년과 어른들, 모든 이에게도 좋습니다.


TMI : 작가 조원희는

이전에 포스팅했던 <비누 인간>의 그림을 그렸어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 수상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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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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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을 채우는 것은 거창한 것 이상과 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있다.

심지어 꿈과 이상을 향해 가는 길도 그렇지.

읽는 내내, 1980년대 아일랜드의 일상은 이랬구나, 참 고단하겠다, 하며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위태한지 절절히 알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리고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들이라는 것,

그 틈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바,

펄롱이 내린 그 결정에 감동하면서도 다가올 어려움이 절로 느껴져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두려움이 모든 감정을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

원하는 곳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그 길은, 결국

내가 선택한 그 길이 내 길이라는 뜻 아닐까.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늘 이렇지, 펄롱은.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 P29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4

펄롱은.차를 세우고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 P54

잠시 멈춰서 생각이 마음대로 돌고 떠돌게 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한 해 일을 마치고 여기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싫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고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눈이 쌓여 있었고 인도 위에 먼저 간 사람과 뒤따라온 사람의 발자국이 양쪽으로 뚜렷하면서도 또 그다지 뚜렷하지 않게 남아 있었다. - P111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것일 수도 있을까? - P120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 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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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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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1980년대는 우리의 1950년대 이후 60년대와 70년대를 닮았다.

많은 자녀들, 하나하나 사랑하고 관심을 줄 수 없는 고단한 부모들,

감당하기 어려운 입들, 그러니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그래서 멀리, 낯선 곳에서 돈벌이를 하게 된 아이들.

그에 비하면 주인공은 그나마 나은 처지다.

그냥 친척 집에 맡겨졌을 뿐이니까.

이 책 속 주인공은 위로 언니들, 아래로는 남동생들에 치인 가운데 딸.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고, 돌봐야 할 동생이 있는 만삭의 상태로

아이를 남의 집에 맡기며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이의 손 한 번 잡아준 일 없고,

인사도 없이 옷가지조차 남겨두지 않을 만큼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분명 농부임이 분명한데 '소'를 걸고 카드를 하는 사람으로(당연히 소를 잃었고)

심지어 엄마의 출산 이후 돌아온 아이에게 '돌아온 탕아'라며

아이가 남의 집에 맡겨졌다 돌아온 것에 아이 탓을 하는,

돌봐준 이에게 '제대로 돌보질 못했다며, 본인도 알지 않냐'며 비아냥 거리는 그런 사람.

앉을 곳조차 찾기 어려운 궁핍한 살림에도 허세를 부리고

떨어진 루바브 한 줄기조차 자기 손으로 줍지 않는, 그런 이.

여름 동안 더 마르고 더 말이 없어진 언니들과 달리

아이는 다행히 찬란한 여름을 보내며 관심과 돌봄을 받았다.

자기 아들을 잃은 부부는 주인공 아이를 통해 기쁨을 얻었고.

하지만 여름은 끝나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잠깐의 애정, 돌봄으로 진심을 나눈 이들을 쫓아,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 여름 한 철 자신을 돌봐준 어른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을 보고

옛 시대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우리라 지레짐작하고는 읽지 않으려 했었다.

다행히 이웃님들의 리뷰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읽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 시대의 맡겨진 소녀들이 생각난다.

식모로, 공장 노동자로 들어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던 소녀들.

그들을 그렇게 몰고 간 가난과 부모들.

그들은 나이 들어 여전히 살아간다.

지금은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진심의 밀도는 얼마나 될까.

부모와 형제라는 혈연으로 엮인 가정에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할 때,

그들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진심의 밀도는 얼마나 될까,

한 계절을 함께 했어도 서로 위안이 되었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조밀할까,

아이는. 킨셀라 부부와 함께 하게 됐을까,

헤어져 언니들처럼 말라갔을까. 아니면 여름의 기억으로 건강히 자라났을까.

질문만 무성하다.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 P9

대화는 다시 소의 ㄱㅏ격, 유럽경제공동체, 남아도는 버터, 소독액과 석회 ㄱㅏ격으로 흘러간다. 나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 P12

아주머니가 내 옷을 보자 나도 아주머니의 눈을 통해 내 얇은 면 원피스와 먼지투성이 샌들을 본다. - P14

"비밀이 있는.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 돼."27 - P27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맛이다. 나는.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 P70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자갈 진입로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 자세에서 곧장 출발하여 진입로를 달려 내려간다. 심장이 가슴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 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나는.손을 놓으면 물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저씨를 꼭 붙든 채 아주머니가 목구멍 속으로 흐느끼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는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다.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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