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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평선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3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1.
이 책은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으로
프롤로그로 결과를 알려주고 1~11장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에필로그는 후일담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바스쿨에 영국 영사로 있던 콘웨이가
토착민의 폭동으로 백인들을 피신시키는 임무를 맡아 수행했고,
자신과 세 명의 ㅅㅏ람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어 사라졌다가
혼자만 기억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전부 알 수 있다.
2.
콘웨이는 학창 시절 '글로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난 남자인데
자기 말로는 열심히 안 한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능력자다.
조종사를 기절시키고, 콘웨이를 포함한 네 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를 도둑질해서
높고 높은 산을 넘어 날아간 이는
그들을 '샹그리라'로 인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비밀 임무에 목숨을 걸었다...)
'푸른 달'이라는 뜻의 카라칼에 둘러싸인 '샹그리라'에 갑자기 머물게 된 백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날 일을 계획하지만
콘웨이만은 그곳에서 평화를 찾고, 인정받아(뭘 했다고?)
'샹그리라'의 다음 대 '승정', 그러니까 사제왕의 자리를 얻는다.
그와 반대되는 입장에는 20대의 열혈청년 맬린슨이 있다.
맬린슨은 37살의 콘웨이를 존경하지만, 그가 샹그리라에 매료되는 이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할 젊음으로 오래오래 산다지만 증명된 바 없고
"반쯤 죽어가는 상태까지 산다"는 건 소름 끼치니
"기왕에 산다면 짧고 즐거운 인생을 살겠다고 하는 인물이다.
그걸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꽃피운 로맨스로 증명한다.
3.
평화와 조화, 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샹그리라는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콘웨이가 그렇고 맬린슨을 제외한 나머지 백인 두 명도 머물기로 결정.
그 둘은 '황금'이나 '종교'라는 다른 이유 때문이지 샹그리라의 비밀 때문은 아니지만.
물론 나간다고 하면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데,
험준한 산맥을 넘어 곱게 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함정.
계획적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나가면 죽는 땅에 나가도록 내버려두며
자기들은 미래의 전쟁과 멸망을 예지하고 인류 문화를 지킨다는,
비약과 비술로 몇 백 년씩 살아가는, 그곳은 진짜 이상향인가 생각하게 한다.
콘웨이라는 인물에 대해 차곡차곡 쌓인 공감으로 그에게 설득되려다가
맬린슨의 시각에 동의하게 되다가 콘웨이처럼 나도 역시 오락가락한다.
4.
책이 출판된 1933년, 이야기 속 시간은 1931년~1932년.
유럽인들이 끝없는 발전에 대해 으ㅣ문을 가지고 전쟁의 두려움을 실감하게 되었던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의 시기다.
우월하다 여겼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대체를 찾으려는 '콘웨이 입장'과
여전히 유럽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던 '맬린슨 입장'이 부딪히며
콘웨이의 결단이 이루어진다.
5.
'샹그리라'는 전쟁을 피해 도망갔다는 무릉도원과 비슷하고
작품 해설에서 말하는 '한국판 정감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은 멸망하도록 두고
평화롭고 선택된 땅에서, 선택받은 사람, 선택된 문화만 보존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떠오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애니말고 만화, 5권짜리) 후반부에 가면
언젠가 꽃피워야 할, 인간의 모든 문화유산을 모아놓은 곳이 나오는데
샹그리라는 무릉도원보다는 나우시카쪽의 저장고가 더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우시카도 거기 머물지 않고 떠난다)
6.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지평선'은 '미래와 가능성', '두 세계의 경계', '고립과 한계 너머',
'내면과 외면의 연결', 그리고 '자연의 ㅇㅏ름다움과 조화'를 상징한다는데
이 책의 '지평선'은 무슨 의미였을까?
최소한
현재의 한계 너머 다른 세계로의 (물리적, 또는 인식의) 확장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의미를 가져다 붙이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완벽히 잃어버린 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기억을 찾은 콘웨이는 다시 '샹그릴라'를 찾아 떠났다.
그는_그곳에 다시 도달했을까?
7.
두 세계의 경계에서 유랑하는 콘웨이도 결국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간이다.
돌아오지 못했다면 '영웅'이 될 수 없는.
모든 영웅의 모험은 떠남으로 시작되고 돌아감으로 완성된다.
'푸른 달'은 두 번 뜨지 않고, 영웅은 같은 모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
TMI :
1. 액자식 구상임에도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해문출판사에서 출판된 적 있음.
2. 샹그리라의 뜻이 책에 안 나와서 찾아보니 티베트 말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이것은 티베트어 단어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게 아니라고 ChatGPT가 알려줌.
사실 확인을 위해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했더니 는 '마을에서'라는 뜻이다.
그러니 '샹그리라'는 그냥 이상향, 조화롭고 평화로운 어딘가 있을 도피처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 (그래도 '마음속의 해와 달'은 맘에 드는데...)
3. 콘웨이가 '샹그리아'를 떠난 이유에 대해 역자는 작품 해설에서 '책임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콘웨이의 자기변명 아니었을까?
일순간 그의 폐 속에 남아 있던 숨을 깡그리 앗아가버렸다. 먼 아득한 곳, 시계의 끄트머리에 빙하로 장식이 된, 눈 덮인 산맥들이 연면히 가로놓여 있었으며, 광대한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것과도 같았다. …… 콘웨이는 그렇게 쉽게 감동을 받는 사나이가 아니었으며,…… 그러나 지금 창 너머로 보이는 그 놀라운 광경은 전혀 성질이 달랐다. 찬사를 받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은 추호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기이한 빙벽들에는 어딘가 원시적인 괴이한 느낌이_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불손한 행위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 P53
그는_최고를 이상으로 하는 서구의 ㅅㅏ고방식에 자주 비속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또한 "최고의 것에 최고의 지위를"이라는 것을 "높은 것에 많은 것을"이라는 것보다 합리적이 아니며, 더욱더 진부한 명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상 그는 과도한 노력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위업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 P59
샹그리라, 그는_그렇게 부르고 있었어. 라라는 말은 티베트 말로 고개라는 뜻이지. - P73
‘우리는 여기 있기 때문에 여기 있다.‘ 만일 이유를 찾는다면 그런 걸세. - P87
우리에게는 하나의 꿈, 하나의 환상이_있소. 그것은 페로 노인이 1789년 이방에서 맞은 임종 때 처음 본 환상이오. 그때 그는_좀점에 내가 말했든 자신의 긴 생애를 돌이켜보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것은 모두가 덧없이 멸망하기 쉬운 것으로 생각되어, 또 전쟁이나 욕망과 잔학 행위가 언젠가는 그것을 분쇄하여 끝에 가서는 아름다운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소. …… 우리는 이곳에서 독서와 음악과 명상과 더불어 지내며 멸망해가는 시대의 덧없이 우아한 것을 보존하고 그 저속한 정열이 타버린 뒤 인류가 필요해 마지않는 예지를 찾아 구할 것이오. 우리는 소중히 보존하고 후세에 양도해야 될 유산이 있소. 그때가 다가올 때까지 허용되는 데까지 즐거움을 누려보ㅈㅣ 않겠소? - P196
그에게는 앞으로 자기가 감당해야 될 이중생활에 잘 적응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차분한 기분이 필요했다. 앞으로는 추방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인부의 도착과 인도로의 귀환에 관심있는 세계에 살고, 다른 시간은 지평선의 커튼처럼 열려진 세계, 시간이 확장되고 공간이 응축되며, "푸른 달"이란 이름이 "미래에는 푸른 달이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아요."하고 다정하게 타이르는 것 같은, 그와 같은 상징적인 뜻을 가져오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간혼 그는_과연 어느 쪽 생이 더 진실할까 하고 으ㅣ심도 하였으나 그것은 긴박한 문제는 아니었다. - P204
날이 갈수록 그는_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아픈 것 같은 충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페로나 헨셀이나 그 밖으ㅣ 사람들처럼 그 역시 마력에 끌려 들어갔다. "푸른 달"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산들은 접근하기 힘든 청순함으로 만들어진 장벽 너머에서 빛나고, 그는 눈이 부셔 눈길을 계속의 짙은 녹색 위로 옮겼다.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연못을 스쳐 흘러나오는 하프시코드의 은방울_같은 단조로운 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풍경과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_그 사랑스러운 만주 아가씨를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_있었다. - P219
훌륭한 말씀이군요. 즉 도저히 출 못할 것_같은 사람에게만 그 기회를 준다는 말씀이군요. - P228
그로부터의 앞날에 관해서는 나의 시계가 흐려 있지만 아득히 먼 저편 폐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잃어버린 전설의 보물을 찾아서 보기 흉하지만 희망에 불타 꿈틀거리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볼 수가 있소. 그리고_내 아들이여, 그 보물들은 모두 이곳에 있소. 산맥 깊숙이 마치 기적에 의해 보호되는 것같이 이 ‘푸른 달‘의 계속에 있어요.…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하여……. - P244
그는_두 개의 세계를 방황하는 방랑객이었고, 영원히 유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세상의 수백만 사람들과 같이 그도 또한 예지에서 벗어나 영웅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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