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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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업체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환경 분야 에세이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입니다.

이 책 표지의 여성은 저자 네몬테 넨키모입니다.


중남미 에콰도르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태어난 와오라니 족 여성이죠.

에콰도르에는 울창한 열대우림이과 다양한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만


그 열대우림 아래에 막대한 석유가 묻혀 있었던 것이 불행이었어요.

열대 우림 아래의 석유를 캐내기 위해 서구 백인들(코오리)들이 들어왔습니다.

네몬테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아마존의 여러 부족들은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와 시추공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에 왔을 때처럼 행동했지요.

턱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머스킷 총과 검으로 무장하고 원주민 마을 밖에 서서 자기들이 '요구사항The Requirement'라고 이름 붙인 문서를 큰소리로 낭독했어요.

……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너희 땅의 정당한 지배자임을 받아들이면 너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

503쪽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 숲의 구원자는 누구인가에서는

여섯 살 정도 되었던 네몬테가 하늘을 날아와 마체테와 설탕과 예쁜 원피스를 주는 선교사들과 어울리며 시작합니다.

선교사가 '구원'하기 위하여 왔다고 하면서 기독교를 전파하지요.

백인들에게 와오라니족은 구원의 대상이고 계몽의 대상이었을 뿐입니다.

옷을 입지 않고 학교도 없고, 읽고 쓸 줄도 모르고

가진 것도 거의 없는 그들은_그저 미개한 원주민일 뿐이었죠.

하지만 그들은 숲의 모든 것을 알고 숲에서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만의 믿음과 생활방식을 가지고요.

다만 코오리(백인) 문명이 어떻게_작동하는지 몰랐을 뿐이죠.

선교사 레이첼은 말합니다.


내가 하려는 말은, 세상에는 석유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와오라니족 당 아래에는 석유가 많이 묻혀 있어요. 우리가 그 석유 회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그들은 힘이 세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밀어주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운이 좋은 거예요. 좋은 사람인 데다 신자인 분을 만났잖아요. 그분은 땅 밑의 석유를 가져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와오라니 족을 도와주려고도 해요. 하지만 그분에게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요.

70쪽


석유 회사를 막을 방법은 없고, 그저 가져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도 줄 것이라는 헛된 약속.

이미 코오리와 접촉한 원주민들은 소아마비로 죽고 불구가 되었습니다.

네몬테의 삼촌 역시 사냥꾼이었지만 소아마비로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죠.


그러나 네몬테에게는 코오리의 피부색, 입술색, 골격, 머리의 윤기도 전부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부족의 전사들은 석유회사와 맞서다 죽어버리지만요.


레이첼은 내 아들이 공산주의자라고 말했어. 악마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하지만 다 거짓말이야. 아모는 전사였어. 우리_선조들과 똑같은 전사였다고. 아들은 그 회사에 맞서 싸우기 위해, 레이첼이 우리_땅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코오리와 맞서 싸우기 위해 나섰던 거야. 그래서 그자들이 아들의 머리에 총을 쏘고 오일 로드에서 죽을 때까지 내버려둔 거야.

93쪽


이들은 전사의 장례식에서 '쓸데없는 종이'라는 뜻의 토코리라고 부르는 돈을 태웁니다.

대체 왜 저런 종이 쪼가리 때문에 아모가 죽어야 하는지 네몬테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일요일이면 교회를 가고, 세례를 받아 아네스라는 세례명을 받았지요.

부족의 구원을 위해서 부모의 눈을 피해 선교단에 들어가 스페인어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면서

코오리처럼 입어고 날마다 기도해도 "하느님은 한 번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습니다.

조상신과 재규어가 말을 걸어주던 숲과는 너무도 달랐죠.


숲과 가족을 떠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코오리들에게는 그저 원주민 여자아이였을 뿐입니다.

힘도 없고, 미개한, 누구의 보호도 없는 여자아이요.


이렇게 1부는 네몬테의 성장기이면서 와오라니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2부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에서는

네몬테가 선교단을 떠났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동안

석유 개발은 더 활발해지고 아마존의 밀림은 더욱 훼손되었습니다.

숲이 줄어들고 오염되는 동안, 숲과 함께 살아가던 여러_원주민 부족들은 어려움에 처하죠.

코웨이들을 위해 일하고 돈을 받아 그들처럼 살고,

강과 샘은 오염되어 석유회사에 가서 맑은 물을 구걸해야 합니다.

코오리와_접촉하지 않은 비접촉 부족은 점점 더 밀림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코오리와 접촉한 부족들과 그들은 서로 죽이고 죽이며 싸웁니다.

네몬테는_레이첼이 불러온 이 문제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진행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려고 합니다.

백인들은 늘 우리를 구워하려 들지.

……그러다 나중에 가서는 우리에게 해를 입히고.

405쪽


이제 네몬테는 와오라니족 뿐만 아니라 아마존_밀림에 사는 코판, 세코야, 시오나 족 등 다른 부족들과 연대합니다.

시초의 세이보 나무에서 이름을 따서 '세이보 연대'라고 이름 짓고요.

"시초엔 이 세이보_나무의 가지들이 숲의 강을 만들고, 목화는 불이 되면서 모든 동물과 사람들이 이 거대한 나무의 보호를 받으며 잘 살았지."

"우리도 이 세이보 나무와 다르지 않ㄴㅔ요."에메르힐도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부리는 여전히 강하지만 혼자이니."

425

.

오염된 물 대신 빗물 집수 시설을 짓고,

각 부족의 꿈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와 노래를 수집합니다.


백인계 사람들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려 들어.

……일단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나면 개개인을 무너뜨리는 일은 쉬운 일이지.

445


에콰도르 정부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석유를 팔고 싶어 합니다.

와오라니족 땅을 경매에 부치려고 블록 22라고 이름 붙였어요.

이들은 이제 백인 문명의 법정으로 들어가서 이들의 땅을 지켜내야_합니다.

이들에게 협력하는 코오리와_함께요.


백인들의 기술술을 이용합니다.

드론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여러 부족들이 알고_있는 숲 지도를 만들고,

시위하고 인터뷰를 하고, 법정으로 갔지요.

여러 해의 노력 끝에 아마존 밀림을 지켜냅니다.


우리 영토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우리 땅에 대한 문제를 결정할 권리는 우리 부족 사람들에게 있다고.

527-528쪽

이제 이들의 첫 번째 싸움은 끝났습니다.

이들이 만들었던 amazonfrontlies.org를 통한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그리고 지난해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 내 국립공원의 원유 채굴을 중단하는 힘이 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2024년 Hilton Humanitarian Prize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당신들을 인정하고, 당신 종족의 인간성을 본다면 당신들과 그들 스스로에 대한 폭력을 멈출 기회를 갖게 되는 거예요. 상처를 끝내고 치유를 시작할 기회요.

519


이 책을 읽으며

아마존 숲에서 사는, 우리와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본주의(제국주의)의 폭력성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일방적인 구원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동등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상처를 끝내고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코오리(백인)와 같은 방식으로 살고_있는 우리에 대해 돌아보게_하는 이 책은

고등 이상 성인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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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 아작 YA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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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증오하며 흙더미 밖으로 나왔다. 증오는 그의 ㅇㅏ버지요 어머니였다.

7, 첫 문장


세계의 냄새가 주변에 자욱했다. 그는_절망감을 느끼며 가을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가을이 땅을 활활 태워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시골 곳곳에 여름이 남기고 간 폐허가 보였다. 거대한 숲에 불꽃이 활짝 피어났고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불꽃이 피우는 연기는 풍성했고 푸르스름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증오하며 묘지에 서_있었다. 세계를 가로질러 걸었지만, 맛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대신 들을 수는 있었다. 새로 열린 귀에 바람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는_죽어_있었다.

8


윌리엄 랜트리는 거대한 피스톨의 끝이 별들을 향해 뻗어가는 것을 보았다. 굴뚝 꼭대기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죽은 자들이 향하는 곳이었다.

14


모든_어리석음을 통틀어, 지독하고 고약하고 소름 끼치는 끈적끈적한 모든_어리석음 중에서도, 이런 것은 난생처음 보았다! 단 1그램의 상상력도 없이 아이들을 키우다니! 상상하지 않는 아기가 무슨 재미로 산단 말인가!

55

그러나 그는_살아_있었다. 어쨌든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이유는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다.

증오 때문이다.

57

어둠은 공포야. 그는_작은 집들을 향해 말없이 외쳤다. 어둠은 대조를 위해 존재한다고. 마땅히 두려워해야지! 이 세계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를, 거창한 말을 멋들어지게 써낸 러브크래프트를 파괴하고, 핼러윈 가면을 태워버리고, 호박등을 없애버렸지!

59

그러므로 이자들은 일어날_수도 다시 걸을 수도 없다. 이들은 죽어서 납작해졌고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분필도 저주의 말도 미신도, 그 어떤 것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걷게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죽었고,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_혼자였다.

81


맥클루어는 생명과 움직임에 대하여, 죽음과 움직이지 않는 것에_대하여, 태양과 위대한 태양의 소각로에 대하여, 빈 묘지에 대하여, 증오와 증오가 살면서 어떻게 진흙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지, 이 모든 게 얼마나 논리에 어긋나는지, 나지막이 논리적으로 말하고 또 말했다. 한 명은 죽은 자였고, 죽어_있었고, 죽어 있는 게 전부였다.

117


나는 에드거 앨런 포다. 랜트리는 생각했다. 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찌꺼기다. 나는 앰브로즈 비어스의 찌꺼기요, 러브크래프트라는 남자의 찌꺼기다.……나는 던세이니요, 마켄이요,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다.……나는 성벽에 모습을 드러낸 햄릿 아버지의 유령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이것들은 소각될 것이다.

118-119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 좀비 또는 흡혈귀 같은 존재.

감정과 이성이 있으니 좀비는 아니고, 피를 빨아먹지 않으니 흡혈귀는 아니지만

호흡하지 못하고, 맛도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살아 있는 시체.

자신은 걸어다녀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죽음 이후 모두가 불태워지는 시대에 다시 일어난,

마지막으로 남은 죽은 사람, 외로운 윌리엄 랜트리.

그는 외롭기 싫어 친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무려 416년 만에 무덤에서 나온 그가 맞이한 시대는 과거에 살던 시대와 참 다르다.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불면도 없으며

상상하지 않고 살인도 하지 않고, 시체는 누구도 매장하지 않고 불태운다.

2265년, 대소각기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불태워진 후

2349년, 랜트리가 깨어난 이후에도 과거의 작가들은 여전히 조롱 받는다.

책을 불태우고, 공포도 상상도 사라진 세계,

"미래 사람들처럼 논리적으로 말하고 추론했더니 생명력이 사라"진 랜트리.

그의_존재에 대한 불신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마는데.

과거의 잔재, 미래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주인공,

어쨌거나 미래에 홀로 선언한 그의 전쟁은 패배로 끝난다.

그리고 그를 마지막으로 상상의 잔재들은 모두 소각되고.

과거의 우리들에겐 아포칼립스인 이 책은,

모든 책을 불태운 후 남아있는 책들을 찾아 불태우는 직업, 파이어파이터와

미래사회를 그리는 <화씨 451>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씨 451>의 책 한 권 읽고 고뇌하는 주인공보다는

이 책의 살았지만 죽어있는 주인공이 훨씬 공감간다.

아무래도 내가 읽고 있으며 상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한때는 살아있었던,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 있는,

그의 죽어감을 애도하면서.


TMI :

1948년 단독 출판되었지만 1959년 <멜랑콜리 묘약>에 함께 수록되었다.

그리고 소설모음집은 <멜랑콜리 묘약>과 <온 여름을 이 하루에>로 번역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가, 더 많은 수록작.

이 책으로 살걸…… ㅠㅠ

<온 여름을 이 하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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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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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내 책상 위의 비밀>입니다.


여러분의 책상 위에는 무엇이 있나요?

어린 시절,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의 책상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이 책은 학생들의 책상 위에 있는 너무도 당연한 물건들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물음표 일기장

언니의 안경

나 대신 스마트폰

몽당연필에게

지우개 시인

목차

일기장, 안경, 스마트폰, 몽당연필과 지우개가 소재이면서 주인공이에요.


1. 물음표 일기장

쓰고 싶은 말이 없으면, 진짜 쓰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을 보고는 거야. 지금처럼.

23-24쪽

중1이지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를 써서 제출하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반발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내 생각이나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은 나중에 어른이 돼서 정말 중요해요.

11쪽


주인공 이찬이의 일기는 언제나 같은 형식입니다.

1. 무엇을 했다. 2. 무엇을 했다. 3. 참 재미있었다.

이런 식이죠. 초등 1학년처럼요.


그러던 어느 날, 이찬이의 일기장에는 써넣은 마침표 대신 물음표가 생깁니다.

그러더니 사실이 아닌 부분엔 말줄임표가 등장하고요.

이찬이는 꼬박꼬박 일기를 쓰지만 다음 날 일기장을 펼칠 때면 어김없이 조마조마합니다.

일기장이 자신이 쓴 일기를 어떻게 바꿀지 몰라서요.

결국엔 아무것도 안 쓴 일기장을 제출하고 나머지 숙제를 하게 됩니다.

주인공 이찬이는 일기를_잘 쓸 수 있을까요?


2. 언니의 안경


벌레가 아니라 안경이라서 다행이구나. 안경은 죽지 않지.

38쪽


고등학교 입학 예정인 언니가 사라집니다.

엄마와 아빠와 '나'는 언니를 찾으려 애쓰는데,

알고 보니 언니는_늘 쓰고 다니던 '안경'이 되었습니다.

안경이__언니는 여전히 책 위에서 책을_읽어요.


언니는 수백, 수천 가지 일을 할 수 없지만 단 하나의 일,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언니가 책만 읽어야 하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것은 아닐까 상상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 읽는 안경이 되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 버리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안경의 모습은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두 눈과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만 남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37쪽


비록 언니는 변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일원이지만 언니의 세계는 책으로 가득 찼어요.

시간이 흐르고, 언니는 책을_내고, '나'는 언니의_안경을 씁니다.

언니의_눈으로 본 세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지요.


3. 나_대신_스마트폰

인공지능이 '적당히'를 알까? 이진법처럼 '예, 아니오'의 명령어만 읽을 줄 아는 것은 아닐까?

67쪽


스마트폰이 아침 참을 깨우면서 시작되는 하루,

스마트폰으로 관리되는 일상, 어른과 학생이 마찬가지죠.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스마트폰에 앱 하나를 더 받았습니다.


인공지능 탑재, 나보다 꼼꼼함 캐릭터 주도 일정관리.

나 대신

57쪽


_대신 이것도 저것도 해주면서 유능한 '나'를 만들지만 어쩐지 찝찝하기만 합니다.

'나를 대신할 누군가' 또는 '나를 대신할 앱'을 원하는 아이들의 딜레마.


4. 몽당연필에게

"학생, 이제 집에 가야지."

"연필을 두고 와서요."

92쪽

척척척 문제를 풀어주는 '마술 연필'.

비록 몽당연필이지만 정답이 아니면 써지지 않는 신통한 연필, 사연 있는 연필입니다.

주인공 연이는 친구가 된 연필의 ㅅㅏ연을 들어보는데…….


5. 지우개_시인

"지우개…… 시. 인?"

시인의 지우개였지만 이제 나는 지우개_시인이야.

113쪽


틀린 글자를 지울 때 나오는 지우개 똥, 지워진 글자는 지우개_똥에 돌돌 말리고,

지우개는 그 글자를 열심히 외웁니다.

시인 선생님이 쓴 글, 읽을 수는 있는데 알 수가 없는 말.

지우개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바람이 바라는 대로, 그늘은 그림을 그리고.

103쪽


이 말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시인 선생님과 헤어지게 됩니다.

낡은 지우개, 비록 잡동사니 서랍 속에 있지만 지우개는 시를 쓰고_싶어 합니다.

지우는 것 밖에 못 하는 지우개의 창작열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일상의 물건들이 소재로 삼은 발랄한 상상력,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전개로 일상에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겠냐고요.

작가 최혜련의 첫 책입니다.

다음 책을 기다립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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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사피엔스 - 한 번에 정리하는 인류 문명의 역사
벵트 에릭 엥홀름 지음, 요나 비에른셰르나 그림, 김아영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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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10대를 위한'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많은 책들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비슷하게 지구에서 살아온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한 권으로 이어줍니다.

그래서 이 책 <10대를 위한 사피엔스-한 번에 정리하는 인류 문명의 역사>는 각 나라의 역사가 아닌

전체 인류에게 있었던 사건, 영향 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계보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머릿속에서 벌어진 혁명

농업의 시작

모두 다 함께

과학의 등장

돈, 인간, 우리의 미래

차례


머릿속에서 벌어진 혁명은 '인지 혁명'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의ㅅㅏ소통 능력이 향상되고 이야기와 상상력이 중요시되며

추상적인 개념이 생기면서 종교가 발생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농업의 시작은 '농업 혁명'에 대해 말합니다.

현생 인류를 한곳에 정착하게 한 거대 사건이죠.


인간은 자연을 길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인간이 기른 작물도 인간을 길들인 거야.

71쪽


모두 다 함께 장에서는 인류의 터전이 점점 멀리까지 확대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물교환에서 화폐로 이행하는 과정, 문화의 발달 등도 알려주고요.



과학의 등장에서는 종교가 알려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는 '과학'의 등장과 그 영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1500년이 되었을 무렵, 모든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싹텄어. 무지에 대한 인식과 호기심은 새로운 과학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었지,

127쪽


과학의 발달과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대항해 시대와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알려주지요.


제국주의는 그저 다른 곳을 침략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야 제국주의는 경제적인 힘이기도 해. 부를 이용해 자기 영토보다 더 큰 구역을 다스리는 것이지.

제국주의를 통해서 서구의 생활방식과 사회를 조직하는 체계가 세계 곳곳에 자리 잡았어.

146쪽


돈, 인간, 우리의 미래는 자본과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

종교보다는 이념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의 모습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경제 성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구입해야 하거든. 자원이 바닥나지 않고 환경을 지키려면 이제 우리 사회가 성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165쪽


이렇게 현재 자본주의와 지구 환경이 처한 문제에 대한 질문도 던져줍니다.

인류 탄생부터 유전자 조작과 AI가 있는 현대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이 책은,

초등 5학년 이상 친구들부터 중학생 친구들에게 권합니다.


구름고래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책 이야기를 보실 수 있어요.

https://m.blog.naver.com/bookanddeb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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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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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훈

1916년, 이 소설이 출판된 해 미국에서, 미혼 여성의 연애는 대단히 위험했다.

(물론 그 시절 다른_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연애보다 자기 계발!


2. 한 줄 평

결과론적으로 보면 웹소설 식으로 키잡물. (키워서 잡아먹는 결혼하는 장르.)


3. 클리셰

아름다움 문장과 상황에 적절한 묘사로 쉽게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불편했는데 이유는 클리셰가 너무 뻔해서.

채리티의 삶이 결코 빛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미천한 신분, 세상에서 동떨어져 변화없는 시골마을,

교육도, 직업도, 독립에 대한 희망도 별로 없는_십 대 후반의 여자.

도시에서 온 세련되고 아름다운 청년.

불나방처럼 젊고 빛나는 열정으로 뛰어들었지만

당연한 결과로 떠나는 남자, 버림받는 여자.


춘향이나 카츄사나(톨스토이, <부활>), 판틴(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이나

또 다른_'미워도 다시 한번'류 신파의 주요 소재.

너무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


차라리 남자의 이빨을 모으고 상투를 깎아 수집하는 쪽이(feat. 이춘풍전이랑 배비장전)

훨씬 속 시원하다.


4. 차이점

다만 이 책이 위에 언급한 소설들과 좀 다른 점은

일방적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한 번쯤은 짧은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현실을 아는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인데

열여덟 살짜리가 현실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나.

그러니 해처드 부인이 자신에게 준 교육과 떠남의 기회를

로열씨의 방해와 자신의 결정으로 차버리고는 그저 눌러 앉아 지리멸렬해하지.


때마침 나타난 루시어스 하니.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모두 한 여름의 일탈이다.

채리티가 마을을 떠나 법과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산'으로 떠났거나

도시로 가서 판틴처럼 불행했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았다면

덜 찝찝했을 것을,

돌아간 곳은 다섯 살 때부터 키워준 로열 씨의 옆자리다.

아내가 죽자 열일곱 살짜리한테 결혼하자고 한 그 남자.


5. 작품해설에 대한 비동의

책의 마지막 '작품해설'에서는 이 소설을 여성 성장 소설이라고 규명하며

"'영혼의 개안'을 다룬 최초의 성장소설"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뤘다는 점은 인정하나

영혼의 개안을 다뤘다고 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만한 정신적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인데

채리티는_시작부터 끝까지 현실의 가장 편안한 선택과 욕망에 타협했을 따름으로

한 여름의 열정을 좇는 어리석음, 시든 나뭇잎처럼 자신도 시들어버린 채로

"불가항력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겪은 사람이었지만

거기에 이르는 걸음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로 남아

원래 그랬던 대로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했으니까.

젊은 여자 하나가 노스도머의 거리 한 끄트머리에 있는 로열 변호사의 집에서 나와 문가에 섰다.
6월의 오후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 P7

그날 저녁 늦게 차가운 가을 달빛을 받으며 두 사람은 붉은 집 문 앞에 마차를 세웠다. - P264

그 젊은이가 해처드 부인네 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네틀턴에서 보았던 눈부시게 화려한 거리가 되살아났다. 채리티는_갑자기 자신의 낡은 햇빛 차단용 모자가 부끄러워졌고, 노스모어가 싫어졌고, 그 푸른 눈이 저 멀리 어딘가 네틀턴보다 더 아름다우 곳을 향해 열려 있는 스프링필드의 에너벨 볼치에게 질투가 났다.
"모든 게 지긋지긋해!" 채리티는_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 P12

그는 무척이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채리티 자신이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로열 씨와 채리티는 그 쓸쓸한 집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독의 깊이를 헤아리곤 했다. 채리티는_그에게 특별한 애정이 없었고, 눈곱만치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 P25

"이 마을에서는 무엇이 되려고 애써봐야 모두_헛수고란 말이야." 채리티는_베개에 대고 혼자 중얼거렸다. - P38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까맣게 잊었으며, 마침내 하니가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녀는 별 속에 갇힌 것 같았다……. - P139

채리티는_자신이 가진 모은 것을 하니에게 주었다. 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_ 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채리티는 이런 일을 겪은 다른 젊은 여자들의 경우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갖고 있던 것은 모두_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짧은 순간밖에 살 수 없었다. - P181

핏속에 있는 무엇 때문에 저 ‘산‘이야말로 지금 그녀가 찾는 질문 속에 대한 유일한 답이며, 점점 옥죄어 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날 어쩔 수 없는 도피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곳은 비 내리는 새벽을 배경으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래 바라볼수록 지금 마침내 정말 그곳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좀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다. - P216

마흔여덟 시간 전 마지막으로 이 풍경을 가로지르 때만 ㅎㅏ더라도 나무에는 여전히 잎사귀가 많이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지난 이틀 잠 사이에 분 강풍으로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졌고, 12월의 시골 풍경처럼 정교한 윤곽을 드러냈다. 며칠 동안 가을 추위는 그녀가 독립기념일에 지나갔던 풍요로운 들판과 나른하게 보이던 숲을 모두 흔적도 없이 쓸어버렸다.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함께 그 열정적인 시간도 시들어갔다. 채리티는_자신이 그 시간을 살았던 존재라는 사실이 더 이상 믿어지지 않았다. 불가항력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겪은 사람이었지만 거기에 이르는 걸음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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