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 아작 YA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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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증오하며 흙더미 밖으로 나왔다. 증오는 그의 ㅇㅏ버지요 어머니였다.

7, 첫 문장


세계의 냄새가 주변에 자욱했다. 그는_절망감을 느끼며 가을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가을이 땅을 활활 태워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시골 곳곳에 여름이 남기고 간 폐허가 보였다. 거대한 숲에 불꽃이 활짝 피어났고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불꽃이 피우는 연기는 풍성했고 푸르스름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증오하며 묘지에 서_있었다. 세계를 가로질러 걸었지만, 맛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대신 들을 수는 있었다. 새로 열린 귀에 바람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는_죽어_있었다.

8


윌리엄 랜트리는 거대한 피스톨의 끝이 별들을 향해 뻗어가는 것을 보았다. 굴뚝 꼭대기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죽은 자들이 향하는 곳이었다.

14


모든_어리석음을 통틀어, 지독하고 고약하고 소름 끼치는 끈적끈적한 모든_어리석음 중에서도, 이런 것은 난생처음 보았다! 단 1그램의 상상력도 없이 아이들을 키우다니! 상상하지 않는 아기가 무슨 재미로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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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_살아_있었다. 어쨌든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이유는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다.

증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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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공포야. 그는_작은 집들을 향해 말없이 외쳤다. 어둠은 대조를 위해 존재한다고. 마땅히 두려워해야지! 이 세계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를, 거창한 말을 멋들어지게 써낸 러브크래프트를 파괴하고, 핼러윈 가면을 태워버리고, 호박등을 없애버렸지!

59

그러므로 이자들은 일어날_수도 다시 걸을 수도 없다. 이들은 죽어서 납작해졌고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분필도 저주의 말도 미신도, 그 어떤 것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걷게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죽었고,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_혼자였다.

81


맥클루어는 생명과 움직임에 대하여, 죽음과 움직이지 않는 것에_대하여, 태양과 위대한 태양의 소각로에 대하여, 빈 묘지에 대하여, 증오와 증오가 살면서 어떻게 진흙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지, 이 모든 게 얼마나 논리에 어긋나는지, 나지막이 논리적으로 말하고 또 말했다. 한 명은 죽은 자였고, 죽어_있었고, 죽어 있는 게 전부였다.

117


나는 에드거 앨런 포다. 랜트리는 생각했다. 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찌꺼기다. 나는 앰브로즈 비어스의 찌꺼기요, 러브크래프트라는 남자의 찌꺼기다.……나는 던세이니요, 마켄이요,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다.……나는 성벽에 모습을 드러낸 햄릿 아버지의 유령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이것들은 소각될 것이다.

118-119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 좀비 또는 흡혈귀 같은 존재.

감정과 이성이 있으니 좀비는 아니고, 피를 빨아먹지 않으니 흡혈귀는 아니지만

호흡하지 못하고, 맛도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살아 있는 시체.

자신은 걸어다녀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죽음 이후 모두가 불태워지는 시대에 다시 일어난,

마지막으로 남은 죽은 사람, 외로운 윌리엄 랜트리.

그는 외롭기 싫어 친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무려 416년 만에 무덤에서 나온 그가 맞이한 시대는 과거에 살던 시대와 참 다르다.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불면도 없으며

상상하지 않고 살인도 하지 않고, 시체는 누구도 매장하지 않고 불태운다.

2265년, 대소각기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불태워진 후

2349년, 랜트리가 깨어난 이후에도 과거의 작가들은 여전히 조롱 받는다.

책을 불태우고, 공포도 상상도 사라진 세계,

"미래 사람들처럼 논리적으로 말하고 추론했더니 생명력이 사라"진 랜트리.

그의_존재에 대한 불신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마는데.

과거의 잔재, 미래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주인공,

어쨌거나 미래에 홀로 선언한 그의 전쟁은 패배로 끝난다.

그리고 그를 마지막으로 상상의 잔재들은 모두 소각되고.

과거의 우리들에겐 아포칼립스인 이 책은,

모든 책을 불태운 후 남아있는 책들을 찾아 불태우는 직업, 파이어파이터와

미래사회를 그리는 <화씨 451>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씨 451>의 책 한 권 읽고 고뇌하는 주인공보다는

이 책의 살았지만 죽어있는 주인공이 훨씬 공감간다.

아무래도 내가 읽고 있으며 상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한때는 살아있었던,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 있는,

그의 죽어감을 애도하면서.


TMI :

1948년 단독 출판되었지만 1959년 <멜랑콜리 묘약>에 함께 수록되었다.

그리고 소설모음집은 <멜랑콜리 묘약>과 <온 여름을 이 하루에>로 번역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가, 더 많은 수록작.

이 책으로 살걸…… ㅠㅠ

<온 여름을 이 하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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