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 문학동네 청소년 76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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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업체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조우리 작가의 신작 <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_호텔>입니다.


첼시_호텔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오래된 호텔입니다.

1905년 개장한 이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호텔에 머문 것으로 유명하죠.



이 책은 그 첼시_호텔에 머물렀던 뮤지션을 기억하는 부모를 둔 아이, 락영이의 이야기입니다.


밤 열 시의 종로 뒷골목은 내가 속해 있지 않은 다른 행성인 듯 어둠도 빛도 왜곡되어 있다.

7쪽, 프롤로그, 첫 문장

종로 뒷골목의 유흥가, 그곳에 자리 잡은 '첼시 호텔'은

"간판만으로도 저 장소는 스러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락영이 아빠가 이십 년째 운영하고_있는 이곳은 음악을 신청하면 들려주는 LP BAR입니다.

그곳에서 락과 메탈 음악을 자장가 삼아 잠들었던 아이 락영은

이제 음악을 듣지 않아요.


나는 형광등 아래서 일할 거야.

22쪽


아빠처럼 밤에 출근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아홉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을 꿈꿉니다.

아빠의 가게가 위기에도 운영될__있는_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엄마 덕분이니까요.


엄마가 가게 근처에 얼씬도 안 하는 이유, 나는 이해한다. 이곳엔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고 몇 센티미터쯤 붕 뜬 상태로 살아가는 인간들만_ㅇ있다. 무명 연극배우, 편의점 알바생, 데뷔하지 못한 작가, 백수, 인디 뮤지션, 라면 봉지 수집가, 병 쌓기 달인……. 살아있는 유령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는 게 마음 편한 존재들. 미국의 진짜 첼시 호텔에는 한때 전도양양한 예술가들이 모였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첼시 호텔에는 아니다.

48-49쪽


밴드를 하다 만난 아빠와 엄마는 함께 첼시_호텔을 꾸렸지만 이제는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 건지 본인은 알고 있는 걸까. 방향성이 잘못된 성실함.

58쪽


엄마의 이런 가차없는 평가에 동의하며 고2 락영이는 열심히 공부합니다.

서울대 어느 과이든 가기만 하면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말이죠.

인생의 많은 즐거움은 대학 입학 이후에 이룰 거라 다짐하면서요.


아빠의 가게를 지나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스터디 카페에서 지유를 만납니다.

엄마랑 크게 싸우고 집을 나온 지유와 밤새 이야기하며 친구가 되지요.

아침 일찍 지유의 자리에 잔뜩 놓인 벌레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나무젓가락으로 그 벌레를 잘 잡아주는 든든한 친구를 발견하게 했죠.


슈퍼히어로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일까. 지켜보던 반 아이들 모두 깊이 감동했다.

25쪽


벌레는 낚시할 때 쓰는 갯지렁이였어요.

지유의 ㅅㅏ물함에 또 벌레가 잔뜩 있었습니다.

지유를 향한 벌레 공격에 맞서

반장 김락영과 피해자 정지유와 항상 책을 읽지만 벌레를 잡아주는 다정한 친구 김도영은

고교 탐정단이 되어 일명 '어부' 찾기를 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우정과 연애, 학교와 가정에서 갈등은 심해지고

락영이를 도망가게 합니다.


엄마도 학교도 친구도 인생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이고, 혼자이다 보면 아무런 상처도 안 받는다. 하지만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는다면 죽음과 뭐가 다르지. 이르게 들어온 무덤 같은 이불 속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_생각한다. 내가 도망가는 방향의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내가 내게 속했다고 믿었던 것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148쪽

Rock+Young, 부모님이 좋아하는 두 단어로 지어진 이름의 락영이가 도망간 곳은 '첼시 호텔'입니다.

여기선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이런 것들을 서로 궁금해하지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이곳은 세상에서 소외된 아주 구석진 모서리 같은 장소였다. 지치거나 실연한 사람들만이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첼시 호텔을 찾아냈다.

……

그저 떼 지어 풀을 뜯고, 다 뜯어먹었으면 어슬렁거리며 다른 장소로 조용히 이동하는. 함께이지만 따로인 무해한 초식동물들.

154쪽


누구나 위안이 되는 숨을 곳, 골목의 끝에 있는 그곳은

수지타산,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과 꿈의 실현이라는 경계에서 어렵사리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누구나 숨을 장소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지.

155쪽


락영이는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엄마와 아빠의 갈등, 친구와 현실과 꿈의 ㅇㅏ슬아슬한 균형이 계속될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궁금하게 합니다.


시간에 따라 스러지는 꿈은 어른인 저에게 깊이 다가왔어요.

여전히 균형잡기의 어려움을 느끼며

첼시_호텔로 숨어들 어른들 중 하나인 듯 말이죠.

현재와 미래의 삶을 고민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기에

말랑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만

어른들에게도 과거와 현재의 나를 살펴 볼__있는

그런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시길 바라면서

중등 이상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좁고 길고 가파르고 휘어진 세상의 모든 길 끝에 그곳이 있다. 그러니 어떤 길을 걷더라도 괜찮다. 결국엔 첼시_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다.

……

나는 첼시_호텔으ㅣ 문을 연다.

신의 손길처럼 음악이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205쪽,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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