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18년 미국정치학자들이 트럼프에 대해 비판했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리뷰 바로가기)의 후속편 격이다.

저자들이 책을 쓰기 시작한 2021년 1월_5일은 백인우월주의가 대세인 미국_남부에서

흑인과 유대계 상원의원이 최초로 탄생했고 그다음 날인 1월_6일에는 미의회가 점거당했다.

일련의 ㅅㅏ건을 보며 저자들은

이런 일이 어떻게_일어날 수 있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제언한다.

미국의 트럼프를 '극단적 소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설명하며

미국_건국시기에 만들어진 미헌법과 동일 시기에 형성된 선거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나의 국가처럼 기능하던 각각의 주를 미합중국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인구비례보다는 각 주의 권한을 보장하는 방법을 택한 이후,

하나의 국가가 된 지금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총 8개의 장에서 1장과 2장에서는 트럼프가 보인 선거 불복종과 독재적 발상이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이에 대한 분석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_위해 반면교사 삼을만하다.

3장~ 8장은 미국_역사에서 미 상원이

어떻게 다수결의 원칙과 시민의 여론에 반대되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와

법원의 판결이 만능이 아니게 되는 이유들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상원의_필리버스터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설명하는데

이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용해서 많은 법안을 부결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_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에 투표권이 없다는 것!

그래서 투표를 하려면 각각의 개인 스스로가 투표할 권리를 지닌 국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명부에 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투표에 관한 여러 가지 제약을 보편선거로 바꾸려는 법 개정도

미국_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용해서 부결되었다고.

십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된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며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야, 국회에서 주먹질을 안 해, 날아차기도 없고 빠루도 없는 시절이 가능하게 되었다며 감탄했으나

역시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걸 미국_상원의 행태로 알게 되었다.

이전 책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제언한 데서 끝났다면

이 책에서는 이미 문제가 심각하니 민주주의를 지키기_위해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신성하다고 여겨지지만 헌법은 신성하지 않으니 현시대에 맞게 고치고

투표권을 확립하고 다수의 의견이 관철될 수 있는 제도로 만들도록

공론화하고 지속적인 개혁 운동을 해야 한다고.

비록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_것 같아도 해야 한다며,

여성 참정권을 향한 운동이 1920년 미국_헌법_수정_제19조로 이루어지기까지

1848년부터 시작되어 70년 이상 지속된 긴 여정이었음을 기억하라고.

세계 최초의 민주공화국이었던 미국이

그 역사 배경 때문에 이젠 후진 민주주의가 되었다는 그 아이러니를 보며

'충직한 민주주의자'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구분하는 혜안이 필요함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ㅈㅏ란다지만,

이제는 유권자의 애정과 관심과 지혜로 쑥쑥 자라나길 바란다.

미국도 우리도, 세계의 모든_민주사회에서.

TMI : '극단적 소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서 추가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극단적 소수'는 다수결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를 이용해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변화를_위해 용기를 내서 문제를 위한 공론화, 사회 활동 등을 하는 분들이랑은 다른 개념이다.

더 많은 리뷰는

구름고래 논술토론 : 네이버 블로그


에드먼드 버크에서 존 애덤스, 존 스튜어트 밀, 알렉시 드 토크빌에 이르기까지 18세기와 19세기의 걸출한 사상가들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즉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서 다수의 의지가 소수의 권리를 짓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실제로 문제가 될 수_있다.……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 상황에 더 가깝다. - P21

민주주의는 어떻게 아무런 잡음 없이 권력을 이양하는 오늘날 독일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_패배를 받아들이는 규범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를_위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앞으로 다시 승리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할 때, 정당은 패배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
정당이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두 번째 조건은 권력이양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즉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생계가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며, 권력을 넘겨주는 정당과 그 지지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 P37

정치학자 후안 린츠가 충직한 민주주의자라고 부른 사람들은 언제나 세 가지 기본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겨야_한다. 첫째, 승패를 떠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이 말은 패배를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민주주의자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혹은 폭력을 쓰겠다는 위협)을 사용하는 전략을 분명히 거부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고, 폭동을 조직하고, 반란을 조장하고, 폭탄 투척 및 암살 등 아양한 테러 행위를 계획하고, 정적을 물리치거나 유권자를 위협하기_위해 군대나 폭력배를 동원하는 정치인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위 두_가지 기본 워ㄴ칙‘을 어기는 모든 정당과 정치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야 한다.
충직한 민주주의자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미묘한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반민주주의 세력과 확실하게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 P63

민주주의_암살자에게는 언제나 공범이_있다. 그 공범은 민주주의_규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 규칙을 공격하는 정치 내부자들이다. 린츠는 이들을 가리켜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라고 불렀다. - P63

2. 과도하거나 부당한 법의 ㅅㅏ용
어떤 법은 자제해서 사용하도록, 혹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법은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인ㄴㅐ심을 발휘하거나 스스로 자제하는 자세를 요구한다. - P80

3. 선택적 집행
정부는 법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법을 적용‘함으로써 정적을_처벌할 수 있다. 법 집행이 일반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가령 사람들이 계속해서 세금 신고를 속이고, 기업이 건강과 안전 및 환경에 관한 규제를 일상적으로 무ㅅㅣ하고, 혹은 고위 공무원이 친구나 가족을 위해 권환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법집행은 일종의 헌법적 강경 태도가 될_수_있다. 즉, 정부는 정적을_겨냥해서 선택적으로 움직이지만(어쨌든 ‘법‘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오로지 정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방식이다. 다시 말해 법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페루의 독재자 오스카르 베나비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친구에게는 모든 것을, 적에게는 법을."
블라디미르 푸틴은 선택적 법 집행의 대가다. - P85

4. 법률 전쟁
마지막으로 정치인들은 공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정적을 겨냥한 ‘새로운 법‘을 만들기도_한다. 이를 일컬어 법률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법률전쟁의 뚜렷한 사례는 1991년 민주주의를_회복하기 이전의 잠비아에서 확인할_수_있다. - P87

정치학자 애슐리 자르디나는 트럼프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백인 유권자들에게 "인종적 수직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ㅅㅏ회적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인식한 백인 공화당원들이 예비선거에서 트럼프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P172

지나치게 반다수결적인 미국 헌법은 단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만은 아니다. 미국_헌법은 전체적인 당파적 소수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_헌법은 개혁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 P321

미국은 이제 기로에 들어섰다. 미국은 다인종 민주주의 ㅅㅏ회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민주주의가_아닌 사회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 P326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_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1월 5일과 1월 6일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 - P3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