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Joule > 브레송적인,



사진 넘버 2038. 사진의 묘미는 그런 것이다. 놀이공원 자그마한 분수대 앞에서 요술봉을 가지고 노는 조카가 귀여워 연속샷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훑어보니 마치 조카의 요술봉이 불러낸 물의 요정인 듯 배경으로 어느 자그마한 소녀 하나가 내 카메라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게 발견된다. 조카는 분홍 티셔츠에 파란 요술봉을 들고 있고, 소녀는 파란 옷에 분홍 양말을 신고 어딘가로 달려간다. 신발은 도대체 어디에다 두고. 소녀는 마치 조카가 파란 요술봉으로 불러낸 분수의 요정이기라도 한 걸까. 시기적절하게도 조카의 귀여운 얼굴은 소녀의 존재를 부각이라도 시키기 위해서인듯 자못 의도적인 냄새를 풍기며 가리워져 있다. 이 사진을 보고 내가 얼른 기억해낸 건 이미 여러분들도 짐작하셨겠지만 브레송의 다음 사진이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Island Of Siphnos The Cyclades Greece, 1961

 

파란 추리닝을 입고 신발도 신지 않고 분홍양말 채로 뛰어 가는 내 사진 속의 그 자그마한 소녀를 브레송적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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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10-0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사진으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좀더 시선을 낮춰서 물에서 나온것 마냥 찍게 하면 어떨까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래 브레송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다시 위로 올라가서...
'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뺄셈의 미학'이란 얘기도 스쳐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