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annerist > 매너의 걸작: X-wing





벌써 10년 전이 다 되어가는구나. 무료하기 그지없이 일곱 시 등교, 열시 반 하교를 반복하던 시절, 오전내내 종이접기에 몰두했던 고등학교 2학년때가. 지질나게 지겨웠던 학교 생활, 그렇지만 대놓고 반항하지도 못한 채 지극히 평범한 '범생이'에 지나지 않던 매너가 간혹 몰두했던 건, 다름아닌 종이접기였다. 꽤나 어려운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가끔은 이런저런 모델을 창작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당시 매너 짝이었던 얼굴 길쭉한 녀석에게 묻는다.

"야, 오늘 뭐 접어볼까?"
"(심드렁하게) 할 거 없으면 거 뭐냐. 스타워즈에 나오는 비행기나 접어 봐. 요즘 영화도 재개봉하더만"
"그럴까? 좋아!"
"(한심한 눈길로)한 번 해 봐라."

그러고 매너는 그날 오전 내내 책상 아래에 고개 쳐 박고 창작에 몰두한다. 종이 네 귀퉁이를 하나하나의 날개로 잡고 종이 가운데를 뾰족하게 빼면 대강의 모양이 나온다. 그러자면 붓꽃접기의 기본형으로 들어가서... 그걸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 점심시간 종이 칠 때 즈음 대강의 모양이 완성된다.

"야, 이거 봐라."
"??... 야 이 미친놈아... 하란다고 진짜 하냐??"

그래서 저 녀석은 완성되었다.

지금도 가끔 X-wing을 접는다. 답답하고 무료할 때. 쭉쭉 뻗어나가는 직선을, 군더더기없는 깔끔함을 좋아하는 매너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오늘 갑자기, 별 것 없이 무덤덤한 매너의 만땅재 책상이 외로워보여 디자이너지 한 장을 꺼내 접어본다. 기본적으로 두꺼운 종이인지라 날카로운 직선미가 그닥 살지 않는게 아쉽긴 하지만 뭐. 이정도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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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6-1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최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