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소설을 읽으려는 당신에게, 잠깐 동안 눈을 감도록 권하겠다.
눈을 감지 않고 위의 비어 있는 한 줄을 뛰어넘었다면, 제발, 아래의 비어 있는 한 줄을 건너기 전에, 꼭, 눈을 감아보기 바란다. 이때 눈을 감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또한 기필코, 당신 자신이 깨달아내야 할 일이다. 그러니 앞에서 눈을 감았었더라도 그저 눈꺼풀을 덮어본 놀음에 불과했다면, 이 경우 역시, 다시 한번 당신 눈 속의 그 어둠과 마주하는 게 스스로 뜻깊겠다. 이번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눈꺼풀 안으로 쫓아들어온 현란한 빛무늬가 완전히 암흑의 뒤편으로 스러지도록. 그래서 원컨대, 그 짙은 어둠의 응시가 이 소설 읽기를 지탱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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