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신문 꽂을 틈도 없이 과장은 나에게 독서교실에서 골든벨을 하니 도와달라고 한다. 독서교실 담당직원은 나에게 디카를 쥐어주고.
일단은 골든벨 보조. 구색은 갖췄다. 아크릴 판으로 간이칠판을 쓰고 마카로 쓰고.. 초등학생들은 역시 시끌... 상품으로 글쎄 대학교 장학금을 달라고 외친다. 니네가 고등학생이냐?-_- 처음 세문제는 먼저 손든 순이었는데..누가 먼저 들었는지 내가 체크. 그런데 이녀석들이 미리 손을 들고 있다-_-;; 몇번의 잡음...게다가 문제도 상당히 어렵다. 상당한 잡음. 안배웠다고 난리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면 몰라요는 여전한가?
이제 골든벨을 시작.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3단계로 10문제씩이라던가. 과장이 문제를 출제해서 냈나본데 난이도가 상당하다. 뭐 대개의 문제는 나도 알았지만 몇개는 헷갈리거나 모르는 경우도 생기더라는. 최초의 한국 여성 변호사라는건 알기 어렵다 나로선. 아십니까? 소수의 책 몇권을 읽어야만 답이 가능한 것들도 있고... 아이들은 실컷 컨닝을 해대고 거의 정리가 안된 상태로 진행된다. 아이들 중 몇명은 눈에 띈다. 자기가 모르면 모르는거지 왜 성질을 내는지. 모르는 건 인정해야지. 하도 못맞춰서 몇번이나 전체가 탈락이 됐는데 그래, 골든벨은 애시당초 무리였다. 과장이 아이들 듣게 말하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너네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나요? 얘네들이 풀기에 문제가 어려운 거 같니?" "네, 얘네들한텐 좀 어려운 것 같은데요" 맨 앞에서 꽤나 잘 맞추던 남자아이녀석이 말하길 "이 형이 우릴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이녀석아, 답을 맞추란 말이지' 씩 웃어주는 수 밖에. 종종 나에게 힌트를 묻기도 하고 답을 써서 나에게 보여주며 맞냐고 물어보더라. 열심히 웃어야지 뭐-_-; 이녀석...나중에 폐회식을 할 때 보니 사회를 보더라. 말이 많더니^^;
탈락해서 뒤로 나갔다가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들어올 때도 답을 미처 우리가 확인하기전에 우르르 몰려오는 아이들. 통제하기란 힘들었다. 소리 좀 지르면 통제야 뭐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면 재미없어지니까.
골든벨은...아이들 수준에는 어려운 문제, 통제의 어려움이 겹쳐서 실패했다고 봐야 겠다. 초등학생이 소화하기엔 무리였다고 보여진다. 다 끝내고 이번주 내내 했던 것들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나는 사진을 찍어대고 그렇게 끝났다. 남은건 청소. 회의실 책상같은 걸 다시 들여놔야 하는데 둘이 들어야 하는 무게. 대체적으로 난 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다 들어버렸다. 무리했다. 12시가 되어서야 다 끝내고 점심을 당직실에서 시켜먹고 디지털 실에 올라가 있다가 조금뒤에 부르더라. 이번엔 종합자료실 책나르기다. 이십여권의 책을 한묶음으로 해서 한50-60묶음정도? 내가 한 10개 정도 나른 것 같다. 제대로 무리. 서고까지 들고 가기전에 계단을 올라서 2층 입구까지만 날랐는데 체력고갈.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얼굴은 이미 제어 불가. 직원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하지말라고 쉬라고 한다. 괜찮냐?라고 할 때 땀말고 다른 녀석이 나올뻔 해서 낼름 고개를 돌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많은 땀을 흘렸던 오늘이었다. 힘도 갖고 있는 것은 다 쓴것 같기도 하고...
힘을 다 써버리니까 이번 주의 시니컬한 느낌도 같이 빠져나간 모양. 아무래도 그럴 힘이 없어진게지. 기분은 살짝 좋아진 것 같다. +0.01정도? 바닥을 보았다가 이제 딛고 올라오려는 순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