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머리굴리고] 나른한 오후의 일본어 한 바닥

나른하고 졸린 월요일 오후입니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상도 받고, 전두환씨의 비자금은 여전히 흉흉하고, 바깥 세상은 여전히 뭔가 크고 작은 일들이 복닥복닥 일어나는 모양인데, 저는 왜 이렇게 '졸립기만' 할까요.

아즈망가를 두 번이나 등장시켜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소재가 소재이니만큼(졸음=오사카),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

오사카, 깨어있을까요, 졸고 있을까요? 평소의 왕만두같은 눈은 어디로 가고, 단추구멍만한 눈이 보이는군요. 매같은 유카리선생, 이걸 모를 리가 없지요.

머~엉하니 졸다가 책을 떨어뜨리고, 짐짓 모른 척 하고 다시 주워 자세를 바로하는 오사카.(그러나, 너무 늦었어요, 늦었다구요!ㅠㅠ)

유카리선생왈: よく 眠れたかしら(잘 잤니?)

よく는 '잘', 眠[ねむ]れた는 '잤다'라는 과거형이지요. ~かしら는 주로 여성들이 많이 쓰는 종결형입니다. '~까?'의 의문형으로 주로 쓰이지요. 'なになに[나니나니]かしら' 하면 '뭐뭐일까?' 정도로, 가벼운 의문형입니다. 여기서는 비꼬는(!) 말투로 쓰였겠죠. '잘잤을까나?'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어리버리한 오사카는 버벅거립니다. "いえ, そんなに.. "(아뇨, 그런..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인가! 그러나 결국 한 마디 더 해서 얻어터지는군요. "ちゃうねん." 오사카사투리로, '아니다'라는 말이죠. 한글판에는 '아녀유'라고 나왔네요.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던 천재소녀 치요(당연히 수업 중에 조는 일 따위는 없겠죠!), 걱정되는 얼굴이죠. "大阪さんは 授業中に よくねています.'"라고. '오사카상은 수업 중에 잘 졸아요'.

보통 中는 [なか]라고 많이 읽죠. 그러나 일본어에는 경우에 따라 음이 틀려지는 한자가 많답니다. 그래서 중급 이상 학습자들에게는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 이 필수죠. 여기서도 '수업'이라는 한자어와 결합해서, 다른 음으로 읽힙니다. [じゅぎょうちゅう] 라고 읽죠. 꽤 복잡해보이죠? 차근차근 읽어보면 '쥬교유츄우', 좀 더 빨리 읽어보면 '쥬교추', 더더 빨리 읽어보면 얼핏 우리나라 말 '수업중'과 약간(!) 비슷하게 들린답니다.

그래서 중급 이상 학습자들도 한자 독음은 조금 공부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요. 히라가나로 풀어써보면 빠뜨리는 음도 많겠지만, 대강 아는 척하고 빨리 말하면 알아듣는 일본사람들도 있거든요. MBC 개그프로인 '노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문모 개그맨이 이런 식으로 한자독음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でも(하지만),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실 분이라면 절대 처음부터 저렇게 요령을 피우시면 안됩니다!

よく, 는 저~어기 앞에서도 들으신 말이고, 여기서 특이한 것은 'ねています' 입니다. 'ねている'(자고 있다)라는 말에 '~ます' 변형을 붙여 '자고 있어요'라고 바꿨죠.

~ています(~고 있다)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작의 변화가 들어가는 단어에 많이 사용되지요. 예를 들면, 뛰고 있다, 옮기고 있다, 자고 있다, 전화하고 있다, 등처럼 말이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사랑하다', '결혼하다'와 같은 말에도 이 '떼이루' 동사변형을 많이 씁니다. 직역하면 '사랑하고 있다', '결혼해 있다'같이 되는 것들이죠. 이 '떼이루' 동사변형은 우리나라 말과는 틀린 점이 있어서인지, 이것만을 다룬 논문도 나와있답니다.

하으, '졸립다'는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오사카양까지 특별출연, 치요까지 나왔습니다.

응용예제..라기보다는 주인장의 자기고백을 끝으로,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릴께요.^^

わたしは 勤務中(きんむちゅう)に よくねています. 

--알라딘 김세진(sarah2002@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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