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역사책이야기] 역사 베스트, 눈에 띄는 이 책

" 내가 골동품 연구가라면 낡은 물건들만 찾아다니겠지만 나는 역사가이거든. 그래서 나는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한다오." (본문73쪽)

" 살아있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가의 중요한 자질이다. (중략) 역사란 시간 속 인간들에 대한 지식이다. 그것은 죽은 사람에 관한 연구와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연구를 결합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한다. "(본문77쪽)

아날학파 1세대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가 1940년에 남긴 말입니다. "역사란 무엇이다" 하는 정의를 수도 없이 읽었지만, 이보다 더 멋진 말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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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을 자주 보시나요? 그럼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고양이 대학살>이란 책을 보셨을 겁니다.  아~ 뭐라 말을 덧붙일 수 없는 심혈을 기울인 마이리뷰를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그 책?  맞습니다. 오늘은 그 책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그 책이 놓여 있는 지점, 그 책을 특별하게 하는 무엇에 대해서요.

3.1명의 가족,  가구당 평균 수입 2백만원,  주당 근로시간 44.2시간.... 2004년의 한국을 말해주는 지표들입니다. 이런 지표들을 토대로 사고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이구요.

그런데 단튼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 역사가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에 의해서 소수를 전형화함으로써 허구에 빠진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계급의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이다. 사회과학적 방법론은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시대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가공의 모습을 창출해 낸다. 그러므로 역사학에는 다른 방법론이 필요하다." 하고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단튼은  인류학과 역사학의 만남을 시도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 , "과거는 낯선 세계다." 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실제의 시대상에 가까이 가기 위해 인류학적 방법론을 역사서술에 도입합니다. 

<고양이 대학살>에는 17, 18세기 프랑스 사회를 연구한 논문 6편이 실려 있습니다. 단튼은 이들 논문에서 사료로서의 취약성 때문에 기존의 역사학에서 소흘히 다룬 민담이라는 사료를 가지고 18세기 프랑스 사회에 접근합니다.

감히 요약하자면,  '민담은 한 시대의 정신구조를 말 해 주는 사료이다. 민담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문화를 알 수 없다. 그럼, 우리는 한 시대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진정으로 시대를 아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는 것이 단튼의 생각입니다.

'농민이 이야기한다', '늑대와 소녀 이야기' 등 18세기 프랑스를 보여주는 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밌습니다.  (쉽게 읽히는건 아니지만요) 민담이 보여주는 18세기 프랑스 사회의 생존 전략들을 읽다보면 그 사회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짐작들이 여지없이 깨어져 나갑니다. 사회과학적 역사서술이 잘 못 그린 역사를 바로잡아주는 역사서술, '시간 속 인간에 대한 지식' 을 새롭게 하는 역사서술, <고양이 대학살>은 그 의의 만으로도 별 다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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