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전기가오리에서 들은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고여 있다. 공부모임의 주요 내용은 아니고 곁가지로 살짝 언급되고 넘어간 것으로 다음 문장이 정확한 인용은 아닐 수 있다.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할 때 그게 개별 남성에 대한 비판인지, 남성이라는 사회종에 대한 비판인지, 남성 중심적 제도나 문화에 대한 비판인지 그 층위를 구분하고, 유연하게 그 사이를 왔다갔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야 자기 자신도 주위 사람도 미워하지 않고 논의를 앞으로 진전시킬 수 있다고.


이 말을 들을 당시에는 곧장 납득이 되었다. 탈코르셋 논의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나, 가부장제하에서의 효과적인 착취를 위한 학습의 결과라는 이성애 관계에 대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이성애 관계에서 삶의 기쁨과 안정감을 느끼는 나, 기존 체제가 요구하는 삶을 살며 그렇게 살지 않는 나를 바꾸려고 드는 주위 사람들을 그와는 별개로 아끼고 사랑하는 나. 그러니까 층위를 넘나드는 건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이미 자연스레 하고 있는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장을 곱씹을수록 의문이 든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일인가, 여기에 함정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내 손에 쥔 게 너무 없다. 그래서 일단 이 문장을 이곳에 매달아두고 판단을 유보하려고 한다.


그리고, 집 안에도 밖에도 꽃이 가득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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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3-28 1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꽃이 참 예쁩니다. 고양이가 없는 집은 저렇게 아름다운 꽃 장식도 가능하군요. ㅋㅋㅋㅋ
그런데 저는 개별 남성이 싫을 때도 있고, 남성이라는 종이 싫을 때도 있고, 남성 중심 제도나 문화가 싫을 때도 있어요. 3번째가 제일 싫긴 하지만.... 아무튼 인간이란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 ㅎㅎㅎ

책먼지 2023-03-28 12:44   좋아요 3 | URL
고양이 키우는 집은 혹시 고양이가 먹었을 때 해로울 수 있어서 식물 키우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저 꽃은 우리 농가 살리기로 톡딜 떴길래 저도 사고 부모님댁에도 보내고 혼자 사는 삼촌 댁에도 보내고ㅋㅋㅋ 저는 진짜 책이고 뭐고 손이 너무 커가지고..ㅠㅠ
저도요.. 셋 다 싫다.. 사실 층위를 나눈다는 거 자체도 좀 자의적인 게 세 개가 상호연결되어 있고 막 중첩돼서 나타나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ㅠㅠ 잘 끌어안아보려고 공부하는 건데.. 쉽지가 않습니다!!!

잠자냥 2023-03-28 12:48   좋아요 2 | URL
네 저희도 꽃을 좋아해서 몇 번 꽃병에 꽃을 꽂아두었더니..........!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다 뜯어먹어서 넘나 놀라서 그 이후 꽃은....ㅠㅠ
꽃다발 받아도 빨리 당근으로 되팔고....ㅋㅋㅋㅋ
즤집에 식물이 있는 유일한 곳은 냥이들이 못 들어가는 욕실입니다. -_-;;

책먼지 2023-03-28 13:14   좋아요 1 | URL
으아 애들 입에 잘 맞았나봐요..??? 그나저나 당근으로 꽃다발도 팔 수 있군요ㅋㅋㅋ 잠자냥님 선물 목록에서 꽃 삭제, 식물 삭제(욕실용은 가능) 메모해둡니다ㅋㅋㅋ

잠자냥 2023-03-28 13:19   좋아요 3 | URL
잡사2가 꽃다발을 왕창받은 적이 있는데 고양이때문에 집에 두지는 못하고 고민하다 당근에 올렸는데!!! 그날 바로 다 나갔어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저렴한 가격에 호사한다고 생각하고 다들 행복하게 사 가셨다고 합니다.

공쟝쟝 2023-03-28 14:47   좋아요 2 | URL
홉스는 꽃 안건드려서 저는 한달에 한두번식 꽃 진짜 쪼끔 사서 꽂아둬요. 근데 안 좋은 꽃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 알아보고 사야지~

잠자냥 2023-03-28 14:55   좋아요 4 | URL
튤립하고 백합은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삼...
장미는 괜찮다고는 하는데, 진짜 그런가 봄 1호가 장미 다 뜯어먹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8 15:04   좋아요 3 | URL
그렇구나. 튤립은 안살래요.ㅋㅋㅋㅋ 저번에 샀는데 예쁘긴 한데 머리가 통째로 떨어져서 무서웠엉. 1호는 장미를 먹는구나. 예쁜 건 먹어야죠. 음음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03-28 1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연하게 오고가지 못해서 좋아했던 남사친과 멀어지기도 했는데요, 분노에 가득차있을 때 그걸 구분하고 유연해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계속 책을 읽고 사람도 만나고 글도 쓰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은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내가 몇해전에도 유연했다면 좋았을텐데, 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건 또 그 때의 어떤 일어나야 했던 일들인가보다 합니다.

함정은 없는지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가능한거냐고 물으면 일단 가능하다고 답하겠지만 그러나 모두에게 가능한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나 가능해지는 쪽이 삶을 살아가는데 더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고요. 물론 지금의 제 생각은 훗날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노만 가진채로 살아가다보면 분노에 잠식되어 자기 자신만 아는 인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요. 일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분노에 매달리는 건 독을 삼키는 것‘이라는 구절을 보았었는데 고개를 끄덕였더랬어요. ‘좋은게 좋은거지, 사이좋게 지내자‘ 가 아니라, 제가 싫어하는 한남문화, 남성문화, 한남민국은 비판하고 분노할지언정, 개인으로서의 저의 남사친들은 제가 애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재 제가 찾아낸 방법이고 또 제 인생의 흐름인데, 책먼지 님이 앞으로 이것의 어떤 한계나 함정을 발견해 글을 적어 주신다면 귀기울여 듣도록 하겠습니다.

책먼지 2023-03-28 12:59   좋아요 2 | URL
저도 몇 년 전에 니가 읽은 그 페미니즘 책들 나도 학부 때 다 읽었어 하는 남성과 진짜 대차게 싸우고 절연한 적 있어요..ㅠㅠ

저는 제 자신의 분노도 검열하고 논리적으로 정당하면 표출하는 타입이라서.. 제도에 찌든 소리하는 남성이 있더라도 도를 넘지 않는 한에서는 그래, 너도 제도와 문화의 희생자다, 불쌍한 작자, 쯧쯧, 하고 넘어가는데요.. 경험적으로 유연한 오고가기를 하게 되었다보니 오히려 납득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도 자기 검열이 발동해서.. 너 충분히 숙고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아? 이게 옳아? 하며 여기 함정이 있지 않을까, 이게 정말 맞는 건가, 두려워하는 거죠ㅠㅠ

다락방님 함께 고민해주시고 또 현재의 다락방님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공유해주셔서 진짜 감사드립니다!!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 요상한 찝찝함없이 모순을 잘 끌어안을 수 있도록 저도 치열하게 고민해볼게요!!!

우끼 2023-03-28 1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앜 이 문장은 저한테도 아직 계속 화두에요…. ㅜㅜ 이전부터 고민하던걸 전기가오리서 들어서 또 반가웠네요. 개인보다 제도가 먼저 바뀔 수 있는지, 제도가 바뀌려면 그만큼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그 개인들은 어디서 영향받은 것일지… 저는 아직 분노와 애정이 뒤섞여서 거리조절을 어찌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관계를 맺는게 아직 스트레스지만 ㅠㅠ 언젠가는 제게 소중한 관계들을 지키면서 같이 고민할 여유가 생기기를 바라요

책먼지 2023-03-28 13:10   좋아요 3 | URL
우끼님도 그 문장에 턱 걸리셨군요ㅠㅠ 저는 가오리님이 딱 정리해주신 문장으로 듣기 전까지는 이 고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말에 전구가 탁 켜지면서 맞아.. 나 이런 거에 발이 걸리며 살아왔어, 하고 알게 된 거였어요!! 우끼님 말씀처럼 제도가 진공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어차피 사람이 만든 거고 사람이 공고히한 거잖아요? 근데 또 이걸 바꿔야하는 것도 사람이고ㅠㅠ 그래서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화두를 던지고 하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켜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ㅜㅜ 거리조절 정말 너무 어렵죠?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관계를 아예 포기하기엔 좋은 관계에서 얻는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이 또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우끼님 응원합니다!!!!

DYDADDY 2023-03-28 1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남성을 개체로 보느냐, 군집이나 집단으로 보느냐, 혹은 가부장제같은 제도로 보느냐에 따라 비판의 관점이 달라져야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요. 개체적인 남성의 예로는 고은 시인이 있겠죠. 물론 고은 시인을 비판할 때 남성 문단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도 있지만 문단 전체가 그런 성폭력을 저지르지는 않으니가요. 군집이나 집단으로 보는 것은 술자리에서 남성간의 음담패설이 가장 쉬운 예라고 생각해요. 이성을 성적 비유로 가혹하게 비난하거나 대상화하는 것은 남성 집단의 문제이니 개별 남성과는 구별되어야 하겠죠. 제도를 비판할 때에는 그 제도의 성차별이 주된 관점이겠죠.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비판의 관점을 다르게 해야 부차적 피해를 받는 남성이 적어지고 그만큼 전체 남성의 반발이 작아질 것이다라는 의도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 해석입니다. ㅎㅎㅎ
저는 로티 강의를 들었어요. 로티에 대한 해석보다는 삶에 있어 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설이 길긴 했지만 상당히 유용한 강의였어요. ^^

책먼지 2023-03-28 13:54   좋아요 3 | URL
대디님 해석이 가오리님이 의도하신 바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덧붙여 사회종으로서의 남성에는 (생물학적) 여성도 포함될 수 있단 생각도 들고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2회차 들으셨군요!! 저는 이거 주말에 들으려고 킵해두었어요ㅎㅎㅎ 저는 본 강의보다 사설에 더 귀가 쫑긋한데.. 이번엔 또 무슨 썰이었을지 궁금합니다!! 함께 듣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너무 든든해요!!!

DYDADDY 2023-03-28 14:06   좋아요 3 | URL
아.. 강의 하나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군요!!!! 다음달에 나오는 강의는 관심 있는 강의는 신청해야겠어요. ㅠㅠ 생각했던 것보다 강의가 좋아서 오늘도 오전에 일하면서 들었는데 시간날 때마다 노동요(?)로 들으려고 해요. ㅋㅋㅋㅋ 노동요로 정희진의 공부 매거진이나 두철수를 듣는데 하나 더 늘었어요. ^^

책먼지 2023-03-28 14:1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신청할 때 하나씩만 할 수 있어서 매번 폼 다시 작성해야하는 게 귀찮긴한데 원하는 거 다 들을 수 있어요!! 이것저것 들을수록 더 만족스럽더라고요!!!

우끼 2023-03-28 14:53   좋아요 2 | URL
와 대디님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보니 구분하는 이유가 선명하네요!! 저는 구분해야한다고만 생각했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례로 나누니 명확하고 좋은것같아요!!

책먼지 2023-03-28 18:58   좋아요 2 | URL
대디님 저 귀갓길에 로티 들었는데 역대급으로 좋네요ㅠㅠ 저는 어느 철학자나 이론을 딥하게 파는 것보다 내 삶을 꾸려나갈 때 어느 철학자의 무엇을 가져오면 좋을지 탐구하는 쪽이 훨씬 구미에 맞나봐요!! (루티의 가치 있는 삶도 약간 이런 맥락 같기도 하고요) 아이러니스트가 되겠어요!!!

DYDADDY 2023-03-28 19:13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 공쟝쟝님과의 필담에서 제가 생각하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전기가오리님은 그 사유를 좀더 갈고 닦으신 것 같아요. 좋으면서도 진작 구독할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어요.
나의 마지막 어휘는 무엇이며 자신의 완성을 위해 마지막 어휘를 끊임없이 회의하는 아이러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어제의 로티 강의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책먼지님은 이미 아이러니스트라고 생각해요. ^^

책먼지 2023-03-29 07:23   좋아요 2 | URL
같은 거 들으니까 요약정리까지 쌱 해주셔가지고 저 완전 날로 먹는 느낌이예요🥹 어우.. 맙소사.. 대디님 마지막 한 마디에 저 지금 너무 좋아서 리액션 고장났어요

DYDADDY 2023-03-29 08:00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 전기가오리님이 잘 정리해주신 것을 요약한 것 뿐이에요. 페미니즘이라는 어휘를 잡고 사유를 하며 사유와 행동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하는 책먼지님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아이러니스트구나 싶었어요. 기분 좋은 출근길 되시길 바라요. ^^

DYDADDY 2023-03-29 08:23   좋아요 2 | URL
우끼님 // 그 강의를 듣지 못해 사례가 정확한지까지는 자신은 없지만 남성주의 문화를 내부에서 겪으면서 종종 욕지기가 날 때가 있었어요. 우끼님의 정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요. ^^

우끼 2023-03-29 13:11   좋아요 3 | URL
대디님, 사실 강의에서는 구분해야 한다고만 하고 사례를 말씀주시지는 않았구요. 저 역시 멀리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무서워서 가까운 사람을 설득하려다 실패 후에 어떻게 내적으로 정리할지 고민하면서 구분하기 시작한 거라 그 구분을 자세히 해야할 필요를 덜 느꼈던것같아요. 그래서 구분하지 않았는데 구분의 필요성, 구분의 이유를 예시로 보고나니 선명해진것같아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책먼지 2023-03-29 09:19   좋아요 3 | URL
우끼님 말씀에 보태서.. 저는 대디님 말씀이 가오리님이 남성페미니스트로서 느끼는 지점을 잘 포착해주신 것 같아서 아, 이런 의미로 그런 발언을 했겠구나 하고 착 와닿았던 것 같아요!!

공쟝쟝 2023-03-28 14: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장을 매달아두고 판단을 유보한다니... 저 마음의 여유를 보라!! ㅋㅋㅋ
저는 좀 더 저렴한 제 표현을 하자면, 저는 묻고 또 묻다가 내가 남자라면? 어떤 종류의 남자였을까?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건 알 수 없음.이었지만. 암튼 이미 여자라서 아무리 저렇게 괴물이 되고 싶어도 못된다.가 결론이었지만. 요는 권력을 다루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희진샘 말대로 영향력과 책임감) 그래서 푸코를 보고 싶어진 거고... ㅋㅋ
주요 민주화 인사들의 미투 사건을 보면서 인간이 권력에 도취되기는 너무 쉽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 개인 뿐만 아니라 개인을 덮어주고라도 뭔가를 이뤄내야한다는 생각도 무척 위험하게 느껴졌고. 권력이라고 말했지만 뭐랄까 어떤 무엇이죠.
저는 제가 고민하기 시작한 게 일종의 철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찬찬히 뜯어봐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문장을 매달아두고 그 문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라고 느끼게 되었고 방법은 책읽고 독후감쓰기 입니다 ㅋㅋㅋㅋ 뭐가 문제인지 그 기준은 제 몸이예여.ㅎㅎㅎ 암튼 저는 할 수 있다(가부장제 혹은 인간의 저열함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이 있을거라고. 놓고 고민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DYDADDY 2023-03-28 15:06   좋아요 4 | URL
현대의 철학은 진리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쫓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심리, 몸)와 외부(타자, 사회, 제도, 국가)에 대해 사유하면서 때로는 나를 위로하고 변화시키면서 때로는 우리를 위해 세상을 바꾸는(눈꼽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철학적 활동이겠죠. ^^

공쟝쟝 2023-03-28 15:12   좋아요 2 | URL
제가 철학에 대해 가진 불만은 그거예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유를 할 수 있는 건 나 같은 이상한 사람(-_-;;;)들 밖에 없... 는 상황에서 다들 본질주의적으로 형이상학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데... 생계에 매인 사람은 생각하기 어렵잖아요.... 바빠죽겠는 데.. 누구보다 철학이 필요한 사람들은 과거의 나 같은 사람들이고 .... ㅜ,,ㅜ 이렇게까지 읽어야만 하는 거라면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가 없다....는게 저의 결론...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사람은 정희진과 마리루티 뿐.... 암튼 다들 방법이 있겠죠ㅋㅋㅋ 아몰랑~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불만을 탐구열로 바꾸겠습니다 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8 15:2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 쟝님 말씀이 맞아요 시급한 문제였다면 절대, 답이 오겠지 하고 내버려두고 기다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저에게 정리가 끝난 문제고 저의 태도를 정당화할 논리가 필요한 것뿐인지도 모르겠어요.. 비겁했죠???

저도 내가 남자라면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데 쟝님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가정이란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 내 상황과 위치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나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정말 여기에 비춰볼 수밖에 없겠네요

권력에 관한 태도는.. 민주인사나 보수인사나 결국 그걸 특권이라 생각하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그에 따르는 영향력과 책임감의 무게를 진실로 아는 사람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권력이 자격 없는 이들에게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민주인사들이 미투를 두고 그런 작은 일에 발목잡힐 때가 아니고 어쩌고 할때.. 그건 부차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서로 감싸주기할 때 너무 절망했었어요

쟝님의 철학함과 낙관에 저도 기대볼래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던지면 분명 훌륭한 분들이 좋은 댓글을 달아주실 것을 알았으나 제 예상보다 더 좋네요 진짜..

DYDADDY 2023-03-28 16:27   좋아요 4 | URL
이상한 사람.. ㅋㅋㅋㅋㅋ 8년 정도 전에 ‘철학 vs 철학‘이라는 책을 읽겠다고 회사에 가지고 다닌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매일 묵직한 가방을 메고 다니는 이유를 물어서 책을 보여주었을 때 그 눈길을 기억해요. ㅋㅋㅋㅋㅋ (참고로 그 책은 950페이지 정도였어요.) 사내에 책 읽는 사람이 없어서 저만 별종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려려니 합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플라톤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보니 뜬구름 잡는 것이라는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아직 읽고 있지만 ‘가치 있는 삶‘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난 책이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8 16:45   좋아요 2 | URL
대디님 왕따래요

DYDADDY 2023-03-28 16:52   좋아요 2 | URL
집과 회사 그리고 가끔 도서관만 오가고 술도 안마시는 사람에게 무슨 친분이 있을까요. 그리고.. 남자들과 술자리에 있는거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왕따로 열심히 책 읽는 것이 더 편해요. ㅎㅎㅎ

공쟝쟝 2023-03-28 16:54   좋아요 2 | URL
역시 내가 남자였다면…. 난 쓰레기가 되엇을거 같다….. 댇님 최초 인정! 굿! 역시 남자는 사회생활 안해야함!

DYDADDY 2023-03-28 17:03   좋아요 4 | URL
중독을 본인의 의지로 끊으신 분이시니 남자였어도 같은 삶을 사셨을 것 같아요. 그런 분께 칭찬을 들으니 조금은 뿌듯합니다. 담배는 아직 피우고 있어요. 커피도 많이 마시구요. 술을 안마시는 이유는 술을 마시면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에요. 책중독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3-28 22:22   좋아요 5 | URL
저도 동의해요 인간이 권력에 도취되기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잘못한 개인을 덮어주고서라도 뭔가 이뤄내야 한다는 건 위험한데, 한편으로는 그 개인이 그가 한 행동의 잘못때문에 고립되는 것도 경계해야하는 부분처럼 보입니다 ㅠㅠ 용서하지 않을 부분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가지고가던 의제를 놓지 않으면 좋을텐데 싶고요… ㅠ 저는 권력에 도취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권력없이 개인적으로 잘 사는 삶을 살고 싶어서 공뷰하는 중인데 참 어렵네요

DYDADDY 2023-03-29 00:06   좋아요 5 | URL
우끼님 //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권력을 가지게 되면 지켜야할 것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윤리적인 눈을 흐리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있을 때에는 집단적으로 반발을 하겠죠.
권력이란 누가 주었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떻게 써야하고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밤입니다.

건수하 2023-03-28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이 질문을 매달아주셔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네요. 저는 개개인에게 가끔 분노하지만 구분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공쟝쟝님처럼 내가 남자라면? 이라고 바꿔 생각할 때 약간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나도 남자라면 그러고 싶겠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지언정), 부끄럽지만 나도 아내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도 해 봤기 때문에… 그래서 현실적으로 ‘He for she’ 같은 캠페인, 남성들로 하여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성은 잘 구분하고 있는가? 그것도 생각해볼 문제라 생각해요. 언제나 불만이 많은 건 약자이니까…

<제2의 성>에 ‘여성은 자신이 이 세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때로는 그래서 내가 권력에의 의지가 없고 쉽게 자기만족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지만 개인의 삶보다 세계에 있어서는 쉽게 만족하는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공쟝쟝 2023-03-28 22:51   좋아요 4 | URL
길다 … 🥰

건수하 2023-03-29 06:49   좋아요 3 | URL
네 저한테 이 정도면 진짜 긴거 ㅋㅋㅋㅋ 쟝님을 만족시키려면 이 정도 써야 되는군요? 자기 얘기도 써야 하고.

건수하 2023-03-29 06:52   좋아요 3 | URL
어제 이 댓글을 달고 금방 잠들어서 그런가 꿈에 책먼지님이 나왔어요 ^^;;; 왜인지 모르지만 제 본업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미술품 관련 일이었구요 -.- 일에는 냉철하지만 사람에겐 상냥한 멋진 분이셨… 책먼지님, 저 혼자 반가웠어요 ㅎㅎ

책먼지 2023-03-29 07:20   좋아요 3 | URL
수하님 저 지금 너무 좋아가지고 졸음이 싹 달아났구요..💕 출근하고 제대로 댓글 달게요!!!

책먼지 2023-03-29 09:49   좋아요 4 | URL
어제 쟝님 말씀에 비춰 생각해본 결과 나는 내가 가졌지만 누군가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늘 의식하는가? 생각하는가? 그러니까.. 내가 어떤 권력을 가졌음을 자각하고 늘 주의하는가?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제 답은 아니오거든요.. 숨쉬듯이 당연한 건데 왜??? 아마 대다수의 남성이 이렇지 않을까 싶어요. 본인에게 특권이 있는 줄도 모르는 상태가 아닐까.. 책이나 문학작품의 순기능 중 하나는 우리의 권력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상상력이 빈곤해서 알지 못했던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헤아려보게 된다는 점에서요!!

그런데 재테크와 자기계발에 몰빵하는 그들은 조금의 동일성만 위협받아도 스스로를 약자로 포지셔닝하고 막 왁왁 공격성을 드러내잖아요??? 실제로는 약자의 입장에 처해본 적도 없고 헤아려보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어서 그게 개별 남성에 대한 비판인지, 남성이라는 사회종에 대한 비판인지, 제도나 문화에 대한 비판인지 구분하지 않고 일단 뭔가 하나라도 건드리면 발작 버튼 눌리는 느낌.. 수하님 말씀대로 이런 걸 다 섬세하게 구분하고, 공부하고, 더 잘 받아들여질 방법을 모색하고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약자인 까닭은 약자에겐 이게 실존의 문제라 늘 생각하고 자각할 수밖에 없는데 강자에겐 그냥 당연한 특권이라 의식조차 안하다가.. 그 특권이 조금이라도 침해받을 것 같으면 막 난리나는 것 같아요😭

개인적 삶에서는 쉽게 만족을 얻되 세계에 관해서는 더 많은 걸 기대하시는 수하님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저를 떠올려주신 것도 또 너무 좋고요😘💕 일에는 냉철하지만 사람에는 상냥한 저는 냉철하게 일하러 갑니다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9 10:26   좋아요 5 | URL
맞아요. 저도 항상 여성이라 약자라고 생각했지, 더한 약자가 있다는 것, 제가 여성 중에는 다수 (이성애자, 기혼 유자녀 여성) 라는 생각을 잘 못했었거든요. 페미니즘을 여성에 관한 것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며 오히려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기가오리님의 강의 내용은 잘 모르지만, 다른 어떤 기회에 남성들도 페미니즘이나 여성의 발언을 생각할 때 그게 어떤 상황에서의 발화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라고 말씀해주셨으면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ㅎㅎ (후원자도 아니면서)

어쨌거나 전기가오리, 점점 궁금해지네요..

냉철하게 일하는 책먼지님, 남은 하루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