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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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은 제목만큼이나 살짝 어렵다 느껴지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긴 프롤로그와 3개의 소제목, 저자의 글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전체 페이지는 일반 단행본에 비해 쪽수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오래 고민하고 진도를 뺄 수 없었던 건 모호한 경계선을 오고 가며 심리적 묘사들이 공간들과 맞물려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읽고 나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실과 모호한 세계 속 '녹색 갈증'이 지칭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윤조'는 무엇인지, '산'이 의미하는 것과 관계 속에서 오는 허망함과 메마름에 대해 하나하나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마지막 해설을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부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꼭 모든 사람들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등장한 인물이나 배경이 그 자체의 의미도 지니겠지만, 비유로써 또 다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기에 누군가에게는 삭제가 되는 부분도, 덧붙여지는 의미가 되기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허망함' 혹은 '공허함'이 느껴진다. 빛도 들지 않는 모텔 방이라던가, 어딘가 소통이 되지 않는 가족들,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이유도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헤어지는 이유가 되는 관계, 쉴 곳을 끊임없이 찾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딘가 불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배경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때를 지칭하는 문장을 통해 코로나 이후 언제쯤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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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월 26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국가적 추모 차원에서의 기획 방송이 온 채널을 잠식했다. 코로나19가 도래한 이후 최대 규모의 사망자를 기록한 날이었다.
(...)
매년 1월 26일은 모두의 기일로 여겨졌다. 대기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마스크와 낙엽을 태우는 추모 행위가 제지되었지만 그날은 어디서나 쉽게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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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용을 살펴보면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하는, 조용히 무너져가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심리와 맥락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나'는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계속 찾아 헤맨다. 글을 쓰면서, 가족들에게서, 연인에게서, 혹은 산에서 찾으려 하지만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만 더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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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면 좋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해가 질 때까지 숲속을 헤매다가 외딴집 하나를 발견해서 그곳에 잠시 머물고 싶었다. 이 마음은 결국 헤매는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쉴 곳을 만나고 싶은 것에 가까운가. 그렇다면 참 시시하다. 너는 참 시시하구나.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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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피의 욕망을 안고 글을 쓰면서 '나'는 '윤조'라는 인물을 탄생시키고 한때는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이 공간 안에 갇혀 아무것도 뒤돌아보지도, 살펴보지도 않아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은 물론 성적은 바닥을 치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한다. 그 세계에 집중할수록 소설적 현실은 계속 확장되지만, 진짜 현실은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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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내가 소설을 쓰기 때문에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밤에는 내가 소설을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계절에는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일부러 우울해지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꿈에서는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걸 다 놓아버리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
모든 건 무얼 말하는 걸까. 이 말 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한 말보다 내가 나에게 한 말이 더 많았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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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다르지 않은 엄마와 언니를 피해 따로 살고 있다가 안정감을 갖고 싶어 불현듯 다시 찾은 집은 여전히 갈증을 유발하는 상태 그대로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화장실만 찾게 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고부터 내내 '나'를 지배하는 감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속에만 존재하던 '윤조'가 현실의 세계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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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답답할 정도로 결정이 느리면서, 나약해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지나치게 행동력이 강하고 의외로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 역시 위험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면에서 우리 세 모녀는 닮았다. 자기 기분 속에 침잠해버리고, 괴로움을 해소하지 않은 채 마음속에 키우고 키워 괴상한 방식으로 표출해버린다는 점이 그랬다.

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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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가 '내'가 하지 못했던 '좋은 관계'를 자신의 가족과 스스럼없이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허망함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윤조'가 아닌 '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해설에서는 녹색 갈증이란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말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재 우리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어딘가 닮아있어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타내기엔 더없이 적합한 배경이라는 생각도 든다.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가족, 연인이지만 연인 같지 않은 '명'과의 관계, 스산하고 삭막한 분위기의 풍경은 개인의 결핍을 만들어내고 이는 욕망으로 발현된다.

 

이 소설에서 녹색 갈증을 느낀 이들이 찾아가는 장소로 '산'이 등장하는데, 표면적인 '녹색'의 갈증을 해소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엄마는 산에서 사랑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며, 203호의 할머니는 매번 산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산에 간다고 이야기한다. 진짜 산에 가는 것인지 산에 가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에게 산은 어렸을 때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장소로 찾는 곳이었고, 이후 헤어진 연인과 재회를 바라며 향한 곳이며, 엄마&언니&윤조와도 함께 올랐던 곳이다.

 

산은 실제 하는 산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심상화 과정을 통해 가만히 눈을 감고 눈 안쪽으로 그늘을 만들어보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 공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윤조를 포함한 가족들과 오른 산에서의 모습은 내면의 다양한 모습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그려진다.

 

윤조가 나오는 소설을 분명히 끝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불쑥 윤조가 다시 현실 세계에 나타난 것은 어쩌면 '나'의 불안과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싶은 언니&엄마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윤조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윤조를 통해 말이다.

 

윤조를 없애는 일은 지금의 세계에 가까워 지려고 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에 등장한 윤조는 그런 나의 내면이 반영된 또 다른 가상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에서는 현실로 그리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처럼 잘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끝나지 않은 윤조의 삶을 다시 그리며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것을 상징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이러한 상상은 보석함을 두고도 발휘되는데, 어떤 내용물이 안에 들어있을지 수십 가지 상상을 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윤조'를 소설 속에 혼자 두고 나왔던 것처럼, 불현듯 현실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욕망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혹은 채우기 위해 그려나가는 상상 속 세계. '녹색 갈증'은 그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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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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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나이 60대 초반, 계급에 있어 거의 최하층이라고 말하는 영국 노동자 계급으로써 살아왔던 이들의 일상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긍지,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전작들에서도 밑바닥 사회/노동 계급에 대한 책을 여럿 썼다고 하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에서 '아저씨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필된 책인듯하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표지를 먼저 살펴보면, 투쟁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과 책등에 자리한 영국 국기는 '노동자 계급'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류는 베이비부머 세대(=해머타운의 아저씨 세대)의 이야기이며 이에 저자 역시 그들의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저자 본인은 영국으로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일본 사람으로, 남편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이며, 남편의 친구들 역시 같은 노동자 계급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다. 한동네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며 살아왔기에 저자 역시 그 세대의 사람들과 친밀성과 밀집성을 지닌다. 결혼한 와이프,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파트너와도 자주 만나 취미생활과 사담을 나누는 등의 일상을 보내기에 서로가 서로의 내밀한 사정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저자의 그들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영국'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신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생각해 보면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자들의 수고를 빠뜨릴 순 없다. 20세기와 21세기를 지나면서는 영국의 EU 탈퇴가 이슈가 되면서 '브렉시트'가 이슈화되기도 했었는데, 이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조금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에는 영국의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이러한 노동자 계급의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와 더불어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살짝 실려있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 밖에도 사회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와 난민 등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어 영국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사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왜 그들은 갑작스레 브렉시트를 외치게 되었는지, 그리고 난 이후 영국은 잘 살게 되었는지, 은근히 존재하는 계급과 세대별 차이와 갈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와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인 레이, 레이첼, 스티브, 제프, 테리, 데이비드, 사이먼, 대니 등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이야기는 마치 영국의 여느 일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과 같이 평범한 이야기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형태다. 그 속에는 친분이 있는 남편의 친구들, 해머 타운의 아저씨 세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들은 과거 노동 계급의 사람들이며 동시간에 태어나 같은 세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 사랑 이야기, 세대 간에 느끼는 차이와 그들만이 가지는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 불가능한 긍지들이 주로 다뤄지는데 읽다 보면 영국 속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불쑥 들 때도 있었다.

 

1장은 주로 저자와 노동자 계급인 지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장은 각 계급과 세대에 대한 특성과 술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1장에 스토리라인이 실려있다면, 2장은 해석과 설명이 덧붙여진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장에서 다루는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Z세대, Y 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영국과 우리나라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큰 격차, 벌어진 가치관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한 번쯤 살펴보면 좋을듯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이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생각과 긍지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념은 어떠한지 몇몇 문장들을 통해 그들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먼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살아왔던 시대를 나타내는 문장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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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우리 남편 세대는 영국이 아직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사회라고 불리던 시절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해머 타운의 녀석들'은 반체제적인 불량소년들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에게는 국가라는 안전망이 있었다. 일자리를 잃으면 쉽게 실업보험이 나왔고,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NHS가 있으니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었다. 학비도 무료였으니 가려고만 하면 대학에도 갈 수 있었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했던 시절이니 지금과 비교해 노동자들의 태도도 드셌다.
(...)
"잉글랜드는 나를 먹여 살릴 의무가 있다"
(...)
지금의 중. 노년층은 그런 사고가 통용되던 시대에 성인이 되었다.

78~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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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는 영국의 평등한 의료제도를 말한다. 영국은 소득, 인종, 사회 계층 등과 관계없이 누구든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평등한 의료제도를 70년 동안이나 유지해온 세련된 나라라고 생각했고 이에 자부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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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젊은이들은 조금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았다.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경쟁, 경쟁 소리만 들리고, 경쟁에서 지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패자의 아름다움'이라는 풍류 같은 것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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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같은 낭만적인 것은 위쪽 계급 놈들이나 하는 거야"
레이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그야 확실히 그렇다. 그런 추상적인 것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으니까. 노동자는 일단 하부 구조다. 먹고살아야 한다.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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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긍지를 나타내는 문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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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중화' 문신 이야기를 하자, 레이는 나의 문신은 나의 역사를 새긴 것이라며 재수 없게 말했다. 레이저로 제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그럼. 노동 계급은 간단하게 이것저것 지우거나 없었던 일로 하지 않지."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그들이 세대. 데어 제너레이션이리라, 베이비.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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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타운의 아저씨 세대는 반대처 기풍이 강하다. 젊었을 때 파업과 시위로 맞섰던 무시무시하게 강력했던 적은 지금도 영국과 EU의 신자유주의 정책 가운데 살아있는 모양이다. 메이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대처에 빙의해 있다고 한다.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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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60대 초반이 된 현재의 그들의 모습을 서술한 장면도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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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의 아저씨들은 요즘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다. 아니, 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극단적으로 침울해지기도 한다. '유리 멘탈' 60대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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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대가 바라본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인식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레이첼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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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능력주의 일변도의 영국밖에는 모르는 세대다. 그러니 레이첼에게는 레이가 패기 없는 무능력한 아저씨로 보일 뿐이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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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사례와도 비교해서 서술해 두었는데 다음의 문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아버지 세대와 현 세대 간의 차이점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된 현격한 가치관과 인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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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키 유타카는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유리창을 깨고 다녀도 자기가 원한다면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경제 성장 시대의 젊은이였다. 반면에 취직 빙하기를 보며 자라고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은 없다. 세상은 자본주의에서 연착륙할 자리를 찾고 있다" 같은 축소 사회에 대한 언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유리창을 깨고 다니지 않는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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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시대의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인식 외에도 궁금하고 흥미로웠던 브렉시트에 대한 내용을 살짝 살펴보면 EU 탈퇴에 찬성했던 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탈퇴에 찬성했던 이유는 EU를 탈퇴하면 영국이 EU에 지불하는 거액의 분담금을 NHS에 쓸 수 있다는 달콤한 유언비어를 듣고 찬성의 한 표를 행사했는데 결과적으로 EU 탈퇴 후 영국은 경제적으로 더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고 한다.

 

정부는 가장 먼저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지원을 줄여나갔다고 말한다. 한때 자부심을 가질 만큼 모든 사람이 무료로 제공받았던 NHS(평등한 의료제도), 탁아소, 아동 관련 사업 등의 긴축재정을 통해 취약계층이 더 살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이로써 아파도 병원에 가서 의사 한번 만나는 게 힘들고 번거로워졌으며 웬만한 병명이나 통증으로는 병원을 찾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로써 젊은 세대들은 자유롭게 유럽을 오고 갈 수 있는 길을 베이비부머 세대가 끊어버림으로써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며, 이 세대들을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하게 되었고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다른 세대를 좋지 않게 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각 세대가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서술한 부분의 한 예시를 2장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하기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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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지가 약하고, 금방 부서져버리는 눈송이처럼 취약하다고 본다. 또 참을성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기보다는 SNS에 셀카를 찍어 올리는 일에만 열중하며 자기가 얼마나 유명해질지, 얼마나 높은 지우에 오를지에만 신경을 쓴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욕심 많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미래를 완전히 부숴버리려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라 여긴다. 자기 집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동산을 굴려 돈을 벌기 때문에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높아지기만 한다.

238~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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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요점정리>

 

복지사회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 불량소년들마저도 사회가 책임지고 개인의 삶을 책임져주는 시대를 살아왔다. 아프거나 일자리를 일어도 국가가 책임져주었고, 공부하고자 하면 학비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노동자 계급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했기에 떵떵거리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부동산을 굴려 재산을 증식시키며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때 유언비어에 속아 더 나은 삶을 위해 EU 탈퇴에 반대 표를 던졌으나 실제 경제 상황은 더 나빠졌고, 60대 초반이 된 지금은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고 때론 극단적으로 침울해지기도 하는 등 유리 멘탈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자신이 속한 그룹 안의 가까운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친밀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인 남편과 남편의 친구들을 바라보는 애정 깊은 시선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들을 살펴보면 다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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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룸 안에서 본 사진 속의 그들, 스팬다우 발레 같은 양복을 차려입은 젊고 맵시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구겨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칠칠치 못하게 엉덩이를 반쯤 내놓고 춤추는 아저씨들과는 간극이 너무 커서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전에 '인간이란 참 엄청나네' 싶었다. 사람은 이렇게 변하는구나. 아니, 이렇게 변하면서 몇 십 년, 어떤 경우에는 100년이나 계속해서 살아가는 생물이구나.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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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맞고, 멍청한 일을 하고, 호되게 당하고, 엉덩이를 내놓으면서 아저씨들의 인생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당신들을 축복해야지, 베이비.

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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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이민자로 영국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기에는 녹록지 않은 삶이었을 것이다. 유럽은 특히 난민들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나라가 많아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가장 먼저 취약층의 복지제도에 긴축재정을 취했듯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이민자나 난민들에게 가해지는 따가운 시선은 상상이었을 것이다. 책에도 잠깐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 역시 그러한 시선에서 비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도 오랜 시간 남편과 남편의 지인들,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서 오랜 친분을 나누며 그들이 가진 긍지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보듬으려 노력했기에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통해 살짝 엿본 이야기지만, 영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는 별반 영국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사례로 언급했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도 세대별로 가지는 가치관과 이해도의 척도, 인식, 문화는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도 자주 언급되지만 긴축정책을 야기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곧 이러한 세대갈등의 더 많은 불씨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 있음"의 상황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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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이자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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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디자인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간절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주인공 밀알의 이름과 '양식을 주시옵고'는 그래서 더 찰떡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절실하고, 가장 원하던 순간에 맛보는 미식의 세계! 맛있는 것, 배부르게 먹는 것, 새로운 것을 맛보는 것. 이 책에는 이 모든 순간들이 담겨있는데, 한 번쯤 현실 속에서 겪어봄직한 에피소드들과 엮어있어 흥미롭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유독 유채색으로 시선을 끌던 수많은 음식들이었다. 이 음식들은 밀알의 성장담과 환상과도 관련이 깊은데, 도장 깨기 하듯 하나하나 새로운 음식들을 맛보며 보이는 표현들은 어딘가 웃음이 나기도 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어 다음에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은근 기대가 되기도 한다.

 

친구 없고, 가난하고, 어리숙하고, 허접하고, 덕질하는것을 낙으로 사는 한밀알. 서울 상경 이후 취준생으로 사는 삶은 퍽퍽함 그 자체다. 살기 위해 먹고, 돈을 아끼기 위해 맛은 포기한지 오래. 그래서 그녀의 삶은 무채색 일색이다.

 


 

그러다 식당 근처를 지날 때면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식욕이 폭발한다.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들은 저마다의 맛과 비주얼로 한밀알을 유혹하지만 그저 모두 그림의 떡인 셈.

 


 

취직은 맘처럼 되지 않고, 거듭되는 실패에 좌절하는 날이면 4캔에 만원하는 맥주로 쓰린 속을 달래곤 한다.

 


 

그러다 드디어 고대하던 취직에 성공하고 출근하는 길은 어딘가 설렘반 두려움 반으로 두근두근한다. 여기서 특히 공감 갔던 내용의 작화와 글귀에 웃음이 터졌는데, 구직상태에서는 취직만 되었음 좋겠다 하고 간절히 바라지만, 막상 사회의 일원이 되면, 마음속에 독기와 사표를 품고 하루하루 버티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어 웃픈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어 제대로 먹거나 돈을 쓰는 것에 궁색했던 한밀알은 점차 돈을 쓰는것과 어른이 되는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어른스러운 '음식'과 '물건'으로 표현되는데, 주로 많이 다뤄지는 것은 '음식'으로 그 외에도 향수나 주식투자, 데이팅앱 이용 등을 통해 어른이 되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여기에도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큼 내용들이 엿보이는데, 사치품이나 품위유지를 위해 혹은 어른의 생활을 위해 쓴 지출로 인해 느끼는 양가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한걸음 더 성장했다는 생각에 느끼는 만족감, 다른 한편에는 큰 지출로 인해 느끼는 약간의 후회와 허망함 같은 것들을 한밀알의 독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는데 출근하기 싫어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미지근의 녹아내리는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취준생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그리고 사회에 적응해 가는 한밀알의 리얼한 성장담이 큰 틀이지만, 디테일한 설정들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 그녀가 최근 입덕한 애니메이션의 미청년들을 엮어 BL 연성을 보며 망상하는 장면들은 묘하게 그녀의 삶에 녹아들어 은근한 영향을 끼친다. 자신의 월급으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향수를 좋아하는 BL 캐릭터들에 대입해 구매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며 BL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미지를 그려보기도 한다. BL 연성을 통해 온라인으로 알게 된 미지근과 직접 만남을 가지며 처음 스시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공통적인 취미생활을 공유하기도 한다.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누구나 겪는 좌절과 어설픔. 먼저 겪은 팀원이나 선배들을 통해 얻는 배움과 동경. '처음'의 순간에 겪는 환희와 행복감. 하나씩 넓혀가는 세계와 경험하는 만큼 무던해지는 감정들.

 

한밀알의 환상은 음식과 덕질에서 최고조에 이르는데, 이 만화를 읽는 동안 한밀알이 되어 함께 그 순간순간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멋모르고 따라 하는 어설픈 몸짓과 추해 보이지 않기 위해 힐긋거리며 타인을 훔쳐보고 배우는 행동들, 어른 되기에 심취해 가랑이 찢어지는 줄 모르다가 대가를 치르던 일들.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어른이 되기 위해 다채로운 음식만큼이나 다양하게 겪어야 했던 과정이 아니었을까?

 

 

온통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오직 유채색을 띠는 것은 음식뿐이다. 종류도 맛도 가지각색인 눈과 귀, 입이 열리는 음식에는 그만큼 다채로운 색이 입혀진다. 하지만, 단순한 끼니에는 아무런 색채가 없다. 먹는 것의 의미 혹은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음식마다 담겨있는 의미와 감각들은 군침을 돌게 하고, 맛을 음미하게 하며, 향을 상상하게 한다.

 

 

첫 직장 첫 회식에서 먹은 음식, 우연히 혼자 들른 혼술집에서 먹은 안주,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와인, 퓨전음식점에서 처음 먹은 이색음식,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겨보는 차 등 미식은 그저 배를 채우는데 국한되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미식 만화 속에서 인생과 맛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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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푸켓 & 끄라비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김경진.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다니는 나에겐 휴양지는 낯설고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어딘가 무료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휴양지로의 여행은 그래서 미지의 여행지라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휴양지 중 그나마 잠깐 발 도장 찍은 나라 중 한 곳이 태국이었는데 그것마저도 거의 휴양보다는 관광지 위주로 둘러보고 와서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휴양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신혼부부 여행지로 각광받던 끄라비와 유명 섬들, 그리고 태국 남부 해변 위주로 담겨 있어 이번 책의 키포인트는 #힐링 #휴식 #먹거리여행 #마사지 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태국 남부의 한적한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에메랄드빛의 푸른 바다와 황금빛 모래사장,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와 온전히 쉼을 위한 이색적인 숙소까지! 태국의 대표적인 휴양지 푸켓! 그리고 푸켓의 해변을 따라 남부로 떠나는 여행을 지금부터 함께 해보자.

 

<About 태국>

 

■지리적 위치
서쪽으로는 미얀마, 동쪽으로는 캄보디아, 라오스,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태국 국기
삼색기라는 뜻의 '트라이롱'이라고 불린다. 빨간색은 국민, 하얀색은 흰 코끼리 즉 불교를 의미, 파란색은 국왕을 의미한다.

 

■태국인
태국 국민 다수를 이루는 타이족 이외에 말레이인, 중국 운남성에서 이주해온 화교로 구성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양한 인종들로 이루어져 있다.

 

■태국 남부 사계절
태국 남부는 1년 내내 평균 기온이 22~34도를 웃도는 고온 다습한 열대 기후로 우기와 건기로 계절을 나눈다. 우기는 5~10월, 건기는 11~4월까지로 여행 성수기는 건기다. 적도 근처에 있어서 1년 내내 대체적으로 덥다. 

 

■태국의 특징

 

1. 불교의 나라
태국은 어디를 가나 불교 사원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일 정도로 불교는 종교 그 자체이다. 아침 일찍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맨발의 스님들이 공양 받는 광경이나, 스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2. 미소의 나라
각양각색 다양한 이유만큼 다양한 미소를 가진 나라가 태국이다.

 

3. 음식의 나라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인 똠양꿍을 가진 나라답게, 태국은 어디 가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넘쳐난다. 일 년 내내 열리는 열대과일, 1년에 4모작으로 넘쳐나는 쌀, 따뜻한 바다에서 잡히는 풍부한 해산물. 이 모든 재료가 풍요로운 태국 음식으로 거듭난다.

 

4. 관광의 나라
지형적으로는 산악지역에서부터 남부 해안지역이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문화적으로는 불교, 이슬람 문화, 힌두교 문화, 말레이 문화가 다양하게 혼합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광을 주요 산업으로 생각해서 관광객들 대상 범죄에 대단히 단호하다.

 

5. 자유의 나라
태국의 정식 국호는 태국어로 쁘라텟타이(태국어: 자유의 땅)로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열강의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이다. 지금까지 선조들이 물려준 고유의 문화를 잘 지켰으며, 그런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About 푸켓>

 

▶푸켓의 유래
푸켓으로 불리기 전 이곳은 탈랑으로 불리었다. 라마 5세의 통치 기간 섬의 이름이 부켓으로 바뀌었고, 이는 언덕 또는 산을 의미하는 말레이어 부킷에서 유래되었다. 푸켓은 1967년 공식적으로 'B'가 'P'로 채택되어 현재의 푸켓으로 불리고 있다.

 

▶푸켓의 기후
푸켓은 적도와 가까이 있어서 연중 온도 변화 폭이 적다. 5월 말부터 10월 말은 우기, 11월부터 3월 중순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로 성수기에 해당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푸켓 타운에 가보면 작고 아담한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과 조용한 현지인 거주지가 있다.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아직도 푸켓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안전한 푸켓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푸켓이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하다. 푸켓은 밤길에도 두렵지 않다.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태국의 중심에는 푸켓이 있다. 다양한 즐길 거리가 곳곳에 널려 있으며 해변과 산, 그 외 다양한 곳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열정이 넘치는 화려한 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불편함 없는 의사소통
관광 대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유창한 영어로 답을 해준다. 오랜 관광 산업의 발전으로 간단한 영어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태국 대표 축제>

 

■쏭크란 축제
쏭크란은 태국 전통 설날로 우리나라 구정과 같이 큰 명절이다. 현재는 축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행사로 유명해졌다.

 

■러이 끄라통
러이는 태국어로 '떠나보내다', 끄라통은 '바나나 잎으로 만든 작은 바구니'를 뜻한다. 즉 러이 끄라통은 강에 작은 등불을 띄우며 고대 물의 신에게 경의를 표하던 전통에서 유래한 행사이다. 가장 전통적인 러이 끄라통을 보려면 수코타이에서 열리는 축제를 방문하면 된다.

 

■푸켓 축제

 

▷채식주의자 축제
1825년 시작된 푸켓의 대표적인 축제로 축제 기간 채식으로 몸과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불 위를 걷거나, 쇠꼬챙이로 양 빰을 뚫는 등 다소 엽기적인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어린이들이나 심신이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푸켓 킹스컵 레카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요트대회인 이 축제는 푸켓의 서해안에서 5일간의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매년 약 90개의 요트와 2000명의 선원이 참여한다.

 

▷빠통 카니발 축제
태국 관광 성수기의 시작을 알리려고 2006년 12월부터 해마다 개최를 해오는 빠통 최고의 축제다.

 

▷포르 토르 축제
조상들과 후손이 없는 조상들을 위한 축제로 특별한 음식과 꽃을 붉은 거북이 케이크와 함께 조상들의 상에 바친다.

 

지금부터 푸켓의 해변 곳곳을 돌아보며 각 해변이 지닌 매력을 확인함은 물론, 주변 곳곳을 여행할 예정이다. 빠통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둘러본 이후에 북쪽과 주변의 유명한 섬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빠통>
푸켓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꼭 들리는 핵심 관광지로 현란하고 화려한 빠통의 밤거리는 태국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들여다볼 좋은 기회이다.

 

■빠통 비치
초승달 모양으로 하얗게 펼쳐진 해변은 깊이가 깊지 않고, 파도도 적당하여 항상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방라 로드
방라 로드는 빠통의 유흥 중심지로 빠통의 또 다른 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꼭 밤에 가보도록 하자.

 

■반잔 시장
현대식의 깔끔한 상설 재래 시장으로 오후 5시부터는 반잔 시장 주위는 먹거리 야시장으로 변한다.

 

■사이먼 카바레
빠통은 태국에서 최고의 트랜스젠더 쇼를 볼 수 있는 곳 중의 한 곳이다. 사이먼 카바레는 푸켓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중 하나로 라스베이거스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까론>
빠통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한적하고 넓은 해변이 있어서 조용한 휴가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까론 비치
시원하게 펼쳐진 안다만 해를 끼고 있는 모래 해변을 일컫는다. 까론 노이, 까론 야이 비치로 구분되는데 까론 비치라고 부르는 곳은 까론 야이 비치를 말한다.

 

■왓 수완 키리 케트
법당과 스님들을 위한 생활 시설과 넓은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국의 절답게 화려하고 황금빛 장식이 눈에 띈다.

 

■까론 비치 나가 상
까론 비치 중간쯤에 자리 잡은 정자와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있는 황금색의 나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나가란 불교 용어로 커다란 용을 의미하는데 나가상 주위에 촛불을 켜고, 간단한 음식을 공양하며 안녕과 소원을 기원한다.

 

<까따>
가족 친화적인 해변을 가지고 있어서 빠통 다음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까따 비치
일반적으로 까따 비치는 까따 야이 비치를 말하는데 작고 아담한 해변에는 황금빛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나볼 수 있다. 

 

■까론 전망대
빠통, 까론, 까따 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전망이 좋아서 푸켓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이다.

 

<나이한&라와이>
남부의 대표적인 해변인 나이한 비치, 원시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야누이 비치, 꼭꼭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아오쎈 비치, 지금은 선착장으로 사용하는 라와이 비치를 하나하나 탐험하러 가보자.

 

■나이한 비치
푸켓 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나이한 비치는 조용하고 한적해서 휴식하기에 좋은 해변이다. 울창한 산, 아름다운 바다, 조용한 호수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푸켓 최고의 비치다.

 

■라와이 비치
물놀이를 하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라와이 피쉬 마켓이라 불리는 수산시장에서 해산물을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오쎈 비치
아주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으로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비치를 즐기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바닷속에 물고기도 많아 스노클링 하기에 좋은 곳이다.

 

■야누이 비치
투명한 바닷물에 잔잔히 파도가 치고 하얀 백사장과 썰물 때는 건널 수 있는 작은 바위섬을 가진 해변이다.

 

■윈드밀 뷰 포인트
나이한 비치와 야누이 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풍력 발전소가 있는 언덕이다. 바로 앞 절벽에서 평소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프롬텝 케이프
푸켓 최남단에 있는 프롬템 케이프는 일몰이 푸켓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위치가 높고,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섬들이 없어서 일몰을 보기에는 최고의 장소이다.

 

■빅 붓다
2005년부터 사람들의 기부금을 받아 건설하기 시작한 빅 붓다는 '나가 언덕 위의 영광스러운 부처'라는 뜻이다. 엄청난 크기의 불상으로 태국 최대의 불상이라고 한다.

 

■왓 찰롱
푸켓에서 가장 크고, 존경받는 불교사원으로 '왓'은 사원을, '찰롱'은 지명으로 '찰롱 지역에 있는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루앙포 참 스님과 후에 절을 세운 루앙 포 글로엄, 루앙 포 차웅 세 분의 스님을 기리기 위한 사원이다.

 

<푸켓 타운>
푸켓 타운은 다른 푸켓 지역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관광객들의 복장도 말끔하여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푸켓 타운의 문화는 19세기 말 푸켓 주석광산 개발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의 문화와 포르투갈 문화가 혼합되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푸켓만의 문화의 영향이 크다. 포르투갈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시노-포르투칼 양식의 건물들과 중국인 후손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올드 타운
푸켓 타운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옛 건축 양식의 건물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올드 타운으로 구분된다. 올드타운의 건물은 포르투갈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시노-포르투갈 양식으로 태국에서도 보기 힘든 고풍스러운 건물 양식이다.

 

■라농 시장
푸켓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푸켓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이다.

 

<푸켓 북부>

 

■까말라 비치
빠통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제일 먼저 나오는 비치가 까말라 비치이다.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는 장기 여행자들이 이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수린 비치
성수기에는 스노클링과 카약을 즐기기에 좋고 비수기에는 서핑을 타러 많이 방문한다.

 

■푸켓 판타씨
푸켓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로 3가지 지역으로 구분된다. 수코타 시대의 궁을 재현해 놓은 3천석 규모의 코끼리 궁전, 기념품 가게 및 게임장 등이 있는 축제의 마을, 뷔페 레스토랑인 황금의 키나리 뷔페로 나뉜다.

 

■나이양 비치
푸켓 공항과 젤 가까운 곳에 있는 해변으로 공항 이륙장 바로 앞이라 10분 가격으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볼 수 있어서 해변도 즐기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많이 방문한다.

 

■마이까오 비치
푸켓에서 가장 긴 해변을 가지고 있는 마이까오 비치는 바다 거북이의 산란기인 11월~2월까지는 거북이를 보러 오는 사람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푸켓 투어>

 

■피피섬 투어
아름다운 산호와 순백의 백사장이 있는 곳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비치'의 배경으로 나와서 유명해진 섬이다. 투명한 바다와 적당한 수온, 해양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어 스노클링과 다이빙으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섬은 크게 피피돈섬과, 피피레 섬으로 나눈다. 피피돈 섬은 배낭여행자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젊음을 불태우는 곳이고, 피피레 섬은 더 비치의 배경으로 유명한 마야 베이와 바이킹 동굴이 있다. 마야 베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비치로 관광객들의 탄성이 나오는 곳이다.

 

■제임스 본드섬 투어(팡아만 투어)
제임스 본드 섬의 원래 이름은 코 타푸라고 하며 '게눈 섬'이라는 의미가 있다. 영화 촬영 이후 섬의 이름이 지금의 제임스 본드 섬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뚝 솟은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라차섬 투어
푸켓의 몰디브라고 불릴 정도로 맑고 투명한 바닷물로 스노클링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섬이다. 오래전부터 다이버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라차 야이와 라차 노이 두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라차 섬은 라차 야이 섬이다. 대부분의 다이빙과 스노클링 투어가 이루어지는 섬이 라차 섬 즉 라차 야이섬이다. 라차 섬은 섬 곳곳에 해변이 있어서 스노클링과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끄라비>

 

끄라비는 1년 내내 화창한 날씨를 가진 도시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장점

1. 저렴한 물가
2. 풍부한 관광 인프라
곳곳에 해변이 있고 인근에는 아름다운 작은 섬들이 많다. 해양 스포츠뿐만 아니라 록 클라이밍, 사원 구경, 온천 및 자연 풀장이 있어 관광 인프라가 풍부하다.
3. 쇼핑의 편리함
4. 문화적인 친화력
5. 한국 음식
끄라비에는 한식당이 있어서 한식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6. 다양한 국적의 요리와 바
이탈리아 요리부터 이집트 요리까지 원하는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저렴한 펍도 생겨서 소박하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밤까지 즐길 수 있다.

 

◆단점
1. 정보가 많이 없음
2. 직항 노선이 없음

 

 

태국의 남부에 위치한 푸켓의 주요 해변과 섬들을 둘러보고 나니 각 해변의 특징과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 즐기고 싶은 테마에 따라, 함께 하는 일행에 따라 즐길 거리와 먹거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변의 선택지가 너무 많아 오히려 고민이 되는,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여행이었다. 너른 해변에 홀로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스노클링과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통해 신나는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모두 추천한다. 무엇보다 푸켓은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 여행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편리한 여행 서비스와 안전한 치안, 온갖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 의사소통의 편리함 등의 편리성으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때론 휴식 모드로, 때론 액티비티 모드로 밤과 낮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즐겨보자. 한 달이 하루같이 느껴질 것 같은 태국의 남부, 푸켓으로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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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살아야겠어
윤명주 지음 / 풍백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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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향해 가는 여정 어디쯤에서는 누구나 반드시 겪게 되는 노화. 그리고 질병.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미 손쓸 수 없게 급격히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일찍이 비슷한 일을 겪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공감과 이해가 가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덤덤하게 풀어낸 현실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타인에게 말로써 풀어내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고스란히 잘 담겨있어 한편으로는 복잡한 것들이 착착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저자가 평소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나 유가족을 인터뷰하며 기사를 써왔기에 익숙한 일일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실상 직접 겪어본 환자 본인의 상황은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우연한 기회에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면서 별안간 암 진단을 받은 저자. 객관적 입장에서 암 환자들을 관찰하고 이를 대변하던 그녀가 당사자가 되면서 겪는 일련의 일들은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 책에는 그러한 저자의 암 발견부터 수술과 회복까지의 투병기와 죽음, 삶의 의미 등이 실려있다.

 

유방암 환자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크게 보면 여성의 몸, 우리의 몸, 암 환자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개인의 경험을 기준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객관적 이면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속내를 통해 투병에 대한 실질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죽음으로 향해가고 있는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조금은 무심했던 나의 몸에 대해,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 혹은 방향에 대해, 삶이라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자기만의 죽음 수용 단계를 구분 지어 이를 목차로 구성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첫 번째는 알아채기, 두 번째는 해체하기, 세 번째는 받아들이기, 네 번째는 더불어 살기다. 이러한 목차 구분을 통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보다 개별적인 고통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자 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수용단계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다.)

 

문득 살면서 '이걸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번씩 있다. 저자의 이 이야기는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즉흥적으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문득 탈의실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이를 떨치고자 부유방 제거술을 할 결심을 하게 되고, 검사를 통해 유방암을 발견하게 된다. 검사 결과는 상피내암이지만 전절제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재건술까지 해야 한다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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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음이란 이토록 외로운 것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이걸 받아들여야 할 사람도 나고, 함께 떨쳐내든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할 사람도 결국 나뿐이라는 걸. 이렇게 중요한 것을, 살아가는 매 순간 선택이란 걸 할 때는 왜 잊었는지. 후회는 불가피했다.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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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처음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로움'. 울고불고 하는 여타의 사람들과는 다른 반응이라 혹자는 덤덤하다고 느낄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깊은 외로움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리고 새삼 현실적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암의 발견과 수술, 그리고 회복 단계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조금은 시니컬하고 덤덤하게 담겨있는데,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대목은 그녀의 '변화'에 대해 기록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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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생이란 불확실함, 불완전함 투성이인 무엇이므로. 확실한 건 암 진단을 받은 전과 후의 나는 어딘가 달라졌단 사실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신체적인 변화는 예상했던 바다. (...) 정서적인 변화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주변 환경에 더 민감해지고 전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주변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스스로의 변화에 기뻐할 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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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신체적인 변화는 예상 범주 안에 있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정서적인 변화. 이 부분이 내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실상 큰일을 겪은 사람들이 삶의 터닝 포인트처럼 겪는 '변화'. 그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 역시도 단순히 불편하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허망함보다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에 대해 보다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자신의 몸에 대해 보다 자세히 생각하고 신경 쓰게 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몸의 인식 변화에 대해 고찰한 부분이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처음 몸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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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여부는 인식하고 있으나 이야깃거리는 아닌 대상, 그것이 내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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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춘기 이후 갖게 된 몸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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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내게 금지된 숲이나 다름없었다. 거기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지만,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해도 눈 감고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곳. 다른 사람이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되는 곳.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서도 안 되는 곳. 그렇게 오랫동안 몸은 주인인 내게 의해 억압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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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폐쇄적 형태였다. 성장에 있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몸의 변화에 대해 숨기기 급급했고, 통상적이고 일관적인 교육으로 대체되는 등 솔직하고 현실적인 해외 아동 성교육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교육이었다. 그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저자와 같은 몸의 인식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알려고 하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무의식에 가둬둔 채 살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여성성을 대표한다거나, 자존심이라고 말하는 가슴 조직을 제거하는 유방암 전절제 수술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삶의 바라보는 방향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저 덮어두고 모른척하며 살았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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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제거 수술 후 상처가 아물고 느껴지던 통증이 가라앉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곳이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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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암 환자가 되어 수술하게 된 것은 인생이 준 크나큰 아이러니와도 같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암 환자의 생활이나 치료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내게 같은 질문이 주어지자 결코 객관적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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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로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과 '외로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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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주사하고 나서 떨림이 멈추자 수술 부위의 아픔만이 남았다. 무서움은 지나가고 외로움이 남았다. 이렇게 아픈 거였구나. 아프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였구나. 이건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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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는 감정적이기 보다 이성적으로, 조금은 냉정하지만 현실을 빠르게 수용하면서 덤덤하게 적응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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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비교적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사라진 조직보다는 앞으로의 일상 복귀에 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다. 내가 잃은 것에 대해서는 애도하는 마음을 갖되 당장 내 앞에 놓인 문제에만 집중했다. 그런 태도가 일상 복귀를 더욱더 쉽게 해준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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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생의 끝자락, 죽음에 대한 풍경도 그려보게 된다.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이지만 멀리하고 싶어 저 깊은 무의식에 멀리 떨어뜨려 둔 죽음을 가까이에서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게 된 것이다. 여느 장례식장이 아닌, 여느 한적한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 통곡소리도 향냄새도 국화꽃도 없지만 평온한 일상 속에서 고요히 맞이하는 죽음. 가까운 소수의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되어 그곳에 뿌려지는 마지막의 모습에는 조곤 거리는 대화와 정돈된 미소만 가득한 풍경.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이 이따금 나를 떠올렸을 때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울거나 때론 웃어주면 기쁠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딘가 평화롭고 따뜻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양한 환자와 유가족을 통해 알게 되었던 객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직접 암 환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외로움, 현실적 치료에 대한 의문점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치료 과정의 모습과 다양한 죽음의 모습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느낀 소회를 통해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필요한 도움과 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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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들은 상담실에서 뻔한 위로나 충고 말고 제대로 된 위안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 (...) 누구나 다 그럴 거라는 말이 내가 겪은 고통과 괴로움을 납작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듣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처음 겪는 고통이고 외로움이고 괴로움이어서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1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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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흘려보내는 인생의 시간. 회피하고 모른척하고 있는 나의 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없이도 일찍이 이러한 것들을 돌아보고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살아있는 동안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겠지만 마냥 흘려버리기에는 길지 않은 것이 삶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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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후 나름의 원칙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보다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전보다 더, 나 혼자만 다른 번호를 선택하는 일이 잦아진 데에는 기준점 자체가 이동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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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럼에도 다르다.

(...)

어찌 됐든 삶과 이어진 끈은 계속될 것이라는 걸. 알고 느낀다. 그러니 또 괜찮은 날에는 온종일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을 살 것이다. 그런 게 인생인 것 같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하진 않아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살아있다는 건 그런 것인가 보다.

1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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