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한 달 살기 제주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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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 장소를 물색할 때 '제주'는 항상 후 순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릴 때는 뭔가 먼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위권에도 넣지 못했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혹은 제주를 갈 생각이면 해외를 가자는 생각에 항상 순위에서 저 멀리 밀려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나의 여행 리스트에서 '제주'가 껑충 순위가 뛰어올라 올해 안에 방문할 리스트 1위에 당당히 입성했다.

 

기억도 까마득한 어릴 적에 제주를 한번 방문한 이후 머릿속 한편에 '제주'를 조그맣게 남겨두고만 있었는데, 몇 년 전 우연찮게 방문한 제주여행에서 일정이 어그러지며 혼자 뚜벅이 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하루 동안의 일탈 같은 짧은 여행이었지만, 올레길을 걷고 배를 타고 섬을 드나들며 걷는 길은 행복감과 충만함을 선사해 주었다. 망친 하루가 오히려 기억에 남는 하루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올 초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주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생각했는데, 어느새 하루만 더 하루만 더를 외치며 한 달 살기도 조심스레 꿈꿔본다. 긴 일정을 빼기는 쉽지 않기에 올해 한 달 살기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제주여행만큼은 반드시 이루려고 생각 중이다. 이런 내 마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최근 접한 책에도 유난히 제주를 담고 있는 책들이 많았는데, 그 감성 또한 결이 비슷했다.

 

이 책 역시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는데, 저자가 쓴 다른 여행책과는 다른 남다른 애정과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관광지와 맛집, 숙소, 역사와 문화 등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 책들과는 다르게, 제주를 소개하는 이 책에서만큼은 제주가 주는 힐링과 여유, 휴식 그리고 제주가 주는 여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담겨 있다.

 

올레길과 오름, 해변과 숲을 걸으면서 찾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보내려 찾는 제주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외에도 별을 쫓으며, 바람을 느끼며, 제주 곳곳을 누비며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한다. 돌아보고 싶은 곳, 걷고 싶은 제주로의 여행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주도의 사계절>

 

■봄: 봄을 알리는 전령사의 역할을 하는 제주도의 봄은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여름: 5월이면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바다, 폭포, 숲, 어디든 초록과 파란색으로 변하고 해수욕장에는 조금씩 사람들이 몰려든다.
■가을: 온도와 습도가 내려가 제주도를 여행하기 최적의 계절인 가을에는 오름마다 억새풀로 덮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 육지보다 늦는 제주도의 겨울은 12월 중순은 되어야 겨울 같은 느낌이 든다. 겨울 내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곳이 제주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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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도할 흥미가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는 앞으로 우리 인생에 찾아올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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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제주를 말하다!>

 

1. 제주의 옛 이름 '탐라'는 통일 신라 시대 때 국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려 고종 때부터 '제주'라는 명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2. 제주도의 상징인 '돌하르방'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는데, 툭 튀어나온 동그란 눈과 뭉툭한 코, 벙거지 모자를 쓰고 두툼하게 나온 아랫배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형상을 하고 있다.
3. 제주를 '삼다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의미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서 돌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으며, 과거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 남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여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이렇게 불리었다.
4. 제주 방언으로는 '잠녀'라고 하는 해녀는 제주 여성들의 강인한 생존력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5. 집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정낭은 끈끈함과 안전함을 상징한다. 3개의 구멍이 뚫린 현무암 돌을 양쪽에 세운 것을 정주석이라 부르고, 이 구멍에 긴 나무를 끼워 '정낭'이라고 불렀다. 3개의 나무 정낭은 각각 의미가 있는데, 이를 통해 주인의 부재 여부를 알 수 있었다.
6. 제주 4.3사건은 제주 4.3항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대한민국 근대사의 큰 아픔으로 기록되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제주여행 탐방! >

 

■숲 트레킹
사려니 숲길과 비자림, 휴양림, 한라수목원 등 걸으면서 피톤치드 향을 맡고 숲과 함께 치유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오름 여행
분화구가 있는 작은 기생화산을 말하는 제주도어가 '오름'인데, 제주도에는 약 40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색의 해변 탐방
가장 남쪽에 있는 따뜻한 해안은 에메랄드빛부터 코랄드빛까지 다양한 색으로 관광객을 끌어당긴다. 하얀 백사장부터 삼양 검은 모래해변까지 이국적인 풍경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박물관&미술관 여행
제주에는 정말 다양한 아기자기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즐비하다. 정통 제주 박물관과 미술관부터 유명한 테디베어나 스누피를 테마로 만든 박물관까지 보고 싶고 즐기고 싶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다.

 

■다양한 건축 탐방
제주도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돌하르방부터 바람을 막기 위해 만든 옛 가옥까지 범상치 않은 건물들이 많은데, 제주 곳곳에서 아름답고 특이한 모습의 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골목에서 만나는 벽화들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벽화는 신선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다양한 소재와 옛 정취를 느끼도록 그려진 그림들이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그리운 옛 시절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준다.

 

■자전거&스쿠터 여행
자신이 선택한 길로 다니면서 만족도가 높아지고 기동력이 좋아져 여행 기간이 짧은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여행 중 하나다. 함께 여행할 수도 있지만 홀로 다니며 고독을 즐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바람을 뚫고 달리는 여행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녹차&커피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방문하여 사진도 찍고 카페마다 다양한 맛과 풍광을 감상해 보자. 초록이 펼쳐진 녹차밭에서 먹는 녹차는 힐링과 안정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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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내가 한 달 살기에서 배운 교훈 중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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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디까지 가봤니?>

 

◆국립 제주 박물관
제주에 있는 다양한 유물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의 박물관으로, 박물관 자체가 크기 때문에 여유롭게 관광이 가능하다.

 

◆제주목 관아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관덕정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가지정 보물 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관덕이라는 이름은 '평소에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닦는다'라는 뜻이다.

 

◆용두암&용연
용두암은 제주시 정면에 있는 바다 절경으로 제주를 찾는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다. 용연은 병풍처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양쪽으로 둘러싸여 있어 옛 선인들이 뱃놀이 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이호 해수욕장
제주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야경이 아름답고 제주 시내에서 가까워 관광객보다 제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호항에는 제주를 상징하는 조랑말 모양의 등대 2개가 일몰 때마다 인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용암이 흘러내려 모래와 함께 섞여 검은 색의 모래해변을 만들었는데 신경통과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한라수목원
총 900여 종의 식물을 보유 전시하고 있는 한라수목원은 자연학습장이나 산림욕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산림욕장은 신선한 공기와 싱그러운 나무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제주 절물 자연휴양림
휴양림 내에서 산책로는 물론이고 약수터, 황금 연못, 야영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말발굽 절물 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제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

 

◆협재 해수욕장
어느 계절이나 에메랄드빛을 보면서 깨끗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변에 깔린 검은 바위와 바위에 기생하는 녹조류는 더욱 다채로운 풍경을 만든다. 정면 멀리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비양도는 다른 해변과 다르게 단조로움에 색다른 해변 풍경을 만들어준다.

 

◆대포 주상절리
주상절리는 육각형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 겹겹이 붙어서 장관을 이룬 곳을 말하는데, 정방폭포와 천지연 폭포가 대표적인 주상절리 지형이다. 대포 주상절리는 제주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왼쪽의 산책로를 이용하면 각도마다 다른 주상절리와 바다를 감상하기 좋다. 

 

◆성산일출봉
짧게 '일출봉'이라고도 하는 성산 일출봉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섭지코지
제주 방언으로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쳐진 말로 좁고 가파른 절벽과 환상적인 화산 바위로 인해 아름다운 절경으로 손꼽힌다. 탁 트인 해안과 고요한 시골 풍경을 만끽 할 수 있는 섭지코지는 낭만적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성읍 민속마을
제주도민들의 옛 생활을 알 수 있는 마을로 규모는 작지만 인위적이지 않아서 제주지방의 특징적인 공간이나 울타리를 볼 수 있다.

 

◆쇠소깍
효돈천이 흘러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숨은 명소 중에 하나로, 카약을 이용하면 다양한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다. 예전에는 효돈을 '쇠돈'이라고 불렀고 연못이라는 뜻의 '소'와 가장자리라는 뜻의 방언인 '깍'이 만나 '쇠소깍'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탄생했다.

 

◆추사 유배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추사체를 완성한 곳으로, 추사 김정희가 생활하던 초시 본가가 복원되어 있고 기념관에는 그의 작품을 탁본과 복사본, 민구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산방산
서귀포시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70~80만 년 전의 용암이 덩어리 자체로 이루어져 볼록하게 솟아있다. 상록수림이 울창하여 용암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용머리 해안
바닷가의 기암절벽에 오랜 시간 동안 바람과 파도가 힘을 더해 만들어낸 것이다. 용머리 해안은 바닷가를 향한 바위 언덕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퇴적층이 겹겹이 쌓여서 형성된 듯한 해안 바위는 아름다운 문양 같다. 

 

<대표적인 제주 3대 폭포>

 

■천제연 폭포
단애면의 동굴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흘러나가는 3개의 폭포로 이루어졌다. 저녁이 되면 7명의 선녀가 내려와 여기서 목욕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지연 폭포
서귀포항 옆에 위치한 천지연 폭포의 웅장한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폭포 주변으로는 기암절벽이 계곡을 이루고 수백 종의 희귀식물들이 이곳에 자생하여 계곡 주변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방 폭포
3대 폭포 중 하나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뚜벅뚜벅 해변을 걷고, 오름을 오르고, 숲길을 거닐며 사색하고 고독을 즐기는 일도 때론 필요하다. 가만히 지평선 너머의 바다를 몇 시간 동안 지켜보아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힘껏 발 구르기를 하면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도 좋다. 밤이면 쏟아지는 별을 보며 고즈넉한 고요를 즐기고, 한낮에는 땡볕을 피해 그늘 아래에서 독서를 즐기는 여유로움 또한 즐거우리라. 꿈꾸는 제주여행은 조금은 느긋하고 또 조금은 멍 때리는, 그러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여행이다. 사색하고 싶은 제주여행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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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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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우리의 삶은 시급히 마무리할 성과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가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 궁금했던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표본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물음이 늘 마음속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극소수이지만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은영 박사님처럼 유명한 사람 말고, 평범하지만 일상 속 교육현장에서 과연 이상처럼 말하는 것들을 진짜 실천하면서 행동하는 선생님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은근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더불어 한편으론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고 혼자서 감당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양상을 띠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역차별을 당하는지 전반적인 사회 풍조를 통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아이들은 실제로 보는 것과 직접 대면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현실 속에서 각자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한꺼번에 통제하면서 이상적인 대처 방법으로 모든 순간을 제어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는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문제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선생님, 선생님과 학부모, 학교와 선생님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에 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었다. 

 

*입시관리를 위한 통제 중심학교 체제
*구조적으로 병든 선별 중심 교육 체제
*지옥 같은 교육현장
*스스로를 도구화하려는 관성

 

이러한 교육현장의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신념으로 아이들의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되는구나!'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이야기들이었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과 '어쩔 수 없다'라는 명목으로 넘기는 무수한 일들을 깊고 넓게 보아주고 들어주며 마주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바른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작은 몸짓, 말 한마디는 방향을 잃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신호등을 제시해 주었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목도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학창 시절과 수많은 선생님들이 떠올랐는데, 나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과 교육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포인트에 자극을 받아 더 성장할 수 있었는지, 관계를 만들고 이어나가는 방식의 사회성을 어떤 식으로 배워나갔었는지 그리고 반대의 경우인 상처받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순간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27년 차 음악교사이자 '따뜻한 시선이 행동을 변화시킨다'라고 믿는 저자 김선희 선생님의 일화는 그래서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왔다. 문장 곳곳에서는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에 대한 그녀의 배려가 돋보였는데, 한편으로는 참 외롭고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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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능력을 선별하여 규격화하는 데 열을 올리는 교육 현실에 종종 극도의 이질감을 느끼며 태양계를 이탈한 우주의 어느 지점에 홀로 선 듯 외롭게 얼어붙기도 했습니다.

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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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살짝 언급되어 있지만, 1대 다수로 맞서야 하는 상황들이 어디 그뿐이었을까? 놓아버리면 편해지는 것을 혼자 외줄 타듯 아이들을 생각하며 오롯이 버틴 시간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선생님이 그러했듯 저자가 걷는 길도 참 외롭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먹먹한 감정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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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확고한 신념을 지키며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 했던 그 길이 때로 얼마나 외롭고 힘겨웠을까.

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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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청소년기를 지나 한참 전에 성인이 된 나도 잠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저자의 눈을 마주하고, 다정한 위로와 공감을 들어본다. 여러 상황들 중에는 직설적이고 때론 당황스러운 상황들도 보이는데 저자는 침착하고 온화하게 대응한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어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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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겐 여전히 후진 관성이 있어. 그때마다 너희들 저마다가 지닌 놀라운 존재의 품격을 함께 끌어내리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해. 이렇게 잠시 나를 향한 예리한 시선을 거두면 다시 촌스러워지는 엄마를 견뎌내느라 십수 년간 힘든 순간이 얼마나 많았니? 생각날 때마다 오늘처럼 다 말해줄 수 있겠니? 일일이 사과하고 싶구나."

 

큰 아이가 내 눈을 깊이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이제는 괜찮아."
"괜찮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 잘못을 모두 알 수 있다면 더 세심하고 다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


"내가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는 엄마가 완벽해졌다는 뜻이 아니야. 책 읽고, 강의 듣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걸 봐왔기 때문이야. 엄마가 앞으로도 깨달은 바를 잘 실천해갈 거라는 믿음이 들어."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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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는 예의와 정도를 잘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가족에게는 잘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위의 일화를 통해 저자는 안팎으로 자신의 신념을 잘 지켜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심을 담아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상대방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의 진심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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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비교우위를 요구하는 경쟁 구도에서 어른들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가? 가정은 '지지 말고 이기라'하고, 학교와 사회는 '협력하여 상생하라' 한다. 많은 아이가 마음을 제대로 깊이 들여다봐주는 어른 한 명 없이 이 모순된 세상에서 외줄을 타는 심정으로 막막한 불안과 끝 모를 죄책감에 사로잡혀 주눅 들어가고 있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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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부분에서 아이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에 대한 언급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지금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이러한 불안과 죄책감을 끌어안고 사는 아이들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봐 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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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10대'니 '중2병'이니 하는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꼬리표를 달아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길 바란다. 아이들이 주변 사람과 협력하면서 잘 살아가도록 가르치기를 원한다면,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바로 그 어른이 아이 마음에 눈을 맞추고 어깨를 내밀어 길동무가 되어주는 것이 먼저이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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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말이나 단어들, 무심코 흘리는 무책임한 꼬리표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런 말과 행동으로 어른들이 그런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작은 변화에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꼬리표를 달기보다 눈 맞춤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이 시간 이후부터는 길동무가 되어보자.

 

저자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공감하기 방식으로 나타난 변화들이 무수히 많은데, 아래 두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일화를 통해 인생을 또 하나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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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1>
위기를 감지한 내가 아이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묻고 들은 뒤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하자 아이는 일순간에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다. 공감은 그 어떤 충고나 조언과 맞바꿀 수 없는 정확한 처방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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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2>

신영이의 사례로 본 예시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상황은 다음과 같다.

평소 수업 도중 맥락을 끊듯 갑작스레 질문을 하는 신영이를 좋지 않게 보던 친구들이었는데, 그날 수업에선 어딘가 위축된 상황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때 가장 먼저 성큼 첫발을 뗀 신영이의 질문은 과도한 긴장감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이 일을 통해 아이들의 눈빛과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이후 아이들과 신영이는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어가고 갈등 요인이 공감으로 바뀌어 가면서 어떤 반보다 역동적인 공동체 성장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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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창피를 주지 않고, 각자를 존중해 주며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과 변화들은 놀라움을 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필요할 때는 비공개 방식의 대화를 통한 지지와 마음을 알아주고, 선생님이 많이 개입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을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방식은 비단 학교에서만 필요한 소통 방식은 아닌듯하다. 직장과 사회 전반에 이러한 소통 방식을 적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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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배움의 원동력이다. 아이의 질문을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수업이나 어른의 삶이 빠듯하다면, 하던 일의 양을 대폭 줄여서라도 되도록 질문을 반기며 응답하기 바란다.

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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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아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얻은 변화와 그 변화를 가져온 힘의 원천을 바탕으로 자신이 바라던 신념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신뢰감이 한층 더 깊어졌다. 소외된 아이에서 한 선생님을 통해 소중한 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주변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친구들과 연결되기까지의 소중한 경험은 아마 그 어떤 보석보다 가치 있는 인생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책의 내용의 기반이 되고, 또 아무리 힘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힘의 바탕이 되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중복으로 거론되는 단어들로 키포인트를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는데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은 이것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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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존엄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에게는 결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
한 아이 한 아이 스스로 자기 존엄을 철통같이 지켜내도록 길러내는 것만이 살 만한 세상, 안전한 세상으로 성큼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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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경험에서 시작해 점차 주변으로 확대되어 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 건강한 이타심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길러주고 싶다면 자기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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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신의 존엄성을 가지는 것! 그리고 차이에 대해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 이것이 가장 근본이자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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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유 없는 분노를 품지도, 이유 없는 반항을 하지도 않는다. 반항하는 아이가 도리어 더 정직하다.

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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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른도 아이에게 사과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솔직하게 마음을 다한 사과는 상대방에게 그 진심이 전해지기 마련이다. 설사 용서받지 못한다고 해도 사과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반드시 사과하자. 저자는 이러한 순간에도 피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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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욕구나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 힘겨루기를 통해 한쪽이 좌절하거나 양쪽 모두 소진하기도 하죠. 지금처럼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묻고 들으며 조화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그야말로 삶을 위한 공부예요.

2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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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겨서 얻은 용기는 불안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용기만이 평화롭게 지속 가능한 진짜 용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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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라는 제목보다 어쩐지, '어른도 배워야 할 청소년의 세계'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책이었다. 솔직하게 다가가면 솔직하게 다가오는 아이들과 달리, 어딘가 다른 마음을 품고 의심하며 사는 어른들의 복잡한 세계는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공감의 힘, 존중의 힘, 경청의 힘, 올바른 교육관의 힘, 솔직함의 힘, 예쁜 말씨의 힘 등 유치원에서부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면서 내내 듣고 배우는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힘'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판치는 세상에서 저자가 행한 일들은 어쩌면 모두가 내심 바라고 원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 것들은 아니었을까?그래서 잠깐 꿈을 꿔본다. 저자와 같은 선생님들로 가득한 학교, 그 속에서 보고 배우며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모습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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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베트남 남부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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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슬슬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오른 유류세와 물가로 인해 유럽과 같은 곳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각광받고 있는 곳이 베트남이라는 기사를 최근 접했는데, 이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꽤나 붐비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예전 같으면 다음을 기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시 미뤄뒀을 텐데, 최근 베트남 책을 통해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도시가 있는 것을 보고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새로운 곳을 찾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느 정도의 일정으로 갈 것인지를 정했다면, 남부와 북부 지역을 나눠 생각해 보고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도시와 지역을 정하면 보다 풍성하고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베트남 남부>책은 지난 <베트남 한달살기>에서 다뤘던 남부의 이모저모 외에 추가되는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날씨, 기후, 먹거리, 여행 시 참고하면 좋을 팁, 동일 지역은 제외하고 남부 여행 시 가보면 좋을 도시와 관광지 중 버킷리스트에 추가할 내용들에 한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 역시 참고하려고 정리 중인데,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정리한 리스트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번 리뷰에서 추가할 도시는 "호치민"과 "붕따우"로 생각보다 볼거리가 풍성해 정리하는 내내 즐거웠다. 프랑스의 문화가 섞인 건축물과 베트남 현지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투어까지! 붕따우에서 만나는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떠올리게 해 두 곳 모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도 일었다. 그럼 지금부터 베트남 속 프랑스 식민지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한편, 아날로그적 생활을 경험하는 체험은 물론, 고즈넉한 휴양지까지 만나러 가보자!

 

<호치민>

 

▶현재 베트남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
▶호치민시는 프랑스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으로 활기찬 시장과 오토바이로 가득한 도로가 유명하다.
▶유럽인들은 아직까지 '사이공'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복잡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이러한 역사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호치민시의 지역 중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은 사이공 강 서쪽 강변에 자리한 1군 지역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탓에 도시에는 프랑스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도시 이름의 기원인 호치민은 베트남을 통일시킨 베트남 독립의 영웅이며 초대 정부 주석으로 취임한 인물로 현재도 '호 아저씨'라 불리며 베트남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사이공 강
길이가 230km에 이르는 광활한 사이공 강은 캄보디아 남동부에서 베트남 남단까지 이어져 있다. 교외 지역에 다다르면 맹그로브 숲과 통나무 오두막이 고층 건물로 바뀌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호치민 시 주변에 흐르는 사이공 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쾌속정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
호치민 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히는 곳이다. 1층에서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커다란 동정녀 마리아 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조각상은 1959년 로마에서 호치민으로 옮겨왔다. 조각상 뒤로 보이는 2개의 첨탑 사이에 있는 본관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장미창을 통해 구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이공 중앙 우체국
▷에펠의 걸작으로 불리는 중앙 우체국은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해 프랑스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외관이 웅장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정면에는 호치민의 사진이 보이고 양 옆에는 우편 업무를 보는 직원들도 보인다.
▷미색의 타일이 바닥에 깔린 장엄한 원통형 홀 안으로 들어가면 벽에는 손으로 그린 정교한 지도가 있다.
▷사이공 중앙 우체국은 일주일 내내 개방되며, 엽서를 쓰는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호치민 시청
매력적인 정부 청사는 의심할 여지없이 도시의 가장 인상적인 식민지 시대 건물 중 하나이다. 거대한 호치민 시청의 흰색 외관은 도시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광경 중 하나로, 외관 디자인은 파리에 있는 호텔 데빌레를 본떴고, 르네상스 건축 양식은 20세기 초 유럽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형태를 차용하였다.

 

■호치민 광장
호치민 광장은 고요하고 우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프랑스 식민지 건축물과 꽃내음에 둘러싸여 조용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 광장은 19~20세기 베트남 남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식민지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벤탄 시장
호치민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벤탄 시장은 베트남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벤탄 시장은 상징적인 시계탑이 시장을 굽어보고 있어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지악럼 사원
호치민시의 불교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에 아주 좋은 장소로 7층 사리탑이 서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정면에는 고승들의 무덤이 있고, 별당에는 재가 담긴 화려한 색상의 유골 단지, 촛불을 볼 수 있으며, 별당 한가운데에는 진귀한 보리수가 서 있다. 보리수 옆에는 자비의 여신인 관음보살상이 우뚝 서 있다. 운이 좋으면 방문 시간에 맞춰 수도승들의 아름다운 독송식과 기도식을 수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호치민 오페라 하우스(=시민극장)
반짝이는 흰색 건축물과 곡선이 특징인 오페라 하우스는 시민극장이라고도 불린다. 하얀색의 찬란한 랜드마크는 20세기 전환기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가 사이공이었음을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모든 장식과 가구는 프랑스 예술가가 디자인 했으며 지붕 및 장식품 역시 파리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오페라 외에도 발레, 연극과 전통 베트남 춤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주최하고 있어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통일궁
화려하게 장식된 대통령 관저를 둘러보고 지하 작전 사령실에서 전시에 사용됐던 장비들을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동안 베트남을 괴롭혔던 갈등과 불안의 역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정문에 가까워지면 건물 밖 높은 연단 위에 전시된 탱크가 눈에 띄는데, 군인들이 사이공을 수복하고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궁전 문을 박살 내고 들어왔던 순간을 기리는 것이다.

 

■옥황사
베트남에서 가장 멋진 목각 장식, 조각상, 예술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옥황사는 바닥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목각 장식과 거북이로 유명한데, 그래서 거북이 탑으로도 불린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광둥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을 위해 지어졌으며, 지금도 도교와 불교 신자 모두가 찾는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십자옥 방은 사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고통의 모습이 거대한 목각 장식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사원의 다른 방들을 풍요와 건강의 여신들에게 바쳐진 공간이다.

 

■빙엄사
일본과 베트남의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건축된 빙엄사는 뉴엔 바랑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 빙엄사는 도시에서 가장 큰 탑 중 하나로 지금도 법회가 열리고 있다. 빨간 지붕과 거대한 7층 탑을 보면 각 층의 벽면에 부처상이 조각되어 있고, 안쪽의 방 뒤편 제단으로 가면 앉아 있는 거대한 황금 부처상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방에는 자애의 여신인 관음상이 무수한 꽃에 둘러 싸여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의 시끄러운 길거리를 벗어나 빙엄사에서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호치민 박물관&미술관>

 

◆베트남 국립 역사 박물관
인도차이나와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있는 역사박물관은 방대한 고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정문 위의 탑은 지역의 대형 사원 중 하나로 내부 중앙 홀의 벽은 식민지 시대 프랑스 건축물에서 흔히 보이는 흰색 무늬로 온통 장식되어 있다. 박물관의 전시품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많은 공간을 응우옌 왕조의 전성기에 할애했다. 최후의 왕족이 착용했던 의복을 살펴보고 프랑스 식민 통치 취하에서 베트남 국민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엿볼 수 있다.

 

◆호치민 미술관
국가의 흥미로운 역사를 아우르는 미술 컬렉션이 보관되어 있으며 중국과 프랑스의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쟁 박물관
베트남전의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전시품들이 있다. 베트남 전쟁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각종 전시품들이 있다.

 

◆호치민 시립 박물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건물로 전면이 높은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입구 위에 큰 발코니가 있다. 프랑스 식민시절에 총독의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다. 베트남 내전의 근,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유물과 문화재들을 전시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다녀올 수 있는 투어>

 

◆꾸찌 터널 투어
반미 전쟁에서의 역할을 했던 지역을 관광지로 만든 것으로 총 220km 길이의 터널은 전설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을 괴롭히고 미군이 전쟁 기간 동안 차지 못한 터널 시스템을 탐험하고 숲을 산책한다. 꾸찌의 전쟁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고, 다양한 덫과 함정, 무기들이 전쟁 때의 의식주 생활상을 나타내고 있다. 꾸찌 터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여주고 관광객은 직접 체험이 가능하다.

 

◆메콩 델타 투어
메콩 델타 지역을 탐험하고 진정한 남부 베트남 시골의 신선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시골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현지인 생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베트남 전쟁 기념관을 보고 난초 농장, 까오다이 사원을 둘러본 후 인근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껀져
호치민에서 남동쪽 지점에 위치한 껀져는 베트남 전쟁 때에 해양 유격대 사령부가 주둔하던 곳으로, 유네스코에서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껀져에는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하여 '원숭이 섬'이라고 부른다.

 

<붕따우>
붕따우는 호치민에서 2시간 떨어진 곳으로 따뜻한 바다에서의 시원한 해수욕과 맛있는 해산물, 제일 높은 예수상에서의 상쾌한 절경이 유명한 호치민 인근 도시이다. 호치민 시민들은 바다를 보러 휴양을 하러 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붕따우는 신 붕따우와 구 붕따우의 2지역으로 나뉘며 붕따우 왼쪽 해안은 프랑스 식민지 때부터 '동양의 진주'라고 불리었던 휴양지이다.

 

◆백 비치
파도가 잔잔하며 석양을 바라보며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물이 깊지 않고 허리 정도까지 오는 정도이며, 잔잔한 파도가 아이들과 즐기기 좋아 가족여행객이 많다.

 

◆예수상
베트남 최남단인 바이두아 해변의 뇨산에 위치해 있으며 커다란 팔을 양옆으로 뻗은 모습이 웅장하다. 동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붕따우의 명소이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예수상이다. 예수상 안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어깨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예수상의 어깨에 도착하면 예수님의 시선에서 바라본 붕따우의 모습이 장관이다.

 

◆화이트 펠리스
인도차이나의 옛 프랑스 장관의 별장이었던 우아한 별장에는 수풀이 무성한 정원이 아름답다. 티우 대통령에 의해 재건축된 이후 고딘디엠 대통령과 구엔 반투 대통령이 사용하였는데, 주변의 모든 장관이 한눈에 비치기 때문에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작은 산 등대
붕따우 등대에서는 전체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 할 수 있다.

 


베트남을 책을 통해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나 새삼 놀라게 된다. 잘 알려진 몇몇 곳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북부에서 남부까지 둘러보니 지역마다 특색과 눈 여겨볼 곳들이 달라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베트남 여행이라고 하면, 한국인 관광객이 몰려 바가지를 쓰거나 불쾌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나만의 색다른 도시와 여행지를 찾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에 맞는 테마여행 일정을 짜보자. 액티비티한 여행부터, 휴양지 여행, 관광여행, 현지 체험여행, 문화여행, 먹거리 여행 등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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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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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은 제목만큼이나 살짝 어렵다 느껴지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긴 프롤로그와 3개의 소제목, 저자의 글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전체 페이지는 일반 단행본에 비해 쪽수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오래 고민하고 진도를 뺄 수 없었던 건 모호한 경계선을 오고 가며 심리적 묘사들이 공간들과 맞물려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읽고 나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실과 모호한 세계 속 '녹색 갈증'이 지칭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윤조'는 무엇인지, '산'이 의미하는 것과 관계 속에서 오는 허망함과 메마름에 대해 하나하나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마지막 해설을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부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꼭 모든 사람들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등장한 인물이나 배경이 그 자체의 의미도 지니겠지만, 비유로써 또 다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기에 누군가에게는 삭제가 되는 부분도, 덧붙여지는 의미가 되기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허망함' 혹은 '공허함'이 느껴진다. 빛도 들지 않는 모텔 방이라던가, 어딘가 소통이 되지 않는 가족들,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이유도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헤어지는 이유가 되는 관계, 쉴 곳을 끊임없이 찾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딘가 불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배경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때를 지칭하는 문장을 통해 코로나 이후 언제쯤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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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월 26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국가적 추모 차원에서의 기획 방송이 온 채널을 잠식했다. 코로나19가 도래한 이후 최대 규모의 사망자를 기록한 날이었다.
(...)
매년 1월 26일은 모두의 기일로 여겨졌다. 대기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마스크와 낙엽을 태우는 추모 행위가 제지되었지만 그날은 어디서나 쉽게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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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용을 살펴보면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하는, 조용히 무너져가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심리와 맥락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나'는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계속 찾아 헤맨다. 글을 쓰면서, 가족들에게서, 연인에게서, 혹은 산에서 찾으려 하지만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만 더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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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면 좋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해가 질 때까지 숲속을 헤매다가 외딴집 하나를 발견해서 그곳에 잠시 머물고 싶었다. 이 마음은 결국 헤매는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쉴 곳을 만나고 싶은 것에 가까운가. 그렇다면 참 시시하다. 너는 참 시시하구나.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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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피의 욕망을 안고 글을 쓰면서 '나'는 '윤조'라는 인물을 탄생시키고 한때는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이 공간 안에 갇혀 아무것도 뒤돌아보지도, 살펴보지도 않아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은 물론 성적은 바닥을 치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한다. 그 세계에 집중할수록 소설적 현실은 계속 확장되지만, 진짜 현실은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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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내가 소설을 쓰기 때문에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밤에는 내가 소설을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계절에는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일부러 우울해지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꿈에서는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걸 다 놓아버리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
모든 건 무얼 말하는 걸까. 이 말 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한 말보다 내가 나에게 한 말이 더 많았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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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다르지 않은 엄마와 언니를 피해 따로 살고 있다가 안정감을 갖고 싶어 불현듯 다시 찾은 집은 여전히 갈증을 유발하는 상태 그대로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화장실만 찾게 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고부터 내내 '나'를 지배하는 감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속에만 존재하던 '윤조'가 현실의 세계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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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답답할 정도로 결정이 느리면서, 나약해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지나치게 행동력이 강하고 의외로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 역시 위험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면에서 우리 세 모녀는 닮았다. 자기 기분 속에 침잠해버리고, 괴로움을 해소하지 않은 채 마음속에 키우고 키워 괴상한 방식으로 표출해버린다는 점이 그랬다.

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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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가 '내'가 하지 못했던 '좋은 관계'를 자신의 가족과 스스럼없이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허망함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윤조'가 아닌 '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해설에서는 녹색 갈증이란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말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재 우리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어딘가 닮아있어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타내기엔 더없이 적합한 배경이라는 생각도 든다.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가족, 연인이지만 연인 같지 않은 '명'과의 관계, 스산하고 삭막한 분위기의 풍경은 개인의 결핍을 만들어내고 이는 욕망으로 발현된다.

 

이 소설에서 녹색 갈증을 느낀 이들이 찾아가는 장소로 '산'이 등장하는데, 표면적인 '녹색'의 갈증을 해소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엄마는 산에서 사랑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며, 203호의 할머니는 매번 산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산에 간다고 이야기한다. 진짜 산에 가는 것인지 산에 가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에게 산은 어렸을 때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장소로 찾는 곳이었고, 이후 헤어진 연인과 재회를 바라며 향한 곳이며, 엄마&언니&윤조와도 함께 올랐던 곳이다.

 

산은 실제 하는 산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심상화 과정을 통해 가만히 눈을 감고 눈 안쪽으로 그늘을 만들어보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 공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윤조를 포함한 가족들과 오른 산에서의 모습은 내면의 다양한 모습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그려진다.

 

윤조가 나오는 소설을 분명히 끝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불쑥 윤조가 다시 현실 세계에 나타난 것은 어쩌면 '나'의 불안과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싶은 언니&엄마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윤조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윤조를 통해 말이다.

 

윤조를 없애는 일은 지금의 세계에 가까워 지려고 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에 등장한 윤조는 그런 나의 내면이 반영된 또 다른 가상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에서는 현실로 그리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처럼 잘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끝나지 않은 윤조의 삶을 다시 그리며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것을 상징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이러한 상상은 보석함을 두고도 발휘되는데, 어떤 내용물이 안에 들어있을지 수십 가지 상상을 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윤조'를 소설 속에 혼자 두고 나왔던 것처럼, 불현듯 현실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욕망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혹은 채우기 위해 그려나가는 상상 속 세계. '녹색 갈증'은 그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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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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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나이 60대 초반, 계급에 있어 거의 최하층이라고 말하는 영국 노동자 계급으로써 살아왔던 이들의 일상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긍지,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전작들에서도 밑바닥 사회/노동 계급에 대한 책을 여럿 썼다고 하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에서 '아저씨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필된 책인듯하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표지를 먼저 살펴보면, 투쟁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과 책등에 자리한 영국 국기는 '노동자 계급'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류는 베이비부머 세대(=해머타운의 아저씨 세대)의 이야기이며 이에 저자 역시 그들의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저자 본인은 영국으로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일본 사람으로, 남편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이며, 남편의 친구들 역시 같은 노동자 계급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다. 한동네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며 살아왔기에 저자 역시 그 세대의 사람들과 친밀성과 밀집성을 지닌다. 결혼한 와이프,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파트너와도 자주 만나 취미생활과 사담을 나누는 등의 일상을 보내기에 서로가 서로의 내밀한 사정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저자의 그들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영국'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신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생각해 보면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자들의 수고를 빠뜨릴 순 없다. 20세기와 21세기를 지나면서는 영국의 EU 탈퇴가 이슈가 되면서 '브렉시트'가 이슈화되기도 했었는데, 이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조금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에는 영국의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이러한 노동자 계급의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와 더불어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살짝 실려있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 밖에도 사회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와 난민 등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어 영국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사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왜 그들은 갑작스레 브렉시트를 외치게 되었는지, 그리고 난 이후 영국은 잘 살게 되었는지, 은근히 존재하는 계급과 세대별 차이와 갈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와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인 레이, 레이첼, 스티브, 제프, 테리, 데이비드, 사이먼, 대니 등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이야기는 마치 영국의 여느 일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과 같이 평범한 이야기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형태다. 그 속에는 친분이 있는 남편의 친구들, 해머 타운의 아저씨 세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들은 과거 노동 계급의 사람들이며 동시간에 태어나 같은 세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 사랑 이야기, 세대 간에 느끼는 차이와 그들만이 가지는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 불가능한 긍지들이 주로 다뤄지는데 읽다 보면 영국 속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불쑥 들 때도 있었다.

 

1장은 주로 저자와 노동자 계급인 지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장은 각 계급과 세대에 대한 특성과 술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1장에 스토리라인이 실려있다면, 2장은 해석과 설명이 덧붙여진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장에서 다루는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Z세대, Y 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영국과 우리나라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큰 격차, 벌어진 가치관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한 번쯤 살펴보면 좋을듯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이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생각과 긍지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념은 어떠한지 몇몇 문장들을 통해 그들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먼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살아왔던 시대를 나타내는 문장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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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우리 남편 세대는 영국이 아직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사회라고 불리던 시절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해머 타운의 녀석들'은 반체제적인 불량소년들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에게는 국가라는 안전망이 있었다. 일자리를 잃으면 쉽게 실업보험이 나왔고,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NHS가 있으니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었다. 학비도 무료였으니 가려고만 하면 대학에도 갈 수 있었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했던 시절이니 지금과 비교해 노동자들의 태도도 드셌다.
(...)
"잉글랜드는 나를 먹여 살릴 의무가 있다"
(...)
지금의 중. 노년층은 그런 사고가 통용되던 시대에 성인이 되었다.

78~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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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는 영국의 평등한 의료제도를 말한다. 영국은 소득, 인종, 사회 계층 등과 관계없이 누구든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평등한 의료제도를 70년 동안이나 유지해온 세련된 나라라고 생각했고 이에 자부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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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젊은이들은 조금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았다.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경쟁, 경쟁 소리만 들리고, 경쟁에서 지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패자의 아름다움'이라는 풍류 같은 것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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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같은 낭만적인 것은 위쪽 계급 놈들이나 하는 거야"
레이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그야 확실히 그렇다. 그런 추상적인 것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으니까. 노동자는 일단 하부 구조다. 먹고살아야 한다.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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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긍지를 나타내는 문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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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중화' 문신 이야기를 하자, 레이는 나의 문신은 나의 역사를 새긴 것이라며 재수 없게 말했다. 레이저로 제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그럼. 노동 계급은 간단하게 이것저것 지우거나 없었던 일로 하지 않지."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그들이 세대. 데어 제너레이션이리라, 베이비.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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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타운의 아저씨 세대는 반대처 기풍이 강하다. 젊었을 때 파업과 시위로 맞섰던 무시무시하게 강력했던 적은 지금도 영국과 EU의 신자유주의 정책 가운데 살아있는 모양이다. 메이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대처에 빙의해 있다고 한다.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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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60대 초반이 된 현재의 그들의 모습을 서술한 장면도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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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의 아저씨들은 요즘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다. 아니, 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극단적으로 침울해지기도 한다. '유리 멘탈' 60대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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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대가 바라본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인식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레이첼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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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능력주의 일변도의 영국밖에는 모르는 세대다. 그러니 레이첼에게는 레이가 패기 없는 무능력한 아저씨로 보일 뿐이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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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사례와도 비교해서 서술해 두었는데 다음의 문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아버지 세대와 현 세대 간의 차이점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된 현격한 가치관과 인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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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키 유타카는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유리창을 깨고 다녀도 자기가 원한다면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경제 성장 시대의 젊은이였다. 반면에 취직 빙하기를 보며 자라고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은 없다. 세상은 자본주의에서 연착륙할 자리를 찾고 있다" 같은 축소 사회에 대한 언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유리창을 깨고 다니지 않는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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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시대의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인식 외에도 궁금하고 흥미로웠던 브렉시트에 대한 내용을 살짝 살펴보면 EU 탈퇴에 찬성했던 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탈퇴에 찬성했던 이유는 EU를 탈퇴하면 영국이 EU에 지불하는 거액의 분담금을 NHS에 쓸 수 있다는 달콤한 유언비어를 듣고 찬성의 한 표를 행사했는데 결과적으로 EU 탈퇴 후 영국은 경제적으로 더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고 한다.

 

정부는 가장 먼저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지원을 줄여나갔다고 말한다. 한때 자부심을 가질 만큼 모든 사람이 무료로 제공받았던 NHS(평등한 의료제도), 탁아소, 아동 관련 사업 등의 긴축재정을 통해 취약계층이 더 살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이로써 아파도 병원에 가서 의사 한번 만나는 게 힘들고 번거로워졌으며 웬만한 병명이나 통증으로는 병원을 찾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로써 젊은 세대들은 자유롭게 유럽을 오고 갈 수 있는 길을 베이비부머 세대가 끊어버림으로써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며, 이 세대들을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하게 되었고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다른 세대를 좋지 않게 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각 세대가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서술한 부분의 한 예시를 2장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하기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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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지가 약하고, 금방 부서져버리는 눈송이처럼 취약하다고 본다. 또 참을성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기보다는 SNS에 셀카를 찍어 올리는 일에만 열중하며 자기가 얼마나 유명해질지, 얼마나 높은 지우에 오를지에만 신경을 쓴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욕심 많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미래를 완전히 부숴버리려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라 여긴다. 자기 집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동산을 굴려 돈을 벌기 때문에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높아지기만 한다.

238~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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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요점정리>

 

복지사회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 불량소년들마저도 사회가 책임지고 개인의 삶을 책임져주는 시대를 살아왔다. 아프거나 일자리를 일어도 국가가 책임져주었고, 공부하고자 하면 학비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노동자 계급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했기에 떵떵거리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부동산을 굴려 재산을 증식시키며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때 유언비어에 속아 더 나은 삶을 위해 EU 탈퇴에 반대 표를 던졌으나 실제 경제 상황은 더 나빠졌고, 60대 초반이 된 지금은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고 때론 극단적으로 침울해지기도 하는 등 유리 멘탈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자신이 속한 그룹 안의 가까운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친밀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인 남편과 남편의 친구들을 바라보는 애정 깊은 시선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들을 살펴보면 다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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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룸 안에서 본 사진 속의 그들, 스팬다우 발레 같은 양복을 차려입은 젊고 맵시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구겨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칠칠치 못하게 엉덩이를 반쯤 내놓고 춤추는 아저씨들과는 간극이 너무 커서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전에 '인간이란 참 엄청나네' 싶었다. 사람은 이렇게 변하는구나. 아니, 이렇게 변하면서 몇 십 년, 어떤 경우에는 100년이나 계속해서 살아가는 생물이구나.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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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맞고, 멍청한 일을 하고, 호되게 당하고, 엉덩이를 내놓으면서 아저씨들의 인생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당신들을 축복해야지, 베이비.

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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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이민자로 영국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기에는 녹록지 않은 삶이었을 것이다. 유럽은 특히 난민들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나라가 많아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가장 먼저 취약층의 복지제도에 긴축재정을 취했듯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이민자나 난민들에게 가해지는 따가운 시선은 상상이었을 것이다. 책에도 잠깐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 역시 그러한 시선에서 비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도 오랜 시간 남편과 남편의 지인들,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서 오랜 친분을 나누며 그들이 가진 긍지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보듬으려 노력했기에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통해 살짝 엿본 이야기지만, 영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는 별반 영국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사례로 언급했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도 세대별로 가지는 가치관과 이해도의 척도, 인식, 문화는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도 자주 언급되지만 긴축정책을 야기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곧 이러한 세대갈등의 더 많은 불씨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 있음"의 상황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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