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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평점 :
해외여행을 가면 먹거리나 관광지 혹은 휴양에 집중해서 즐기는 것에 반해, 전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은 보통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한 두 군대쯤은 방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계사, 고대사와 같은 '역사 공부' 관점에서 단순히 보자면 지루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입식 교육방식으로 인한 전달 방식의 문제지 세계사나 고대사 자체가 재미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색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 존재했던 이들의 사고와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를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명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인데, 글이나 문서로 습득하기 보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가거나 시선이 가는 그림과 조각들부터 시작해 보는 재미를 하나 둘 알아가다 보면 과거 존재했던 이들의 역사와, 종교, 문화, 생활상 등을 거리낌 없이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큰 맥락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7일의 미술 수업이라는 컨셉으로 일자별 도시와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그림을 소개하는 것은 넘어 세계사, 문화, 철학, 신화, 종교에 얽힌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작품 설명과 이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어 미술사를 통해 세상의 교양을 두루 접할 수 있다.
특히 예술의 중심인 이탈리아 곳곳의 도시를 탐방하며 그곳의 미술관과 소장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탈리아 여행 전 이 책을 먼저 읽고 여행하면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특별히 이탈리아를 콕 집어 이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술사에서 이탈리아가 가지는 중요성과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첫째,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확립해 온 그리스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는 그리스의 모든 것을 이탈리아가 품었고, 품었던 그리스적인 모든 것을 유럽에 알렸다.
▷둘째, 종교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아프리카 북쪽, 소아시아까지의 광대한 영토에 기독교를 전파해 신 중심의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셋째, 고대 그리스 미술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발전시킨 것도, 1000여 년의 중세기 동안 기독교 미술의 원형을 생산해낸 곳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걸출한 미술가들을 배출해낸 곳도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그림과 조각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뻔한 대답 이상을 할 수가 없다며 '안다'는 것은 대상에 관한 여러 가지 차원의 '정보'를 습득한다는 뜻이고, '본다'라는 것은 제대로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에 가깝다고 말하며, 대상의 정보가 많을수록 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 맞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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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만들어낸 그 창밖 세상 안에는 그것을 창조한 자의 삶이, 그 삶을 살도록 한 사회가, 그 사회가 전개시킨 역사가, 그러한 역사 안에 쌓인 구성원들의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리고 조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정보에 대한 맹렬한 추적에 가깝다.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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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부터 잘 모르는 그림과 조각을 제대로 습득해서 알기는 어렵기에 조각과 그림을 보는 관점부터 달리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히 '멋있다'라거나 '잘 그렸네'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왜?', '무엇', '어떻게'라는 의문사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자연스럽게 그 의문들은 점차 그림과 조각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줄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 당시는 그저 여행한다는 기분에 들떠 제대로 조사하거나 공부하지 못하고 덜컥 방문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을 다시금 만나보며 새삼 복습하는 기분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히스토리를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 나만의 투 두 리스트도 추가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다채롭게 공부해서 다시 이탈리아를 방문해 직접 두 눈으로 이 작품들을 만나 자세히 보고 싶다는 열망을 꿈꿔본다.
더불어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몇 가지 꼽아 소개하는 이 글을 통해 그림과 조각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부디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후 이탈리아를 직접 방문해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순서는 '도시+보관된 장소' 기준으로 정리했으며 추가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그림을 중간에 첨부하는 형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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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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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 '콘클라베'를 실시하는 이 예배당은 건축을 명령했던 교황 식스토 4세의 이름을 따 '시스티나'라고 부른다.
1.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교황 율리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 작업을 명했다. 평소 조각이 회화보다 우월한 미술이라는 신념을 굳게 품고 있던 미켈란젤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렇게 큰 프레스코화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화가가 아닌 조각가임을 주장하며 버티던 미켈란젤로는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을 맡겠노라 선언했는데, 이는 교황이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유가 적대적 관계의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의 간교 때문이라고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의 교활한 작전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 위해 세상 모두가 놀랄 만큼의 대작을 완성해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노라 결심한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천장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그림으로 <아담의 창조>를 꼽는다.
▷하나님과 서로 손끝으로 교감하는 이 모습은 스필버그의 영화 <E.T>를 떠올리게 한다.
▷아담의 손가락은 미켈란젤로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났을 즈음, 천장 균열로 금이 가서 후대 화가가 새로 그린 것이다.
▷하나님의 몸을 감싼 붉은 장막 안에는 12명의 인물이 보이는데, 예수의 12제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이도 있고 왼팔 바로 아래 천사가 여자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브나 마리아를 대동한 천사들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붉은 장막과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선이 사람 뇌의 단면과 닮아 있어서, 하나님이 결국 아담, 즉 우리 인간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했다고도 읽는다.
2.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
▷예수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위해 순교한 성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형 당할 때 사용된 무시무시한 도구들을 들고 있다. 예컨대, 화살을 맞는 형벌을 받았던 성 세바스티아노는 화살통을, 못이 튀어나온 바퀴에 깔렸던 성녀 가타리나는 그 바퀴를 들고 있다.
▷단 중앙에는 나팔 부는 천사들과 크고 작은 책을 든 천사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죽은 자를 깨우고 천국 혹은 지옥으로 보낼 자들의 명단을 확인 중이다. 왼편 천사는 작은 책을 오른편 천사는 혼자 들기에도 벅찰 정도의 큰 책을 들고 있다. 아마도 작은 책에는 몇 안 되는 선한 이들의 이름이, 큰 책에는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에게 절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바오로 3세가 서거한 이후로 <최후의 심판>의 외설 논란은 더욱 격해졌다. 결국 그림을 노출을 가리는 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켈란젤로가 그림 수정 요구를 받은 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수정은 미켈란젤로의 제자 볼테라가 맡았다.
▷사람들은 그의 작업을 벗은 이에게 팬티를 입혀주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는지 볼테라를 '팬티 화가'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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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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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전회화관(바르베리니 궁전)
바르베리니 궁전은 전시된 미술 작품들만큼이나 아름다운 내 외부도 볼거리인데, 특히 바쿠스 분수가 있는 정원이 거닐 만하다. 이곳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연기했던 앤 공주의 숙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1. 한스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
▷영국 튜더 왕가의 헨리 8세는 아내를 6번 바꾸었다. 그중 2명과는 이혼했고, 2명은 참수형에 처했으며, 1명과는 사별했다.
▷한스 홀바인은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 앤 불린과 왕의 비서장관이었던 법률가 토머스 크롬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왕실 화가의 자리에 올랐다.
▷홀바인이 왕실 화가로 활동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왕이 오매불망하던 아들을 낳고 죽은 시모어 이후, 네 번째 결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왕은 크롬웰이 적극 추천한 독일 클레베의 공주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애정이 아닌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혼인이긴 해도 얼굴을 알아야겠다며 홀바인으로 하여금 그녀의 모습을 그려오도록 했다.
▷문제는 이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크롬웰이 홀바인에게 그녀를 무조건 예쁘게 그리라 요구했던 것이다.
▷그는 정성을 다해 인물의 단점은 교묘히 감추고 없는 장점도 만들어 내가며 누가 봐도 그녀를 그린 것이지만 결코 그녀라고 할 수 없는 보정된 사진 같은 초상화를 제작했다.
▷이 초상화를 보고 헨리 8세는 상상과는 너무 다른 그녀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면서 앤과의 잠자리를 거부했고, 6개월 후 혼인 무효를 선언했다. 이후 그녀의 시종, 캐서린 하워드와 결혼했다.
▷분노한 왕은 그러잖아도 탐탁지 않았던 크롬웰을 이단에 반역 혐의까지 씌어 처형한다. 그러나 왕은 한스 홀바인에게는 벌을 내리지 않았다.
2. 한스 홀바인 <헨리 7세, 요크의 엘리자베스, 헨리 8세와 제인 시모어>
▷왕은 아들을 낳아준 제인 시모어와 자신의 모습을 런던 화이트홀의 벽에 새겨 영원히 기념하고자 홀바인에게 의뢰했다.
▷홀바인은 왕관이나 왕홀을 등장시키는 대신 그저 한 손엔 장갑, 한 손에는 단검을 든 모습으로 그리면서도 왕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헨리 8세는 완전 정면을 보고 있다. 크고 당당한 체구에 두 다리를 벌리고 선 모습은 강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황금빛 의상과 그를 장식하는 보석 등은 질감이 생생하게 드러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왕은 완성작에 크게 기뻐했고 홀바인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들에게도 벽화 속 제 모습을 원형으로 하는 여러 초상화를 제작하게 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3.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유딧 이야기
가톨릭교회의 제2경전인 <유딧기>는 이스라엘 베툴리아 지역을 외적 아시리아로부터 구한 과부 '유딧'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보리 추수를 하다 일사병으로 죽고 3년이 지난 후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 페르네스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유딧은 이에 맞서기 위해 계략을 꾸미게 된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해 성서에 기록된 것처럼,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요란하게" 꾸몄다. 하녀 한 명을 대동하고 아시리아군 진영에 도착한 유딧은 장수인 홀로 페르네스를 직접 만나야 한다며 간청했고 이에 홀로 페르네스는 쉽게 넘어갔다.
마침내 막사로 걸어들어온 지 나흘째 되던 날 밤 유딧은 그에게 술을 청하고 상대가 방심한 순간, 준비한 칼로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내리치고 모두 잠든 틈을 타 빠져나와 그 목을 마을로 가져온다. 홀로 페르네스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이스라엘 병사들은 사기 진작해 승기를 잡고 적을 물리치게 된다.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에 대한 그림은 같은 상황을 묘사한 다른 화가, 다른 느낌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1)카라바조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이탈리아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유딧은 남성 판타지 안에 갇혀 있다. 심지어 2번의 칼질만으로 적의 목을 벨 수 있는 여인이라 해도, 그녀가 어여쁘고 소녀스러워서 도와주고 싶은 모습으로 남길 고대한다.
▷강한 추진력과, 담대함을 가진 현실적 모습의 유딧을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2)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카라바조의 그림은 같은 주제, 다른 느낌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그림과 자주 비교된다.
▷젠틸레스키의 홀로 페르네스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지만 유딧과 하녀의 강한 힘에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다. 그녀들은 이런 일을 하고도 남을 만큼의 강단과 투지가 있어 보인다. 남자를 홀리는 몸단장이라는 성서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그 옷에 피 한 방울이라도 튈까 봐 몸을 사리는 소녀가 아니다. 젠틸레스키의 유딧은 옷 따위는 안중에 없다.
3)카라바조 혹은 루이스 핀슨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프랑스의 한 농가에서 카라바조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이 발견되었다.
▷전작에 비해 유딧의 모습이 조금 더 강단 있어 보인다는 점과 그녀와 함께한 하녀가 여전히 노파의 모습이긴 하지만, 더욱 적극적이란 점이 눈에 띈다.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건축에도 참여했던 카를로 마데르노가 설계, 감독하여 지어진 17세기의 성당이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걸작 <성녀 데레사의 환희>를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598년 나폴리에서 조각가의 아들로 태어난 잔 로렌초 베르니니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조각에 뛰어나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10대 시절 이미 교황과 추기경, 권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능숙한 솜씨로 아버지를 도와 밀려드는 일감들을 소화해냈다.
▷베르니니는 대상의 형태를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그 위에 고통과 비명, 웃음, 감탄, 열정 등 인간의 감정을 오롯이 새겨 넣을 줄 아는 조각가였다. 또한 그와 동시에 살아생전 5명의 교황을 고객으로 두었던 최고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베르니니는 육중한 돌덩어리로 바람에 펄럭이는 그녀의 옷자락뿐 아니라, 고통과 환희 사이의 격렬하거나 숨 가쁘거나 숨을 멎게 하는 그 모든 미세한 감정을 조각해냈다. 조는 이의 가슴을 후벼파거나, 심정의 심연을 뒤흔들어놓는 연극 같은 분위기를 '바로크 '미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는데 '조각'에 있어서는 베르니니를 따를 자가 없다.
▷언제라도 약속 없이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교황 우르바노 8세는 그에게 "로마는 당신을 위해 있고, 당신은 로마를 위해 있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통해 베르니니가 없는 로마는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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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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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
밀라노를 이끌던 공작,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명으로 1463년 공사를 시작해 1490년 그의 아들 루도비코 스포르차 대에 완공되었다. 이후 루도비코는 성당 내부에 가문의 가족묘를 만들 생각으로 확장을 명했고 성당과 수도원, 회랑 등 모든 구조가 제대로 형태를 갖춘 것은 1497년에 이르러서다.
▷예수의 오른팔 가까이에 앉은 세 사람은 <최후의 만찬>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다. 셋 중 중앙에 있는 사람은 대제사장의 하인을 공격해 귀를 자른 베드로로, 오른손에 칼을 든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몸을 슬쩍 뒤로 배고 있는 이는 유다로 손에 주머니가 들려 있다. 베드로와 닿을 듯 얼굴을 가까이한 이가 요한으로, 마치 여성처럼 그려졌다.
또 다른 작가가 그린 <최후의 만찬>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비교해 보면서 왜 그의 작품이 그토록 각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화가가 이 순간을 그렸지만 다빈치의 그림이 이토록이나 각광받는 것은 원근법, 좌우 대칭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묘사 덕분이다.
▷특히 모든 인물을 섞고 어울리게 해 만찬의 자연스러운 좌석 배치를 유도한 점도 다빈치의 신선하고 놀라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최후의 만찬>과 같은 대형 벽화는 프레스코화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빈치는 계란에 물감을 녹이는 템페라와 기름을 사용하는 유화를 혼합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 방법이 훼손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당시 그는 알지 못했다.
▷추후 이 그림은 여러 수난을 겪게 되는데, 식당 특성상 습기가 많아 보관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1660년에는 수도사들이 그림 정중앙에 식탁 부분을 뜯어내고 문을 내는가 하면, 18세기에는 식당이 마구간으로 사용되고,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을 맞는 등 수난을 겪게 된다.
▷현재의 그림은 1977년부터 22년간 최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겨우 복원한 것이다.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브레라는 '도심 속의 녹지'라는 뜻의 게르만어 '브레이다'에서 나온 말이다. 추후 나폴레옹이 밀라노를 점령하게 되면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탈리아에서 약탈한 상당수의 미술 작품을 브레라 아카데미로 옮기면서 이곳에서 파리 살롱전과도 비슷한 전시회가 개최된다.
나폴레옹 철수 이후에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이곳은 1809년부터 정식 미술관으로 개장한다.
'미술관'이라는 뜻의 '피나코테카'라고도 불리며, 14세기 이탈리아 회화로부터 모딜리아니에 이르는 1천 점이 넘는 방대한 회화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죽은 예수>는 독특한 시점 때문에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누워 있는 예수의 발치쯤에 시선을 두고 그린 것으로, 몸이 비스듬하게 캔버스 상단 쪽으로 사라지듯 그려져 있어 깊은 공간감을 자아낸다.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적인 환영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몸이 짧아진 듯 보인다. 이런 기법을 '단축법'이라고 한다.
▷'십자가 처형'을 그린 그림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인 예수, 성모마리아, 애제자 사도 요한,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그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화면 왼쪽, 손수건을 한쪽 눈에 대고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로 자글자글한 주름과 투박한 손을 가진 성모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심금을 울린다.
▷그 옆 가장자리에 간신히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사도 요한으로 추정된다.
▷성모의 얼굴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지만 슬픔과 경악, 분노로 가득 찬 막달레나의 둥근 입이 성모 마리아의 두건 뒤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독특한 구도는 그림 앞에 선 자들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토록 파격적인 시선 처리로 이처럼 미화되지 않은 성모자나 성자들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이 그림이 후원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화가 자신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기에 더 대담하고, 더 파격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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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기억에 남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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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다 코레조가 그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제우스가 '사랑'을 위해 변신한 모습들을 모아 그린 연작 세 작품



▷첫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레다와 백조-레다를 위해 백조로 변한 모습> / 베를린 국립미술관
▷두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납치되는 가니메데스-미소년 가니메데를 취하기 위해 독수리로 변한 모습>와 <제우스와 이오-이오를 위해 구름으로 변한 모습> /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세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 <다나에-다나에를 위해 황금 비로 변한 모습> /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대 루카스 크라나흐의 반복하는 형식의 그림들

▷대 루카스 크라나흐는 특정 주제와 구도를 반복하는 형식의 그림도 자주 그렸다. <아프로디테와 벌통을 든 에로스>만 해도 20점 이상을 그렸다.
■조반니 벨리니 작품

▷당시 피렌체나 로마의 화가들은 정확한 데생이 회화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선을 이용해 형태를 완벽한 비율로 완성하고, 그들을 화면 안에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화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조반니 벨리니는 '선'보다 '색'에서 회화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그의 그림은 성서의 인물들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배치하여 종교화이면서도 풍경화 같은 분위기를 준다. 또한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색조를 유심히 관찰해 표현하곤 했다.
미처 다 담지 못한 그림들이 가득하지만 우선적으로 시선이 가거나 관심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정리해 보았다. 그저 그림이나 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족해 배가 부른 느낌이다. 더불어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화들이라 모처럼 색다른 영감도 얻을 수 있었다.
작품을 그린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얽힌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함께 만나보면서 기이하게만 보이던 부분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새롭게 보이는 매직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을 기준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듯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작품을 보다 풍요롭고 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모르면 스쳐 지나갔을 인물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왜 그런 형태로 자리하게 되었고, 또 이 작품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그려졌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흥미롭게 작품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섭렵할 수 없기에, 반복해서 읽으며 더 관심 있는 부분은 다른 참고 문헌이나 자료를 통해 보충해서 파악해 보는 것도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미술과 관련한 재미있는 교양을 더 쌓아봐야겠다. 책 한 권으로 간략하게 맛보았지만,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 예술을 두고, 제대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