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 청소년을 위한 논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판덩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몇몇 고전들을 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점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어려운 한자의 뜻과 음을 풀이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시험을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 문학작품으로 접하는 고전들은 왜 진작 알지 못했는지 안타까움과 강한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기회가 닿으면 더 부지런히 읽고 더 많이 접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책은 일전에 먼저 읽었던 판덩저자의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의 easy 버전으로, 청소년을 위한 논어 버전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청소년의 시각에 맞게 더 쉽게 풀이한 것은 물론, 중간중간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까지 더하여 공자와 논어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으로 청소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서 전하는 공자의 답이 가득 담겨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고민을 주제로 엮은 이 책에는 공부에서 감정처리, 친구 관계, 일상생활까지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일상 속 고민에 대한 지혜가 담겨있는데,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는 해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논어>는 '나'만 겪는 일이 아닌, '우리'가 겪었고, 과거 2500년 전 공자도 이미 겪었던 일들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찾아낸 해결책을 담고 있는 책으로, 여기에서 우리는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수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며 앎과 배움을 나눴던 공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지혜를 이 책을 통해 함께 나누고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공자>와 <논어>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저자 역시도 <논어>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서인 것 같다. 그럼 이제 왜 저자는 어른이 되기 전에 왜 꼭 한번 논어를 꼭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지 살펴보자.

 

=====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가 말하길, "배우고 제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 답지 아니한가?"
=====

 

사실 가장 많이 들어본 구절인 이 구절은 유명한 만큼 중요한 구절로 간단히 살펴보면, '학이시습지'가 '내 삶의 어려움과 문제를 처리하는 법'을 알려준다면 '유붕자원방래'는 '나와 타인의 협력과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마지막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는 '한 개인의 교양과 인품을 수양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저자는 이 문장을 통해 '즐기는 마음'으로 대하면 힘든 공부도, 버거운 협동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서러움도 눈 녹듯 사라지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하든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게 '즐기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
자왈: "유, 회여지지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공자가 말하길, "유아! 안다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 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아는 것이니라."
=====

 

공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랫사람에게도 서슴지 않고 가르침을 청했다고 한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존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벽촌의 농사꾼일지라도 사계절을 읽는 지혜와 곡식이 영그는 과정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지식과 지혜는 다만 책에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만물을 깨닫는 이치는 어디서든 배울 수 있음을 명심하자.

 

 


=====
자왈: " 아비생이지지자, 호고, 민이구 지지야"

공자가 말하길,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옛것을 탐구하고 공부하는 걸 즐기며 배우는 데 부지런한 사람일 뿐이다."
=====

 

혹시 여러분 주변에도 뛰어난 사람들이 있나요? 만일 그들에게 단순히 '천재', '신동' 등의 타이틀을 붙여주고 다른 카테고리의 사람으로 분류해 버린다면 그건 사실 자신에게 일종의 핑곗거리를 찾아주는 거나 다름없어요.
(...)
공자는 무언가를 배울 때는 영민하고 부지런하며 주동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배우는 데 부지런한 것' 역시 이러한 학구적 자세라고 볼 수 있지요.

(64~65페이지 中)

 


여기에서 포인트가 되는 단어는 '부지런함'이다. 자신이 게으른 것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에게 '천재'나 신동'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핑곗거리를 자신에게 주지 않아야 하며, 또한 남들이 말하는 뛰어난 사람들이 타고난 천재이기에 자신은 절대 그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핑곗거리를 가지고 스스로의 게으름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증자 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증자가 말하길, "나는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충실하지 않았는가? 친구와 사귀면서 믿음이 있지 않았는가?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
=====

 

나는 지금까지 살펴본 증자의 세 가지 반성을 '마음의 세 가지 물음'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자신에게 세 가지를 물어보아야 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오늘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처리했는지 물어보세요. 인간관계에서는 약속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했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수양의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한 요구를 스스로 지키며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려 노력했는지, 즉 가르치면서 동시에 스스로 익히려 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76페이지 中)

 


하루를 마감하며 스스로에게 해야 할 세 가지 물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매일 오늘 나의 하루를 세 가지 질문으로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자가 말하길,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이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

 

우리는 배우는 동시에 생각을 해야 해요. 지식을 꼭꼭 씹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구슬을 꿰듯 배운 내용을 하나로 모으되 분별력 있게 구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배우는 동시에 성장할 수 있습니다.
(...)
공자는 불평하거나 반론만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우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이 학습법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45페이지 中)


고전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절이다.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 어느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배우는 동시에 생각을 하고 그것을 오로지 내 것으로 만드는 행동력까지 겸비한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맞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리가 아닐까? 알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는 당신! 이 글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난다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당장 실천하자!

 

 


이 외에도 <논어>에 수록된 구절들을 해석한 다양한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기억에 남은 내용들을 몇 가지 더 소개해 보고자 한다.

 

=====
교육은 공장에서 자동차를 제조하듯 이뤄지지 않습니다.
(...)
학생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요. 자기만의 생각과 의지를 지니고 있죠.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학생이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
그래서 저는 모든 어른이 <논어>를 읽어보고 공자의 과학적인 교육 방법을 함께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5페이지 中
=====

 

우리나라의 오랜 교육방식인 주입식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3000명이나 되는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학생 각자에 맞춘 맞춤식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진행하고 있는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공자의 과학적 교육 방법이 도입되면 보다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인재가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감이 인다. 현 교육시스템에도 도입이 되어 학교가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합니다. 공자 같은 사람도 실수했는걸요. 그러니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수나 잘못을 덮으려고 하지 마세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걸 고치면 그만입니다.

102페이지 中
=====

 

실수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유난히 감추려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감추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면 별거 아닌 일이 된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실수를 제대로 인지하고 그것을 고치려는 의지와 용기다.

 

 


=====
여러분이 나중에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다른 곳이 아닌 부모님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지속적인 인정과 관심을 통해 자기 확신감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 외에도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작은 습관'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우리가 빚어내는 최종적인 결과들은 결국 '티끌 모아 태산'처럼 미미한 습관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들이니까요. 학생인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습관을 유지하면 좋겠지요.

 

첫째, 모든 것에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지세요.
둘째,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세요.
셋째, 자기관리에 신경 쓰세요.
넷째, 내가 속한 커뮤니티나 단체,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127~128페이지 中
=====

 

심적으로는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통해 안정과 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는 작은 습관들을 만들어 나가며 '나'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구절이다. 청소년 시기에 가장 중요한 안정감 있는 인성을 키워나가는 기초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씩, 천천히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해 자리를 잡으면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됨을 꼭 기억하자.

 

 


=====
왜 우리는 시도도 해보기 전에, 발을 내디뎌보지도 않고서 먼저 그만둬야 할 갖은 이유와 구실을 찾는 걸까요?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중요한 건 당신이 얼마나 최선을 다 했느냐, 얼마나 진심을 쏟았느냐에 달려 있다." 
-1만 시간의 재발견 中-

(184페이지 中)
=====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많이 부족해서 시도해 보기도 전에 온갖 구실을 들어 포기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다 담대하고 대담하게 시도해 보자. 변명과 구실로 얼룩져 나태해지기보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다가가 온 힘을 쏟아보자. 그것이 곧 나도 할 수 있다는 증거이자 증명이다.

 

 

읽다 보니,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인성과 공부(배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서 그렇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문장과 구절들이 가득했다. 

 

무엇을 하든 즐거운 마음으로 대할 것,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존심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질문할 것, 부지런한 마음으로 배움과 삶을 대할 것, 세 가지 물음으로 하루를 반성하며 깨우칠 것, 배우는 것과 동시에 생각과 실천력을 가질 것, 실수는 인정하고 고칠 것, 작은 습관으로 큰 변화를 도모할 것, 핑계보다 무엇이든 시도해 볼 것 등 기억에 남은 몇 가지 문장만으로도 이만큼 값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책 한 권을 다 읽고 보니, 왜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번 논어를 읽어야 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변화를 많이 겪을 청소년 시기, 논어를 통해 삶의 중요한 가치와 방향성을 찾을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여기, 포르투갈 -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을 통해 영상으로나마 미리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확인해 보았듯이, 순례길을 걷는 일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 가지고 있다고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오히려 종교적 신념보다 그 이상의 의지와 결심으로 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나름의 사연과 사정을 가지고 이 길을 걷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먼 길을 오로지 걸어야 하기에 순례길을 오르기 전에는 남다른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루트가 아니며, 마음먹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오르는 이들이라면 그만한 무언가 동기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도 불현듯 맞닥뜨린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데,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처음 순례길을 도전했을 때는 7년 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걷는 '프랑스 길'을 통해 900km을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데 이번에는 포르투에서 시작해 해안길을 따라 걷는 '포르투갈 길'을 통해 300km을 걷는 일정에 도전한다.

 

시인이자 이 책의 출판사를 운영 중인 저자는 적은 인원으로 꾸려가야 하는 상황에 매일을 일에 파묻혀 지내다 마침내 번아웃을 경험하고 휴식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어 혼자 걷는 순례길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경험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간단하게 짐을 꾸려 길을 떠난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 포르토에서의 일정,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으로 리스본의 일정을 각각 담고 있다. 에세이 책인 만큼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포르투갈의 다양한 모습과 색다른 해변길을 따라 걷는 순례길의 일정들을 그리듯 마주할 수 있어 힐링 포인트를 여럿 만나볼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프랑스 길'이 언덕과 평지를 주로 걷는다면, '포르투갈 길'은 독특하게 해안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 다양하고 예쁜 카페는 물론, 곳곳에서 감성적인 풍경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저렴한 물가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맛있는 빵과 와인은 순례길을 걸으며 위안과 위로를 전해주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맛있는 식사 자리는 새로운 이들과 친목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 준다. 때론 호탕하고 즐겁게, 때론 진지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만남과 추억들이 하얗게 쌓인다.

 

이 길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걱정, 고민들이 담겨있는데 딸의 임신으로 새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저자, 위독한 아버지를 두고 길을 떠나온 사브리나, 이혼을 앞두고 생각을 정리하러 온 소냐, 더 늦기 전에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스테파니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답을 얻었을까? 순례길을 걷는다고 해서 무작정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무작정 걷고 또 걸으며 '나'를 돌아보고,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서로의 대화 속에서 인생을, 삶을 배운다.

 

=====
"계속 걸어라. 난 곧 떠날 사람이니, 넌 너의 길을 가거라."

168페이지 中
=====
사브리나의 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딸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
"하루하루를 소풍처럼 생각하고 살아라."

에필로그 中
=====
동동거리며 사는 저자에게 아버지가 건넨 이야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보낸 순례길에서의 13일은 두 번째 도전이었기에 조금은 더 느긋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려놓음과 나눔을 행하고, 잠시 멈춰서 쉬어가며 천천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눈에 담으며 현재를 즐기게 되었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나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관계, 인연, 감사함, 반가움, 외로움을 경험해 본다.

 

그저 순례길만 걸은 것이 아니라 포르투갈에서 보낸 앞뒤 일정들도 인상적이었는데, 포르투에서 보낸 일주일과 리스본에서 보낸 일정이 바로 그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아 눈물을 보이고 만 포르투갈어 수업, 외국에서 맞이한 예순한 번째 생일, 와인 공정 과정과 맛있는 와인을 맛볼 수 있었던 와이너리 투어는 포르투에서 일주일간 알차게 경험한 일들이다.

 

리스본에서 보낸 경험은 이보다 좀 더 버라이어티한데, 도착하자마자 분실한 배낭과 한이 담겨 있는 우리나라의 민요와 비슷한 파두 공연 관람, 세상 가장 맛있었던 에그타르트, 한밤중 화장실에 간다고 나왔다가 바깥에 갇히는 일화 등 뒤돌아보면 기억에 남을 추억들이 가득하다. 

 


울고 웃으며 보낸 포르투갈에서의 스토리를 읽으며,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 같지 않아 때론 속상하고 불편한 일들도 발생하지만, 의외의 부분을 발견해서 더 기쁘고 반가운. 그래서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 그 기억으로 더 힘차게 살아갈 힘과 계기가 되기도 하는 그것이 진행한 여행의 목적이자 묘미가 아닐까?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포르투갈의 풍경과 여유, 날씨, 바람, 해변, 햇빛 등을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 '프랑스 길'만이 전부가 아님을, 또 다른 길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난 뒤 또 다른 꿈을 꿔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프랑스 자동차 여행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 <프랑스 한 달 살기> 책으로 프랑스에 대한 기본 정보 및 여행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 프랑스 요리, 한 달 살기 좋은 도시, 주요 도시와 주변 도시 몇몇 곳을 살펴보면서 프랑스의 매력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어느 도시를 둘러봐도 당장 떠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볼거리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책 한 권에 다 담기지 못한 도시들을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는데, 이번에 <프랑스 자동차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당시 미처 둘러보지 못한 도시가 추가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이번에 소개해 보려고 한다.

 

새삼 프랑스 여행책을 둘러보면서 프랑스가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나라였나 깨닫게 된다.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라이기에 더 남다른 애정과 궁금증이 이는 지도 모르겠다. 혹은 프랑스라는 나라를 책을 통해 먼저 만나봐서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프랑스 관련 책을 만난 건 손미나의 '소설책'과 '여행 에세이'였는데, 이 책들을 읽으며 점차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상상과 호기심을 키워 나갔던 것 같다. 이후 프랑스 관련 책들을 읽어나가며 그것들이 하나하나 덧대어지면서 이제는 아끼고 아껴 제대로 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멋스러움과 자유분방함, 여유가 느껴지는 이 나라 도시 곳곳을 살펴보며 숨겨진 도시의 매력도 발견하고, 남다른 나만의 애정스팟도 찾아보면 좋겠다.

 

지난번 다녀온 프랑스 도시는 제외하고 이번에 소개해 볼 도시는 노르망디, 루앙, 바이유, 지베르니, 오베르 쉬르 우아즈, 보르도, 부르고뉴, 스트라스부르, 안시, 샤모니로 총 10개 도시다.

 

 


<노르망디>
▶제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당시 아이젠 하워가 이끄는 연합군이 상륙작전을 감행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노르망디라는 지명은 10세기 초, 이곳에 바이킹의 한 종족인 노르만 족이 이주하여 노르망디 공국을 세운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현재 노르망디는 산림지대로 보호받고 있다.

 

 


<루앙>
▶노르망디 공국의 수도인 루앙은 1431년 잔다르크가 화형을 당하기도 한 곳으로 역사적인 도시이다.

 

 


<바이유>
▶인구 15,000명의 작은 마을인 바이유는 2가지 전장으로 유명하다. 1066년 노르망디 공국의 윌리암이 이곳을 거쳐 영국을 점령했고,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가장 먼저 이곳으로 들어왔기에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해방된 도시이기도 하다.

 

 


<지베르니>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가 살던 집과 정원은 미국 미술관이 개관하는 4~10월 사이에 가장 관광하기 좋으며, 봄과 초여름에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로, 관광객들은 오베르의 교회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오베르 교회 외에도 고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밀밭 위의 길 까마귀 떼'의 장면이 있는 밀밭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도 만나볼 수 있다.

 

■오베르 시청사
▷'오베르 시청사'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은 고흐가 죽기 마지막 1년, 그가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라부 여관(반 고흐의 집)
▷라부 여관 2층은 고흐가 하숙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긴 곳으로,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권총 자살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1층은 레스토랑, 2층 방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풍경화와 초상화를 그린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불멸의 예술가', '태양의 화가'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다. 다소 늦은 나이인 28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손이 부지런한 화가였던 그는 약 9년간 879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살아생전 판매된 그림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 유일하다.

 

 


<보르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 넓은 가로수길, 잘 가꿔진 광장과 공원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3개 대학이 있는 보르도는 6만 명으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볼만한 박물관도 많으며 파리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샤토 라 브레드 성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와인 제조자였던 몽테스키외의 저택으로, 몽테스키외는 계몽사상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이다.

 

■그라브
▷그라브 지역은 오래전부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쇼비뇽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부르고뉴>
▶진한 붉은 색을 나타내는 '버건디'색이 따로 생겨났을 정도로 레드 와인이 매우 유명하다.
▶부르고뉴는 여름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드는 가을이 단풍에 물든 포도원을 볼 수 있어 추천한다.

 

■베즐레 수도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대한 로마네스크 성당이다.

 

 


<스트라스부르>
▶국제도시인 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 최대 도시로 교육과 문화의 중심도시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수차례의 영토전쟁과 다사다난한 역사 탓인지 두 나라의 문화가 골고루 섞여 도시의 풍경, 언어, 전통음식 등 다양한 방면에 녹아들어 있다.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14세기 크리스마스 전 8일간 종교 행사를 진행하며 거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서 유럽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도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티 프랑스
▷일 강에 둘러싸인 큰 섬의 구시가지 프티 프랑스는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작은 프랑스라고 불리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매독을 앓던 프랑스 군인들을 위해 지어진 요양병원 주변으로 형성된 작은 마을로, 프티 프랑스라는 이름 또한 병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어느 각도나 시간에 상관없이 거대하고 복잡한 붉은 사암 성당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이 성당은, 이른 저녁에 방문하여 해 질 녘 외관이 금빛으로 빛나는 장면을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보석 같은 장미창을 비롯해 고딕과 르네상스 석으로 고안된 16세기 천문시계도 만나볼 수 있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안시>
▶해발 448m에 자리하고 있는 안시는, 알프스 계곡의 산자락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로 투명한 에메랄드 빛 호수를 자랑하는 호반도시이다.
▶수상 스포츠와 자전거, 하이킹을 많이 즐기며, 스키장으로 유명한 도시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안시는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구시가지와 스위스의 여름 휴양지가 생각나는 호수 주변의 자연 경관 등 프랑스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해 '알프스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샤모니-몽블랑>
▶알프스 자락에 있는 사부야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로, 이름 그대로 유럽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몽블랑을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도시이다.
▶샤모니는 프랑스에서 처음 스키장이 생겨난 도시 중 하나로, 겨울 스포츠의 중심도시로 급부상하여 다양한 레저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샤모니-몽블랑'이라는 이름은 이웃나라인 스위스의 스키장들이 몽블랑의 명성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하려 1920년에 바꾸었다고 한다. 

 

 

■몽블랑
▷알프스 서남부에 위치한 몽블랑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몽블랑 산을 둘러싼 7개의 골짜기들이 이어진 하이킹 루트가 있다.
▷하이킹 루트는 프랑스에서 스위스, 이탈리아의 세 나라를 따라 이어져 각자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에귀 드 미디
▷몽블랑 정상에서 8km 떨어진 한적한 바위산으로,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르 브레방
▷계곡의 서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몽블랑의 빼어난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얼음의 바다(메르드 글라스)
▷1913m 정상까지 등반 열차가 생겨 인기가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프랑스는 새로운 도시를 알아갈 때마다 점점 더 알고 싶어지는 나라 중 하나인 것 같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족해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듯하다. 언젠가 직접 방문해 문화, 역사, 예술을 두루두루 만끽하며 온전히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고대해 본다. 나의 기록과 메모들을 꺼내어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그날을 기다리며 여행책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
황지현 지음 / 부크럼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활짝 만개한 꽃만 꽃이 아니듯이, 시들어가는 꽃이라도 우리는 그것을 꽃이라고 부른다. 그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지 꽃은 꽃이다. 삶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나쳐 가는 모든 찰나의 순간을 소중히 대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활짝 만개한 순간에도, 시들어 고개를 숙이는 순간에도 그 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 것인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과 태도에 따라 달렸다.

 

삶을 살다 보면 항상 만개한 꽃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피고 지면서 인생을 알아가고 낙화를 알아가며 더 깊어지고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그렇게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가면서 씨앗을 가득 품은 내가 되어 간다. 그게 인생이고 삶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삶의 다양한 순간순간을 담고 있는데, 4개의 파트를 통해 지혜와 통찰력, 사랑, 일상의 단상을 만나볼 수 있다. 문득 인생을 살다가 넘어지는 순간 건네는 지혜와, 살면서 마주한 장면들에서 깨달은 통찰력, 충만했던 사랑과 상실감, 일상 속에서 문득 마주치는 단상들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파트 <힘내라는 말조차도 무거울까 봐>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공감 가는 이야기가 유독 많아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떤 문장은 반복해서 여러 번 읽는 문장도 있었고, 또 어떤 문장에서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마음에 담아둔 문장도 있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조금 느슨해도, 때로는 무시하며 살아도 되었을 텐데 그동안 너무 끙끙 거리며 살았다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를 돌아봐주고 아껴주며 생각의 전환을 통해 나를 안아주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시들어가는 꽃잎을 보며 누군가는 저물어가는 인생의 서글픔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찬란하게 꽃피운 인생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지도 모른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오로지 나의 선택이자 몫이다.

 

혹여 살면서 안 좋은 기억이나 슬픈 기억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의 선택에 따라 좋은 기억의 발자취로 남기면 그만이다. 끌어안고 그저 상처의 기억으로 남기지 말자.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 버리자. 당차고 씩씩하게! 혹여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드는 순간이 있다면 저자가 건네는 응원과 지혜를 살짝 빌려봐도 좋겠다.

 

=====
걱정이라는 감정은 창문 위에 얇게 쌓인 얼음 결정과 비슷하다. 가만히 두면 결국은 알아서 녹아 사라질 것들. 그러나 자꾸 끌어모으면 모을수록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몸집을 더 크게 부풀린다. 결국은 더욱 단단해져 맞으면 아플 지경까지 다다른다. 커져서 좋을 것 없는 감정들을 굳이 여기저기서 한데 끌어모아 단단하게 굳힐 필요는 없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내일쯤이면, 아니 어쩌면 조금 더 이르게 걱정이 사르르 녹아 흐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자연스레 녹는 얼음 中
=====

 

얼음결정에 비유한 한 문장으로 확 와닿았던 글이었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 한 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몇 날 며칠 쌓이고 쌓여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푸스스 부서져 내려 잠 못 들며 걱정하던 일이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알게 되면서 허무함만 남는다. 그저 애쓰지 말고 그냥 둘 것을, 괜히 끌어모아서 굳히느라 애만 쓴 기억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
무시할 필요가 있는 것들은 과감히 무시하자. 쓸모없는 비난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허락하지 말자. '무시'의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낭비할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마음도 훈련이다. 마음이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방법은,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여 변함없이 자기 일을 해 나가는 것이다.

무시 中
=====

 

타인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은 '무시'의 훈련이 필요하다. 내 감정, 내 생각, 내 삶은 오로지 내 것이다. 내 삶에 타인의 쓸모없는 비난이 끼어들게 하지 말자. 처음은 어려울 수 있으나 훈련을 통해 충분히 다져나갈 수 있다. '무시'의 훈련을 통해 쓸데없는 것에 감정 낭비를 줄이고,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자.

 

 


=====
시간 낭비다 싶으면 굳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감정 낭비도 좋아하지 않아서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먼저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아, 나를 잘 챙겼구나, 정도로 듣고 만다.
(...)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적당한 이기심은 나의 중심을 지키게 하고, 관계에 대한 감정을 평화롭게 만든다.

낭비하지 않는 이기적임 中
=====

 

이만큼 살아보니 나를 위한 적당한 이기심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타심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나'임을 잊지 말자. 적당한 이기심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평화를 가져온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면 'NO!'를 외쳐보는 것도, 서서히 관계를 멀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발을 자꾸만 밟는 사람, 상처를 말하기 전까지는 치고 지나간 줄도 모른다. 발밑을 조금만 살펴봤더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들인데 말이다. 곁에서 상처를 받고도 침묵하게 되면 그 사람은 영영 모르게 된다.
(...)
실수로 몇 번 눈 감고 넘어가 줌에도 피해가 계속된다면, 알려 줄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주의하지 않음으로 인해 상처 입는 사람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주변 사람은 침묵을 깨뜨려 알려줄 필요가 있다.

주의해 주세요 中
=====

 

당사자로든, 목격자로든 한 번쯤 겪어봄직한 문장이 콕 날아들었다. 아무개는 아무 이유 없이 어디선가 자꾸 치이거나 발을 밟힌다. 타인은 상처인 줄 모르고 자꾸 상처를 낸다. 조금만 살펴보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당사자는 화도 나고 서럽다. 몇 번은 눈 감고 넘어가기도 할 테지만,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폭력이 된다.

 

흔하게 겪는 일이라 말하기도 애매해서 대부분은 침묵을 고수하지만, 침묵을 깨야 깨닫는다. 변화가 찾아온다. 가해자는 모르는 피해자만의 상처는 그렇게 치유해나가야 한다.

 

 


피고 지는 삶 속에서 어쩌면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아프고 슬픈 기억들이 잊히고, 묻히며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기억들은 사물이나 비슷한 경험을 마주하면서 또다시 꽁꽁 묻어둔 감정들을 불러올지도 모르겠다. 꽃이 지는 것이 항상 슬프고 아픈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 그런 기억 속에 담겨있는 경험과 감정들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화양연화가 될 수 있도록 나를 다독이며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대하며 살아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생각하면 내가 행복해
여상도 지음 / 좋은땅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한창 바쁘게 살 때는 그냥 사는 게 너무 바빠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평일에는 피곤해도 무조건 최소한의 잠만 자고, 주말에 몰아 자는 식으로 모든 것에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그렇게 외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방전된 육체와 정신은 정작 '내 안의 나'에게는 더 이상 할애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 신경 쓰지 못하고 매번 다음을 기약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쌓이고 쌓여 터지는 순간이 왔다.

 

그렇게 한번 무너지고 난 후에는 앞만 보고 사는 것에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간간이 쉬어가는 타임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내 안의 나'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며, 과거보다는 많이 쌓인 데이터로 되고 싶은 나,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나 혼자 갖는 성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자존감도 많이 올라가고,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상 나 혼자 갖는 나만의 자기 성찰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함께 하는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아봄으로 인해서 나를 더 사랑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보다 명료하게 가치를 알아갈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한 마음으로 쓴 자기성찰 에세이라는 이 책이 어쩐지 궁금해졌다. 나 혼자 하는 나의 자기 성찰은 나만이 아는 것이라, 타인은 어떤 식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지 이를 통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지 은근 엿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그 안에 보석 같은 행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런 과정 속에서 나를 생각하며 내가 행복해진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내가 행복의 가치를 두는 포인트와 타인이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될 것 같다.

 

에세이 마흔 편에는 사람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 사회와 조화에 대한 이야기들과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내면>에 대해 기록한 내용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어쩌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뼈아프게 느낀 경험 중 하나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어렴풋하게 인생과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느낀 반드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
사람의 말은 감각, 느낌, 생각이라는 정갈한 여과 과정을 거쳐 조심스럽게 세상에 나와야 한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최후의 표현인 말을 떠나보내기 전에, 본인이 입는 옷처럼 말의 외연을 깨끗이 손질하고 어여쁘게 다듬어야 한다. 사람 내면에 담긴 진솔한 영상이 '말'이라는 정직한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이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26페이지 中
=====

 

말의 조심성과 중요성에 대해 곱고 곧게 표현하고 있어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쩐지 '선비'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더불어 명확하지만 분명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만 실천하면 될 것 같다. 말을 내뱉기 전에 깨끗이 손질하고 어여쁘게 다듬어 내뱉는 것! 내 안에 담고 있는 그 무언가를 잘 다듬어 정직하게 내뱉는 것이야말로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말로 상처를 주고, 빙빙 돌려 알아듣지 못할 심리전을 이어가는 복잡다난한 세상 속에서 어쩐지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말'이라는 옷을 입은 이가 그리워지는 문장이다.

 

 


=====
우리는 내 신체의 성분과 생체조직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또한 그 신체의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내면의 세계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다.
(...)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은 우물처럼 내부에서 샘솟는 것들이다.
(...)
나에 대한 내면의 여행은 오히려 나와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른 사람의 깊은 본심을 헤아릴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소통은 사람들이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다.
(...)
내면의 여행지를 찾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
내면으로의 여행은 동반자가 없는 혼자만의 여행이다.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은 고독의 여행이다. 하지만 평생을 바쳐도 못다 방문할 자신의 깊은 심연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를, 자기 내면의 일주 여행을 통해 한 번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29~30페이지 中
=====

 

자기 성찰에 대해 담고 있는 문장이다. 내면으로의 여행이 왜 필요한지,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를 나열하면서 혼자만의 고독한 여행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때로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너무 나 자신에 대해 무지하다. 내 신체를 이루는 성분과 생체조직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생각과 가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 갇혀있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함을 잊지 말자.

 

 


=====
사람의 일생 중에 내리는 선택이 최고의 선택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 선택을 내리는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는가는, 그 길을 모두 걷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다.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상의 첫 단추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어떤 종류의 길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선택한 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몰입을 쏟고 얼마만큼의 만족과 보람을 얻느냐가 첫 단추의 성패를 좌우한다.
(...)
인생의 첫 단추란 맨 먼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에 채워지는 단추라고 해야 마땅하다.

34페이지 中
=====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으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정답은 '당장은 알 수 없다'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때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데, 이것마저도 사실 과정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확고하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해놓고 나중에 망했다면서 실패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어쩌면 아예 전제조건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인데, 그동안 별생각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하고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가.

 

저자의 말처럼 폭망이냐 대박이냐의 첫 선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선택한 길에 대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어떤 성취감을 얻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인생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결국 결과를 알 수 있기에, 먼저 끼운 단추의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로 엉뚱한 것에 마음 쓰며 후회하지 말고, 지금 현생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

 


이 책을 읽으며 삶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행복한 일을 발견하는 일이 새삼 멋지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저자의 바램처럼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도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고 자기가 저절로 행복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