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하면 내가 행복해
여상도 지음 / 좋은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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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바쁘게 살 때는 그냥 사는 게 너무 바빠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평일에는 피곤해도 무조건 최소한의 잠만 자고, 주말에 몰아 자는 식으로 모든 것에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그렇게 외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방전된 육체와 정신은 정작 '내 안의 나'에게는 더 이상 할애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 신경 쓰지 못하고 매번 다음을 기약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쌓이고 쌓여 터지는 순간이 왔다.

 

그렇게 한번 무너지고 난 후에는 앞만 보고 사는 것에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간간이 쉬어가는 타임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내 안의 나'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며, 과거보다는 많이 쌓인 데이터로 되고 싶은 나,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나 혼자 갖는 성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자존감도 많이 올라가고,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상 나 혼자 갖는 나만의 자기 성찰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함께 하는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아봄으로 인해서 나를 더 사랑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보다 명료하게 가치를 알아갈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한 마음으로 쓴 자기성찰 에세이라는 이 책이 어쩐지 궁금해졌다. 나 혼자 하는 나의 자기 성찰은 나만이 아는 것이라, 타인은 어떤 식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지 이를 통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지 은근 엿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그 안에 보석 같은 행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런 과정 속에서 나를 생각하며 내가 행복해진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내가 행복의 가치를 두는 포인트와 타인이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될 것 같다.

 

에세이 마흔 편에는 사람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 사회와 조화에 대한 이야기들과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내면>에 대해 기록한 내용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어쩌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뼈아프게 느낀 경험 중 하나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어렴풋하게 인생과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느낀 반드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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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감각, 느낌, 생각이라는 정갈한 여과 과정을 거쳐 조심스럽게 세상에 나와야 한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최후의 표현인 말을 떠나보내기 전에, 본인이 입는 옷처럼 말의 외연을 깨끗이 손질하고 어여쁘게 다듬어야 한다. 사람 내면에 담긴 진솔한 영상이 '말'이라는 정직한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이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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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조심성과 중요성에 대해 곱고 곧게 표현하고 있어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쩐지 '선비'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더불어 명확하지만 분명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만 실천하면 될 것 같다. 말을 내뱉기 전에 깨끗이 손질하고 어여쁘게 다듬어 내뱉는 것! 내 안에 담고 있는 그 무언가를 잘 다듬어 정직하게 내뱉는 것이야말로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말로 상처를 주고, 빙빙 돌려 알아듣지 못할 심리전을 이어가는 복잡다난한 세상 속에서 어쩐지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말'이라는 옷을 입은 이가 그리워지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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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 신체의 성분과 생체조직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또한 그 신체의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내면의 세계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다.
(...)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은 우물처럼 내부에서 샘솟는 것들이다.
(...)
나에 대한 내면의 여행은 오히려 나와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른 사람의 깊은 본심을 헤아릴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소통은 사람들이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다.
(...)
내면의 여행지를 찾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
내면으로의 여행은 동반자가 없는 혼자만의 여행이다.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은 고독의 여행이다. 하지만 평생을 바쳐도 못다 방문할 자신의 깊은 심연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를, 자기 내면의 일주 여행을 통해 한 번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29~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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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성찰에 대해 담고 있는 문장이다. 내면으로의 여행이 왜 필요한지,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를 나열하면서 혼자만의 고독한 여행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때로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너무 나 자신에 대해 무지하다. 내 신체를 이루는 성분과 생체조직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생각과 가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 갇혀있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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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 중에 내리는 선택이 최고의 선택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 선택을 내리는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는가는, 그 길을 모두 걷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다.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상의 첫 단추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어떤 종류의 길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선택한 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몰입을 쏟고 얼마만큼의 만족과 보람을 얻느냐가 첫 단추의 성패를 좌우한다.
(...)
인생의 첫 단추란 맨 먼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에 채워지는 단추라고 해야 마땅하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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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으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정답은 '당장은 알 수 없다'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때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데, 이것마저도 사실 과정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확고하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해놓고 나중에 망했다면서 실패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어쩌면 아예 전제조건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인데, 그동안 별생각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하고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가.

 

저자의 말처럼 폭망이냐 대박이냐의 첫 선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선택한 길에 대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어떤 성취감을 얻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인생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결국 결과를 알 수 있기에, 먼저 끼운 단추의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로 엉뚱한 것에 마음 쓰며 후회하지 말고, 지금 현생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

 


이 책을 읽으며 삶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행복한 일을 발견하는 일이 새삼 멋지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저자의 바램처럼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도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고 자기가 저절로 행복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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