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여름 낙서 에디션)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 낙서 에디션' 버전이라 그런지 표지부터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이 가득했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띠지와 수박, 닻, 거북이, 파인애플, 선글라스, 튜브 등 어쩐지 당장 휴가를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처음에 제목이 유독 시선을 끌었는데, 읽기 전에는 여름 느낌의 표지 덕에 바닷속에 함께 풍덩 뛰어내리는 것이 연상되었다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보다 훨씬 무게감을 가졌다. 인생을 함께 걸어가 줄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랄까?

 

책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살면서 겪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아기자기한 낙서와 함께 일기장에 꾹꾹 적어내려간 것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공책 귀퉁이에 끄적여놓은 메모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생이 버겁다 느껴지는 순간, 의미 없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 다시금 꺼내보면서 추억도 떠올리고, 생각도 정리하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되는 메모같이 느껴졌다.

 

억지스럽지 않아서, 진지하지만 위트가 있어서 울고 웃으며 읽게 되는 문장들은 한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처럼 스며들었고, 한 여름 땡볕 아래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내가 지금 원하는 대로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확신도 얻게 되었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게 해주는 것, 힘든 순간 힘내라고 말하기 보다 곁을 지키며 함께 뛰어들어주겠다 말하는 위로만큼 따뜻하고 뜨거운 위로가 또 있을까? 어쩐지 제대로 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살면서 문득 이불킥하게 되는 순간,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 내 인생은 왜 이러냐며 억울함이 드는 순간같이 맘처럼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사느라 저만치 미뤄둔 삶의 이유와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어쩌면 나다움과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공허함을 가득 채워주는 위로라는 연료 덕에 조금은 살맛 나는 '오늘'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글은 유독 더 마음에 와닿았는데, 나도 이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더불어 이런 친구를 곁에 두고 있다면 세상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 기록한 문장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생각들과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 뜨거운 위로를 담고 있는 문장들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많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특히 더 공감 가는 내용을 위주로 뽑아보았다.

 

=====
하늘을 보고 따졌다. 중도 하차도 없는 삶인데 적어도 주기 전에 내 의사는 물어보고 줘야 했던 거 아니냐고. 내가 달라고 한 적도 없는 인생을 받아서 꾸역꾸역 살아야 하는 게 억울했다. 나한테 태어나고 싶냐고 안 물어봤잖아... 요!

17~18페이지 中
=====

 

세상 사는 게 막 억울하다 느껴질 때 드는 감정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장이다. 씩씩대며 하늘에 대고 따지는 모습도 연상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반말에서 존댓말로 연결되는 부분은 어쩐지 웃음을 유발한다. 

 

 


=====
크고 나니 우리에게는 꿈만 꾸면서 살 수 있는 여유와 사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꿈보다는 생존이 더 어울리게 됐다는 것도, 그리고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꼭 이루지 못해도 꼭 확실하지 않아도 그저 막연하게 꿈만 생각하며 보낼 수 있는 시절의 소중함 말이다.

29페이지 中
=====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 그 소중함의 가치를 우리는 되돌아보고 나서야 항상 깨닫는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항상 어른이 된 뒤에야 뒤늦게 꿈만 꿀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지도 모르겠다.

 

 


=====
원래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어진 게 인생인데, '넌 왜 그렇게 생겨먹었냐'고 매번 욕했으니 인생님도 쪼금 억울했겠다.
(...)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생은 본래 울퉁불퉁한 거라고. 꼭 드라마랑 비슷한 것 같다. 세상에 있는 드라마를 다 통틀어도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매화마다 감정선이 일정하고 똑같은 경우는 없다.
(...)
이제 나에게 힘든 일이 찾아오면 지금 내 인생 드라마에서 몇 번째 에피소드쯤 왔나 생각해 본다.
(...)
그랬더니 신기하게 조금 여유가 생겼다. 힘든 일이 생겨도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63~64페이지 中
=====

 

행복한 삶만 꿈꾸며 살다 보면 삶의 특정 단면만 그리워하다 불행해진다. '왜 그렇게 생겨먹었냐?', '내 삶은 왜 이럴까? 원망하고 불평하다 진짜 소중한 것들을 그냥 흘려보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 삶을 존중하고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어쩌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삶이라고, 조금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
누구보다 주관적으로 살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희망을 가지고 살 거다. 처절한 상황이 오더라도 말도 안 되는 희망을 내 의지로 만들어 살아낼 거다.

71페이지 中
=====

 

보통 '희망이 보인다'라고 표현하지만, 희망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내가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면 모두 다 희망이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내가 가지기로 했다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태어나서 자기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데,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야말로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누가 머라고 하든 때로 눈치 없고 당당하게 희망을 그려보자. 희망을 가지는 것은 내 선택이고 내 의지이다.

 

 


=====
이런저런 어른들을 만나보니 나이를 먹는다고 꼭 현명해지는 건 아님을 느낀다. 학교 다닐 때도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머리에 든 게 저절로 늘지 않더니 인생 역시 똑같은가 보다. 인생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겉모습만 어른인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성숙함은 저절로 단 한 조각도 쌓이지 않는다.

84페이지 中
=====

 

'어른'의 정의에 대해 깊이 공감 가는 문장이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어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진짜 어른인지 의심 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데, 나이만 먹은 무늬만 어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때 생각했던 지혜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나이를 먹는 만큼 끊임없는 인생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
인생도 이 중고거래랑 비슷한 것 같다.

 

꼭 있는 것처럼 나를 유혹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파격적인 지름길도 완전 공짜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대가가 있다. 가격이 너무 과하게 싸면 사기인 핸드폰처럼, 살아가면서 지름길처럼 보이는 인생의 선택도 사실은 더 나락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느린 것 같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가는 게 나를 더 빨리 내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고, 호구처럼 손해만 보는 것 같아도, 착하게 사는 게 인생의 좋은 것들을 얻어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106페이지 中
=====

 

인생의 결괏값은 나중에야 알 수 있어서, 때론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지름길을 선택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종종 있다. 꽃길이라며 굳게 믿고 걸었던 그 길이 사실 알고 보면 흙탕물이었음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돌아가는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종종거리는 마음에 늘 불안감을 갖고 살았는데 오히려 그 길이 남들보다 앞서가는 길이었음을 알게 되는 희열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내 속도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가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을 들인 만큼 쌓은 인생의 내공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생각한 것 이상의 열매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겠다.

 

 


=====
아프면 좀 울어도 된다고 하고

힘들면 좀 힘들어해도 된다고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괜찮아질 때쯤 괜찮아지겠지.

161페이지 中
======

 

최근 몇몇 사람들을 통해 번진 힐링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다. 마냥 견디라고만 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마음껏 울어', '힘들어해도 괜찮아'라는 말.

 

속시원히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난 뒤의 개운함을 과거의 그들은 알까?

 

 


=====
친구가 요즘 힘들다고 했다.
(...)
유일하게 하고 싶은 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하늘을 바라보다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라며 당장 뛰어내리고 싶다고 했다.

 

친구의 두 손을 꼭 붙잡으며 힘내라고,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고, 너는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근데 어차피 뛰어내릴 거, 그러기 전에 네가 꼭 하고 싶었던 거 하고 와.
먹고 사느라 바빠서 못 본 드라마들, 전부 다 질릴 때까지 보고 와.

 

사람들 눈치 보느라 망설였던 꿈, 그거 후회 없이 좇아가 보고 와.
멀리서 보며 좋아했던 사람한테 밥이라도 한 끼 먹자고 하고 와.

 

울면서 다녔던 그 회사, 때려치우고 네가 좋아하는 여행도 다녀와.

(...)
그러고 나서도 살기 싫으면 내가 너랑 같이 가줄게.

 

근데 그 옥상에서 우리 치킨 하나만 배달시키자. 너는 딸기 라테 좋아하니까 내가 딸기 라테도 시켜 줄게. 우리 그거 질릴 때까지 그 옥상에서 거하게 먹고 그다음에 뛰어내리자.
(...)
아, 맞다. 미안한데 나 치킨 너무 좋아해서 질리려면 한 700년 정도 걸릴 것 같아.
(...)
같이 먹고 있다 보면 어느새 또 지나가고 행복한 날이 와 있을 거야.

286~288페이지 中
=====

 

진짜 힘든 순간, 함께 뛰어내려준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건네는 무게감이 쿵 가슴에 내려앉았다.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마음껏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그러고도 살기 싫으면 함께 가주겠다는 말만큼 큰 위로가 또 있을까?

 

그리고 나서도 옥상에서 좋아하는 것들 함께 먹으며 곁에 있겠다는 친구의 말은 어쩐지 펑펑 눈물이 날 만큼 삶의 용기를 북돋아 준다. '괜찮아질 거야', '모두 다 그러면서 살아'라는 허황되고 냉정한 말보다 어쩌면 우리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런 공감과 위로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떠날 인생이라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인생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조금 더 과감하고 용기 있는 한 발짝이 아닐까 싶다.

 

희망을 갖는 것도, 용기를 갖는 것도 모두 내 선택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일상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돌이켜보게 하는 문장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앞서 읽었던 샘플북의 마지막 놀라운 한 문장은 절묘한 끊기 신공을 자랑했는데, 덕분에 언젠가 꼭 완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완독하기에 이른다.

 

나를 그토록 궁금하게 만든 마지막 문장은 바로!

 

=====
그리고 37분 뒤에 죽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159페이지 中)
=====

 

라는 문장이었는데, 티키타카가 절묘하게 잘 어우러졌던 캘빈과 엘리자베스의 행복한 시절을 뒤로하고 난데없이 캘빈이 37분 뒤 죽었다는 문장은 너무 뜬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죽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잘 풀려가던 둘의 관계나 화학자로서의 직업적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더불어 1권 초반에 등장한 엘리자베스의 딸인 매들린에 관해서도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상황들을 마침내 확인해 보게 된 것이다.

 

시대적 배경인 1950~1960년대 미국에서 여성의 위치는 그저 가정주부 혹은 우아하게 차려입고 차나 즐기며 수다를 떠는 이미지였다. 혹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무 보조원이나 행정 직원이 대부분인 제대로 된 전문직을 수행하거나 직업적 대우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공부를 마치고 전문 직종에 종사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성차별이나 성폭력이 만연한 시대였다. 앞서 샘플북에서 확인했듯 엘리자베스가 이야기했던 성차별적인 행보는 꾸준히 지속되었고, 그래서 엘리자베스 역시 자신의 화학 연구에 속도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갑작스레 마음으로 지지해 주고 깊이 사랑했던 캘빈이 사망하게 되면서 엘리자베스는 잠시 충격을 받고 멍한 상태로 지내지만 이내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이 와중에 캘빈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캘빈이 소속되어 있던 연구소 헤이스팅스에서는 이를 꼬투리 삼아 엘리자베스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임신은 수치스러운 거라며 그동안의 모든 연구 성과는 물론 캘빈의 연구 자료까지 모두 빼앗아 간다. 그렇게 내쫓기듯 연구소에서 나온 엘리자베스는 캘빈이 죽고 약 석 달이 지난 후 마침내 주방을 자신만의 실험실로 개조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대로 주저앉기보다 혼자서라도 자신만의 연구실을 만들어 계속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살짝 부푼 배로 직접 쇠지레를 휘두르고 주방을 부수면서 적극적으로 개조해 자신만의 연구실 공간을 만들어 간다.

 

여성에 대해 편중된 시선을 가지고 있던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의견과는 다르게 그녀가 출중한 화학자이자 연구원이었다는 사실은 그녀가 해고된 지 2주 만에 저절로 입증이 된다. 그녀가 연구하던 화학진화를 같이 연구했던 팀원들이 매일같이 번갈아가며 그녀의 집에 들러 안부를 핑계로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에 대해 묻고 갔기 때문이다.

 

임신과 더불어 갑작스러운 해고로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그녀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 찾아오는 연구원들에게 돈을 받고 실험에 대해 설명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추후에는 그녀의 이런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던 헤이스팅스의 책임자인 도나티 박사는 그녀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점을 이용해 그녀를 다시 연구실로 불러들여 그녀가 오랫동안 연구했던 '화학진화'를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논문에 싣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녀를 향한 조롱이나 좋지 않은 시선은 헤이스팅스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주 나중에 성공하여 이름을 알리고 유명인이 되어서까지도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이 당시 여성에 대한 시선과 차별이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임산부의 둥근 배를 보고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건네는 부정적인 언사나 말참견을 하며 함부로 말해서 상처를 주는 행위, 자기들 멋대로 규정짓고 이야기하는 것들, 혹은 함부로 남의 배를 두드리며 만지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시스템에서도 그녀는 다양한 차별을 받게 되는데, 정작 임산부인 자신의 정보는 고사하고 산부인과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요구하는 남편 정보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그녀는 유일한 가족인 캘빈이 키우던 개인 여섯시-삼십분과 함께 연구논문을 읽고, 책을 읽으며 삶을 지속해 가는데, 주위의 차별이나 편견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과 삶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늘 함께 했던 여섯시-삼십분 역시 수많은 인간의 단어를 습득하게 되고, 주변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그녀는 앞서 겪은 불운에서와 마찬가지로 울기보다는 맞서 싸우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꿋꿋하고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남다른 에너지와 멋짐이 느껴진다.

 

=====
오빠가 자살했을 때와 마이어스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엘리자베스는 울지 않았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167페이지 中)
=====

 

어느새 만삭이 된 그녀는 캘빈의 추천으로 조정을 함께 했던 인연으로 알게 된 캘빈 메이슨 선생을 찾아가 마침내 분만을 하게 되고 이내 곧 혼자 있을 여섯시-삼십분이 걱정되어 곧바로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캘빈의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너무나 단순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주장하긴 하지만 너무 쉽게 간과하는 진실, 바로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진실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195페이지 中)
=====

 

집에 있는 로잉 머신을 즐겨 하면서 건강을 챙긴 덕에 무사히 분만한 엘리자베스에게 출산 후 삶은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는데, 어쩐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자꾸만 울어대는 아기와의 사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캘빈 메이슨 선생이 전한 말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안겨주는데, 온갖 불평등과 부조리 속에서 늘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었던 그녀에게 그 말은 다시금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는 희망을 꾸게 한 게 아닐까 싶다.

 

=====
"어쩌면 아주 잘될 수도 있고요. 개도 있고, 로잉 머신도 하고, 앞으로 2번 자리에 앉으실 거고. 얼마나 좋습니까."

(...)

메이슨의 말은 솔직히 말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껏 그녀가 들었던 말과 비교해 보면, 마침내 처음으로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 말이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225페이지 中)
=====

 

화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육아에 대해서는 초보였던 그녀였기에 한동안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녀에게 어느 날 건너편 집에 사는 슬로운 부인(=해리엇)이 찾아온다. 

 

해리엇은 이미 아이를 여럿 키워 독립시키고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종교적 이유로 무시당하며 살면서도 이혼하지 못하고 살고 있던 또 다른 남성우월주의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이 만남 후 엘리자베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게 된다.

 

=====
"남들이 아는 만큼은 알죠. 아기는 조그마한 주제에 이기적인 사디스트랍니다. 왜 다들 애를 한 명 이상 낳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246페이지 中)
=====

 

특히 그녀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육아의 고충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하는데, 이를 통해 혼자 끌어안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고충을 단번에 해결해 주기도 한다.

 

=====
"저기, 아기를 갖다 버리고픈 마음이 몇 번 들었다고요? 두 번?"
(...)
"두 번" 정말 두 번 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 마음이 스무 번 든다 해도 절대 많은 게 아니에요."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247페이지 中)
=====

 

가족도 남편도 친구도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엘리자베스에게 해리엇의 이런 충고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이 갖는 감정이 결코 나쁘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이를 통해 육아를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다져가게 되면서 자신만의 육아법으로 딸 매들린에게 글자를 읽는 법과 독서하는 것에 대해 일찍이 가르치게 된다.

 

=====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봐요. 매일"
(...)
"자신이 최우선이 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오롯이 나만의 시간요. 아기도, 일도, 죽은 에번스 씨도, 더러운 집도 다 제쳐두고요. 딱 나를 위한, 엘리자베스 조트를 위한 시간을 가져봐요. 뭘 필요로 하든, 뭘 원하든, 뭘 찾든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욕구를 충실하게 추구해 봐요."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 (248~249페이지 中)
=====

 

그리고 혼자 독박 육아에 빠져 삶이 피폐해진 엘리자베스에게 해리엇은 가볍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조언을 하게 되는데 이 덕분에 엘리자베스는 아이게에만 집중했던 시간을 벗어나 용기를 갖고 자신만의 삶과 인생, 시간을 갖게 된다.

 

추후 그녀는 자신의 딸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맨다가 정성스레 싼 매들린의 점심 도시락을 뺏어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KCTV 방송국에서 PD를 하고 있는 어맨다의 아버지인 월터를 만나 항의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가 담당하는 요리 프로그램 <6시 저녁 식사>의 진행자를 맡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고 마침내 유명인이 되어 수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엘리자베스가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겪었던 대로 또 다른 부조리와 성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고, 또 여성스러운 자세와 몸짓, 외모를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모습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이는 재미없지만 묘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여 집중하게 만들었다.

 

화학 공식과 요리의 결합은 주부로만 머물러 있는 여성들에게 자존감을 회복해 주는 것은 물론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주면서 맛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만든다. 

 

=====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그녀의 <6시 저녁 식사>의 마무리 멘트로 항상 이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하는데, 과거 해리엇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캘빈의 과거와 숨겨진 인연, 그리고 이것이 미래까지 연결되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마지막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너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캘빈이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명의 사람이자 과학자, 화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무시당했던 엘리자베스의 삶을 통해 한 개인이 겪는 상실이 얼마나 큰지, 또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차별 인식으로 인해 곳곳에 뻗쳐있는 사회적 민낯이 얼마나 추잡하고 더러운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네가 중요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2 (60페이지 中)
=====

 

온갖 비난과 불행 속에서도 눈물로 주저앉기보다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갔던 엘리자베스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데, 삶을 살아가는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자신의 삶을 통해 제대로 전한다.

 

또 사회적 편견이나 편협한 시선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며,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는지 제대로 깨닫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
"저는 <6시 저녁 식사>를 통해서 화학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여자들이 화학을 이해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
"저는 원자와 분자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로스 씨.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규칙 말이죠. 여자들이 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면 그들을 위해 창조된 세상의 그릇된 한계를 보게 될 겁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2 (191페이지 中)
=====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화학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여성들에게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6시 저녁 식사>를 통해 제공했다. 유리 천장 속에 갇힌지도 모르고 사는 여성들이 그것을 깨고 훨훨 자신의 꿈을 찾아 날아가기를 바라며 독려하고 응원했다.

 

이것은 그녀가 <6시 저녁 식사>를 진행하면서 전했던 방청객들의 사연과 편지를 통해 종종 소개되었는데, 그저 여성이고 엄마이기에 접어야 했던 꿈을 마음껏 펼치고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과 반려견을 교육하는 데에도 사회적 관념이나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았다. 유치원생이 글을 읽고 어려운 책을 읽는 것도, 반려견인 여섯시-삼십분에게 단어를 가르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항상 정성과 최선을 다했으며 아이가 보고 듣는 세상에 어떤 한계선도 긋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다음 세대에는 자신이 살았던 세상보다 훨씬 더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 온 마음을 다했다.

 

어쩌면 그녀가 요리 방송인 <6시 저녁 식사>를 진행하며 전한 메시지들은 온갖 차별에 물들어 있던 여성들을 각성시키는 것은 물론, 나 홀로 키운 딸이 사랑받으며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며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도 담겨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 시간 불운과 불행 속에 내던져졌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돌아보며 나답게 살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어떤 부조리나 고난 앞에서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해나가기를. 

 

부디 울퉁불퉁한 인생길에서 모두 자신의 꿈을,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지
달큼글(정예원)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이 인상적이다. 보이지 않은 여러 손들이 나를 감싸 안아주어 어쩐지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표지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뒤라면 더욱더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중심으로 둘러싼 선으로 그려진 수많은 형체들은 사실 타인이 아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좌절과 시련에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고 위로해 주는 건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그런 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혼자 웅크리고 버텨내며 지켜냈던 시간들. 시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더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또 새로운 일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덤덤하지만 담백한 글들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자 성숙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도, 다가오는 파도를 막을 수도 없기에 저자는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을 귀띔해 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방향을 잃었을 때, 지치고 무너질 것 같을 때, 삶에 전하는 작은 희망은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결핍을 채우고 마음을 다스리게 해주어 인생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다. 살면서 언젠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캄캄한 동굴에 머무르는 순간이 온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존 회복과 확신을 통해 평온한 일상을 다시금 되찾기를 바란다.

 

시기가 다를 뿐 너도 나도 겪는 인생의 불안과 상실에 대해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지> 하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이어나가는 나만의 행복 길을 무난히 통과하는 방법 지금부터 만나보자.

 

 


=====
이 책은 무너진 것만 같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적었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인생의 파도들을 멈추게 할 순 없어도 그걸 헤쳐 나갈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 속 일말의 작은 의미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

프롤로그 中
=====


내 마음의 변화를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지켜나가는 방법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가능한 가장 확실하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통해 불행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자.

 

 

=====
과거의 어떤 사건을 마주하고 그 일의 느낀 점이나 결론을 제대로 끝맺음 짓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기억 속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그러나 과거 사건을 소재 삼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당시의 나는 내리지 못했던 결론을 현재의 내가 내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과거의 나의 실수나 실패들로 인한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그 과거의 실수나 실패로 지금의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변했는지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 글쓰기의 과정 속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
우리의 과거엔 생각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계기들이 무수히 많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계기들을 찾아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20~21페이지 中
=====


때때로 과거에 메여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제대로 끝맺음을 하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든 하다만 일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일들은 결론이 없다. 그래서 뒤끝이 개운하지 못한 감정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보면 어떨까?

 

저자는 마무리를 짓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온전히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통해 벌어진 상처를 꿰매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가지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를 통해 가장 싫어했던 과거의 내 모습을 오히려 사랑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내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나서 지금껏 쭉 느낀 '어른'이라는 것은 이런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해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아무것도 이뤄지는 게 없다는 것, 정말 나를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성인이 되고 느낀 하루하루의 삶이다.
(...)
예나 지금이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참 비슷한 것 같다. 뭐든 내가 직접 부딪혀야 한다는 것.

30~31페이지 中
=====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책임지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미처 몰랐던, 어른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것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른'이라는 것이 나이나 신체적 성장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하루라도 빨리 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라면서 차근차근 이런 것들을 배워서 익혔더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사회, 좋은 어른이 되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성숙한 어른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다가서는 방법은 직접 부딪히는 것이다. 책임지는 삶을 통해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보자.

 

 

=====
아마 내가 현대 나이 계산법을 너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그 삶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하고 내가 나를 온전히 책임지는 게 버거워서 그렇지 않을까.

32페이지 中
=====


예전 세대와 요즘 세대는 나이대가 비슷하지 않아서 실제 나이에서 0.8을 곱해 실제 나이보다 낮게 계산한다는 이야기를 흔하게 보곤 하는데, 무심히 흘려 넘겼던 그 말이 사실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문장이다.

 

가벼이 여러 요인들에 의해 외관상 보여지는 부분에 있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산법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단순히 지금의 나이를 더 어리게 보고, 수명이나 신체적인 것들이 젊어진 것 이상의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게 버거워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문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현대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누군가에게 위탁하고 보호받는 시기를 오래 지속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
사실은 나도 학창 시절에 지루한 수업을 들을 때면 그와 비슷한 상상을 하곤 했다. 나의 뇌를 꺼내어 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
뇌를 꺼내 얼룩지거나 들러붙은 것처럼 시꺼멓게 변해버린 원치 않는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문질러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깔끔하게 지워버리고, 꽃향기나 과일 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려 기분 좋은 생각들로 채운 후 다시 넣고 싶다는 상상을 말이다.

192페이지 中
=====


나쁜 생각 혹은 지우고 싶은 기억을 오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라 더 공감이 갔던 문장이다. 잘 잊어버리는 것이 축복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생각이나 기억을 오래도록 담고 있는 것은 꽤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설거지를 하는 것처럼 뇌를 꺼내서 깨끗하게 씻어내거나 표백제를 써서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바람이다.

 

 

=====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아프게 할 것 같은 사람들은 미리 거리를 두고 가까워지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또한 가까웠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게 상처를 주거나 감정 낭비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얼른 끊어내게 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참 잘도 새겨지는 기억들 중 나쁜 기억들을 더 이상은 새기지 않기 위해서.

193페이지 中
=====


그럴 때 저자가 사용한 방법은 꽤 유용한데, 나 역시도 잘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라 특히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조금씩 거리를 두고, 거르기 시작하면 불안하고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덕분에 타인에게 양보했던 시간도 다시금 되찾아 올 수 있다. 검은 안개가 가득 차 머릿속을 뿌옇게 흐렸던 나쁜 기억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문득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는 일에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옷에 냄새가 쉽게 베어들 듯 나쁜 기억 역시 쉽게 새겨진다. 그리고 이것을 몰아내는 것에는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때론 거르는 것으로, 때론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를 지켜보자. 어느새 기분 좋은 기억들로 가득 찬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지나고 나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막막하기만 한 이 시간도 분명 끝이 있다는 것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들어간 동굴은 사실 동굴이 아니라, 긴 터널이었다는 걸.

219페이지 中
=====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단숨에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현시대는 캄캄한 어둠과 같다고들 이야기한다. 언젠가 후에 '무척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한다.

 

 


마음의 방향을 틀어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라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더 마음에 꼭꼭 새겨지는 기분이 든다. 나 역시도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불안에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불행은 왜 그리도 몰아서 들이닥치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던 때도 있었는데, 결국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변화 시키면서 지금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것이 책을 읽는 것이었고,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외부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무언가 집중할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당시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겨를도 없이 그런 선택을 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게 잘한 선택이었음을 안다.

 

한때는 힘들 때 오랜 시간 내 곁을 지켜준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마음의 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내 삶을 책임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상황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작든, 크든 상처는 남기 마련이고 나쁜 기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굳이 깊고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최소한의 시련과 고통만 경험하자.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가지는 마음가짐 하나에 판가름이 난다. 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인디고 지음 / 부크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을 살면서 놓치게 되는 찰나의 순간들. 아차 하는 사이 이미 멀어져 버려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들. 한 번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놓치고 뒤늦게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던 순간들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특히 그런 순간들이 많이 떠올랐는데,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울고 웃었던 많은 나날들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상이었는데, 누군가 함께 했기에 더 의미 있고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특별하게 기억되는 날은 이벤트처럼 반짝하고 화려하게 불꽃을 피우곤 사그라들지만, 잔잔하게 스며든 일상에서의 행복들은 문득문득 떠올라 피식피식 미소를 덧그린다.

 

이 책에 담겨있는 일러스트와 글도 이처럼 익숙함 속에 녹아있는 흔한 '오늘'을 그리고 있는데, 함께라서 행복할 수 있었던 이들(친구, 가족, 연인, 반려동물 등) 과의 추억과 경험은 앨범 속 사진처럼 차곡차곡 쌓여 그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모두의 소중함이 익숙함 뒤로 숨어들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소중함을 일깨웠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때론 무심히 흘려보냈던 익숙한 일상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보듬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봄이면 꽃놀이를 함께 가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하며, 가을에는 알록달록 물든 나뭇잎들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겨울이면 차가운 손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붕어빵과 어묵 국물에 행복해하던 따뜻한 온기가 다시금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권태로움이 밀려오거나, 지루한 일상에 지쳤을 때 이 책을 통해 소중했던 그 순간의 설렘을 떠올려보자. 함께 여행을 가서 길을 헤맸던 날의 기억, 드라이브하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던 그 밤, 비 오는 날이면 찰박찰박 비 오는 소리를 음악 삼아 파전과 막걸리를 먹던 기억, 또 쇼핑을 하며 이것저것 아이쇼핑으로 눈요기 실컷 했던 그날, 수다 떠느라 미처 지하철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순간 등.

 

이를 통해 잊고 지냈던 친구의 안부가, 부모님과의 어릴 적 추억이, 연인과의 행복했던 시절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만약 익숙함에 속아 그 인연을 소홀하게 대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를 빌어 더 돈독하게 다져보면 어떨까?

 

서로의 곁에서 나누는 더 많은 보통의 일상은 단단한 관계를,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함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모인 알록달록 수많은 날들은 또 다른 어느 날 나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올라와 있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어 새삼 놀라웠다. 바다를 볼 때면 사진을 찍거나 그저 보는 게 좋아 멍 때리며 바라보는 것이 다였는데, 저자는 바다를 보며 삶과 인생의 가치를 고민했나 보다. 바다의 생태가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는 저자의 말에 처음에는 갸우뚱했는데,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마법 같은 책이다.

 

당신은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떤 이는 수평선 너머를 그냥 말갛게 보는 것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넓고 깊은 바다를 통해 탁 트인 숨 고르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파란색 물감을 풀어둔 듯한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거나 바다 주변에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는 등대나, 방파제, 바닷가, 모래, 섬 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즐거운 추억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라고 말하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가 말하는 바다에서 찾는 인생 가치를 살펴보며, 바다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흡사한 자연인지 발견하는 재미를 하나하나 찾아보기를 바란다.

 

고난과 역경, 환희와 기쁨,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가 던지는 철학적 사유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그렇게 물결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임을, 또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고 완벽한 삶임을 기억하며, 자존감 회복과 함께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다를 테마로 바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주제가 되고, 이야기가 되는 이 책에는 바다 하면 생각나는 밀물과 썰물, 무인도, 상어, 섬, 등대, 바닷가, 빙하, 방파제에서부터 난파, 해적과 해적질, 항해, 헤엄, 선원 그리고 상상 속에 존재하는 크라켄과 세이렌까지 모두 담고 있다.

 

주제만 놓고 보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연결될까 싶은 것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과 정말 흡사함을 깨닫게 된다. 바다처럼 살아보자. 자신의 삶을 조종하는 선장이 되어 항해를 이어나가보자. 물결치는 파도를 타고, 현재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보자. 대신 나 자신을 굳건하게 지키는 것은 필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면, 바다를 보고 여유와 충만함, 자연스러움을 배우고, 삶의 모든 순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깨달아보자. 휘몰아치는 파도도 언젠가 잠잠해지는 날이 있듯이, 우리 삶도 이와 같다. 가까이 보면 역경과 고난뿐인듯하지만, 멀리서 보면 지나가는 파도일 뿐이다. 모든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인생 그 자체를 즐기고 받아들이자.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
우리라는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면, 바다 앞에 서기를 바란다. 파도의 리듬에 맞출 때, 파도의 움직임과 빛이 보여주는 놀라운 아름다움 속에 있을 때, 산다는 것과 충만함이 무엇인지 대략 보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서문 中
=====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도움이 되었던 글귀들을 모아보았다. 조금 더 멀찍이서 삶을 바라보니 릴랙스한 마음이 든다. 내가 그랬듯 누군가도 이 글을 읽으며 그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밀물과 썰물>
올라가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거부도 당하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다. 가끔은 회복이 되기도 한다. 삶이란 항상 불안하고,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못하면 괴롭다. 하지만 산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물러나고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인생의 시간을 미리 알고 싶을 때도 있다. 미리 안다면 덜 고통받을 거라 자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
파도와 같은 삶을 바란다면, 파도처럼 살아가면 그뿐이다. 파도는 물러나고 밀려오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산다는 건 그냥 그런 거니까. 파도처럼 살고자 한다면, 우리 삶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 지금 이것이 흐르는 물인지 고인 물인지, 밀물인지 썰물인지 미리 알 필요는 없다. 그저 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50~51페이지 中
=====

 

 


<보자도르 곶>
상상력을 발휘하는 용기

 

=====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습관을 버리지 못할 때 상상력을 제일 먼저 희생시킨다.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면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에 갇히면 변할 수 없다는 논리와 같다.

69페이지 中
=====

 

=====
불확실한 것이 두려워 아예 원하는 마음을 갖지 않거나 이미 준비된 대답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해결책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
상상력을 발휘하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기존의 것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늘 옳은 건 없다고 믿자.
(...)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대답을 해보면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다.

71페이지 中
=====

 

 


<항해>
멀리 떠날 수 있는 용기

 

=====
우리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자.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강렬한 설렘을 주는 것에, 진실된 것에 주목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 저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
넓은 바다의 바람이 우리를 부른다. 이제 답답하게 얽매여 있는 우리의 삶에 자유를 안겨줄 때다.

113페이지 中
=====

 

 


<헤엄>
자아라는 부담과의 결별

 

=====
자아가 무거운 이유는 지금 나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때문이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만든 그것 말이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 때문에 자아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정작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자아의 여러 이미지와 함께 살고 있다.

수영을 하면 이러한 자아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전체에 속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120~121페이지 中
=====

 

=====
수영은 나르시시즘을 덜어내는 연습이다. 내가 정한 목표를 꼭 이루고 싶어 조바심이 든다면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처럼 나 자신을 포장하겠다는 자아와 결별함으로써 그 조바심을 떨쳐버릴 수 있다. 그 후에 내가 얻는 것이 뭐냐고? 그것은 자유, 무중력, 그리고 영원하다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다.

123페이지 中
=====

 

 


<바다소금>
가진 것을 새롭게 음미하는 법

 

=====
인생에서 모든 것이 맛있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에게 신비로움을 일깨워주고, 행복의 비밀이나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속삭여주는 듯한 최고의 순간들은 있다. 바로 그 순간들이 기억에 색채를 더한다. 그 기억의 색채가 흐릿한 잿빛이 되면 우리는 다시 색을 이끌어내야 한다. 시인, 화가, 선원, 모험가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각자 모든 것을 바꾸는 순간의 소금을 수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금이야말로 모든 것을 구한다.

131페이지 中
=====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내맡기는 것,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기보다 나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 일찍이 포기하고 접기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는 것, 되고 싶은 나보다 지금 나에게 더 집중하는 것, 필요한 순간에 나만의 색을 더하기 위해 순간의 소금을 수집하는 것.

 

어쩌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와 가치를 떨어뜨려놓고 너무 멀찍이서 에둘러 찾아 헤맸기에 어쩌면 너무 멀리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끄는 나의 인생 배를 어떻게, 어디로 항해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선장인 나의 몫이다.

 

하나하나 다가오는 파도에 겁내기보다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서 파도 그 자체를 즐기며,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 보기도 하고, 나르시시즘을 벗어낼 수영도 하면서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