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지
달큼글(정예원)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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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이 인상적이다. 보이지 않은 여러 손들이 나를 감싸 안아주어 어쩐지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표지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뒤라면 더욱더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중심으로 둘러싼 선으로 그려진 수많은 형체들은 사실 타인이 아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좌절과 시련에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고 위로해 주는 건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그런 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혼자 웅크리고 버텨내며 지켜냈던 시간들. 시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더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또 새로운 일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덤덤하지만 담백한 글들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자 성숙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도, 다가오는 파도를 막을 수도 없기에 저자는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을 귀띔해 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방향을 잃었을 때, 지치고 무너질 것 같을 때, 삶에 전하는 작은 희망은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결핍을 채우고 마음을 다스리게 해주어 인생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다. 살면서 언젠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캄캄한 동굴에 머무르는 순간이 온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존 회복과 확신을 통해 평온한 일상을 다시금 되찾기를 바란다.

 

시기가 다를 뿐 너도 나도 겪는 인생의 불안과 상실에 대해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지> 하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이어나가는 나만의 행복 길을 무난히 통과하는 방법 지금부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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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너진 것만 같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적었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인생의 파도들을 멈추게 할 순 없어도 그걸 헤쳐 나갈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 속 일말의 작은 의미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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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변화를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지켜나가는 방법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가능한 가장 확실하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통해 불행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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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어떤 사건을 마주하고 그 일의 느낀 점이나 결론을 제대로 끝맺음 짓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기억 속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그러나 과거 사건을 소재 삼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당시의 나는 내리지 못했던 결론을 현재의 내가 내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과거의 나의 실수나 실패들로 인한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그 과거의 실수나 실패로 지금의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변했는지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 글쓰기의 과정 속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
우리의 과거엔 생각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계기들이 무수히 많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계기들을 찾아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20~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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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과거에 메여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제대로 끝맺음을 하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든 하다만 일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일들은 결론이 없다. 그래서 뒤끝이 개운하지 못한 감정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보면 어떨까?

 

저자는 마무리를 짓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온전히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통해 벌어진 상처를 꿰매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가지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를 통해 가장 싫어했던 과거의 내 모습을 오히려 사랑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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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나서 지금껏 쭉 느낀 '어른'이라는 것은 이런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해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아무것도 이뤄지는 게 없다는 것, 정말 나를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성인이 되고 느낀 하루하루의 삶이다.
(...)
예나 지금이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참 비슷한 것 같다. 뭐든 내가 직접 부딪혀야 한다는 것.

30~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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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책임지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미처 몰랐던, 어른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것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른'이라는 것이 나이나 신체적 성장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하루라도 빨리 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라면서 차근차근 이런 것들을 배워서 익혔더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사회, 좋은 어른이 되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성숙한 어른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다가서는 방법은 직접 부딪히는 것이다. 책임지는 삶을 통해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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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현대 나이 계산법을 너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그 삶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하고 내가 나를 온전히 책임지는 게 버거워서 그렇지 않을까.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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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세대와 요즘 세대는 나이대가 비슷하지 않아서 실제 나이에서 0.8을 곱해 실제 나이보다 낮게 계산한다는 이야기를 흔하게 보곤 하는데, 무심히 흘려 넘겼던 그 말이 사실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문장이다.

 

가벼이 여러 요인들에 의해 외관상 보여지는 부분에 있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산법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단순히 지금의 나이를 더 어리게 보고, 수명이나 신체적인 것들이 젊어진 것 이상의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게 버거워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문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현대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누군가에게 위탁하고 보호받는 시기를 오래 지속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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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도 학창 시절에 지루한 수업을 들을 때면 그와 비슷한 상상을 하곤 했다. 나의 뇌를 꺼내어 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
뇌를 꺼내 얼룩지거나 들러붙은 것처럼 시꺼멓게 변해버린 원치 않는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문질러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깔끔하게 지워버리고, 꽃향기나 과일 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려 기분 좋은 생각들로 채운 후 다시 넣고 싶다는 상상을 말이다.

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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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 혹은 지우고 싶은 기억을 오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라 더 공감이 갔던 문장이다. 잘 잊어버리는 것이 축복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생각이나 기억을 오래도록 담고 있는 것은 꽤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설거지를 하는 것처럼 뇌를 꺼내서 깨끗하게 씻어내거나 표백제를 써서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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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아프게 할 것 같은 사람들은 미리 거리를 두고 가까워지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또한 가까웠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게 상처를 주거나 감정 낭비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얼른 끊어내게 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참 잘도 새겨지는 기억들 중 나쁜 기억들을 더 이상은 새기지 않기 위해서.

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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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저자가 사용한 방법은 꽤 유용한데, 나 역시도 잘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라 특히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조금씩 거리를 두고, 거르기 시작하면 불안하고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덕분에 타인에게 양보했던 시간도 다시금 되찾아 올 수 있다. 검은 안개가 가득 차 머릿속을 뿌옇게 흐렸던 나쁜 기억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문득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는 일에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옷에 냄새가 쉽게 베어들 듯 나쁜 기억 역시 쉽게 새겨진다. 그리고 이것을 몰아내는 것에는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때론 거르는 것으로, 때론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를 지켜보자. 어느새 기분 좋은 기억들로 가득 찬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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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지나고 나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막막하기만 한 이 시간도 분명 끝이 있다는 것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들어간 동굴은 사실 동굴이 아니라, 긴 터널이었다는 걸.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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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단숨에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현시대는 캄캄한 어둠과 같다고들 이야기한다. 언젠가 후에 '무척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한다.

 

 


마음의 방향을 틀어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라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더 마음에 꼭꼭 새겨지는 기분이 든다. 나 역시도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불안에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불행은 왜 그리도 몰아서 들이닥치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던 때도 있었는데, 결국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변화 시키면서 지금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것이 책을 읽는 것이었고,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외부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무언가 집중할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당시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겨를도 없이 그런 선택을 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게 잘한 선택이었음을 안다.

 

한때는 힘들 때 오랜 시간 내 곁을 지켜준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마음의 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내 삶을 책임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상황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작든, 크든 상처는 남기 마련이고 나쁜 기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굳이 깊고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최소한의 시련과 고통만 경험하자.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가지는 마음가짐 하나에 판가름이 난다. 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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