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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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마음 편히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서 평온한 하루를 소망하면서도 막상 방법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그런 사람들에게 묻는다. 

 

힘들고 괴로운데 왜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가?

 

마음이 어지럽고,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서 잠은 오지 않는 날들이 쌓이게 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때론 나도 모르는 말실수를 하거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때도 있으며, 불면증이 깊어지고, 가끔은 미친 짓을 감행할 때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뜨끔'하는 느낌이 들거나,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은근 많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일이자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현대인들이 감기처럼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심리적 질병을 조명하고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거론된 질병들이 많아 아마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를테면, 우울증, 수면장애, 몽유병, 꿈, 해리성 장애 등이 그것이다.

 

가장 흔하지만 많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과 그것들이 발생하는 원인, 그리고 치유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내 마음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 깊은 동굴에 빠져 우울감을 느끼는지, 밤마다 수많은 생각에 갇혀 잠을 설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 수면시간 동안 이상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등 흔하게 겪는 일이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잠재의식]
살면서 감당하기 어렵거나, 큰 충격을 받은 일들을 우리는 으레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의식을 무의식으로 밀어내는 것인데, 이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무의식의 세계인 잠재의식 속에서도 이것이 흘러넘쳐 겉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곧 부정적 감정의 상태나 특정 질병으로 나타나 우리의 평온한 삶을 망가뜨린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의식 저편으로 밀어뒀을 뿐이지 사실은 모두 잠재의식 속 어딘가에 계속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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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잠재의식으로 모두 '이양'한다.
(...)
하지만 잠재의식에 이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잠재의식 속에 '암울한 것'이 너무 많이 쌓이면 동요가 심해져서 의식의 영역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 영향으로 여러 부정적인 감정과 심리적 질병이 표출되는 것이다. 즉, 심리적 질병의 근본 원인은 모두 잠재의식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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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곧 초조하고 우울한 이유이자, 불면증을 겪는 원인인데, 이유도 모르고 그저 불편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았던 내 마음의 원인을 발견한 순간이다.

 

이를 통해 의식 너머 무의식은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육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활용해 무의식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예시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무언가를 무의식중에 계속 인지하고 있다가 불현듯 물건을 찾는다거나,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잠재의식의 힘이라던가, 혹은 무의식중에 위험에서 피하는 행동 등 의식과 무의식의 환상적인 팀워크는 우리가 삶을 보다 편안하게 사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부분에서는 우리가 은연중에 생각하는 것이 '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담겨있는데, 예지몽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암시가 바로 그것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들, 위험에서 피할 수 있도록 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무의식의 하나로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거나 위험에서 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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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건네는 긍정적인 암시는 빠른 속도로, 그 사람을 발전하게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건네는 부정적인 암시는 그 사람이 자포자기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게 만든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당신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걸어보자.

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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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꿈을 통해서 무언가를 바라고 꿈꿀 필요는 없다. 암시는 스스로에게 매일 다짐처럼 속삭이는 것으로 무의식에 새기는 방법도 있다. 긍정적인 말로 오늘부터 나에게 암시를 걸어보면 어떨까? 이런 암시들이 모여 언젠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은 앞선 내용들을 통해 확신할 수 있다.

 

 


[우울증]
우울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 세상 가장 깊은 절망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가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우울감의 단계별로 느끼는 증상과 상태, 그리고 다양한 예시들이 담겨 있는데, 우울증에 빠지는 다양한 사유와 이를 통해 느끼는 무기력증과 부정적 감정들의 발현들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 종교에 심취한다던가, 혹은 무의식적인 분노와 적의를 느끼는 것도 우울증이 불러오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하는데, 우울함이 일종에 마음속 '분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울하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흔하게 쓰는 말이자, 심각한 질병 중에 하나로 정도에 따라 어쩌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질병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우울증도 특별히 좋아하는 인류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일까?

 

안타깝게도 여성이 이에 해당된다. 여성은 여러 가지 생리적, 외적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남성의 두 배나 된다고 한다. 심지어 여성들만이 앓는 우울증도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산후우울증, 생리 전 우울증, 생리 중 우울증이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여성에게 더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데에는 남녀 구분이 없고, 나이나 직업군 등 특정 조건과는 전혀 상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라는 '요괴'를 처단하는 방법>

 

1. '인지-행동' 전술
1단계: 현재 상태를 기록하라.
2단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라.
3단계: 중앙처리장치를 수리하라.

 

2. 단기적 충격요법-전기 전술
전기 전술의 원래 이름은 '전기 충격 요법'으로 처음에 정신분열증 치료에 이용되었다. 전기 충격 요법은 약물치료에 민감하지 않은 환자에게 쓰이며 이런 환자들의 50~60% 정도는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논란이 되는 치료방법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정도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며, 얼마나 오래 겪었느냐에 따라 그 치료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울증이 오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뿌리 깊이 박혀있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와 상의 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수면 장애]
우리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것 중에 수면장애만큼 괴로운 게 또 있을까? 머리가 복잡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 혹은 생각이 많은 날이면 으레 잠 못 드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런 날 만큼은 머리만 대면 쿨쿨 잔다는 이들만큼 부러운 이들이 없다.

 

수면장애는 단기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하루 이틀은 그냥 넘어갈지라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생활하는 모든 순간이 몽롱하고 심하면 두통을 유발하거나 행동이 느려지는 등 생활 전반에 다양한 불편을 야기할 수 있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질병이기도 하다.

 

수면장애에서 질병으로 인식되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 '몽유병'을 꼽을 수 있는데, 몽유병의 형성 원인과 현상들, 그리고 치료방법은 프로이트 박사의 이론을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몽유병의 형성 원인>
몽유병의 형성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세 개의 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첫번째 나-이드Id (본능적인 '나')
'이드'는 인간 심리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으로, 사람이 태어나면 바로 갖게 되는 본능적인 자아를 말한다. 대개 타고났거나 천부적이고 선천적인 것들을 일컫는다. '이드'는 쾌락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도리나 논리를 다르지 않고 가치관이나 도덕관도 상관없이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하는 성향이 있다.

 

◆두번째 나-자아 (이드의 통제관)
제멋대로 소란을 피우는 '이드'의 특성 때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자아'로 , 자아는 철저하게 '현실원칙'을 따른다. 자아는 이드가 직접적으로 방출하려는 충동을 막거나, 바꾸거나, 뒤로 미루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 나-초아아 ('나'의 심리 재판관)
초자아는 사회적 가치, 도덕과 관념을 이해하도록 '나'를 가르치는데,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하면, 초자아는 우리에게 죄책감, 수치심,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하면 초자아는 우리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해 준다. 초자아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른바 '양심'이라 할 수 있다.

 

▷▷자아는 아래로는 이드의 상황을 통제하고 위로는 초자아의 질책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잠재의식 속에 눌러놓고 비밀로 하는데, 이것이 바로 몽유가 생겨나는 과정이다. 몽유는 잠재의식의 억압된 정서가 적당한 시기에 발작하며 표현된 것이다.

 

몽유병을 겪은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수면 중에 일어난 일이기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데, 프로이트는 '세 개의 나' 중에서 '자아'가 '이드'를 잠재의식 속에 누르던 중에 발작하며 표현된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몽유병자가 깨어난 후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전혀 모르는 것은, 잠재의식 속에 완전히 감춰놓은 이드와 의식 중에 무수히 존재하는 초자아 사이를 오직 자아만이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로이트 박사의 분석을 통해 몽유가 소망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환자의 몽유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몽유를 통해 자신의 소망을 보상받는 일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면 되는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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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우리의 소망에 대한 보상이며, 꿈을 통해 우리 마음에 균형이 잡힌다. 깨어있을 때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하거나 자신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실제 능력으로 해낼 수 없는 원대한 계획 을 세우는 유형의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153~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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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 외에도 수면 중에 발생하는 또 다른 현상을 언급하자면 '꿈'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는 잠재의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테면 늘 꿈꾸고 소망하는 것이 꿈을 통해서 실현되거나, 반대로 무섭고 우울한 감정을 꿈을 통해 겪는 일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서 꿈은 우리의 소망에 대한 보상이며, 꿈을 통해 마음의 균형이 잡힌다고 이야기하는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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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진짜로 발생하기 전에 꿈은 때때로 한발 앞서 경고해 준다는 사실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사람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동물이 알아차리듯, '의식'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예민한 '잠재의식'이 미리 알아차려서 꿈을 통해 사람들에게 경고해 주는 것이다.

156~157페이지
=====

 

앞서 의식과 무의식에서도 다뤘던 내용과도 연결된다.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현상이자 때론 무섭게도 다가오는 부분이다. 꿈은 때때로 한발 앞선 경고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주기도 하고, 때론 로또 복권과 같은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읽을수록 무의식의 세계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아찔하고 짜릿한 동행은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처럼 우리 마음속에 이미 문제와 정답이 함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최면]
심리치료를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최면'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건해결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원인을 찾기 위해서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많이들 알고 있다.

 

'최면'은 고통을 잊기 위해서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둔 것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잊은 기억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그런데 최면은 빠지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최면에서 깨어난 이후 기억의 유무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의 이유는 무엇이고, 최면 중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 장에서는 최면에 빠져드는 단계와 단계별 느끼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최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진실과 거짓에 대해 담고 있는데, 영화 인셉션에서 꿈에 들어가는 현상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최면으로 들어가는 총 9단계의 과정과 최면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단계별 증상과 느낌들이 어떻게 '인셉션'에서 말하는 증상들과 다른지 비교해가면서 읽어보고, 최면의 장단점에 대해서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최면은 외부의 생각을 어떤 사람의 잠재 의식 속에 '심는'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에 원래 존재하는 자원을 끌어내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최면에 걸린 사람의 원래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런 생각들은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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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는데, 외부의 생각을 '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자원을 끌어내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최면상태에서 모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놀라웠다.

 

결국 무의식 세계 역시도 나의 의지와 생각이 반영된 것이며 내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신비하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호스피스]
죽음을 앞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예시를 통해 그들이 겪는 심리상태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해 다루고 있었는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죽음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이 장을 가장 마지막에 담은 이유는 모든 어려움과 고난이 결국 죽음 앞에서는 모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때 그냥 넘기지 말걸',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를 떠올리기 싫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 삶에 충실해 보자.

 

 


현재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은 무엇인지, 왜 힘들고 아픈지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자. 그리고 반복적인 우울과 슬픔에 잠식당하지 말자. '괜찮아지겠지'라는 말로 무의식 저편으로 나의 감정을 미뤄두기보다 원인을 파악하여 나의 내면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행복과 평온한 삶을 되찾는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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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 예술가의 책무와 인간 욕망
등작 지음 / 드림공작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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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다양한 예술가로 활동하며 살아온 삶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철저히 작가 자신에게 맞춰진 에세이집이다. 스스로 고뇌하고 창조한 예술의 세계와 삶의 어느 곳에 맞닿아 있는 현실과의 접점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모호하기도 하고 명확하게 무언가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독자는 무언가를 명확히 하기보다 짐작하고 희미한 경계선을 그저 들여다볼 뿐이다. 내용만큼이나 담겨있는 글의 형태도 다양한데 수필, 시, 산문, 노래 작사, 영화 시나리오 등이 여기저기 곳곳에 펼쳐져 담겨있다. 마침표와 쉼표도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끝나지 않는 산문 같은 글을 줄 따라 그저 읽어내려가야 한다.
(블로그에 옮긴 인용 부분은 편의상 임의로 쉼표와 마침표를 추가했다)

 

어떤 것은 내면의 감정을 담은 글이고, 또 어떤 것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또 어떤 글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피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때론 동그라미, 세모, 네모 처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한다. 삶과 영혼에 새겨진 색채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표현과 내용을 담고 있어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모호하고 애매한, 혹은 이해하기 힘든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저자는 20년간 그림을 만 점 정도 그렸고 시를 4000편 정도 썼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안타깝게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만나볼 수 없었다. 단, 그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겪은 고뇌나 우울감, 색채 등의 내면의 이야기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작가 본인의 감정 상태를 포함한 정치, 자연, 사회 이슈 등 무수히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때그때 느낀 감정의 언어들을 시나 영화 시나리오, 에세이 등의 형태로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색채에 대한 표현한 부분을 옮겨보면, 색채 그 자체보다 각 색감에서 느끼는 작가 자신의 이미지나 형상화를 더 깊이 있게 다뤘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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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검정의 미덕은 하나의 빛으로 일어서는 데 있다. 검은색의 아름다움은 빛의 변화에 시시각각 변한다.
■남색: 짙은 낭만의 색깔. 무지개를 지탱해 주는 색채로서 인생에 비유하자면 청년이라기보다 중년의 시간에 맞춰져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촘촘하고 면밀한 단단함은 남색의 고독과도 닮았다.
■노랑: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숨결을 넣어주는 색채가 노랑이다. 희망을 주는 색깔. 자연의 색채에서 드러내지 않으며 빛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 것이 바로 노랑의 아름다움이다.

색채로 읽는 언어, 언어로 읽는 색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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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부분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그림은 몸과 정신이 함께 움직여야 되는 노동이며, 일심동체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혼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대목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
그림이 배워서 되는 것이라면 모든 이들이 배워서 훌륭한 화가가 되겠지만 그림은 간절한 삶의 아픔과 아득한 이상향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몸과 정신이 함께 움직여야 되는 노동이다. 정신적인 시달림이 많으면 손조차 잘 움직여 주질 않는다.
(...)
가난한 건 호주머니가 아니라 내 영혼임을 알고 사랑 찾아 헤매는 방랑자처럼 그림 안에서 헤매고 싶다. 갈 곳 잃은 것이 아니라 갈 곳이 생겼기 때문에 진정 하얀 화면에 들어갈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154페이지 中
=====

 

 


책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시인데, 이 중에서 '봄'에 대해 서술한 시를 일부 옮겨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봄'에 대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로, 고독하고 우울한 계절로 표현하고 있다.

 

=====
마음에 눈물 쏟는 봄
(...)
고독의 봄
(...)
나에겐 봄은 사랑도 아픔도 아닌 다만 영혼의 조울증이 극심하게 뿌리를 건드려 절망하는 계절이었다. 계절이다.
다시는 찾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약봉지를 
찢어 입 안에 털어내고 약물의 힘에 잠을 잃어버리는 잠의 시간.

166페이지 中
=====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된 내용이라 난해한 부분도 생각보다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머릿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도 들어 독특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오랫동안 예술가로 살아온 작가의 오랜 고심과 감정적으로 느끼는 힘듦, 삶에서 겪고 느끼는 일련의 생각들을 어쩌면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색채를 표현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위에 언급한 <색채로 읽는 언어, 언어로 읽는 색채> 부분이다. 보통 단조롭게 표현하는 색채들이 글을 읽다 보면, 하나씩 옷을 입듯 이미지와 형상화가 덧입혀지는 느낌이 들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색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감정들이 담긴다. 그래서 상상하게 되고 표현된 언어들이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음에는 색채에 집중된 글이나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쪽이 더 내 취향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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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키드의 생애 - 테이프는 사라져도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 갈 줄을 모르고
정율리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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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모처럼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본다. 즐거운 상상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게, 함께 공유하고 떠올릴 추억이 있다는 게 이토록 소중하고 달콤한 것이었나 깨닫게 된다. 추억이 가지는 힘이, 어릴 적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던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참 많은 것을 지탱해 주고 있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비디오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를 추억하며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소히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던 시대를 경험한 이들은 많은 변화를 겪으며 그 과정을 겪어낸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그 시대만이 주는 전유물 같은 비디오는 잊고 있던 보물 같기도 하고, 시간을 담고 있는 추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성장과정 속에 늘 함께 했던 비디오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이 책에 담았는데,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어 반갑고 즐거웠다. 처음 비디오를 접하게 된 계기와 처음 선택한 비디오, 첫 빨간 딱지가 붙은 비디오에 얽힌 추억, 인생에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었던 비디오, 비디오에 담긴 인연과 사람들 등 지금은 기억 저편에 묻힌 빛바랜 추억의 모습들이 방울방울 담겨있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때 그 시절의 정다운 모습들은 책 곳곳에 등장하는 가전제품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솔솔 밀려든다. 

 

LG가 럭키금성이라 불리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기 위해 텔레비전 앞 손잡이를 돌리던 시절 텔레비전은 집집마다 색다른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변압기를 달고 있거나 더듬이처럼 솟은 안테나를 삐죽빼죽 머리에 달고 이리저리 방향을 잡아야만 나름 선명한 화질의 TV를 볼 수 있었는데, 그래도 채널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머리 부분을 툭툭 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러다가 텔레비전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장착되고 어느새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다 조만간 비디오의 세계는 전멸했고, 그 짧은 사이 DVD도 쇠퇴하고 컴퓨터 CD도 사라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가전제품은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는데, 그 속에서 나름 선전했던 것이 '비디오'였다. 그래서인지 비디오가 주는 묘한 감성적 느낌이 있는데, 그런 느낌들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삶에 고단함이 느껴지는 순간, 문득 떠올리며 살아갈 힘을 얻게 해주는 추억의 힘! 그것을 온전히 담고 있었던 이 책을 통해 진짜 소중한 것과 보물 같은 사람들을 추억해 보길 바란다.

 

 


●내가 선택한 첫 비디오 <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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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마샬 감독의 영화 <빅>은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모두 함께 영화관에서 본 영화였다. 네 살 무렵, 어두운 극장 안이 낯설어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엄마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었다.
(...)
그럼에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
관객들의 웃음소리. 극장 안 어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중에는 우리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
다들 행복해 보였다. 그때부터 <빅>은 내게 행복을 주는 영화로 각인되었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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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저자가 처음 선택한 것은 <빅>이었다. 첫 영화관 나들이에서 엄마와 아빠의 얼굴에서 고단함을 지워주었던 그 행복의 실체를 알고 싶었던 저자는 <빅>을 선택한다. 다시 본 영화는 기대보다 더 흥미로웠고 대번에 <빅>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날한시 두 편의 빨간 비디오를 보게 되다!

 

1. 새엄마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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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계인이 새엄마가 된다는 감동적인 설정에 혹해 하필 그 옆에 19가 그려진 붉은 당구공을 보지 못했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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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발마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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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평소 나의 장국영 사랑을 알고 있었고 무협 영화의 시퀀스가 칼싸움, 몸싸움, 만두를 두고 벌이는 젓가락 싸움, 전통 악기를 이용한 기싸움 등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온갖 싸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편견 때문이었는지 <백발마녀전> 또한 쉽사리 수락해 주셨다.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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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딱지가 붙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보게 된 두 편의 빨간 비디오는 시각적인 충격만큼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전한다. 처음 19세 미만 관람불가를 보았던 기억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삶의 비루함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날 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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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삶의 비루함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날이면 맥주 한 잔을 준비한 뒤 홀로 <스모크>를 본다.
(...)
돌이켜 보면 비디오가 나를 구원했다.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며 오기의 사진첩처럼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100~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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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라 불리는 영화가 꼭 하나씩은 있다. 삶을 지탱해 주고, 무료함과 덧없음을 온전히 버티게 해주는 영화. 저자에게 있어 이 영화가 어쩌면 그런 영화가 아니었을까?

 

 


●마음이 바닥을 치는 날 보면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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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로 상처받은 제자를 끌어안은 모습을 보고 나 또한 그 말에 상처를 씻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일까? 아니다. 나는 마음이 바닥을 치는 날이면 다시금 <굿윌 헌팅>의 명장면을 찾아본다. 상처받아 해진 마음에는 사랑만큼 훌륭한 처방이 없음을. 폭력 안에서 배운 것은 분노뿐이다.
(...)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떠올릴 때, 로빈 윌리엄스를 빼놓지 않는다.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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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스승, 존경할 만한 사람이 꼭 곁에 있는 누구일 필요는 없다. 마음의 안식이 되는 존재가 영화 속 그 누구이면 어떠랴. 이 영화는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영화 중 하나로 언제 다시 봐도 좋은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 속 로빈 윌리엄스는 모두가 선망하는 스승의 모습 그 자체로, 나 역시도 마음 깊이 담고 있는 영화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저자는 자신의 삶 많은 부분에 닿아 있는 영화(비디오)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소개하는데, 주성치 영화 <희극지왕>으로 사랑을 배우고, <타인의 삶>은 저자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애정 하는 배우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탁월한 연기만큼 인간적인 신뢰를 주는 배우로 메릴 스트립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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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픈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메릴 스트립이다.
(...)
별 한 개도 아까운 엉망진창인 영화라도 메릴 스트립이 등장하면 오로지 그녀의 연기력으로 별 세 개쯤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건 생각이 아니다. 단연코 확신한다.

2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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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신뢰할 만한 좋은 사람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열한 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의 에피소드도 잠깐 소개되었는데, 동생이 일곱 살 되던 해 함께 본 첫 영화는 <파워퍼프 걸> 이었다고 한다. 서로 취향이 달라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를 볼 때만큼은 한 엄마의 뱃속에서 나왔음이 여실히 증명될 만큼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 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어릴 적 형제자매를 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떠올릴법한 에피소드라 공감이 많이 갔던 이야기 중 하나였다.

 

 


어릴 적 무언가에 빠져 집중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이를 저지하거나 부정하는 말들을 쉽게 내뱉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오히려 무언가에 흡족할 만큼 충분히 빠져봤기에 더없이 좋았다고, 그래서 더 다른 것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비디오는 마치 마법의 열쇠를 쥐어 주듯 내게 온 세계의 관문을 넘나들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
시간을 낭비했다고 하기에 비디오는 나를 '너무나도' 견고하고 유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라는 유일성을 지킬 수 있게, 나에게 닥칠 불행에 부서지지 않도록.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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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알려주고 윤리적 화두를 제시하고 좋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게 해 준 것은 8할이 비디오였다.

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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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어른이 되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도망치듯 달리다 내 발에 내가 걸려 자빠질 때면, 어김없이 비디오 속 인물들을 떠올렸다. 현실에는 생각보다 그럴싸한 조언을 건네 줄 어른들이 많지 않았다. 인생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비디오를 통해 미리 가 본 세계의 풍경들이 오히려 더 훌륭한 예제가 되어 줬다. 내가 본 것들을 마음에 담아 힘이 들 때면 그것들을 꺼내 먹었다. 비상식량이라도 되는듯.

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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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비디오를 애정 했는지, 또 비디오가 삶에서 어떤 역할들을 해줬는지 엿볼 수 있었다. 비디오는 마음을 다독이는 스승이자 길잡이였으며, 때론 존중과 사랑을 알려주고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영화를 통해 온 세계를 누비며 미리 경험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또 차곡차곡 쌓인 비디오 속 예제들은 추후 힘든 순간 달콤한 양식이 되어주곤 했다.

 

 


어떤 순간 과거의 무언가를 떠올리고 꺼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는 힘에 대해 이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자칭 비디오 키드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흠뻑 빠져들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좋아하고, 가슴 깊이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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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로그 -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 항문 탐사기
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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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성'에 대한 책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내심 그런 방향성의 흥미로운 인체를 다루는 책일 거라 기대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인체를 다루는 책들에서 과감함과 적극성, 개방적인 사고방식들이 엿보여 폐쇄적이지 않고 건강하고 흥미롭게 잘 다루고 있어 정보성이나 교육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건전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이 책은 과연 어떨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 흔히 잘 다루지 않는 인체의 숨겨진 부분인 '항문'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더 기대감과 궁금증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항문이라고 하면 '음습함', '더러움', '부끄러움'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 항문은 감춰야 할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독소를 배출해 주는 중요한 부위이기도 하고, 사람을 비롯해 웬만한 동물들 또한 가지고 있는 부위이기에 이상하거나 굳이 언급을 꺼릴만한 부위가 아님에도 오랜 시간 항문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조금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항문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항문 백과사전'과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인체의 탄생에서부터 항문의 중요성, 역할, 인류 문화와 현실의 문제, 그리고 성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항문과 관련 있는 대부분의 내용을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때로는 조금 진지하지만 과감하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탐구적이지만 거침없이 항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약간의 위트 있고 재미있는 항문에 얽힌 이야기도 엿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성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어 19금 내용이 사실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있지만 중후반부에는 항문성교에 대해 집착적으로 다루고 있어 약간의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편집자분께서 책과 함께 엽서를 하나 같이 보내주셨는데, 내용인즉슨 불편한 부분은 패스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항문성교에 대해 지나치게 다루고 있다는 점만 빼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어 우리가 그동안 뒤로 미뤄두었던 항문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어쩌면 편견 속에서 인체의 중요한 기관을 너무 모른척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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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토리스, 페니스, 음낭, 항문의 성감을 좌우하는 음부 신경은 한때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도덕이 부과한 이 불명예스러운 낙인은 정상적인 신체 기관에 죄의식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 기관들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교란하기에 충분했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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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항문에 얽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색다른 의미에서 항문이 가지는 의미와 인체 기관으로서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소 난해하다고 느끼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은 과감 없이 패스하길 추천한다.

 

항문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어떤 것을 떠올릴까? 보편적으로는 신체 기관 중 가장 말하기 꺼려지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문은 인간 신체의 배출구이자 또 다른 숨구멍으로 사실상 인체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신체 기관 중 하나다. 그래서 저자는 항문을 '인체의 중심'으로도 표현하는데, 그것의 근거로 인간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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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인간은 항문이었다. 최상위 포식자의 초기 성장 발달은 항문이 형성되며 시작된다. 여자의 몸에서, 흔히 '두 번째 구멍'이라고 부르는 이 구멍이 사실상 명실상부한 첫 번째 구멍이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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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많이들 알고 있는 '루이 14세의 치루 이야기'와 항문을 악기로 삼아 연주했던 '방귀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항문 이야기에서 잠시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면 이 에피소드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동물들의 항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동물들의 세계에서 항문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동물들의 삶과 성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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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희미한 단서 하나만으로도 뇌에 냄새를 전달하며, 그 즉시 뇌는 냄새를 분석하고 분류한다. 상대방 엉덩이에서 맡은 냄새로 성별, 기분, 건강 상태, 식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고, 상대가 암컷일 경우에는 생리주기까지 알 수 있다.
(...)
개가 꼬리를 들어 올리며 항문을 내보이는 것은 상대방에게 신분증과 건강검진 확인서, 페이스북 프로필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다.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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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있어 항문을 내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짝짓기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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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호두빗 해파리에게는 항문을 일시적으로 만들었다 사라지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이 해파리는 그런 배설기관을 가졌다고 알려진 생명체들 가운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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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을 일시적으로 만들었다 사라지게 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바다 호두빗 해파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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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물당 하나의 항문.' 단, 예외로 둔 동물이 있다. 하루살이와 모낭충이다. 섭취물이 소화되는 시간보다 생존 기간이 더 짧은 하루살이 같은 생물에게 항문 기관이란 부질없는 것이다. 
(...)
기생성 진드기 모낭충은 끝까지, 다시 말해 자가분해될 때까지, 자신의 배설물과 함께 당신의 모공 속에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20~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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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물당 하나의 항문을 가진다는 것에서 예외로 두는 동물 두 가지! 하루살이와 모낭충이다. 하루살이는 이름값을 정말 톡톡히 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절절히 느껴진다. 반면 모낭충은 '윽! 내 피부!!'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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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하루의 생존에 필요한 200킬로그램의 풀, 나뭇잎, 나무껍질 같은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했을 때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의 똥구멍에 코를 처박아 부족한 먹이를 보충한다. 
(...)
공기가 희박한 얼음 밑에서 겨울잠을 자는 붉은귀거북들은 항문으로 숨을 쉰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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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먹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코끼리 코의 쓰임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저마다 먹고사는 방식이 제각각이라지만 항문으로 숨을 쉬는 붉은귀 거북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동물들의 난교와 성행위에 대한 내용들도 다루고 있어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성적으로 매우 자유분방함을 알 수 있었다.

 

=====
침팬지, 고릴라, 마카크 원숭이 같은 다른 원숭이들도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기는 마찬가지다.
(...)
사실 그들은 양성애와 난교를 통해 미개하지만 다 함께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유지해 나간다.
(...)
단, 오랑우탄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오랑우탄은 나뭇조각으로 인공 음경을 만들어 사용한다.
(...)
쥐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코끼리, 사자, 족제비, 얼룩말, 그리고 야생 양도 항문성교를 한다. 들소도 사자처럼 번식기에만 암컷을 만나 아주 신속하게 교미한다. 나머지 계절에는 수컷끼리 생활하며 서로 수작을 걸고,  만족할 때 물밑에서 춤을 추며 서로를 얽어맨다.
(...)
이처럼 생물학적 성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확인된 동물들은 현재까지 1500종이 넘는다.

25~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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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세상에서는 항문성교가 거의 일상처럼 보인다. 더불어 번식을 위한 성교 외에 수컷끼리 성교를 나누는 것도 흔함을 알 수 있었다. 성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확인된 동물이 현재까지 1500종이 넘는다는 것을 보니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성이 매우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인다.

 

 


항문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배변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는데, 배변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반적인 성인에게 배변은 '더러운 것'이나 '변비', 혹은 '건강한 것' 과 같은 것들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반면 같은 의미 다른 말로 '똥'이라고 하면 아이들에게는 까르르 웃는 웃음 포인트가 된다.

 

배변에 대한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순조로운 배변을 위한 효과적인 자세'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쪼그려 앉는 자세가 가장 이상적인 자세라는 점을 통해 과거 흔했던 재래식 화장실을 설계하고 사용했던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인체공학적 재래식 화장실을 썼던 그때는 아마 변비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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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앉은 배변 자세를 취하면, 치골직장근이 이완되어 항문직장이 항문관과 160도를 이루며 항문이 열리므로, 치질 같은 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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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같은 질환도 예방해 주고, 원활한 배변활동까지 돕는 쪼그려 앉는 자세를 요즘은 양변기 사용으로 원해도 실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슷한 자세를 위해 발받침을 활용해 비슷한 자세를 유지하면,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해 보자.

 

 


항문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현대인들이 말 못 할 여러 질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여기 담긴 내용들을 통해 예방과 정보를 습득해 두면 도움이 될듯하다. 

 

■항문소양증
항문 주변은 민감해서 가려움증에 걸리기 쉬운데, 특히 건조한 부위에 스키드 마크가 조금이라도 남은 경우 가려움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항문소양증은 위생관리에 소홀했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닦아대는 바람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질환이나 징후가 동반하지 않는 경우라면, 배변 후 항문 주변에 수분크림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가려움증을 충분히 가라앉힐 수 있다.

 

■요충증
요충이라 불리는 작은 기생충들이 그 주변에 몰려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 기생충은 장내에 살지만 가늘고 긴 띠처럼 생긴 암컷들은 항문 가장자리에 알을 낳기 위해 밤이 되면 밖으로 기어 나온다. 구충제를 한 두번만 복용하면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다.

 

■치핵
일반적으로 치질이라고 불리는 질환이다. 이 질병은 항문에의 달갑지 않는 침입, 즉 불명예스러운 침입들에서 정조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의 정신이 세워놓는 경비병의 역할을 하는 듯하다.

 

■직장염
혈변, 점액변, 가짜 변의와 잔변감, 직장이 당기거나 욱신거리면서 복통이 일어날 경우 직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치열
항문의 피부와 점막 사이가 헐어서 문드러지거나 궤양, 파열 등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배변 시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에 두려움으로 인한 변비를 초래할 수 있다.

 

■항문농양
항문선들이 위치한 항문벽은 항문농양 발병률이 아주 높은 곳이다. 박테리아가 아주 풍부한 배설물이 주기적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치루
치루 수술은 누공이 통하는 항문관 내부까지 죽 절개한 다음 수술로 잘라낸 괄약근을 정확하게 봉합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사가 극도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탈항
항문 및 직장 점막 또는 전층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와 들어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탈장
변비증 환자들과 산모들이 힘주어 밀어내기를 한 결과 탈장(일명 직장 헤르니아)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항문암
항문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편평상피세포함이 가장 흔하다. 50세 이상부터는 예방을 위해 결장암과 직장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 항문암은 발견 시 완치율이 80퍼센트에 달한다.

 

항문은 섬세하고 민감한 부위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한 관리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단순하고 까다롭지 않은 기관이므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다루기만 하면 큰 재앙을 겪지 않고 건강한 항문을 오랫동안 별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항문의 중요성에 다룬 부분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저자는 항문이 우리 인체 기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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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를 뿐 세상의 중심과 세계의 기원은 같다. 이런 의미에서 항문과 똥구멍은 결국 같은 배설기관이지만 확실히 구분된다.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찾는 위치적인 관점에서 이 기관은 똥구멍이라 불리지만, 세계의 기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관점에서 이 기관은 항문이라 불린다.

158~1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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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항문이 신체의 모든 문제들을 바로잡아준다. 모든 화와 독소를 정화시켜 다시 살아나게 한다. 항문은 인간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쪽 눈을 잃거나 두 눈 모두를 잃는다 해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 팔과 다리가 잘린다 해도, 귀가 막혀버렸다 해도, 여전히 살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만약 항문이 막힌다면, 장담컨대 나흘 이상 살지 못할 것이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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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중후반부에 다루는 항문성교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동성과 이성 상관없이 항문성교가 굉장한 쾌감을 주며 해방감을 준다고 이야기하는데, 다양한 인용 글들을 통해 과거 행해지던 행위나 상식, 인식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 항문성교의 현실과 항문에 관한 환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프랑스 사람들의 연구 조사 자료를 통해 현실적인 항문성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항문에 관한 환상은 복종/지배 게임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여러 욕망과 인식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은 물론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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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할 의무에 직면한 남자로서 자신의 성감대에 항문을 편입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과감하게 감행해 본다면 억압에서 풀려나 되는대로 몸을 맡기고 엄격한 태도를 벗어던진 채 은밀한 그 밤에 속마음이 읽히도록 내보이는 게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될 것이다.

2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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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항문성교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편견처럼 가지고 있는 유리천장을 깨면 보다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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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항문은 우리가 동물에 속하는 존재이면서도, 항문에 대한 수치심을 통해 우리를 동물과 구분 지어주기 때문이다. 
(...)
의식화된 항문 성애는 우리의 본능을 세련된 에로티시즘으로 변형시킨다. 승화된 항문 성애는 변태적 행위를 예술로 탈바꿈시킨다. 공유된 항문 성애는 사회적 향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나쁜지 토론하에 행해지는 항문 성애는 평등 속에서 가능한 유대감을 가치판단 없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309~3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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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밑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의 생각에 가닿으면서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해준다.
항문은 상호 불가침의 담보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이 부드럽고 은밀한 신체 부위는 우리의 취향점이기 때문이다.

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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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항문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항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수많은 편견과 음침함을 깨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과감하고 노골적인 문장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맞닥뜨리는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금은 유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지만 그 쓰임이나 의미는 다른 항문! 그동안 의식적으로 저 아래 두고 숨겨왔기에 어쩌면 더 폐쇄적으로 다뤄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의식 위로 끌어올려 오픈된 상황에서 이를 다루면 조금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수월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 취향점이자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항문. <애널로그>를 통해 폭넓은 항문의 세계를 탐험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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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버지니아 울프.줄리아 스티븐 지음 / 두시의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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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가의 방>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버지니아 울프'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작업 공간을 둘러보면서 그녀가 남긴 업적은 물론,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습관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녀의 작품들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내심 설레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여타 문학 작품들과는 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어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를 이 작품 하나로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추후 그녀의 대표 작품들, 이를테면 <올랜도>, <댈러웨이 부인>, <파도> 등을 통해 그녀의 세계관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반대되는 두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담고 있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서술되는 방식에 있어서도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딸과 어머니가 쓴 이야기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아이러니 한 점은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의 이야기이자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상 두 사람 사이에는 접점이 없다. 어머니 줄리아는 많은 사람들을 보살피고 간호하며 간병에 관련된 지침서를 남겼지만, 세상을 일찍 떠나는 바람에 평생 몸과 마음이 아팠던 딸을 간병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일치되는 점 없이 서로 각자의 시대를 살아간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확연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문체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아픈 것에 관하여>는 그야말로 온갖 변화무쌍한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아픈 관찰자가 누워서 보는 세상의 모습과 아픈 몸에 대한 은유와 비유는 물론, 언어, 종교, 동정, 고독, 독서 등의 내용들이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다. 광기, 자살, 사후에 관한 생각들과 치과의사, 미국 문학, 오르간 연주자, 뱀과 쥐, 3대 워터퍼드 후작 부인의 인생담 등 예측불허의 수많은 주제와 내용들을 에세이 및 소설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품고 있다.

 

<아픈 것에 관하여>에 실려있는 내용 중 먼저 아픈 몸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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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최선을 다해 정신에 관심을 둔다.
(...)
하지만 매일 육체가 겪는 드라마에 대한 기록은 없다.
사람들은 늘 정신의 활동, 거기에 다가드는 생각들, 정신의 숭고한 계획들, 정신이 어떻게 우주를 교화하는지에만 신경 쓴다. 정신이 철학자의 포탑에서 육체를 무시하는 것을 보여준다.
(...)
침실에서 열이나 우울의 공격에 맞서 육체가 이 육체를 노예로 삼은 정신과 벌이는 대규모 전쟁들은 무시된다.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면 사자 조련사의 용기가, 탄탄한 철학이 대지의 중심에 뿌리내린 이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들이 부족하니 이 괴물인 육체, 이 기적인 육체적 통증은 곧 우리를 신비주의에 빠져 들거나, 급한 날갯짓과 함께 공상의 황홀 속으로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
질병은 자주 사랑으로 위장해 똑같이 이상한 술수를 부리니까. 어떤 얼굴들에 성스러움을 입혀서, 우리를 몇 시간이고 귀를 세우고 계단이 삐꺽대는 소리를 기다리게 만든다. 또 떠난 이들의 얼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18~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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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육체에 대해 이처럼 문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녀는 아픈 몸에 대해 서술하면서 문학이 '육체'를 무시하고 '정신적' 활동에 치우치는 것에 대해 강하게 이견을 제시한다. 또한 심한 육체적 통증을 '대규모 전쟁'에 비유해서 이야기한다. 실로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통증이 심할 때 고통에 맞설 용기가 없어 결국 정신을 놓거나 약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야기됨을 비유와 인용 글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신비주의에 빠져들거나, 공상의 황홀 속으로 날아오르게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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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면 가식적인 친절을 베풀어야 하고 새롭게 노력할 일들이 있다.
(...)
아프면 이런 가식은 중단된다. 당장 침대를 요구하거나, 의자에서 쿠션들 사이에 깊이 파묻혀 앉아 발을 바닥에서 들어 올린다. 우리는 직립 부대원 노릇을 그만두고 탈영병이 된다. 직립 부대원들은 전쟁터로 행군한다. 우리는 막대기에 매달려 냇물에 떠내려간다. 낙엽이 뒹구는 풀밭, 아마도 수년간 처음으로 부담 없이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위를 -예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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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의 모습을 문학적 표현으로 서술한 부분이다. 아프게 되면 건강한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가식은 중단된다고 말하고 있다. 아픈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 패턴과 모습들이 독특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1차원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비유와 은유를 통해 독특하고 재미있게 서술한 부분들도 확인된다.

 

이를테면 '의자나 쿠션들 사이에 깊이 파묻혀'라는 부분은 으레 아픈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반면 '직립 부대원 노릇을 그만두고 탈영병이 된다'는 부분은 건강할 때 직립(꼿꼿하게 바로 서서 다님)으로 꼿꼿이 다니던 사람들이 환자가 되면서 꼬꾸라져 탈영병이 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후 표현들을 통해 직립 부대원(=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의 행동 패턴도 함께 전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전쟁터에 행군하는 것(=건강하게 돌아다니는 것) 과는 다르게 아픈 사람은 침대에 누워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행동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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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시인들이다. 질병은 산문이 요하는 장기전에 싫증 나게 한다.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사이 우리는 모든 능력을 지휘하며 이성과 판단력과 기억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또 자리를 잡으면, 전체 구조가 기반 위에 굳건하게 세워질 때까지 다음에 올 장면에 유의해야 한다.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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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으레 오랫동안 무언가를 기억하거나 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산문'과 '시'만큼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이것은 작가 본인의 경험이자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오랜 기간 이성과 판단력과 기억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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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면 의미가 소리를 잠식한다. 지성이 감각을 지배한다. 하지만 아프면 비번인 경찰이 되어 말라르메(시인)나 던(시인)의 애매한 시, 라틴어나 그리스어 구절 밑으로 기어든다. 그 어휘들이 향기를 내뿜고 맛을 증류해서, 마침내 의미가 파악되면 독특한 냄새처럼 혀와 콧구멍을 통해 처음에 감각적으로 다가왔던 것보다 훨씬 풍부해진다.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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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려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건강하면 지성이 감각을 지배하고 의미가 소리를 잠식하지만, 반대로 아프게 되면 반대의 상황에 도래하게 됨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아픈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은 '시인들'이라고 표현한 것과 연결하여 문장을 해석하면 보다 매끄럽게 의미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

 

아픈 몸에 대해 서술함은 물론이고 다양한 소재와 온갖 내용들이 모두 복잡하게 담겨있어 사실상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글이다. 그래서 하나의 글로 보기보다 각각 숨어있는 은유와 비유는 물론, 숨어있는 소설과 에세이들을 각각 분리하여 찾아보는 것이 어쩌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히 아픈 것에 관한 글로 보기보다는 인용과 언급이 넘쳐나는 문학적인 에세이로 보는 것이 더 맞는 글인 것 같다.

 

 

반면 <병실 노트>는 세밀하고 꼼꼼한 기록을 통해 현실적인 간호 방법에 대해 기록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환자를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실질적이고 디테일한 여러 노하우와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 내용들은 환자에 대한 애정과 오랜 관찰이 없이는 절대 기록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 기록들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소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간호하는 사람의 태도, 불빛, 침구 정리하는 법, 부스러기 관리법, 목욕할 때 주의점, 환기, 문병 시 참고사항, 소음 등 간병인이 꼼꼼히 챙겨야 할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이 대처 방법과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간호 지침이라고 하면 으레 딱딱하고 누구나 아는 흔한 것들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글에서는 단순한 지침, 그 이상의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래서 담고 있는 지침이 이후에 실제로 지침서로 활용이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간호 노트를 살펴보면서 간호 방법들을 배워본다. 그리고 내가 만약 환자일 때 이런 케어를 받을 수 있다면 매우 편안한 병실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든다.

 

<간병인의 태도>

◆간병인의 생활은 지루하지 않으며, 숙련될수록 더욱 그렇다. 
◆간병인에게 누구를 보살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야 한다.
◆환자 개인이 아닌 '케이스'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간호 본능인 것 같다. 모든 간병인은 환자를 '케이스'로 보고 모든 타인, 인정 없는 친구,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똑같이 상냥하게 보살펴야 한다.
◆모든 간병인의 필수적인 의무는 명랑해야 하는 것이다. 병실 분위기는 평온해야 한다.
◆힘든 일이 생기고 그걸 병자가 모르는 게 중요하다면, 간병인들은 최선을 다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질문을 받으면 '자유롭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 암시와 귀엣말은 진실보다 나쁘고, 병자의 상상력은 무한하며, 친한 친구들조차 이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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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맴도는 소소한 괴로움들 중, 크기는 가장 작아도 가장 큰 골칫거리인 게 부스러기다.
(...)
가정부는 침대 보를 털었다고, 간병인은 부스러기를 쓸어냈다고 주장하지만 부스러기는 거기에 있고, 간병인이 퇴치하리라 다짐하지 않으면 계속 남을 것이다.
(...)
매 끼니 후 간병인은 손을 침대에 넣고 부스러기가 있는지 만져봐야 한다. 침구를 정리할 때 간병인과 가정부는 털거나 쓸어내는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된다.
(...)
아래쪽 시트를 매트리스 위에 매끈하고 반듯하게 편 후 핀으로 고정하는 것이 부스러기를 남기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다.

침대 부스러기를 처리하는 방법 (75~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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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침대의 편안함은 베개가 좌우한다고 생각하고 내 생각도 그렇다.
(...)
간병인은 환자가 선호하는 방식부터 파악해 베개들을 배치해야 한다.

환자를 편안하는 하는 방법1-베개 (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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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과 물기를 닦는 과정은 조용히 진행되어야 한다. 씻기는 이들의 쓸데없는 말이 병자에게 상처가 된다.
(...)
간병인은 매끄러운 손과 짧은 손톱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목욕할때 주의사항 및 간병인의 몸가짐 (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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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귀감이자 재료가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의 간병 일지는 소소하지만 환자의 안위와도 직결되며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어쩌면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아플 때 이 방법들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아마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 두 개의 작품을 통해 환자와 간병인으로서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이 두 작품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엄마와 딸의 세기를 넘어선 숨겨진 대화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더불어 환자와 간병인 양쪽의 상반되는 입장을 함께 들여다보고 양쪽 모두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배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는 어쩌면 상반된 입장을 함께 담고 있는 책에 모두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청하고, 인식하고, 배려하고, 예우함으로써 보살핌과 치료의 제대로 된 방향으로 온전히 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두 가지의 문학작품을 함께 읽으며, 문득 '만약'을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줄리아 스티븐이 일찍 죽지 않고 딸인 버지니아 울프가 아플 때 곁에서 간호를 해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조금 덜 힘들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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