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라오스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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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털어버리고 그저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에 딱 좋은 여행지를 꼽자면 <라오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즐거움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중 한 곳이 <라오스>였는데, 상상이상으로 너무 즐겁게 보냈던 여행지 중 한 곳이라 이번에 책을 통해 만나면서 너무 반갑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비록 책에 담긴 모든 여행지를 다 둘러보고 오진 못했지만, 당시 방문했던 여행지와 액티비티들을 보면서 다시금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새롭게 만나는 곳은 다음에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하게 했다.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강물만 보아도 힐링이 되었던 라오스로의 여행. 은근 즐길 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맛있어 가끔 한 번씩 생각나는 이곳을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혹여 아직 라오스로 여행을 가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참고하면 좋을 라오스 여행 팁!>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으로 가보자.
▶만약 활동적인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방비엥을 추천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유유자적 쉬고 싶다면 루앙프라방으로!
▶호화로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호 캄으로 가보자.

 

<라오스의 음식>
▶라오스는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많다. 태국에 비해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지 않고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바게트와 같은 서양 음식들도 의외로 많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풍부한 과일로 생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고, 물이나 맥주, 커피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라오스에서 먹는 걸로 고생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라오스의 야시장별 특성>
동남의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야시장 구경! 라오스에서 가장 볼만하고 경험해 볼 만한 야시장은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의 주요 3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비엔티엔 야시장
▷라오스 야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본래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야시장이었으나 점차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다.
▷생필품이나 의류 위주의 야시장이기 때문에 기념품이나 먹거리는 많지 않지만,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루앙프라방 야시장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큰 야시장으로, 소수민족인 몽족이 다양한 수공예품을 팔던 것에서 시작한 곳으로 몽족 야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볼거리, 살 거리도 많고 먹을거리까지 풍부하게 있기 때문에 라오스의 야시장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곳이다.

 

■방비엥 야시장
▷방비엥 야시장이 자랑하는 것은 먹거리로,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므로 여러 액티비티로 지친 하루를 라오스의 길거리 음식으로 보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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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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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시사켓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라오스 양식이 아니고 태국 양식으로 지어졌다.
▷싸얌왕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전쟁을 시작했지만 결국 패하면서 비엔티엔을 강탈당해 대부분의 사원들은 파괴되지만 태국 양식으로 건설된 왓 시사켓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옛 모습을 간직한 사원의 지붕과 대법전을 다른 사원과 비교해 보고, 6800여 개의 다양한 불상도 만나보자.

 

■빠뚜사이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보고 모방하여 지은 빠두사이의 계단을 올라가보면 발전을 하고 있는 라오스의 모습이 느껴진다.
▷크게 나 있는 도로와 잘 정비된 공원 덕에 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붓다파크
▷불교와 천주교에 깊은 관심을 갖던 루앙 푸룬르아 수리랏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세워진 다양한 조형물을 볼 수 있는 공원이다.

 

■탓 루앙
▷비엔티엔의 상징으로 라오스가 비엔티엔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위대한 탑'이라는 뜻으로 가장 신성시되고 있다.
▷처음 건설된 시기에는 450kg의 금을 사용해 위용을 자랑했지만, 미얀마와의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된 이후 복원된 후에는 금색을 입혀 반짝반짝 빛나는 탑이 되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서 본 느낌은 매력적이지는 않다.

 

■짜오 아누웡 공원
▷해 뜰 때와 해질 때 산책하기 좋으며, 메콩강의 풍경과 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여행의 기분을 실컷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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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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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

▷에메랄드 빛의 석호가 유명한 곳으로 이것 때문에 '블루라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은 천국처럼 즐기고 있다.
▷블루라군은 오전보다는 오후가 즐기기 좋다.
▷블루라군까지는 트레킹으로 약 14km로 자전거, 오토바이, 버기카,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다.

 

■탐 짱 동굴
▷블루라군을 가다가 왼쪽에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는 동굴로 방비엥에서 가장 가깝고 유명하다.
▷동굴 안은 조명으로 밝혀놓아 편안하게 동굴 구경을 할 수 있다.
▷이 동굴의 핵심은 동굴의 전망대에서 보는 방비엥의 전경이다.

 

■탐 남 동굴 튜빙과 탐 쌍 동굴 체험
▷튜빙이라는 뜻은 튜브 타기를 뜻하며 투어의 튜빙은 탐남 동굴로 가서 종유석 동굴 안으로 튜브를 타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튜빙'이라고 부른다.
▷튜빙 후에는 코끼리 모양의 종유석을 보러 가는 탐 쌍 동굴 체험을 한다.

 

■카약킹
▷라오스, 방비엥에서 튜빙과 같이 1일 투어로 같이 진행되고 있다.
▷슬로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카약킹을 진행하면 된다.
▷카약킹 할 때는 방수팩 안에 중요한 물품을 넣어두어야 카약을 타다가 물에 빠질 경우 물건들의 손상을 입지 않는다.

 

■왓 씨쑤망
▷방비엥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잘 꾸며진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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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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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은 각종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 도시이자 불교 사원이 많아 승려들이 모이는 종교의 중심지였다. 특히 1300년대 이후부터는 란상 왕국의 수도였다.
▶루앙은 '크다', 프라방은 '황금불상'이라는 뜻으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오래된 건축물과 유적이 많다.
▶루앙프라방의 핵심은 옛 시가에 많은 불교 사원인 '왓'이다.

 

■탁발
▷탁발은 불교국가인 라오스에서 매일 행해지는 종교의식으로 마치 관광상품처럼 느껴지지만 라오스의 전통의식이므로 사진만 찍는데 집중해서는 안된다.
▷시주를 하고 싶다면 대나무 통에 찰밥을 미리 준비하고 신발을 벗고 현지인처럼 앉아서 시주를 하면 된다.

 

■꽝시폭포
▷꽝시 폭포는 뚝뚝이 기사와 이야기를 해서 가면 되는데 5명 정도가 모여져야 한다.
▷꽝시 폭포는 라오스 최고의 절경을 가진 폭포로, 석회암 지형으로 된 지형이 내려오는 물을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여 놓는다.
▷꽤 먼 거리를 뚝뚝이를 타고 가다 보면 총 6개의 다리를 지나가게 된다.

 

■푸시산
▷라오스어로 '푸'는 '산'이라는 뜻이고, '씨'는 '신성하다'라는 뜻으로 정상까지 328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산의 뒤를 보면 칸 강과 루앙프라방의 아름다운 도시 모습을 볼 수 있다.

 

■왓 탐모 타야람
▷경사진 산의 바위 밑에 만들어진 사원으로, 동굴 사원이라 '왓 탐 푸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왓 씨엔 통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으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라오스 말로 씨엔은 '도시', 통'은 황금으로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아름다운 사원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 사원은 비엔티엔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왕의 관리하에 있던 사원으로, 루앙프라방에서 열리는 축제가 왓 씨엔통에서 시작이 된다.
▷붉은 예배당이라고 부르는 와불 법당 중에 왼쪽의 붉은색 법당이 유명하다. 대법전 안에는 16세기 때 만든 청동 와불상이 있다.

 

■왓 마이
▷루앙프라방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사원으로 현재 남아 있는 사원 중에 오래되어 가치가 있다.
▷왕족들이 왕실 사원으로 사용하여 라오스의 명망 있는 스님들이 거주하던 사원이며 라오스 불교의 대표적인 본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루앙프라방 왕국의 초기 사원 양식인 낮은 지붕의 내림으로 지어져, 대법전의 붉은색 지붕이 5층으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왓 탓
▷아침에 탁발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가 해 뜨는 장면을 보는 것도 인상적인 루앙프라방의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라오스어로 '탓'은 탑을 뜻하는데, '파 마하탓'이라는 탑 때문에 유명한 사원으로 라오스 사람들은 신성한 탑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법전을 올라가는 계단은 머리가 5개인 '나가'라는 용으로 장식되어 있고 지붕의 처마는 삼각형의 판으로 된 박공으로 둥글게 장식되어 있다.
▷겉면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장식해 놓았다.

 

■루앙프라방 국립 박물관
왕궁 박물관 안에 왕궁과 호파방, 왕궁 박물관이 같이 위치한다.

 

<왕궁 박물관>
▷루앙프라방 왕국 시절에 사용했던 왕궁터에 자리한 박물관으로 과거 왕궁은 소실되었으나 이후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를 하여 재건축 하였다.
▷그러나 완전한 라오스 양식의 건물은 아니며 프랑스와 라오스 양식의 '혼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호캄 왕궁>
▷란쌍 왕국과 루앙프라방 왕국 시절에 사용했던 왕궁이다.
▷라오스의 란쌍 왕국 때에 '란쌍'이라는 이름이 '백만의 코끼리'라는 뜻이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동남아에서는 코끼리를 타고 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에 코끼리는 군사력을 의미한다.

 

<호 파방>
▷초록색과 황금색이 만나 햇빛에 빛나는 호 파방은 황금불상인 '파방(프라방)'을 모시기 위한 건물이다.
▷파방에는 금과 은, 동을 합금해 만든 불상이 있는데 1359년 크메르 왕이 라오스를 최초로 통일한 자신의 사위 란싼왕국의 국왕, 파응엄에게 선물한 불상이다.

 

■왓 아함
▷아함은 '열린 마음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1818년 루앙프라방을 지키기 위해 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원 앞에는 루앙프라방을 지키는 신이 있다는 보리수나무가 심어져 있다.

 

■왓 위쑨나랏
▷루앙프라방 시민들이 찾는 시민들의 사원이다. 특히 해지는 밤의 야경이 인상적이라 저녁에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왓 위쑨'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루앙프라방에서 사원으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고 건물의 모든 부분을 목조로 만들어 가치가 있었지만, 청나라 때 흑기군이라는 무장세력이 내려와 소실되었다.
▷현재 재건한 건물은 원형은 같지만 벽돌을 사용해 목조건물은 아니다.
▷대법전 앞에 탓 빠툼이라는 35m의 '위대한 연꽃 탑'이라는 뜻의 둥근 연꽃 모양의 탑이 인상적이다.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라오스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쉼'과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겸하며 휴식을 취하는 인상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라오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물과 관련된 부분들이었는데, 방비엥에서 즐겼던 블루라군, 튜빙과 동굴체험, 카약킹 등이다. 식사하면서 멍하니 강물을 바라보는 것도 굉장한 힐링이 되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길거리 음식 중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는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뜨끈뜨끈할 때 먹으면 든든하게 배도 채울 수 있고 맛도 있어 나중에도 생각나는 맛이다. 

 

이색적인 물놀이 여행을 하고 싶다면 라오스를 적극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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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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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한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올가 토카르축.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여타 그림책과는 다른 의미심장한 글귀와 따뜻한 목탄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시선을 끌었던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을 보면서 쓸쓸함과 행복감을 담뿍 느꼈던 기억이 있다.

 

더불어 그의 책을 읽으며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와 나의 영혼은 지금 발맞춰 잘 가고 있나?'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너무 세상의 속도에만 맞춰서 이끌려 갔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되묻게 하는 책이었다. 

 

짧은 몇 줄의 글귀와 그림의 조화로 세상과 삶의 이면을 잘 담아내고 있던 올가 토카르축의 책이라 이번에 신간 소식을 듣고 첫 독자가 될 기회를 자청했다.

 

 

신간은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는데, 그 첫 번째 기대감은 바로 후각을 통해서였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훅 다가오는 책 고유의 냄새는 여타 다른 새 책에서는 맡기 힘든, 책장 깊숙이 꽂혀있던 고유의 책 냄새, 바로 그것이었다. 그림책이라 물감 등이 인쇄 과정에서 유독 더 강하게 베여서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그래서 더 좋았다.

 

낡고 헤진 오래 소중히 간직해온 보물 같은 책을 몰래 염탐하는 느낌도 들어 마치 책으로의 모험을 떠나는 느낌도 살풋 들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에 걸맞게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 기대감을 더욱더 증폭시켰는데, 누군가의 성장담이 담긴 사진 같은 드로잉은 마치 미지의 인물을 찾아내는 느낌이 들어 더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초반에는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등 성장하면서 으레 찍을법한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통해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점차 동그랗게 얼굴이 파인 자국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의문의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잃어버린 얼굴>.

 

밝고 환한 웃음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한 아이는 왜 얼굴을 잃어버린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아주 또렷한 얼굴을 가진 한 청년의 환한 웃음이 눈에 띈다. 그는 빛나는 눈, 선이 예쁜 코, 또렷한 입술을 가진, 한 번만 봐도 그 얼굴이 기억에 바로 새겨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웃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서 카메라 기능이 뛰어난 휴대폰을 샀을 때는 신나게 셀카를 찍어댔고,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사진이 수많은 도시와 유적지, 구름과 바다 앞에 그의 얼굴이 등장하게 되고, 마침내 그 사진들은 인터넷에 떠돌게 된다.

 

그림책 속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과 함께 어느새 청년으로 자란 주인공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얼굴은 선명하기 보다 흐릿한 것에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흐릿해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긴 것에 비해 찬란하게 빛나는 색을 입은 풍경들은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면도를 하려 거울 앞에 섰을 때 얼굴선이 지워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불행히도 그의 얼굴 변화는 계속되었고,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 때마다, 자신의 진짜 이미지는 점점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쳐다본 거울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데, 그동안의 얼굴과 사뭇 다른, 그저 어디서나 흔하게 '아저씨', '저기요'라고 부를법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 사실에 매우 상처를 받게 되면서 다시 얼굴을 되찾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이에 희미해지는 얼굴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새 얼굴을 불법으로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불법으로 구한 얼굴을 장착한 후 다시금 자신 있게 자신이 즐겨 찾던 카페를 방문하는데, 순간 갑자기 자기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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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웨이터는 웨이터식으로,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식으로. 거기엔 여자의 얼굴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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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던 찰나 실수로 부딪친 한 아가씨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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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익숙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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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한 마디로 끝나는 이야기를 읽으며,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한창 SNS의 발달로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빗대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면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얼굴이며, 보통 이것이 그 사람의 첫인상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 얼굴이 이름보다 앞서 마치 도장처럼 인식 되었을 만큼 선이 또렷했던 한 아름다운 남자가 만들어진 나, 보여주기식의 행동을 지속하면서 정작 자신은 진짜 '나'를 잃게 된다.

 

'유일한 한 사람'에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으로 타락한 청년은 다시금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이미 망가진 얼굴을 다시 찾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다 어렵사리 전 재산을 탕진해서 겨우 얼굴을 구하지만 이것마저 실상은 찍어낸듯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의 모습일 뿐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사진을 찍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수록'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들의 현 삶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전한다. SNS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부러움과 시샘의 세계로 인도한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남의 부러움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가짜로 만들어진 삶을 공표하고 노출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다.

 

어쩌면 이 책은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한 작가가 전하는 경고이자 깨우침을 주기 위해 마음을 담아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성장과정을 거쳐 나만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각 나라의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풍경들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핵심을 파고드는 단출한 문장과 시각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맞춤인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 전반에 무의식중 용인하고 있는 가짜 삶, 보여주기식 삶, 부풀려진 자아, 젊음에 대한 용인과 찬양 등 조금 비뚤어진 생각과 관념들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설사 섬뜩하고 복잡 미묘한 내용에 관심이 없다 해도 한 번쯤은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순히 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각을 통해 느껴졌던 기대감에 이어 드로잉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마치 사진 같은 드로잉을 통해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묘사가 색다른 기대감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재미있는 구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한이 있어 모든 페이지를 담지 못했지만, <잃어버린 얼굴>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그림과 그를 뒷받침하는 책의 구성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페이크 형태의 구멍부터, 실제 뻥뻥 뚫려있는 구멍까지! 입체적 페이지와 구성은 책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숨어있는 페이지를 발견하며 이 책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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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쑥쑥 표현 쑥쑥 초등 사자성어 초등학생을 위한 고전 학습만화
송재환 지음, 인호빵(남지은, 김인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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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제일 어려워했던 과목 중에 하나인 한자. 학년이 올라가면서 한자가 교육과정에서 멀어지기도 했고, 이후에는 굳이 한자 공부를 할 일이 없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성인이 된 이후 오히려 관심과 필요에 의해 더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한자 공부 중에서도 특히 사자성어는 그냥 한자를 읽고 쓰는 것, 뜻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전을 읽고 이해하거나 현시대의 상황이나 태도에 대해 빗대어 이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 혹은 표현력에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가치가 크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사자성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면서 그 가치에 대해 더 절감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어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듯하다. 나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글로 표현할 때, 그리고 어떤 문장을 이해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초등 사자성어> 책을 보고 궁금증이 일어 접하게 되었는데, 살펴보면서 '요즘 책 참 잘 만드네'라는 깨달음과 부러운 마음이 문득 든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옥편 사전을 뒤적이며 재미없는 한자의 음과 뜻을 찾고, 시험을 위한 사자성어를 줄줄 외우는데 그쳤는데,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자성어를 만화와 접목해 재미있게 만든 것을 보니 어쩐지 씁쓸한 마음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다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55구절의 사자성어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20년간 가르치며 강의와 작가까지 겸하고 있는 경력을 가진 이가 엮은 책으로, 그만의 내공이 가득 느껴졌다. 억지로, 강하게 '공부'시키기 보다, 자연스럽게 만화를 보며 실생활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사자성어를 엮어 낸 책이 아니라, 왜 사자성어를 배워야 하고 중요한 이유는 뭔지, 또 초등학생을 둔 부모님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아이와 어떻게 소통하며 일상생활에서 사자성어를 활용해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지 등의 실용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습득'보다 '활용'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아이들도 더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 좋게 다가왔다. 공부는 억지로 시키면 더 하기 싫기 마련인데, 만화를 통해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또 사자성어를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상상력과 문법력까지 기른다는 점에서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을 어떻게 보면 되는지, 구성안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표기되어 있어 사전에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부 계획서를 세울 때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55구절의 사자성어는 위의 2개 페이지를 기본 구성으로 사자성어의 음과 뜻, 풀이와 함께 만화를 통해 실제 활용되는 예를 쉽게 전달한다. 이후 해당 사자성어를 다시 한번 자세히 짚어주고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자의 뜻과 음, 풀이를 다시 한번 정리해 주고, 이에 대한 고사 성어와 연결된 배경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 사자성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문장을 적어 확인할 수 있다. 한글과 영어를 처음 접할 때 그러하듯, 직접 한자 한자 써보며 익히는 시간도 가진다. 이후 퀴즈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하나의 클래스로 확인하면 된다.

 

저자는 꼭 이 절차를 따르지 않더라도 앞의 만화만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공부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데, 반복해서 보다 보면 저절로 학습효과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구성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55구절이후 마련되어 있던 '쉬어가는 마당' 부분이다. 다양한 학습방법으로 상상력과 문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다양하게 사고하고 습득할 수 있게 이끌어 주어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 이 부분을 잘 활용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살펴보면서 역시 공부는 재미있게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특히 노는 게 제일 좋은 초등학생 시절에는 억지와 강요로 붙들여놓기 보다 아이가 흥미를 끌만한 소재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에 접근하는 최상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니 어쩐지 학습 의욕이 뿜뿜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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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어머니
이명직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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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 사회의 '재산상속'에 대한 어두운 이면이자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엄마와 어머니>.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배다른 이복남매가 얽힌 가족사까지 더하여 마치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권선징악,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우리가 어릴 적 보던 백설공주, 콩쥐팥쥐, 신데렐라 등의 동화 속 흔한 계모의 이미지와 함께 역시 악인은 벌을 받고 끝나는 해피엔딩을 바라게 된다. 특히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두 손 모아 제대로 된 마침표로 끝맺음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재산을 둘러싼 상속문제와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남의 것을 탐내기 보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는 성과와 성취의 맛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배다른 오 남매 중 장손인 이태종을 중심으로 내용을 바라보는 게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이자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 당사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재산 싸움을 벌이는 재산에 대해서 개인의 욕심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자 가정과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서술되는 배다른 오 남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엄마 혹은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사연들을 통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각 인물에 대입해 보며 소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본격적인 소설 이야기에 앞서 오 남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이들의 기본적인 관계성을 살펴보고 소설의 내용도 집중도 있게 살펴보자.

 

■이태빈
-태종보다 3살 위 친누나
-정실부인인 우에다 모모코가 낳은 첫 딸
-능력 없는 남편으로 인해 현재 부산 시장에서 생선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동생 이태종이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으나 남편이 오히려 이를 남발하여 바람피우고 다른 여자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이제는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

 

■이태종(장손)
-정실부인인 우에다 모모코가 낳은 첫째 아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제조 수출하는 중소기업 사장
-아내 김세화, 딸 아해린, 아들 이세종
-현재 여의도 주상복합아파트 37층에서 거주 중
-5년 만에 연간 미화 100만 불 수출, 창업한지 10년에 공장을 세웠으며, 35년이 지난 지금은 직원 수가 200명에 연간 3천만 불의 수출을 달성하여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3천만 불 수출 탑을 수상한 건실한 중소기업 대표다.

 

■이태수
-후처였으나 호적상 정실부인이 된 사금자의 첫째 아들
-미국에서도 유명한 내과 의사이며 그가 설립한 병원의 병원장
-가족들로부터 멀리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미국 유학 후 그곳에서 미국 아내 결혼해 아들 앤드류와 함께 35년째 생활 중이다.

 

■이정빈
-후처였으나 호적상 정실부인이 된 사금자의 첫째 딸
-LA 북쪽 변두리에 살면서 대학에서 아동 병리학 교수로 재직 중
-미국에서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도 따로 살고 있다.
-현재 형편이 좋지 않음

 

■이선빈
-후처였으나 호적상 정실부인이 된 사금자의 막내딸
- 교수로 한국에서 생활 중
-남편하고 별거 중
-엄마 사금자와 가장 닮은 딸로, 현재 과거보다 100배 이상 오른 예지동 상가건물의 명의신탁을 맡고 있다.

 

■이성열
-이태종 외 4명 자녀의 아버지
-성종 임금의 둘째 아들 계성군의 17대 장손
-장자로 상속하는 재산을 담보로 종로구 예지동에 상가건물 구매

 

■우에다 모모코
-태종과 태빈의 친엄마, 일본인
-우에다는 태종의 아버지 이성열의 정실부인


■사금자
-이태빈, 이태종의 의붓어머니이자 이태수, 이정빈, 이선빈의 친엄마
-태빈과 태종에게는 '또 어머니'로 불림
-청주 사 씨로 1920년 함경북도 기흥군에서 영주의 외동딸로 태어났으며 그녀는 그곳에서 여자 고등여학교를 졸업하여 공무원 생활 2년 차에 같은 부서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이던 유부남 이성열을 만나게 되었다.
-사금자는 태종의 일본인 친엄마 우에다 모모코를 일본으로 내쫓은 장본인이다.
-남편이 죽은 후 태종의 적금과 예지동 상가건물을 문서위조로 자신의 명의로 돌려 편취함. (예지동 상가건물의 지분은 1/2 태종, 1/4 남편, 1/4 사금자)

 

■자영이 엄마
-사금자와 의자매를 맺고 있는 관계로 60년간 친구이자 언니 동생 하는 사이
-현재는 서울 오장동에서 함흥 냉면 식당을 운영 중
-사금자는 부산에서 살던 시절 곤란할 때 그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오장동 건물에 있는 냉면 식당을 저렴하게 세를 주고 있음

 

■자영이
-뉴욕 대학에서 3년간 포스트 닥터로 연구 활동을 한 후 미국에서 체육학과 교수로 활동함
-엄마와 사금자를 알뜰히 챙김

 

■사금자 간병인
-52살의 조선족 간병인으로 약 2년간 사금자를 간병함
-정빈과 선빈 사이에서 사금자의 병실 정보통 역할을 맡음

 

■정한국
-당시 무진회사 지점장으로 근무(국민은행 전신)
-당시 40대 중반으로 사금자의 내연남으로 추측
-예치동 상가건물의 명의를 사금자로 돌리는데 협조하고 조력한 인물
-이성열을 죽음으로 몬 인물

 

 

사금자의 사망 소식부터 시작되는 소설의 스토리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과거 그들 사이에 얽힌 속 사정들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다. 그들 부모님 세대에서부터 얽혔던 이야기와 다섯 남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읽다 보면 감정이 널을 뛴다. 

 

정실부인의 자리와 재산까지 탐하고 그 자리를 꿰찬 사금자의 인생은 불륜에서 시작해 온갖 악행과 도망으로 채워져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엔 수많은 미스터리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은 이 이야기의 전반을 뒤덮고 있는 자식들 간의 재산 다툼의 본격적인 서막이나 다름없다.

 

=====
이러한 이성열의 결정은 일본인 처를 일본으로 밀항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
그녀가 두고 간 집과 많은 귀중품들은 모두 사금자의 몫이 되었다. 이때가 이태종의 나이가 열 살이고 이태빈은 열세 살 그리고 이태수는 일곱 살이었다.

18페이지 中
=====

 

사금자의 꾀에 정실부인인 우에다 모모코를 내쫓고 첩을 서류상 정실부인으로 입적하게 되면서 정실부인의 자식인 태빈과 태종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 자라게 되고, 오히려 사금자의 맏아들 태수는 가장 귀한 아들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나게 된다.

 

이런 환경은 오히려 자식들을 집과 멀어지게 만드는데, 성인이 된 이후 각자의 삶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만드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특히 더 이들이 멀어지게 된 계기에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후 소유하고 있던 태종의 적금과 문중에서 장자를 통해 내려오는 재산의 건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가 사금자가 개인 재산으로 갈취하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미스터리한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편취한 온갖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린 사금자는 태종의 고발을 눈치채고 일찍이 미국으로 도피한다. 그렇게 23년을 미국 여기저기를 떠돌며 살다가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생겨 반신불수가 되고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면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한국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다시 사금자의 입국 상황이 알려지게 되고 그동안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잠시 스톱 상태였던 그녀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죽음을 앞두고 사금자는 꿈에서 호통치는 남편을 만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자신이 쌓은 과업에 대해 돌아보게 되면서 자신이 오래전 편취한 태종의 적금과 예지동 상가건물을 되돌려 줄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이미 그동안 100배나 오른 건물 시세에 오랫동안 이 건물을 관리하고 있던 막내딸 선빈은 자신이 혼자 독식할 생각에 증여를 강요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 건물을 이용해 한몫 챙길 생각에 다른 마음을 품고 남매들을 회유하는 정빈이 있다.

 

이들의 재산상속을 향한 집념과 의지는 지독한데,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행한다. 이 대상에는 온갖 질병(협심증, 신장병, 폐렴, 그리고 간경화 질환)을 앓으면서 죽음을 앞둔 그의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병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독설은 기본이고, 아무도 몰래 수면제를 쓰거나 녹음기를 설치하고, 문서를 위조하거나 사람을 매수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와 방법을 모색한다. 

 

추후 어머니 사금자가 죽고, 지난한 그들의 긴 법정 싸움 끝에 마침내 결말에 다다른다. 여기에는 판사의 판결문과 실제 법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적 묘사가 디테일하게 묘사되는데, 현실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두 손 꼭 모으고 '제발'이라는 말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가족으로서의 인연과 과거는 끝을 맺게 되는데, 어쩐지 끝맺음은 개운치가 않다. 아직 이 소설 속에서 확인해야 할 몇 가지 떡밥과 제대로 된 죄를 받지 않고 죽는 순간마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간 것만 같은 얄미운 사금자 때문이다.

 

=====
그녀는 이곳에 묻히기 위해서는 조상님들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종부로서 조상의 재산을 탐했고, 종손의 재산을 가로챘으며, 남편을 억울하게 죽게 했고, 본처를 일본으로 도망치게 했으며, 의붓자식을 괄시했으며, 자신이 난 자식들에는 온갖 정성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죄는 끝나지 않았다. 그런대도 자영이 엄마에게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은 그래도 남편에게 떳떳함이 있었던가? 아니면 자영이 엄마가 태종에게 요청하면 이곳에 묻힐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사금자는 영리한 여자였으며, 언제나 도전의식이 강한 여자였다.

286페이지 中
=====

 

왜인지 이것마저도 현실과 너무 닮아서 더 속이 터지는 부분도 있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현실과 이상이 이처럼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엄마와 어머니>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평생 외롭고 도망자의 신세로 살았지만 어쨌든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욕망을 모두 이룬 사금자. 그리고 그런 엄마를 쏙 빼닮은 이선빈.

 

=====
그녀는 막내딸 얼굴을 꼼꼼히 올려다보았다.
(...)
사금자는 막내의 얼굴에서 그 옛날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전신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선빈은 엄마의 사십 대 중반의 얼굴 바로 그 얼굴이었다. 말하는 모습까지도 똑같았다. 선빈은 영락 없는 사금자의 분신이었다.
(...)
선빈 역시 자신이 늙으면 저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한 번 더 엄마의 얼굴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선빈은 엄마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울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지금은 단판 승부가 더 중요했다.

89페이지 中
=====

 

어쩐지 거울처럼 닮은 이들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이선빈의 노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짐작만 해본다. 가장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태수는 정작 가족과 나라를 버리고 먼 이국땅에서 자신만의 둥지를 튼 걸 보면 인생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다시금 첫 페이지로 돌아와보니 사금자가 더욱더 괘씸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몇 가지 궁금증도 인다.

 

이정빈이 건설사와 협의한 계약사항은 원하던 대로 이행되었을까? 자신의 불륜을 덮기 위해 남편의 죽음을 방조한 정 지점장과는 또 다른 비밀은 없을까? 병실에서 일어난 일을 정빈과 선빈 모두에게 공유한 간병인에게 다른 의도는 없을까? 선빈은 왜 아무도 몰래 엄마 사금자에게 수면제를 먹게 했을까? 그 외 사금자가 한국과 미국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으로 쫓겨난 태종과 태빈의 엄마 우에다 모모코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왜 한 번도 금쪽같은 자식들을 보러 오지 않았을까?

 

이 와중에 엄마도 재산도 뺏긴 태종이 건강한 가족과 튼튼한 사업체를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의사와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더 많은 욕망을 갈구하는 이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도 든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마음이 복잡했던 <엄마와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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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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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이나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한 번도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한듯하다. 왜 유명한지, 어떤 작품을 썼는지 내심 궁금하던 차에 기회가 닿아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일전에 작가들의 방과 특성을 소개하는 책을 통해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적인 '와식 작가'로 알려져 있다는 소개 글을 보고 누워서 글을 쓴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게 다가왔던 작가 중 하나인데, 와식 생활을 통해 어떤 글을 썼을지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다.

 

이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전 7편 전권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구성으로, 스토리는 그의 의식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과거 속 잃어버린 시간과 감각을 일깨워 사물과 사람, 풍경 등을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한 문체가 특징이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서 부록처럼 추가되어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구성 및 소개 글을 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처음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읽고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정 사물이나 생각, 상황적 묘사가 적나라한 것 이상으로 디테일하게 서술되어 있어, 상황 자체를 파악하기 보다 문체를 쫓아가기 바빴기 때문이다. 마치 물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고 버티고 있는 형상으로 글귀를 따라가게 되는 느낌이라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도래했었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뒤편을 먼저 확인하게 되었는데, 뒤편에 잘 정리되어 있던 작가와 작품의 설명 덕에 한결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더불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유튜브와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서평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면서도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다. 일반적인 문학작품들과는 괴가 달라, 줄거리를 서술하거나 내용을 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새삼 왜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 소설을 20세기 소설 중 질적, 양적으로 최고로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만약 누군가 나에게 어떤 상황이나 생각들을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서술해 보라고 하면 과연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절대 그처럼 표현할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어나 어휘, 문장력, 표현력을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불릴 수도 없을뿐더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표현력들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그가 죽기 직전까지 누워서 쓴 이 귀하디 귀한 작품을 나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나름대로 열심히 기록해 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소설을 읽기에 앞서 작가와 그의 배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서술 방식 덕에 일반 소설처럼 무턱대로 접근하다가는 상황 파악은 고사하고 그의 문체에 갇혀 허우적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의 삶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삶과 이 소설이 크게 동떨어지지 않다고 느꼈는데, 그의 성장과정에서 비롯된 사상이나 집안 배경, 과거의 기억들에서 비롯된 의식의 흐름을 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히 그의 가계도를 정리해 보았다.

 

 

프루스트 가문의 '아드리앙 프루스트'와 베유 가문의 '잔 베유'가 사랑으로 맺어지면서 프랑스 최악의 시기에 첫째 아들 마르셀 프루스트가 태어나게 된다. 아버지 아드리앙 프루스트가 의학 박사로 콜레라를 차단하는데 성공해서 출세했고, 외가의 외할아버지 역시 유복한 주식 중개인이라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두 가문의 분위기와 상반된 환경은 마르셀을 정신적으로 혼란함과 성숙함의 양가감정을 들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토착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 쪽과 유태계 프랑스 부르주아의 다정한 어머니 쪽 사이에서 실질적으로는 평생 외가 쪽을 의지처로 삼아 살았다고 하니 여러 면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상에서 어머니를 가장 사랑했으며, 가장 비참한 일은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약간의 철부지 성향도 보인다.

 

이 책의 제1편 <스완네 집 쪽으로>으로를 읽다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묘사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드러나는데, 보수적이고 위압적인 아버지의 특성과 아들을 보듬어 주며 잠자기 전 키스를 해주는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와 더불어 마르셀이 얼마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지, 잠자기 전 키스를 꼭 받고 싶어 벌이는 에피소드는 소설이라기보다 현실감을 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좀 있다가 어머니가 주무시러 올라올 때 내가 복도에 가서 서 있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복도에서 어머니에게 또 한 번 저녁 인사를 하기 위하여 그대로 일어나 있는 것을 어머니가 보기라도 한다면, 집안 사람들은 이제는 나를 집에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내일 나를 학교의 기숙사로 보낼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좋다! 설혹 5분 후에 창 너머로 이 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될지언정, 역시 그렇게 하는 편이 좋다. 내가 지금 바라는 것은 어머니다. 어머니에게 저녁 인사를 하는 거다. 이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길에 나는 너무나 깊이 들어갔다.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다.

36페이지 中
=====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병약했고, 그래서인지 예민했으며, 응석 부리는 애정으로 늘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다. 이만큼 그에 대해 파악하고 보니 왜 그가 '와식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가 짐작이 가는 바다.

 

그렇게 일평생 늙어가는 어머니 품에서 서른 살이 넘도록 빈둥거리며 응석받이로 산 그가 자신의 요양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요양지 에비앙에 갔을 때 어머니가 심한 요독증으로 발작 증상을 일으키면서 남동생 로베르가 어머니를 파리로 모셔가게 되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의 시간은 멈춰버린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집필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마치 죽기 전에 이 작품을 끝마쳐야 하는 게 소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져누운 상태에서도 원고를 추고하고 가필하고 손질하면서 병약한 몸을 돌보지도 않고 그는 끝끝내 이 작품의 원고를 마무리 짓고, 폐의 종양이 터져 동생의 품에서 "엄마"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눈을 감게 된다. 

 

어쩌면 이 작품은 그의 생에 최초이자 최고로 자신의 의지를 모두 다 바친 인생을 투영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무의식과 의식 너머 '나'를 담아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쓰고 또 썼을 것이다. 그가 쓴 이 7편의 소설 히스토리를 살펴보다 보면, 처음 소설의 내용과는 다르게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내용이 덧붙여져 불어났다고 하는데, 어쩌면 죽음을 앞둔 그가 가슴에 품고 있는 모든 삶과 생각을 다 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쩐지 병중에 누워서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갔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복잡한 감정이 인다.

 

1편을 쓰고 어떤 출판사에서도 출간을 해주지 않아 첫 출간을 자비로 진행했던 그.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 인사가 되지만,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마르셀 프루스트. 오랜 시간 자신의 삶 깊숙이 숨겨져 있던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둘 꺼내 보이며 무의식의 기억을 다듬고, 써 내려가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픽션(허구)을 빌어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기억들을 되짚어 기록하고 되새기며 잊힌 그날의 사고, 추억, 느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여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살면서 놓쳐버린 그때 그날의 그것을 적확하게 눈에 그리듯 이처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죽음을 앞둔 그의 더없이 소중하고 경건한 의식행위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써 내려간 7편의 소설은 그의 내면의 심리가 버무려져 하나하나 의식의 흐름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전개된다. 그래서 그 어떤 표현도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저마다의 색이 하나씩 덧입혀져 색을 띠고 형체를 만들어간다. 그만의 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성실하게 쌓은 그가 그린 세계 속에서 나만의 잃어버린 시간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순서대로 따르지 않아도 좋다. 손이 가는 페이지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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