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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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한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올가 토카르축.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여타 그림책과는 다른 의미심장한 글귀와 따뜻한 목탄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시선을 끌었던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을 보면서 쓸쓸함과 행복감을 담뿍 느꼈던 기억이 있다.

 

더불어 그의 책을 읽으며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와 나의 영혼은 지금 발맞춰 잘 가고 있나?'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너무 세상의 속도에만 맞춰서 이끌려 갔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되묻게 하는 책이었다. 

 

짧은 몇 줄의 글귀와 그림의 조화로 세상과 삶의 이면을 잘 담아내고 있던 올가 토카르축의 책이라 이번에 신간 소식을 듣고 첫 독자가 될 기회를 자청했다.

 

 

신간은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는데, 그 첫 번째 기대감은 바로 후각을 통해서였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훅 다가오는 책 고유의 냄새는 여타 다른 새 책에서는 맡기 힘든, 책장 깊숙이 꽂혀있던 고유의 책 냄새, 바로 그것이었다. 그림책이라 물감 등이 인쇄 과정에서 유독 더 강하게 베여서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그래서 더 좋았다.

 

낡고 헤진 오래 소중히 간직해온 보물 같은 책을 몰래 염탐하는 느낌도 들어 마치 책으로의 모험을 떠나는 느낌도 살풋 들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에 걸맞게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 기대감을 더욱더 증폭시켰는데, 누군가의 성장담이 담긴 사진 같은 드로잉은 마치 미지의 인물을 찾아내는 느낌이 들어 더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초반에는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등 성장하면서 으레 찍을법한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통해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점차 동그랗게 얼굴이 파인 자국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의문의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잃어버린 얼굴>.

 

밝고 환한 웃음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한 아이는 왜 얼굴을 잃어버린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아주 또렷한 얼굴을 가진 한 청년의 환한 웃음이 눈에 띈다. 그는 빛나는 눈, 선이 예쁜 코, 또렷한 입술을 가진, 한 번만 봐도 그 얼굴이 기억에 바로 새겨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웃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서 카메라 기능이 뛰어난 휴대폰을 샀을 때는 신나게 셀카를 찍어댔고,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사진이 수많은 도시와 유적지, 구름과 바다 앞에 그의 얼굴이 등장하게 되고, 마침내 그 사진들은 인터넷에 떠돌게 된다.

 

그림책 속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과 함께 어느새 청년으로 자란 주인공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얼굴은 선명하기 보다 흐릿한 것에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흐릿해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긴 것에 비해 찬란하게 빛나는 색을 입은 풍경들은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면도를 하려 거울 앞에 섰을 때 얼굴선이 지워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불행히도 그의 얼굴 변화는 계속되었고,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 때마다, 자신의 진짜 이미지는 점점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쳐다본 거울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데, 그동안의 얼굴과 사뭇 다른, 그저 어디서나 흔하게 '아저씨', '저기요'라고 부를법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 사실에 매우 상처를 받게 되면서 다시 얼굴을 되찾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이에 희미해지는 얼굴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새 얼굴을 불법으로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불법으로 구한 얼굴을 장착한 후 다시금 자신 있게 자신이 즐겨 찾던 카페를 방문하는데, 순간 갑자기 자기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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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웨이터는 웨이터식으로,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식으로. 거기엔 여자의 얼굴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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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던 찰나 실수로 부딪친 한 아가씨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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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익숙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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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한 마디로 끝나는 이야기를 읽으며,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한창 SNS의 발달로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빗대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면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얼굴이며, 보통 이것이 그 사람의 첫인상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 얼굴이 이름보다 앞서 마치 도장처럼 인식 되었을 만큼 선이 또렷했던 한 아름다운 남자가 만들어진 나, 보여주기식의 행동을 지속하면서 정작 자신은 진짜 '나'를 잃게 된다.

 

'유일한 한 사람'에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으로 타락한 청년은 다시금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이미 망가진 얼굴을 다시 찾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다 어렵사리 전 재산을 탕진해서 겨우 얼굴을 구하지만 이것마저 실상은 찍어낸듯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의 모습일 뿐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사진을 찍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수록'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들의 현 삶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전한다. SNS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부러움과 시샘의 세계로 인도한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남의 부러움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가짜로 만들어진 삶을 공표하고 노출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다.

 

어쩌면 이 책은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한 작가가 전하는 경고이자 깨우침을 주기 위해 마음을 담아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성장과정을 거쳐 나만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각 나라의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풍경들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핵심을 파고드는 단출한 문장과 시각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맞춤인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 전반에 무의식중 용인하고 있는 가짜 삶, 보여주기식 삶, 부풀려진 자아, 젊음에 대한 용인과 찬양 등 조금 비뚤어진 생각과 관념들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설사 섬뜩하고 복잡 미묘한 내용에 관심이 없다 해도 한 번쯤은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순히 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각을 통해 느껴졌던 기대감에 이어 드로잉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마치 사진 같은 드로잉을 통해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묘사가 색다른 기대감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재미있는 구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한이 있어 모든 페이지를 담지 못했지만, <잃어버린 얼굴>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그림과 그를 뒷받침하는 책의 구성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페이크 형태의 구멍부터, 실제 뻥뻥 뚫려있는 구멍까지! 입체적 페이지와 구성은 책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숨어있는 페이지를 발견하며 이 책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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