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궁핍과 고난을 각오하며 이 한 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풍요로움이었다."
(411페이지 中)

 

 


요즘 어쩐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에 더 시선이 가선지 이 책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다. 미래 식품으로 인공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라 이것들을 배제하고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 어떻게 조리하여 한 끼 식사를 채울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일 년을 오직 채집과 수렵한 동식물로 버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혹여 저자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채집 생활을 하기 전 몇 가지 규칙과 예외사항, 과학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일 년간의 채취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사전에 채집에 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한 것은 물론 주변 지형과 동식물에 대한 충분한 습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사히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주변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 덕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슈퍼마켓을 가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오로지 채집 생활로만 사는 일 년간의 삶을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한다.

 

스스로 실험체가 되어 산과 바다를 오가며 보낸 수많은 나날들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나누는 삶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풍요로움과 다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약간의 무모함에,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저자의 일 년간의 채집일기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일상을 만나볼 수 있을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총 6부로 이루어진 이 일기에는 수렵과 채집의 일상들 속에 봄여름가을겨울 이외에도 두 계절 사이를 지나는 새로운 계절도 포함된다. 마치 보너스처럼 맞이한 그 계절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라 그런지 새로움과 설렘을 안겨준다.

 

더불어 채집 생활 속에서 주를 이루는 '버섯'의 존재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버섯이 존재했었나 하는 생각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도 식탁에 올라오는 낯선 채취 식물들의 조리방법과 저자가 표현하는 맛과 향, 식감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한편으로는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 고대 인류처럼 수렵과 채집 생활을 재현하는 것처럼 느껴져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이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고대 인류에서 진화한 만큼 똑똑한 방식으로 도구를 활용하고, 저장을 통해 현명한 일상을 누리는 현명한 방식으로 차리는 야생 식탁에서 공존과 모두의 건강을 엿볼 수 있었다.

 

 


=====
저자가 채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

 

동식물과 사랑에 빠진 채취인이자 약초 연구자인 저자는 4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보낸 어린 시절, 특히 케냐의 자연 속에서 지내던 대부터 식물과 허브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스코틀랜드 시골에 집을 짓고 버섯을 좋아하는 두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마음껏 '와이드'한 삶을 살고 있다.

 

"채취만으로 정말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채취 강습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 년간 야생식만 먹는 실험을 했다. 마치 고대 인류처럼. 지금 이곳의 자연에서 직접 구한 것들로만 스스로를 먹여 살린 사계절 동안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직감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정말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보기로 했다.
(...)
오늘, 즉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이곳 스코틀랜드 중부에서 직접 채취할 수 있는 음식만 먹기로 다짐했다.
(...)
야생식을 먹는 것은 요리인 동시에 치유이고, 사회적이자 정치적인 행위이며,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구 중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다.
(...)
젊은 층에서 더 단순하고 진정성 있는 삶과 생활 방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프롤로그 中
-----

 

 


=====
저자의 채취 생활
=====

 

1. 그녀가 사는 집

 

▶게저
건축가이자 사과주, 맥주, 와인 양조의 달인이다. 게저는 22년 전 헝가리를 떠나 스코틀랜드에 정착한 이후로 쭉 저자의 절친인 친구로 바람 부는 언덕 위의 목조 주택을 직접 지은 사람이자 하우스메이트이기도 하다.

 

▶맷(버섯 맨)
이 집에는 온화하고 친절한 채취인 동료인 맷도 함께 사는데, 25년이나 버섯을 길러 와서 '버섯 맷'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 셋은 모두 독신이지만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기술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한층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린다.

 


2. 식탁에 자주 올라왔던 다양한 버섯들


3. 다양한 식물과 채취도구들


4. 야생 식탁으로 꾸린 한 끼
텍스트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훌륭한 한 끼 식탁이 완성되었다. 다채로운 색상과 풍요로운 한 끼가 군침을 돌게 한다. 사계절을 넘나드는 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먹거리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피고 지며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음을 이제서야 확인한다.

 

가까이에 두고 먹던 식재료가, 입안을 즐겁게 해주던 달고 매운 향신료들이 더 이상 크게 필요치 않음을 깨닫는다.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이렇듯 매 계절 색다른 야생의 재료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채취 생활은 어쩌면 필연 혹은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사람들에게 채취 생활을 가르쳐 온 지 15년쯤 되었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항상 똑같다고 한다.

 

"선생님은 정말 채취만으로 한 해 동안 먹고 살 수 있으세요?"

 

저자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 왔고, 마침내 11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채취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
채취 생활 전 점검사항
=====

 

저자는 채취 생활을 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것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채취 생활을 위한 네 가지 조건
1. 내가 한 해의 식생을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식지에 관한 지식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2. 해변, 울타리, 숲 등 다양한 지형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발견한 음식을 마음대로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3. 지금까지는 90퍼센트 정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4. 겨울에 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춘분 직후에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채취를 하는 데 있어 현대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이점
1. 전기 : 겨울에 먹을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
2. 연료 : 오븐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
3. 은신처 : 지붕이 있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 없었다면 얼어 죽지 않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데 훨씬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채취 생활 전 저자가 정한 규칙
1. 오로지 야생식만 먹는다.
2. 일 년 동안 다양한 서식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식량을 구한다.
3. 돈은 쓰지 않는다. 모든 식량을 채취, 사냥, 선물, 물물교환으로 얻거나 내 기술과 교환한 대가여야 한다. 선물 받는 음식도 선물한 사람이 자연에서 직접 얻은 식재료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4. 야생 조류의 알 대신 내가 직접 유기농으로 풀어 키운 암탉의 달걀을 섭취할 것이다.
5. 봄에 새끼 염소가 태어나면 농부들과의 물물교환으로 염소젖을 구할 수 있다.
6. 이상적으로는 제철 음식을 먹되, 특히 겨울철에는 미리 채취하여 냉동, 건조 또는 보존 처리한 야생식도 섭취한다.

 

■예외사항
1. 부족한 분량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 과수원에서 헤이즐넛을 구입해야 했다. 내년 여름과 가을에는 야생에서도 충분히 헤이즐넛을 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동일한 무게의 헤이즐넛을 직접 채취할 계획이다. 사전에 구입한 식량과 채취한 식량을 전부 목록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한 해가 지난 뒤 결산하기로 한다.



2. 단 하나 예외로 할 품목이 있으니 바로 올리브기름이다.

 

3. 설탕을 쓰거나 새로 구입하진 않겠지만, 이미 만들어 놓았고 일 년 넘게 보관할 수 없는 잼은 버리지 않고 쓰려 한다.

 

■과학적 요소
장내 세균을 분석하기 위해 첫날의 대변 샘플을 실험실로 보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하면서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다. 체중, 지방과 근육 비율, 혈압과 혈중 산소 수치도 계속 체크하고 있다.

 

 


오랫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들어와서인지, 조금 급하게 채취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규칙과 가이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 년간 저자는 꾸준한 채취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곳을 직접 방문하여 채집하고 낚시 등을 통해 부족한 단백질을 충당한다.

 

간혹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긴긴 겨울에 떨어져 가는 식량을 채워주는 친구들의 선물이 어쩐지 눈물 나게 고맙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종종 이것은 물물교환이 되기도 하고, 직접 채집한 사냥감이나 식물이 되기도 한다.

 

 


=====
'채취'에 대해 저자의 철학 혹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
=====

 

-----
뛰어난 채취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한번 먹을거리를 찾아낸 곳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46페이지 中
-----

 

채취인으로서 스스로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문장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숨겨둔 보물의 위치를 꿰차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다가온 문장이었다.

 

저자는 채취에 있어 작물 찾기를 할 때는 투자 시간 대비 수익률이 확실히 좋은 것을 찾도록 했는데, 차로 이동하는 거리마저 철저히 계산하여 가급적 머무는 집 근처에서 채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
한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어 뿌리를 파낼 수 없고, 무리에서 벗어난 외톨이 산비둘기 말고는 알을 품는 새도 없다. 게다가 푸성귀도 없으니 먹을거리를 채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98페이지 中
-----

 

한겨울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듯하다. 이럴 때 미리 저장해둔 식재료가 있다면 조금 안심이다. 하지만 재료가 부족하거나 떨어져 간다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
자연 상태에서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매 끼니를 자연에서 구하려고 애쓰며 날마다 죽음의 존재를 확인하다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백해진다.

99페이지 中
-----

 

바쁘게 살다 보면 종종 자연의 섭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채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새삼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사회적 상황에(기후변화, 낙농업, 육류의 기준, 건강 문제. 토지 불평등) 영향을 받는지 깨닫는다. 더불어 '죽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으며 자연을 가까이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옴을 느끼는듯하다.

 

 


-----
내가 먹고 싶은 건 싱싱한 식물인데, 그들은 모두 아직 눈 속에 파묻혀 있다.
(...)
아이고 힘들다! 봄과 함께 싱싱한 식물이 돌아오면 얼마나 기쁠까.

102페이지 中
-----

 

마트에서는 365일 언제든 싱싱한 식물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속 채취를 통해서는 쉽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순응하고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겨울 싱싱한 식물이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싱싱한 식물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때론 음식이 역겹게 느껴지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어지지 않을 때도 발생한다. 먹는 게 전혀 즐겁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질어질 한때는 아마도 저혈당과 칼로리 결핍 증상이 왔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
집으로 돌아와 하얗게 부풀어 오른 석잠풀 덩이뿌리를 캔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찌거나 절여 먹어도 좋다. 아삭아삭하고 즙이 많아 촉촉하며 콩나물이나 물밤을 연상시키는 풍비가 일품이다.

166페이지 中
-----

 

처음 듣는 식물 종류도 많아 어떤 맛인지, 어떤 생김새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이렇듯 저자는 식감과 맛, 향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독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요리하는 방법도 함께 기재되어 있는데 요리방법은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읽다 보면 평소 먹는 식품의 색다른 대체 식품으로 야생의 식탁을 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석잠풀 덩이뿌리를 콩나물 대신 사용하면 어떤 맛일까?

 

 


-----
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이 식물이 어디서 자라는지 떠올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갈아엎어서 시멘트로 덮은 땅에는 항상 그곳을 되찾으러 돌아오는 식물 종들의 질서가 있다고. 
(...)
첫째로는 해독과 영양 공급, 둘째로는 정체와 막힘 제거, 그다음에는 회복과 재정비와 균형잡기, 에너지 흐름 복구. 아마도 환경 건강의 회복과 인체 건강의 회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183페이지 中
-----

 

채집 생활은 조금 더 내 주변을, 내 환경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듯하다. 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저자는 인간과 환경이 회복하고 바로 서는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
나는 무엇을 채취하든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탐욕스러운 자유방임적 채취는 습지를 파괴할 것이다. 반면 신중한 솎아내기는 주변 식물들이 더 크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한다. 자연이 공짜로 내주는 것을 받을 때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228~229페이지 中
-----

 

자연에서 얻는 채취의 과정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로 신중을 기한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을 채취하는 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성장시켜 습득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탐욕이 부른 파괴는 돌이킬 수 없기에 채취에 있어 늘 주의가 당부된다.

 

 


-----
채취인에게 자기만의 채취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
따라서 그런 공간에는 진정한 친구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곳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여겨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탐욕스럽지 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람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채취인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라는 게 자연의 기본 법칙임을 이해한다.

337페이지 中
-----

 

채취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장이다. 나만이 알고 있는 맛집, 나만이 알고 있는 장소 등을 소중한 이와 나눌 때의 감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줄 것 같은 신의와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줄 것 같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공유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그만큼 비슷한 철학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가 비슷해야만 나눌 수 있는 유대감으로 비치기도 한다.

 

꼭 채취가 아니더라도, 나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공간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우리의 삶은 나무와 식물에 달려 있다. 나무와 식물 없이는 숨 쉴 산소도, 먹을 음식도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되새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338페이지 中
-----

 

현대인들은 잊고 살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 나무와 식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본다.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모두 나무와 식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없어지면 가장 절실한 것들 중 하나인 나무와 식물의 소중함을 한 번쯤 되새겨볼 시간이 아닐까 싶다.

 

 


-----
지구가 훼손되긴 했지만 아직 전부 다 잃은 것은 아니다. 개척종 식물은 지구를 치유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쐐기풀, 엉겅퀴, 소리쟁이 같은 잡초는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수 있으며, 느타리버섯은 석유 찌꺼기를 분해할 수 있다. 도시의 버려진 부지는 언제나 순식간에 야생 상태로 돌아간다. 식물 군락이 뿌리를 내려 다시 토양을 조성하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식물은 유능한 조력자인 균류와 함께 자연을 복원할 수 있고, 또 복원할 것이다. 나는 식물에 큰 희망을 품고 있다.

354페이지 中
-----

 

망가져 가는 지구 속 우리가 그나마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식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식물이 가진 고유의 특성들이 지구를 치유하기 때문인데, 망가진 도시에 돋아난 식물들은 군락을 이뤄 뿌리를 내리고 공기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자연을 복원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식물들조차 이제는 자세히 보고,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온난화와 생태 파괴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자연의 형태를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한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듯하다.

 

 


-----
이 숲에서 10년 동안 버섯을 땄더니 내가 채취한 모든 버섯 균 자체의 범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딴 버섯 하나하나가 머릿속 지도에 중간 기착지를 표시하는 점으로 남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점점 더 점들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시야가 완성되었다. 나는 심지어 버섯이 없는 시기에도 균사체를 '볼' 수 있다. 서로 겹치는 동시에 뚜렷이 구분되고, 균사체 전체를 통해 파동 신호를 보내는 각각의 솜털 같은 신경망들, 마치 상대가 말하려던 것을 내가 먼저 말해 버릴 만큼 서로를 잘 아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 같다. 집단 무의식의 놀라운 동시성이다.

363페이지 中
-----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과는 서로 통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저자에게 있어 버섯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함께 하면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
현재 우리의 상황은 위태롭다. 비만 증가와 그에 따른 건강 문제로 인해 수명 연장은 지연되고 있으며, 우리 자녀 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수명이 짧은 세대가 될 것이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인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제약회사가 기적을 일으키기만을 바라며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조치를 취할 것인가?
(...)
식습관 변화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376페이지 中
-----

 

100세 시대에 도래했다는 말속에는 '건강한' 신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론적으로는 수명연장이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만약 건강한 삶 혹은 수명 연장을 꿈꾸고 있다면 가장 먼저 식습관의 변화부터 시작해 보자.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이 우선되어야 차선책의 다른 대안도 대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
그들 모두 야생초를 채취하여 요리에 쓰거나 약차를 끓였다. 놀라울 정도로 명백한 연결고리였다.
(...)
식물에는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항산화제뿐만 아니라 면역 강화, 항염, 항암 효과가 있는 화합물이 풍부하며, 향기로운 허브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차(특히 녹차)를 마시는 것이 중국과 일본에서 초고령층의 사망 위험을 10퍼센트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한다.

377페이지 中
-----

 

장수하는 이들에게 비결을 묻는다면 생각보다 꽤 다양한 소견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야생초를 가까이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채식 식단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차를 가까이하는 문화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강을 지키겠다고 멀리에서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자연에서 얻는 야생초로 매일을 장수의 길로 이끌어보는 것은 어떨까?

 

 


-----
이제 나는 새로운 사람, 아니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더 밝고 젊고 가벼워진 기분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빈틈없고 민첩하며, 한층 더 영적이면서 동시에 더욱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인생에 대한 접근 방식도 더 다정하고 온화해졌으며 삐딱하고 냉소적인 생각이 줄어든 것 같다.

408페이지 中
-----

 

채취 생활을 통해 확실히 그녀는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 이는 스스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포함해 신체적,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녀처럼 평소 느끼지 못하던 우울과 불안을 채취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온화하게 품어주는 자연에서 건강은 물론 삶의 방향을 새로이 다져보자. 생각보다 훨씬 더 생기 넘치는 하루하루를 선물받을지도 모른다.

 

 


=====
채취 생활 동안 기록한 체중 및 신체 변화
=====

 

▶1월 29일
야생식을 시작한 지 65일차. 처음보다 체중이 12킬로그램이나 줄었고 청바지 솔기도 더 이상 찢어지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려고 야생식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쁜 일이다. 

 

▶3월 31일
아침 식사 전에 체중을 측정한다. 내 체중이 4개월 동안 18킬로그램이나 줄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맷은 8킬로그램 줄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소식은 맷의 혈당 수치도 급락했다는 것이다. 3년 전 맷이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추천하고 혈당 조절 효과가 있는 야생초를 복용하라고 권했다.

 

▶10월 12일
지금 내 체중은 76.7킬로그램이다. 야생식의 해를 시작한 뒤로 정확히 31킬로그램이 줄었다.

 

▶11월 26일
오늘 밤 자정이면 오직 야생식만 먹어온 365일간의 대장정이 끝난다. 최종 측정 결과 맷의 몸무게는 70킬로그램이다. 전체적으로 12킬로그램이 빠졌다가 다시 4킬로그램이 쪘다. 그는 마른 편이다.

 

나는 비만에 가까웠는데 무려 31킬로그램이 빠졌다. 현재 체중은 76킬로그램이고 BMI도 양호하다. 코로나 봉쇄 절정기에 내 옷 사이즈는 18이었지만 지금은 25년 전과 같은 12로 돌아갔다.

 


=====
깜짝 놀랐던 장면
=====

 

-----
채취를 위해 작은 고리버들 바구니와 함께 쇠스랑과 한국산 호미도 챙겨 왔다. 호미는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때 쓰는 괭이의 일종인데, 맛있지만 끄집어내기 쉽지 않은 땅 감자를 캐는 데 완벽한 도구다.

70페이지 中
-----

 

새삼 외국 저자가 쓴 에세이에서 우리나라 '호미'를 발견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농기구와 농기계가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으나 직접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만난 '호미'에 반가움이 일어 남겨본다.

 

 


=====
계절과 계절 사이
=====

 

처음 들어보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어쩐지 '계절의 소리'를 담고 있는 단어들처럼 느껴져 더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야라흐
-----
봄은 다른 계절보다 길고, 식량 접근 가능성의 관점에서 두 단계로 나뉜다. 해산물과 봄나물에 의존해야 하는 춘궁기가 지나면 나무에 잎이 돋고 새가 알을 품는 진짜 봄이 온다. 켈트어로 봄은 '야라흐'라고 하며, 1월에서 2월로 바뀌는 이몰륵에 시작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봄은 부활절 이후 4월 말과 5월에 가깝다.

 

야라흐는 '배고픈 시기라는 뜻으로, 겨울 전에 비축한 식량이 떨어졌지만 밭에 심은 과일과 채소는 아직 싹트지 않은 사춘절 기간에 해당한다.

110페이지 中
-----

 


■루나스탈
-----
8월 1일의 루나스탈(또는 루그나사드)은 처음 딴 과일을 바치며 수확철의 시작을 축하하는 날로, 현재는 남부의 전통 수확제인 라마스 데이와 통합되었다.

(...)

루나스탈은 여름과 가을이 겹치는 시기다.

290페이지 中
-----

 

 


======
<야생의 식탁>을 읽고...
=====

 

사계절을 먹기 위해 채집하는 활동을 내내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먹는 것'에 온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채집하는데 반나절, 다듬고 요리하고, 치우는데 또 반나절을 보내고 하면 하루가 그냥 저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반복되는 일상을 지켜보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숲과 나무 구석구석을 살피며 식물과 버섯을 채집하고, 또 이것을 볶거나 말려서 저장하는 일상이 어느새 편안하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채집을 위해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채집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 색다른 식감과 향, 맛을 음미하기도 하는 등 패턴 자체가 단순해지면서 이번에는 어떤 걸 채취할지, 또 어떻게 다듬고 요리할지 점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실제 요리한 한 끼가 대체재로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서는 실상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자연 속에서 생각지 못한 맛과 향을 얻어 배도 채우고 마음도 어느새 넉넉히 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저 흐뭇하다.

 

매 끼니로 무얼 먹어야 할지, 어떤 것을 채집해야 할지 늘 고민이지만,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가뿐해진다. 계절에 변화에 따라 열매를 얻기도 하고, 인생 첫 낚시에 도전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도 얻는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모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듯하다. 때론 달콤한 것들이나 견과류들은 아껴먹어야 하지만, 숲과 바다를 쏘다니며 식물과 버섯 등을 채취하는 일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곳곳을 누비며 버섯을 찾아내는 법, 채취하는 방법들을 전하는 저자의 발걸음은 그저 가벼워 보인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계절의 변화를 느낄수록 저자는 자연에 대한 존중과 법칙을 더 절절히 느끼게 된다. 끝도 없이 내어주고 품어주는 자연 속에서, 새삼 망가져가는 지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식물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복원력에 새삼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한때 우울함에 빠져 기력을 잃었던 그날을 이겨내고 다시 에너지를 되찾았듯 야생에 숨어있는 수많은 생명의 움틈과, 햇살, 새싹이 곧 에너지가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는 자연과 공존해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실상 저자처럼 극단적으로 매일을 자연에서 채집하는 것만으로 식탁을 차리지는 못하더라도, 종종 가까이에 있는 바다와 숲을 둘러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조금 무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야생의 식탁이, 어느새 풍족한 식탁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목도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자연과 멀어졌기에 다양한 불행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때론 단순함이 더 큰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가까운 숲을 산책하거나 나를 위한 근사한 한 끼를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생기발랄한 하루를 보내봤으면 좋겠다. 아마 예상치 못한 달콤 쌉싸름한 야생의 다채로운 맛이 인생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페라는 다른 공연들에 비해 쉽게 접하기가 어려워서인지 한번도 공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해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나와 같이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있어 책을 통해 오페라의 구성이나 스토리 등을 먼저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은 흥미를 끄는 한편, 나의 속도에 맞춰 알아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바다.

 

무엇이든 알아야 보는 맛이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런 핵심적인 부분들을 콕콕 짚어주어 빠져들듯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저자의 경험을 통해 단순한 소개를 넘어 작품 그 너머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더 유용한 시간이었다.

 

평소 몇몇 유명작품들의 이름만 들어왔었는데, 이렇게 글을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작품을 이해하는 눈이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다. 글로 읽어서인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왔다는 점은 안비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다섯편의 작품이 실려있어 총 25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흔하게 보는 우리의 삶의 모습에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보내는 내내 즐거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노래로 들었으면 놓쳤을 각 가사들을 글로 마주하면서 내용이 더 쏙쏙 눈에 들어왔는데 스토리와도 잘 어우러져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심정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통해 실제 공연한 오페라의 영상을 만나볼 수도 있었는데, 영상에서는 극적 분위기나 상황들을 느낄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
오페라가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
=====

 

각 작품들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몇가지 사항들을 정리해두었다.

 

오페라 용어해설, 구성요소, 전문용어 등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구성을 알 수 있어 유용했다.

 

▶▶오페라의 기원
오페라는 르네상스 말기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구성요소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서곡에서 시작해 세 막의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피날레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오페라의 매력이 다채로움인만큼 작품의 성격과 작곡가의 스타일에 따라서 구성요소와 작품의 흐름은 종종 달라지곤 한다.

 

 

=====
저자가 오페라를 책으로 집필하게 된 계기
=====

 

"언제나 작은 것들이 큰 것을 허물고 문학은 건축을 무너뜨리지"

 

이 문장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 가사의 일부분으로 전작 <방구석 뮤지컬>에 소개되었던 문장이자,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로, 이 책 <방구석 오페라>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한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가 오페라를 처음 접한 순간을 돌이켜보면, 홀로 떠난 호주여행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을 접하게 되면서 이끌리듯 오페라를 찾아다니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오페라는 파도파도 끝이 없는 감동의 우물 그 자체였는데, 명작 오페라의 기원부터 수많은 오페라 아리아를 탐독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저자가 받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둘러싼 숙명적 서사의 오페라 25편을 알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고 하니 오페라를 처음 접하거나 오페라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먼저 도전해봐도 좋을듯 하다.

 

더불어 저자는 오페라도 결국 하나의 단편 문학이기 때문에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이라고 전하며 뮤지컬과 오페라의 다른 매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차이점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뮤지컬
개인의 꿈과 사랑의 드라마를 노래한다.

 

■오페라
역사나 인생의 역경을 표현하는 문학적인 줄거리를 노래하는데, 다채로운 매력으로 완전한 문학적 서사를 펼치는 무대, 성악가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전율을 '오페라'에서 경험할 수 있다.

 

 


=====
작품 구성방식
=====

 

이 책은 각 장별 다섯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작품은 줄거리, 각 곡의 가사, 인문학적 해석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QR코드를 삽입하여 대표곡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스토리는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소재를 넘나드는데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엄격한 검열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파격적인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근친상간, 스트립쇼, 살인, 참수당한 머리까지 오싹하고 비위 상하는 요소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오페라는 무삭제 공연도 가능하다고 하니 어쩌면 리얼리티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피델리오 Fidelio
사랑하는 이를 구출하기 위한 변장
=====

 

▶작품소개
오페라 <피델리오>는 1805년도 작품으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 총 2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위해 베토벤은 약 8년을 노력했고, 초연 이후에도 수정을 거듭하여 여러 번 새로 발표했다.

 

베토벤이 "<피델리오>를 쓰다 질려 오페라를 그만 두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공들여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적 천재성에 따라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을 받고 있다.

 

1805년의 초연은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1814년 공연된 개정본은 초연과 달리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고, 베토벤의 위대함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게 되었다.

 


▶스토리
1700년대, 스페인 세비야 인근의 한 교도소. 교도소 지하의 깊숙한 골방에는 혁명 주도자 '플로레스탄'이 감금되어 있다. 그를 골방에 집어넣은 왕당파 교도소장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그를 납치했다.

 

피차로는 완전범죄를 위해 플로레스탄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지만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는 이 소문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남장을 하고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 보조 간수로 취직한다.

 

'로코'라는 간수의 딸, '마르첼리네'는 피델리오에게 사랑에 빠지기까지 하는데, 피델리오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애만 태우는 딸의 모습을 본 로코는 피델리오에게 권력보다는 돈이 최고라면서 피델리오를 설득하지만, 피델리오(즉, 레오노레)는 남편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미적지근하게 반응만 보인다.

 

피델리오는 로코를 통해 지하 감옥의 독방에 남편이 수용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놀라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한다. 그때, 악질 교도소장 피차로에게 긴급 편지가 도착하게 되는데, 총리대신이 교도소로 시찰을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로코를 불러 속히 플로레스탄을 처형하라고 지시하지만, 로코는 피차로의 지시를 거부한다. 자신이 잔인한 살인자라고 기록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피차로는 지하감옥에 구덩이 하나를 파놓으라고 명령한다.

 

한편,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남편의 처형 소식을 알게 된 피델리오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리는데, 바로 산책이다. 어두운 방에서만 지낸 죄수들에게 하루만이라도 햇볕을 쬘 수 있게 해주자며 로코를 설득하게 되는데, 결국 허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플로레스탄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피차로는 죄수들을 감방에 돌려보내라고 화를 내고 이내 죄수들은 감방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 있는 상처투성이 플로레스탄은 레오노레가 언젠가 자신을 구해 줄 것임을 확신하는데, 빛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노래를 부른 후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는다.

 

때마침 로코가 피델리오와 함께 피차로가 지시한 구덩이를 파기 위해 지하로 내려오게 되고 이때 깨어난 플로레스탄이 아내에게 유언을 전하고 싶다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다만, 죄수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포도주와 빵을 주게 해달라는 피델리오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는데,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 플로레스탄은 피델리오에게 감사와 축복을 표한다.

 

시간이 흐르고 형 집행 시간이 가까워져 호출 소리와 함께 지하 감옥에 내려온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죽이기 위해 직접 칼을 빼 들고 처형하려고 하는데, 이때 피델리오가 모자를 벗고 머리를 풀면서 자신이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라고 소리친다. 그리곤 "죽이려면 그의 아내부터 먼저 죽이시오!"라고 외치며 남편의 앞을 가로막는다.

 

피차로는 둘을 모두 죽이겠다며 칼을 휘두르지만, 레오노레가 숨겨놓았던 권총을 뽑아 겨누자 놀라 칼을 떨어뜨리게 되고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기적처럼 총리대신이 등장한다.

 

총리대신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게 된다. 악행을 일삼던 피차로는 감옥에 잡혀 들어가고, 총리대신이 플로레스탄의 옛 친구였다는 반가운 사실도 밝혀진다. 마침내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듀엣을 부른다.

 

내용을 살펴보면 끝까지 자신을 구하러 올거라고 믿는 남편 플로레스탄과 그런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장까지 하며 찾아간 아내, 피델리오(즉, 레오노레)에게서 굳은 믿음과 사랑이 엿보인다. 이는 그들이 노래한 가사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그 믿음이 굳건한지 알 수 있다.

 

 


=====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
사랑할 사람을 착각하면 생기는 일
=====

 

▶작품소개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다.

 

떠들썩한 익살극으로, 로시니의 유명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피가로의 결혼>의 전편으로, 두 극에서는 서로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곡가 모차르트는 뚜렷한 계몽주의 성향의 작가 다 폰테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어냈는데, 그래서인지 기존의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정치성을 담고 있다.

 

연극으로 파리에서 초연될 당시 루이 16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으나, 극작가 보마르셰의 이 문학적 저항은 몇 년 후 결국 프랑스 대혁명으로 실현된다.

 

<피가로의 결혼>은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신분사회의 뿌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시민계급의 분노를 집약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로맨스와 정치의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며 작품을 지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속에서, 지배계층인 백작에게 사랑을 빼앗겨도 저항할 수 없는 피가로의 분노에 공감하고 재치를 발휘하여 사랑을 되찾으려는 피가로의 분투를 관객들은 지지할 수 있다.

 

▶스토리

스페인 세비야 인근, '알마비바' 백작의 저택. '피가로'와 백작 부인의 하녀 '수산나'의 결혼을 앞둔 지금, 피가로는 신혼방에 새로 들여놓을 침대의 치수를 재고 있다. 그런데 수산나는 신혼 방이 백작의 침실과 가까운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알마비바 백작은 아름다운 '로시나'와 결혼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듯 했으나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호색한이었던 그는 결혼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껴, 결국 수산나를 노리게 된다.

 

낌새를 알아챈 피가로는 복수를 계획한다. 그런데 피가로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데,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한, 중년을 넘어서 할머니가 되어가는 가정부 '마르첼리나'가 피가로와의 결혼을 원한것이다. 이 모든 일은 피가로가 마르첼리나에게 돈을 빌리면서 시작된다.

 

마르첼리나는 비열한 변호사 '바르톨로'와 모의하여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마르첼리나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내는데, 바르톨로는 로시나에게 눈독 들였다가 피가로의 훼방으로 망신을 당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한 피가로에게 마르첼리나는 서약한 대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결혼을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백작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닐 동안 홀로 남겨진 백작 부인 로시나는 남편의 무관심을 한탄하게 되는데, 이런 백작부인에게 피가로가 묘안을 제시하게 된다. 백작 부인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것처럼 꾸며 백작의 질투심을 자극하면 다시 부인에게 관심을 돌릴 테고 수산나에게 더는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백작부인이 피가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마르첼리나는 변호사 바르톨로와 함께 백작을 찾아오고 그녀는 피가로가 돈을 갚지 않으니 약속을 이행할 것을 판결해달라고 요청한다.

 

백작은 우선 피가로의 기를 꺾기 위해 원고 마르첼리나에게 승소를 판결하고 이에 억울함과 속상함을 느낀 피가로는 그녀와 바르톨로를 때려눕힐 기세로 팔을 걷어붙인다.

 

그때, 마르첼리나는 피가로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그녀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아들임을 확신한다. 그렇게 마르첼리나와 피가로의 결혼은 무효가 된다.

 

한편 백작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백작 부인은 신혼 시절을 그리워하며 수산나와 계략을 도모하는데, 백작에게 보낼 편지를 미리 써두고 이를 수산나와 피가로의 결혼식이 무르익을 무렵 수산나가 백작에게 슬쩍 건네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피가로는 수산나를 오해하게 되고 백작과 수산나의 밀회 현장을 잡기 위해 그들이 만나기로 한 정원에 몰래 숨어 기다린다. 눈치가 빠른 수산나는 피가로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데이트를 하려는 듯 작전대로 백작 부인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반면, 백작 부인은 수산나로 변장하여 약속 장소로 나가는데, 캄캄한 밤중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백작은 백작 부인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피가로는 수산나를 유혹하기 위한 백작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르던 중 어두운 곳에서 둘을 지켜보는 백작 부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가 백작부인이 아니라 수산나임을 알고 크게 놀라게 된다. 그런 한편 백작 역시 수산나의 옷차림을 한 여자가 백작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백작은 이번 사건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하지만, 백작 부인이 전원 사면을 선포하며 극은 행복하게 막을 내린다.

 

>>살펴보면, 호색한 남성들 사이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수산나와 피가로의 사랑 이야기로, 어처구니없는 내용들(할머니가 아들뻘 되는 피가로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장면과 그가 그의 아들이었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지만, 어쨌든 무사히 이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드는 작품이다.

 

 


=====
마술피리 Die Zauberflote 
밤의 여왕의 노래
=====

 

▶작품 소개
아름답고 품위 있고 진지한 주인공 커플의 러브스토리 곁에서 우스꽝스러운 조연 커플이 개그를 펼치는 것이 기본 형식으로, 대중적인 로맨스 양식을 따른 <마술피리>는 초연 당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마법'인데, 풀리지 않는 고대의 수수께끼나 주술, 마법이 크게 유행하던 모차르트의 시대, 뛰어난 흥행 감각을 지닌 대본작가 에마누엘 쉬카네더는 환상적인 요소로 가득 찬 핀란드 동화집 속,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토대로 오페라 대본을 썼다.

 

반면, 작곡가인 모차르트에게는 여유가 없었는데, 당시 모차르트의 예약 연주회가 사라지면서 수입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일을 하던 모차르트는 <마술피리>와 다른 두 작품의 곡을 함께 썼는데, 이때 건강을 크게 해치면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환상과 비참한 현실이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곡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탄생한다. 해당 아리아의 유명세로, <마술피리>는 오페라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작품으로 자주 선정되는데, 이처럼 어렵지 않게, 익숙하게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다.

 

▶스토리

'타미노'왕자가 길을 걸어가다 커다란 뱀을 맞닥뜨린다. 놀란 타미노 왕자는 기절하고 뱀이 왕자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세 명의 여인이 나타나 타미노 왕자를 구해준다.

 

뱀 괴물을 제압한 세 여인은 밤의 여왕의 시녀들로 모두 그에게 반해버리게 되면서 서로 자기가 그를 지키겠다고 떠들지만, 결국 그의 곁을 지킬 사람을 정하지 못한 채 여왕에게 이 일을 알리러 간다며 함께 퇴장한다.

 

그때 근처에서 팬플루트(관악기)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를 들은 타미노는 나무 뒤에 숨는다. 괴상한 차림의 남자가 팬플루트를 불며 등장하는데 바로 '파파게노'다.

 

타미노는 밖으로 나와 정체를 묻고, 그는 자신이 새잡이라며 자신과 밤의 여왕에 대해 소개한다. 타미노는 뱀을 죽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당신이냐 묻는데, 파파게노는 자신이 뱀의 목을 부러뜨려 죽였다며 허풍을 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 시녀가 파파게노의 거짓말을 듣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윽박지른다. 세 시녀는 파파게노의 거짓말을 죄목으로 그의 입에 자물쇠를 걸어버리고, 이후 뱀을 물리친 것은 자신들이라며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보여준 뒤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타미노는 초상화 속 여인에게 반해버린다.

 

시녀들은 밤의 여왕님께서 당신이 그녀를 구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며 그 초상화의 여인은 '파미나' 공주로, 그녀는 지금 악마 '자라스트로'에게 잡혀 있다고 전한다. 이에 타미노는 바로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추후 파파게노가 반성하고 있음을 알게 된 시녀들은 그의 입에서 자물쇠를 풀어주고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다. 그리고는 타미노에게는 피리, 파파게노에게는 은빛 종을 선사한다. 타미노는 파파게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오시리스 신전을 향해 떠난다.

 

장면이 이집트 풍의 실내로 옮겨지면서, 자라스트로의 흑인 부하 '모노스타토스'가 보이고 한 여인이 노예들에게 잡혀 끌려온다. 그녀가 바로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다. 모노스타토스의 목표는 파미나의 몸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타미노와 동행하다 촐싹거리는 바람에 길을 잃은 파파게노는 혼자 모노스타토스의 방으로 오게 되고 마침내 그와 마주치게 된다. 모노스타토스는 괴물이라며 소리치며 도망가 버리고 파파게노는 소파 위에 쓰러진 파미나를 발견하게 된다.

 

파파게노는 자신을 먼저 소개한 뒤 초상화를 보여주며 타미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러 왔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타미노는 대변인에게 붙잡혀 있었는데, 악마 자라스트로를 물리치고 '사랑과 미덕을 지닌 것'을 찾는다는 그의 말에 대변인은 타미노를 칭찬하며 자라스트로는 악마가 아니라는 것과 파미나도 무사히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때, 어디선가 파파게노의 팬플루트 소리가 들려오자 타미노는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하고 그가 사라지자마자 파파게노와 파미나가 타미노가 있던 장소에 나타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엇갈리고 만다.

 

위기에 처한 파파게노는 세 시녀에게 받은 은빛 종을 꺼내서 연주하고 이에 모노스타토스와 그의 졸개들은 그음과 박자에 맞춰 춤을 추다가 돌연 사라져버린다.

 

그때 갑자기 웅장한 행진곡 연주와 자라스트로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파미나는 절망하며 죄를 고백하기 위해 자라스트로를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파미나는 자신이 도망치려고 한 죄와 그 두 가지 이유를 고백하고 이에 자라스트로는 파미나를 용서하지만, 어머니인 밤의 여왕에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이때 파파게노의 팬플루트 소리 때문에 모노스타토스에게 붙잡힌 타미노가 끌려 나오고 파미나와 타미노는 보자마자 포옹한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모노스타토스는 분개하면서 자라스트로에게 타미노를 벌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자라스트로는 그들에게 정당한 판결을 내린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시련을 견뎌야 했던 타미노와 파파게노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하게 된다. 더불어 파파게나를 눈앞에서 놓친 파파게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 하지만 이 역시 천사들의 도움으로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며 퇴장하게 된다.

 

>>뱀에 물려 죽을뻔한 '타미노' 왕자가 세 명의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장면이 시작되는데, 그들이 전해준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가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는 수많은 시련이 도사리고 있는데, 마침내 이것을 모두 통과한 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는 첫 포문을 연 장소를 우연찮게 지나던 파파게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데, 촐싹거리는 그의 행동과 그 행동 덕에 타미노 왕자보다 먼저 파미나 공주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간단한 줄거리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풍부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오페라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인문학적 해석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작곡가와 대본작가의 이야기는 오페라를 한층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작품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을 쓴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에도 큰 관심이 갔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따로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구석에서 문학과 영상을 통해 수준 높은 작품들을 새로이 알게 되어 남다른 희열과 감격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작품 하나하나를 다시금 살펴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오페라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내내 모아둔 사진첩을 들여다보던 그 어느 날의 내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 나의 성장 앨범을 비롯해,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학창 시절, 사진기를 잡기 시작한 때부터 눈에 담기는 대부분의 곳을 사진에 박아두던 당시의 기분과 느낌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Lost time is never found again"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찾을 수 없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필름 카메라로 찍은 흑백/컬러사진들은 모아 이 사진집을 발간했는데, 살펴보면서 그의 삶과 생각,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제약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떠올라 향수에 젖는 한편,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들었다.

 

사진이 주는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회한처럼 남아있는 시간들을 다시금 돌아보면서 '그땐 그랬지'라는 마음과,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총 3부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세상의 모습, 미래의 바람을 담고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당시의 세계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또 중간중간 삽입된 저자의 글을 통해 당시 그의 생각과 가치관은 어떠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최근의 MZ 세대들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서울과 뉴욕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얼마나 큰 변화와 성장을 이뤄냈는지, 또 현재와 닮은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추천한다.

 

또 현재는 핸드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카메라 마니아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필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그때 그 당시의 모습을 엿보며, 필름 카메라 만이 주는 느낌과 감각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듯하다.

 


 


=====
저자 한대수
=====

 

1948년생으로 가수, 사진작가, 저술가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30여 년, 뉴욕에서 40여 년을 살았으며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기 전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늘상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한 컷 한 컷 세상을 담았다.

 

이 사진집에는 세상을 여행하며 40여 년 동안 찍은 필름 사진과 미공개 희귀 흑백, 컬러 사진 100여 점 수록되어 있다.

 

1960년 대 말 뉴욕과 서울을 찍은 희귀한 흑백 사진들과 함께 뉴욕, 모스크바, 파리, 탕헤르, 바르셀로나, 스위스, 쾰른, 모스크바, 태국, 몽골, 베이징, 상하이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사진을 공부하게 된 계기
=====

 

-----
내가 사진을 진지하게 공부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중퇴였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미국 뉴햄프셔 주립대학교에 들어가 수의학을 공부했는데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들 천지였고, 나는 그냥 대학을 중퇴해버렸다. 2학년 때!

 

그러고는 사진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당시 최고의 뉴욕 인스티튜트 오브 포토그래피 사진학교에서 말이다. 그리고 내게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반려자가 되었다.
(...)
음악으로 한 푼도 벌 수 없었을 때, 사진은 나를 먹여 살렸다.

프롤로그(11~12페이지 中)
-----

 

할아버지의 권유로 전공한 수의학은 저자와는 너무도 맞지 않는 분야였다. 덕분에 '사진'이라는 학문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 인생의 반려자가 되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게 흘러간다.


-----
"사진은 순간 포착이다."

사진같이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다. 그리하여, 이제 나는 사진을 온갖 기술적인 재주로 찍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 솔직하게 찍어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13페이지 中
-----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온 저자가 사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요즘 각종 앱과 포토샵 등의 기술로 왜곡되거나 변형되어 퍼뜨려지는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저자가 포착한 순간들과 그의 인생관
=====

 

1. 1960년대 뉴욕

 

-----
내 인생을 돌아볼 때, 1960년대 말이 가장 아름다웠고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었고, 가장 에너지 넘치고 낭만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대였다.
(...)
1967년과 1974년 사이, 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우리는 음악과 예술과 지식으로 아이로니컬하고 잘못된 사회를 고치고자 했다. 전 지구인이 평화 속에서 사랑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외쳤다. 아름다운 봄의 꿈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한 번 더 외쳐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8~20페이지 中
-----

 


 

-----
대학교를 중퇴하고 사진학교에 입학한다고 하니 가족들 반응이 차가웠다. 할아버지는 "사진이 무슨 학문이야?"라고 했고, 아버지는 "사진은 취미 생활이지 직업이 될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62페이지 中
-----

 

1960년대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평판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장이다. 학문으로써 공부하겠다는 아들과 손자에게 가족들의 반응은 차가움 그 이상이었다.

 

 


2. 1960년대 서울



 

-----
내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뉴욕 히피의 소굴, 이스트 빌리지에 살고 있을 때, 외삼촌이 나를 방문했다. 재벌 사업가가 된 삼촌은 내 아파트를 보고 기겁했다. 삼촌은 귀국하자마자, "누님, 대수 큰일 났소. 완전 히피 마약 소굴에 살고 있으니 당장 데려와야 됩니다." 하고 호소했다.

 

엄마는 내가 일곱 살 때 재혼하고, 나와 헤어졌는데, 삼촌의 말에 어머니 편지가 매주 오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대수야. 제발 한국에 와라. 내가 너 대학교 졸업시켜주고 장가도 좋은 여자한테 보내줄게. 집도 이미 마련해 놓았다. 빨리 온나"

 

그래서 나는 돌아왔다. 니코매트 카메라를 메고, 고야 기타를 하나 들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
1969년 한국에서, 어떻게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크림, 마리화나를 이해하겠는가? 나는 세시봉에서 연주하고 TBC TV에도 출연했다. 기타 치고 하모니카 불고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나의 자유분방한 생활에 결국 엄마가 두 손을 들었다. 그렇게 언덕 위의 달동네로 쫓겨났다. 미래가 안 보였고, 돈도 없고, 음악도 희망이 안 보였다.
-----

 

수의학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음악과 사진을 선택했더니 결국 남은 것은 가족들의 포기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다가왔다. 당시 그에겐 돈도, 희망도 안 보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3. TV 쇼 출연


 

-----
1969년 당시 가요계에 영향력이 대단했던 이백천 씨의 도움을 받아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되었다.

첫 출연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관객들은 어이없어 했다. 할 말도, 생각도 잊은 듯 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
우리 어머니는 내가 맨 처음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기뻐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였다.

어머니는 내게 음악 활동을 그만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별 수 없이 그러겠다고는 했지만, 그 뒤로 TV 출연 제의가 더 많이 들어왔고 여러 가수들과 함께 였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누구와도, 어떤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자리와 음악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래를 하긴 했지만 화성에 있는 것 같았다. 관객들도 나를 화성인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관객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긴 머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의 동물처럼. 그렇게 무한한 고독과 소외감에 싸여 있었다.

130~131페이지 中
-----

 

 

4. 길 위에서 바라본 시선 ① : 홈리스


 

-----
뉴욕에는 백만장자가 제일 많은 도시로, 부동산이 가장 비싼 지상의 수도다. 그 외에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이 또 있는데 바로 홈리스다. 맨해튼 중심가인 30번가에서 50번가 사이에만 해도 수천 명이 있고, 전 뉴욕시를 따지면 수만 명의 홈리스가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심리적 피폐함인데, 대부분 혼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고독이라는 병균에 감염되어 정신병 초기 상태에 들어서 있다.

 

공무원들의 관점은 절망적으로 "홈리스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 자신들이 인간 사회에서 탈퇴하여 낙오자 생활을 선택한 것이니 아무리 돈을 써도 낭비이다. 결국 그들은 쓰레기를 뒤지며 마약과 알코올로 나을 채울 것이다. 구체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홈리스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비단 뉴욕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160페이지 中
-----

 

길거리의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 속 주제는 '고독'으로 그 첫 번째는 '홈리스'다. 가장 부자가 많은 도시에 집이 없는 홈리스 역시 가장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들은 국가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늘상 고독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이는 비단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사회적 문제다. 그렇기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고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5. 길 위에서 바라본 시선 ② : 거리의 악사


 

-----
나한테 음악은 신과의 대화이다. 시간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영혼에게는 무한하다.

 

음악가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 속에서 기쁨을 느낄 뿐이다. 나는 타고난 예민함과 음악성 때문에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크나큰 고통만 불러오는 이 길로 오게 되었다. 나 자신도 지겹고 음악적 열망도 지겹지만,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사랑이 마약이라면, 음악은 마약 중에서도 으뜸이며 거울 속의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게 한다. 음악 때문일까. 거리의 악사를 보면 늘 나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거리 악사가 가장 많은 곳은 맨해튼의 거대한 지하철역이다. 대부분의 거리의 악사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훌륭한 음악인들이 거리에 있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 적고, 그것은 내 마음을 더욱 고독하게 한다.

186~187페이지 中
-----

 

유럽 등 해외를 나가보면 유난히 거리의 악사들을 자주 마주치곤 하는데, 그들은 바늘구멍 같은 기회를 찾기 위해, 대중과 만나기 위해 거리를 전전한다. 아니 어쩌면 마약 같은 음악을 하며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며 고통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노고와 고생을 알기에 어쩌면 저자는 그들을 보며 고독한 마음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6. 세상의 고독



 

-----
나는 항상 주위의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클래식 음악과 엘비스 프레슬리, 그리고 존 레논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항상 고통 속에 있다.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비극적인 종말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것이다. 아무도 삶의 끝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도, 철학도 답을 주진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이웃들에게 더욱더 깊은 고통을 주도록 강요하는 삶이라는 이름의 틀에 갇혀 있다. 삶이란 진실로 아이러니하고, 나 자신 또한 아이러니이다.

200~201페이지 中
-----

 

저자뿐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주위의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든지 간에 우리 모두는 나름의 고통을 짊어지며 살아간다.

 

그래서 어쩌면 '삶=고난'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답을 찾을 수 없는 진실을 찾아 허우적거리며 끝없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혼자서 걸어가야 하기에 인생은 고독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7. 다음 세대를 위한 그의 바람은, 오로지 평화


 

-----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인간의 악한 행위는 끝을 모른다. 이것을 'Catch-22'라고 한다. 악을 강한 악으로 대응하고, 강한 악을 더욱 강한 악으로 대응하고, 밑으로 떨어지는 보복의 연속이다. 돌고 도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는 결국 바닥을 치고 '멸망의 밤'을 초래하는 것이다.
(...)
전 세계 인류가 일어나야 한다. 더 이상 학살은 안된다고, 더 이상 폭력은 안된다고, 더 이상 종교 분쟁은 안된다고, 더 이상 인종 차별은 안 된다고,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고, 손을 들고 평화의 구호를 외쳐야 한다.

276~277페이지 中
-----

 

자신의 다음 세대인 딸 양호를 생각하며 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전쟁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No War"는 언제쯤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오랜만에 필름 사진들을 보며 더하거나 변형되지 않은 날것을 통해 사진이 전하는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도시와 거리의 모습이 어떤 변화를 겪었고, 또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날것의 모습이 어떠한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순간 느껴지는 약간의 이질감 혹은 새로움, 그리고 필름 카메라만이 주는 날것의 느낌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나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그리움과 반가움 등의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어쩌면 이는 사진이 주는 고유의 감성이 우리의 추억을 소환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실상 존재하지도 않았던 1960년대이지만 푸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보지 못했던 사진폴더를 조만간 다시 한번 열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마음속 저장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하나하나 풀어보며 오늘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이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예들
심아진 지음 / 솔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여태껏 읽었던 여느 소설과는 상당히 다른 묘하고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기본적인 배경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스토리의 첫 시작과 이야기의 근간을 살펴보면, 오래도록 '아름답게 홀로' 살아온 후예들의 정신과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한다.

 

'고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맛이 다르고, 오히려 인디언 부족이나 신화적 존재들이 머물렀던 시대적 배경에 더 가까운 이들의 존재와 사는 방식은 단순하면서 단출하다. 

 

후예들은 '머물기' 보다 '떠돌아다니는 것'을, '함께'이기보다 '혼자'이기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 욕심이나 소유, 그리움이나 증오와 같은 감정에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만도 벅차다.

 

이런 후예들의 모습들과 오버랩 되면서 펼쳐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세 여성들의 홀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은 과거 홀로 살았던 후예들의 모습과는 새삼 다른 형상을 띤다. 이들이 홀로되고자 함에는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과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발버둥의 의미가 강하다.

 

상처로 얼룩진 세 여성, 그리고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파헤쳐 가는 과정은 얼핏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데, 이 속에서 이들이 홀로되기 위해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또 진정한 후예의 면모를 보이는 이는 누구인지 찾는 즐거움도 있을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나 홀로'의 생활이 익숙해진 현대사회의 모습도 엿보여 관계를 맺고, 함께 생활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이 소설을 통해 '홀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개념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도 좋을듯하다.

 

이 소설은 신화 속 후예들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는 세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홀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후예들, 그리고 이 삶을 위해 부단히 현재의 삶과 부딪히는 세 여성의 이야기는 여러 장르를 오가며 전개된다. 추리 장르를 포함해 유령 같은 혼어미가 등장함으로써 판타지의 장르도 포함하고 있다.

 

실제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와는 다른 또 다른 작가(=메타 작가)가 소설 속에 등장하여 종종 이야기의 흐름을 전개하기도 하고, 실제인지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혼어미의 등장으로 때론 독자를 혼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토리는 세 여성 중 한 명인 요세핀이 한국에 도착하기  "D-12"부터 "D-DAY"까지 전개되는데, 불운한 과거를 살았던 세 여성의 관계를 파헤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복잡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디데이에 다다를수록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과는 다르게 막상 D-DAY에 이르러서 서술되는 내용은 마치 다리 중간이 뚝 절단된 듯 끊어지는데, 소설 속 등장하는 또 다른 작가(=메타 작가)의 서술을 통해 다시금 소설에서 현실로 귀환한 모양새로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소설 속 또 다른 소설이 전개됨으로써 현실 속 또 다른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받는다.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는 이 소설을 일반적인 소설과 같이 스토리에 의존해서 읽는다면 조금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한 대로, 디데이의 서문에 서술되는 후예들의 정신과 사고방식에 입각해 세 여성의 각자 홀로서기 위한 고군분투에 집중해서 읽어야 보다 효율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소설 속 등장하는 또 다른 작가의 스토리 상 직접 개입과 끊어내기 신공은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혼어미의 정체도 한몫을 더하는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픽션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스토리의 줄기보다 후예들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세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

 

이것은 각기 '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과거 속 미스터리하게 얽혀있던 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은 곧 후예들이 홀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감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한동안 내면에 꽁꽁 자신의 마음을 묶어두는 '머무는 후예들'의 모습을 취하다 이내 '진실을 찾기 위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몸을 던지면서 비로소 옛 영웅의 후예답게 앞으로 기꺼이 나아가는 형상을 취하게 된다.

 

기존의 상상력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소설에서 만나는 소설 속 또 다른 소설, 현재와 상상을 넘나드는 <후예들>을 통해 남다른 세계와 만나보길 바란다.

 

 


=====
주요 인물 소개
=====

 

■이효령
-가족관계: 남편과 딸 윤지
-무당이었으나 신기를 잃고 치매를 앓는 엄마, 도망간 아빠 밑에서 자람
-현재 "치매"인 엄마는 윤 여사가 따로 돌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전 생계를 위해 번듯한 찻집을 운영하던 늦깎이 총각과 하룻밤을 보내고 결혼까지 하게 됨
-서류상 이효령의 언니로 등록된 불확실한 이귀연의 존재를 파헤치기로 마음먹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귀연
-스물두 살에 한국을 떠나면서 이십 년 넘게 이국땅(부다페스트)에서 오기 하나로 버티며 살고 있다.
-그림은 그녀 자신이며, 오로지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전부다.
-현재 봉사로 하는 미술관 안내일을 하며 갤러리 운영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프란츠의 적극적인 구애로 원하지 않던 결혼을 했으나 오 년 만에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고, 마찬가지로 원치 않던 요세핀을 낳게 됨
-이혼 후 프란츠가 양육비 명목으로 넘겨준 식당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간간이 먹고살고 있다.

 

■요세핀
-엄마와 닮은 모습이 싫어, 자유분방하고 튀는 모습으로 다닌다. 짙은 스모키 화장과 옷, 다양한 피어싱을 하고 다닌다.
-고교를 졸업한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모습이 자주 엿보인다.
-유람선 침몰사고로 열린 추모제에서 씻김굿을 보게 되면서 헝가리를 떠나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
그 외 인물 소개
=====

 

■소설가
-효령의 아파트 건너편에 살고 있으며 소설을 쓰는 작가다.
-혼어미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 직접적으로 자신이 쓴 소설에 등장하여 인물의 내면이나 사건에 관여한다.

 

■혼어미
-현재 그녀는 백발을 뒤로 묶은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증명할 수 없는 세계에만 존재한다.
-유령 같은 존재인 혼어미는 효령의 눈에 자주 띄며, 흰옷 입은 의문의 노파로 등장한다.

 

※혼어미: 모두의 어머니이고 누이이고 연인이며 스승인 여자를 의미한다.
※혼아비: 모두의 아버지이고 오라비이고 애인이며 지도자인 남자를 의미한다.

 

■마태
-현재 요세핀의 남자친구로 마태의 개 난도와 함께 자주 산책을 다닌다.
-요세핀과는 쿨한 관계로 서커스를 보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프란츠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한국에서 오 년을 살았다.
-라이크스 미술관에서 귀연을 보고 반해 구애 후 결혼했으나 결국 오 년 만에 이혼했다.

 

■이렌느
-프란츠의 어머니이자 귀연의 전 시어머니
-동양인을 혐오하는 유색인종 차별주의자로, 아들의 며느리로 들어온 귀연을 무시하고 혐오하는 태도를 보임

 

 


=====
소설 자세히 들여다보기
=====

 

<이효령>

 

보현보살 혹은 보현 도사로 불리던 엄마는 무당으로, 신기가 떨어지면서 단골들이 발길을 끊었고, 아버지마저 완전히 사라지면서 이내 엄마는 서서히 정신을 놓게 된다. 이로 인해 끼니 걱정을 하게 될 정도로 사는 게 막막했던 효령은 낡고 오래된 동네에서긴 해도 번듯한 찻집을 운영하던 늦깎이 총각이었던 남편과 하룻밤을 보내고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다. 이때 효령은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나이로 결혼은 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언젠가 엄마는 효령에게 "난 네 엄마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효령이 마침내 '그 여자'의 실체를 확인한 것은 엄마가 발병한 후 짐을 정리하면서였다. 

 

남편과 첫날밤을 보내던 날 자신을 어루만지던 여자의 온기가 생각나면서 문득 그 여자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지만,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무려 칠 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 여자 이귀연은 서류상 이효령의 언니였다.

 

 

▷▷<머무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

 

한때 효령은 딸 윤지와 남편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굳이 파란을 일으키려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여자의 딸을 통해 여자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마음에 품고 산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칠 년의 세월을 보낸다.

 

효령은 엄마랑 단둘이 있고 싶지 않고, 엄마라 부르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데, 단어가 품고 있을 법한 따뜻한 기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인 엄마를 돌볼 수 있도록 윤 여사를 별도로 고용한다.

 


▷▷<머무르지 않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효령의 홀로서기와 나를 찾기 위한 여정)

 

▶효령은 결혼할 무렵 작정하고 의학과 과학의 힘을 빌려 유전자 검사를 했으나 유전자 검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략 열여섯 개라는 상염색체 중 돌연변이가 발견되어 추가 검사를 진행했으나 '판정불가'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그 여자라 칭하는 '귀연'과의 관계가 후에 분명해지면서 그 사유가 드러나는데, 유전자 검사는 존재의 뿌리를 찾는 아주 적극적인 행동의 첫 시발점이라 하겠다. 효령이 종종 '언니거나 엄마일 수도 있는'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야기하는데 깊이 읽을수록 더 모호함만 남는다.

 

딸 윤지와 함께 방문한 미술관에서 언급한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라는 작품을 언급하는 장면이나(참고로 이 작품은 아버지와 딸을 그린 그림), 유전자 검사에서 판정불가 판정이 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는 '엄마'에 무게가 쏠리지만, 박선주 무당을 만나고 한 행동들을 보아서는 '배다른 언니'쪽에 무게가 쏠린다. 

 

▶이후 이효령은 기획사라고 말하는 흥신소에 의뢰해 그녀에 대한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딸인 요세핀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온라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친근함을 표시하는 한편, 한국으로 오기를 권유하면서 그녀의 블로그를 자주 염탐한다.

 

본격적으로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존재를 파악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 이 모든 과거의 진실을 알고 있을 돈암동에 있다는 무당을 만나러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대금을 불던 아버지의 연인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오랜 친구였던 박선주 무당이었다. 

 

불확실함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을 찾기 위한 효령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여러 번 망설이지만, 끝내 어머니를 찾고 싶어서 왔다고 말함으로써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그녀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효령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였을까?

 

딸을 낳고 자신도 엄마가 된 효령의 입장에서 엄마란 어떤 존재였을까? 한 번도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던 어머니는 끝내 정신을 놓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결혼을 결심한 순간 존재의 뿌리를 찾겠다 결심하고, 그리고 이제 자신도 엄마가 되어 자식을 돌보는 입장이기에 어쩌면 더 '엄마'라는 존재에 더 울분을 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효령은 자신이 현재 엄마라고 알고 있는 (무당) 엄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
윤 여사가 효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유는 그녀 역시 엄마 곁에 있기가 싫기 때문이다. 엄마가 있어야 돈도 벌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식료품도 빼돌릴 수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 옆에, 사실상 정신이 이미 죽어버린 사람 옆에 있기가 징그러워서다. 그러라고 돈을 받고 있음에도 그 돈 따위 언제든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다.
(...)
사실상 효령도 윤 여사와 하나 다를 바 없다. 엄마 곁에 있기가 싫고 엄마가 징그럽다.

237페이지 中
-----

 

엄마는 언제나처럼 부재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어쩌면 '엄마'를 찾는 과정은 스스로 자신은 엄마가 아니라고 말했던 진실을 파헤치고, 기억 속에 어렴풋이 존재했던 그 여자 '귀연'을 찾음으로써 모호했던 '나'를 찾아나가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귀연>

 

바람기와 방랑벽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와 이기적이고 술 주정을 부렸던 어머니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귀연은 그들 대신 돌멩이를 대신 맞느라 늘 피멍이 들었다.

 

무책임한 유희, 한계 없는 방탕, 난잡한 성교 등 두 사람이 만드는 오물의 잔치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종래에는 세 사람의 삶에 효령이 등장한다. 이때 아버지는 줄행랑을 쳤고, 어머니는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그 덕에 모두 귀연이 떠안아야 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때 견디다 못한 귀연은 모든 것을 뒤로 마침내 도망치듯 집을 나서는데, 모든 것을 잃고 자신 홀로 남기를 바라며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끝으로 간다.

 

-----
나만 생각하고 살 거야. 나만.

스물두 살에 한국을 떠나면서 귀연이 스스로에게 한 말이었다.
(...)
이십 년 넘게 이국땅에 살면서 오기 하나로 버틴 건,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만 생각하고 살 거야, 나만. 귀연에게 그 '나만'은 언제나 그림을 의미했다. 그림은 귀연의 모든 감각이었고 신체였으며, 영혼 자체였다. 죽음과만 맞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삶이었다.

120~121페이지 中
-----

 

 


▷▷<머무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프란츠의 구애에 발목이 잡히면서 오 년간의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게 되고, 피임에 주의를 기울였지만 보기 좋게 따돌리고 태어난 요세핀 때문에 홀로이길 원했던 그녀는 홀로일 수 없게 된다.

 

귀연은 애초에 사랑이라는 걸 믿지 않는 사람이었고, 프란츠는 사랑 같은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결혼생활은 시간을 낭비한 결혼 생활이었다.

 

-----
이혼 후 '나'의 쇠락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귀연은 무시로 터질 기회만을 노리는 갤러리에 대한 욕망을 누르느라 녹초가 되곤 했다.

94페이지 中
-----

 

그림에 대한 열망을 커져간 반면,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에 그저 하루하루 쇠락의 길을 걸을 뿐이었다.

 

 


▷▷<머무르지 않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귀연의 홀로서기와 나를 찾기 위한 여정)

 

딸 요세핀이 한국에 가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돈을 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 끝까지 자신의 적금을 깰 수 없었던 건, 그녀 자신을 상징하는 '그림'을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
귀연은 그림에 관해서만은 상황을 장악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림에 있어서만은 다른 사람에게 눌리기 싫어 악을 쓰기도 했다. 그건, 다른 것을 포기하고서 귀연이 얻으려 한 유일한 것이었다.

283페이지 中
-----

 

 


<요세핀>

 

흙먼지를 일으키고 다닌 기마인, 그 야만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요세핀은 내적, 외적으로 온전히 머무르지 않는 후예를 떠올리게 한다. 특정한 직업 없이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마태와 여기저기 산책을 다녔으며, 짙은 스모키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 여기저기 뚫은 피어싱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뽐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람선 침몰사고를 추모하는 추모제에서 하얀 한복을 입은 여인이 희생된 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씻김굿을 보게 되면서 마침내 헝가리를 떠나 한국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
요세핀은 전율을 느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가락이었으나 기이하게도 익숙했다. 여인의 손가락이 가리켰고 노래가 명령했다. 한국으로! 떠나라!
(...)
이제부터 잃기 위해서, 알아야만 할 것을 알기 위해 자신을 던질 때라고 막연히 짐작했다. 그 무렵 블로그를 통해 별칭이 파란인 한국 여자를 알게 된 건 그저 우연이었을까.

 

분명한 건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거였다.

59페이지 中
-----

 

또 다른 핏줄의 당김이었을까? 어쨌든 엄마와 닮은 모습이 싫어 오히려 과하게 자신을 꾸미고 다녔던 요세핀이었지만, 기이하게도 익숙하게 다가오는 가락은 그 자신을 엄마의 나라인 한국으로 이끌었다. 이때 우연처럼 파란이라는 별칭으로 효령이 접근하게 된다.

 

 


▷▷<머무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

 

-----
요세핀은 그런 선함과 배려가 불편했는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유 선생의 어머니를 만나자 조금 선명해졌다.
(...)
하지만 요세핀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었을 때처럼 계속 목 조이는 기분이고 싶지 않았다.

136페이지 中
-----

 

-----
요세핀은 알았다기보다 느꼈다.
(...)
유 선생과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또한 언젠가 유 선생의 손가락 하나까지도 낯설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감지했다.

138페이지 中
-----

 

한인 교회에서 알게 된 유 선생과 잠시 연인 사이로 지냈지만, 어쩐지 요세핀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내 이별을 말하는데, 자신에게 무한한 사랑을 퍼붓는 유 선생과는 본능적으로 맞지 않음을 느낀 것이다.

 


▷▷<머무르지 않는 후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요세핀의 홀로서기와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요세핀의 삶은 본능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거의 머무르지 않는 후예의 모습을 띤다. 자신과 맞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앞으로 전진한다.

 

엄마에게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엄마의 적금을 몰래 서슴없이 깨고, 마음먹은 한국행을 가감 없이 실천하는 행동을 통해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그 어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실천력 강한 모습을 보인다.

 

-----
요세핀은 생존의 방식을 알 것 같다. 아슬아슬해도 확신을 갖고 부여잡아야 한다. 결국, 잡아야 할 것은 타인의 손이 아니라 제 손이다. 제 손을 제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을 확신이 있을 때, 실수인 척 작게 소리도 지를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한판 연극이라고 하지 않던가. '척'을 포함하지 않은 진정한 인생은 없다.

203페이지 中
-----

 

분명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생존 방식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문장을 통해, 요세핀의 자아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다.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정리하기
=====

 

<후예들>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어쩐지 기마민족을 떠올리게 한다. 전투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투지와 불굴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서 서술하는 <후예들>은 이러한 투지와 강한 의지를 포함해 머무르지 않는 자들을 뜻하는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혹은 '내가 짊어져야 하는 삶' 등을 내포하기도 한다.

 

주요 등장인물인 세 명의 여성들은 제각각 불운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의 뿌리를 찾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선택'한다.

 

얽히고설킨 관계가 하나씩 진실을 향해 나아갈수록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묵은 감정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마침내 진짜 '나'를 찾는 순간 마주하게 될 종착역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직접적 흐름에 관여하거나 서술의 묘사를 통해 등장하는 소설 속 또 다른 작가인 메타 작가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한다. 특히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효령을 유난히 신경 쓰고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궁금하다.

 

또 이후 전개될 효령과 요세핀의 만남이 성사가 될지, 이후 삼자대면은 이루어질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기 위해 앞을 향해 한 발을 내민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인생을 위해 홀로 올곧이 마주하고 걷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첫 생각이 하루를 지배한다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사색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2
고윤(페이서스 코리아).이창희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상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이 책은 아침, 저녁 나를 위한 30일간의 사색 시간을 갖기에 좋은 책으로, 심플하고 얇은 포켓 사이즈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아침저녁 혹은 가방에 넣어두고 점심시간이나 이동시간을 활용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보통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봤자 5분 내외로 긴 시간이 필요 없으며, 읽는 내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주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나 놓치고 있는 가치관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하게 해주는 한편,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어 색다른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30일의 독서 속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어 서술한 방식 역시 이러한 저자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제목 '당신의 첫 생각이 하루를 지배한다'를 통해 새로운 하루를 여는 아침의 첫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시간 또한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사색을 갖는 시간으로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매일 쳇바퀴 구르듯 아웃풋만 경험하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인풋의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맨 처음 하는 생각, 그리고 잠들기 전에 하는 생각들이 얼마나 우리 인생에 영향을 주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첫 생각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며 나만의 건강한 인풋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더불어 책이 두껍지 않아서인지 심적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은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자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내면의 내가 원하는 방향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조율 및 발전시켜 나가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현명하고 가치있게 쓰기 위한 짧은 사색의 시간에서 얻은 몇 가지 문장들을 지금부터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생각의 힘은 강력하다. 여전히 우리의 현실에 잘 와닿지 않는 개념이지만 생각의 힘은 실제로 존재하는 과학적인 결과다. 생각은 실제로 우리의 미래와 현실을 모두 바꿔낼 수 있다.
(...)
적어도 하루 24시간의 성공은 충분히 일궈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24시간이 달라지면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24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생각에 맞춰 감정을 느끼게 되고, 생각대로 말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생각이 우리의 현실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미래까지 창조한다는 말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프롤로그 中 (4~5페이지)
=====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은 있지만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생각의 차이가 불러오는 다른 걸과 값이다. 어떤 이는 지레 포기하고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더 노력하는 생산적인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것은 곧 생각이 행동을 불러오고, 행동은 곧 인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드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오늘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첫 생각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아침을 나만의 긍정 주문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잘할 수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등 나만의 긍정 주문을 적어두고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 보자!

 

 


=====
인생을 흘러가듯 보내는 것이 아닌 '산다'라는 것은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을 챙겨가는 일이다.
(...)
삶의 흐름 속에서 영혼이 나와 함께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몸을 이끌어주자. 온전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길과 맞닿아 있다.

8~9페이지 中
=====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풍습을 살펴보면 그들은 말을 타고 달릴 때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영혼이 떨어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한다고 한다. 흘려들을 수도 있는 이 말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부터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사는 것'이 아닌 그냥 인생을 흘려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나의 삶의 의식이 어디쯤 있는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
두려움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수용해야 할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
어려움은 내가 극복하는 순간 작은 일이 돼 버린다. 그때 우린 삶의 가치를 깊게 경험하게 된다. 두려움, 그건 내가 뛰어넘는 순간 장애물이 아니라 도약이 된다.

15페이지 中
=====

 

최근 진행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이 문장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두려움은 그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말이다.

 

두려움을 뛰어넘어 '도약'한 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수많은 부상과 실패 속에서 그들은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저 수천 번을 시도하면서 극복했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 그것이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 잡고 있거나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이것 또한 삶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극복할 여러 대안을 마련해 보자. 뛰어넘는 순간 생각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당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한 가지 요인은 그 어떤 유혹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우리는 자신이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담대한 기대를 가지고 유혹에 맞서지만, 결국은 보란 듯이 실패하곤 한다. 이런 실패는 우리 삶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내면을 패배주의적 사고로 이끌어 가는 무서운 도구가 된다.
(...)
만약 자신을 유혹에 쉽게 빠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빠르게 인정하고 직면하는 것이 더욱 이로울 것이다.
(...)
반복되는 유혹을 돌아보고 그것을 이기려는 대신에 피하려는 의지를 갖자.
(...)
집 밖에서 일을 완료하고 귀가하도록 노력하고, 게임을 애초에 깔지 않으며, 간식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오늘도 당신을 실패로 인도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바꿔야 할 행동이다. 그대를 유혹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일이 필요하다.

24~25페이지 中
=====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해 벌어지는 최악이 상황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피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을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데, 자신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성향이라면 애초에 원인 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전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어렵다면, 게임에 모든 시간을 빼앗긴다면, 간식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사전에 방법을 바꿔 스스로를 통제해 보자. 이런 작은 성공이 모여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것이다.

 

 


=====
당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린 건강한 목표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당신을 이끌 '가치'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 '가치'를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 행동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발돋움이며 당신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단계는 가치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재조정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한 삶을 향한 현명한 통찰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목표란 우리를 앞으로 이끄는 가치의 다른 말이다. 거대하거나 작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지다.

33페이지 中
=====

 

때로 우리는 타인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이 품고 있는 목표를 높이거나 낮추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는 삶의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삶에 있어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는 인생을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표현하였다. 이 말은, 우리의 생애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
선택하지 않는 삶은 당신의 삶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것이다.
(...)
따라서 우리는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삶을 주도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
당신의 삶은 당신에게 속해 있고, 당신의 선택을 통해 주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샤르트르가 말한 '선택'의 중요성이다. 이런 선택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삶'이란 것을 진정 이해한 것이다.

36~37페이지 中
=====

 

삶의 매 순간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것을 먹을지, 몇 시에 잘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든 것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의 이러한 선택으로 삶은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에게 나의 선택권을 넘긴다는 것은 나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도 같으며, 매 순간 이러한 선택이 수많은 책임과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슬픔을 느끼면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이유 없이 울고 싶다면, 아직 가슴속에 소화되지 않은 슬픔이 남아 있다는 증거니 인정하고 울어도 된다. 애도하고 공감해라. 이를 통해 삶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은 끝내 우리를 더욱 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자.

67페이지 中
=====

 

특정 조건을 부여해 우는 것을 폄하하거나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을 느끼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이나 조건이 필요 없으며 누구나 공평하게 드러낼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남자이기 때문에, 어른이기 때문에 와 같은 조건 말고 현재 나의 감정에 충실해 보자. 때로 슬픔은 드러냄으로써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꾹꾹 눌러 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기억하자.

 

 


=====
과도한 압박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의 영역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무언가 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탄생하는지 기억하자. 바로 '더 나은 나', 아니 '전설'이다.
(...)
나는 매일 어떤 도전을 이어갈 것인가. 그로 인해 어떤 삶을 누릴 것인가. 강력한 선언과 확언으로 위험 지대를 향해 나아가 보면 어떨까. 마음속에 품은 그 일, 더는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해 보자.

119페이지 中
=====

 

'도전'의 영역은 나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이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불안과 압박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도전이 없다면 실패도, 성공도 없다. 도전이 있기에 또 다른 나, 새로운 내가 있다.

 

이제는 강력한 선언과 확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나를 마주하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막상 마주하는 것에 대한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와 페이지 덕에 적은 부담감과 하루의 첫 시작과 마무리를 긍정적 생각과 나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인풋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데,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 속 우리 삶에서 돌아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목표와 삶을 원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선택'과 같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생각을 붙잡아 주고, 무심결에 대처하는 두려움에 대한 방식을 새로이 전환시켜줌으로써 삶의 디테일한 부분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나를 마주한다는 것은 삶에서 아주 작은 시간을 투자해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늘 접하는 각종 SNS에서 벗어나 잠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만약 이 시간이 어색하거나 못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에서 전하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저녁의 사색 시간 활용법을 통해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은 그 어떤 거창한 방법보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페이서스 코리아(고윤)는 20대에 걸렸던 혈액 암과 투병 과정을 통해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낭비하기보다 부디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목표대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루 매 순간을 가치 있는 생각들로 채워보자.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보는 방법은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